리처드 해밀턴: 연속적 강박 Richard Hamilton: Serial Obsessions

리처드 해밀턴展 / Richard Hamilton / mixed media   2017_1103 ▶ 2018_0121 / 월요일 휴관

리처드 해밀턴_Palindrome_아크릴 렌티큘러, 5가지 색의 콜로타이프에 라미네이트_60.9×45.7cm_1974 Hamilton Estate

초대일시 / 2017_1102_목요일_04:30pm

후원 / 주한영국문화원

관람료 / 2,000원

관람시간 / 10:00am~05:00pm / 월요일 휴관 토요일,문화가 있는 날(마지막주 수요일)_10:00am~09:00pm * 관람종료 1시간 전까지 입장가능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National Museum of Modern and Contemporary Art, Gwacheon 경기도 과천시 광명로 313 (막계동 산58-4번지) 1전시실 Tel. +82.(0)2.2188.6000 www.mmca.go.kr

『리처드 해밀턴: 연속적 강박』展은 2017-2018년 한.영 상호 교류의 해를 맞아 기획된 한국에서는 최초로 개최되는 리처드 해밀턴의 개인전이다. 2011년 작가가 타계한 이후 영국 테이트 미술관에서 대규모 회고전을 통해 작품 세계가 재조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그의 작품을 접할 수 있는 기회는 매우 드물었다. 1922년 런던에서 출생한 리처드 해밀턴은 20세기 중반 이후 새로운 관념과 시각으로 현대 사회를 바라보고 이를 시각적으로 재해석해 낸 영국을 대표하는 예술가 중 한 사람이다. 작가는 현대 사회의 대량 생산 이미지에 매료되었고 인간의 소비, 욕망의 생성 과정에서 일어나는 이미지의 재생산과 그것의 작동 방식에 주목하였다. 리처드 해밀턴의 예술세계를 관통하는 매체의 기술에 대한 연구와 그 발전에 따른 작업의 전개는 깊고도 절대적이었다. 부단히 탐구하고 실험하고 다듬어가며, 작가는 하나의 이미지와 주제를 지속적으로 재해석하고 일련의 작품들을 재제작하는 과정에서 기술적 방식과의 관계를 탐색하였다. 이러한 관점에서 해밀턴의 연작은 전작의 기원을 담고 있는 동시에, 하나의 이미지와 그 의미들의 정수에 대한 탐색이 누적된 다중적인 탐구의 결과라고 말할 수 있다. ● 『리처드 해밀턴: 연속적 강박』展은 한 작가의 궤적을 살피는 데 있어 특별한 유형의 전시이다. 이번 전시는 리처드 해밀턴의 총체적인 작업에 대한 서사적이며 전형적인 회고전이기 보다는 195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의 60년의 시간에 대해 일종의 클로즈업과 같이 작가의 특정 작품군 또는 연작을 중심으로 구성되기 때문이다. 가정용 전자제품에서 꽃, 그리고 팝스타와 정치범까지 작품의 소재와 주제는 광범위하지만 여기에 선별된 연작들은 작가가 강박에 가깝게 천착해 온 주제에 대한 반복과 재해석이라는 방식으로 축적된 '복합적인 장치'를 통해 해밀턴 작업의 거듭되는 특징들을 볼 수 있게 한다. 이번 전시는 현대사회의 비판적 관찰자이며 참여자로서 끊임없이 스스로를 확장해 온 리처드 해밀턴의 다층적인 작업세계를 보다 가까이서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자화상 Self-portrait ● 해밀턴은 영국 팝아트 운동의 대표적인 작가이자 이론가이기도 하다. 해밀턴의 대다수의 작품들은 현대미술의 역사적인 전통에 관계를 둔다. 작가는 다양한 매체를 통해 다수의 자화상 시리즈를 제작하였는데 그중 「네 개의 자화상 05.3.81 (Four Self-portraits)05.3.81」(1990)은 새로운 매체로 확장하는 실험을 위한 출발점이 되는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 해밀턴은 자화상을 단일 이미지로 제한하는 대신 네 개의 이미지를 사용하였다. 1980년대 초 작가는 폴라로이드로 자신의 모습을 촬영하고 거기에 아크릴 컬러를 칠하는 일련의 시리즈를 제작하였다. 10년 후 그는 이 작업들을 디지털로 변환하고 확대하여 인화하였으며 캔버스에 마운트를 하고 레이어를 덧입히는 방식으로 확장하였다. 이는 이후 해밀턴의 유사한 연작의 전형적인 한 형태가 되었다.

리처드 해밀턴_$he_나무에 유채, 질산 셀룰로오스 도료, 플라스틱, 종이_122×81cm_1958~61 Tate: Purchased 1970

그녀 $he ● 1950년대 후반, 해밀턴이 수집한 원자료의 상당 부분은 대중적 이미지의 보물창고인 미국의 잡지에서 나왔다. 회화 작품인 「그녀 $he」에서 해밀턴은 광고 이미지를 활용하며, 진공청소기와 냉장고 같은 현대식 가전제품과 《에스콰이어》지에 수록된 여배우 비키 더건의 핀업 사진을 조합하여 소비주의의 욕구의 기계화라는 개념을 보여준다.

리처드 해밀턴_Toaster_컬러사진에 크롬 스틸, 퍼스펙스_81×81cm_1966~7(1969) Hamilton Estate

토스터 Toaster ● 「토스터 Toaster」시리즈는 해밀턴의 판화 중 널리 알려진 작품 중 하나로 1960년대 독일 브라운(Braun) 사의 디자인 수장이었던 디터 람스(Dieter Rams)가 작업하고 개발했던 디자인과 전자제품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되었다. 가정용 토스터처럼 평범해 보이지만 견고하게 디자인된 상품이 40년의 시간 차이를 두고 「토스터」와 「토스터 딜럭스」 연작의 기초가 될 수 있었다는 사실은 해밀턴의 마음 깊이 담긴 디자인과 기술에 대한 매혹을 대변하는 듯하다. 오랜 기간 동안 지속되며 제작된 이 연작에서 해밀턴이 주제를 다룬 방식은 대상에 대한 순수한 미학적 존재 자체로서의 오마주와 더불어 기술과 디자인, 광고, 소비주의, 이미지-재생산, 콜라주, 브랜딩, 예술가의 역할에 대한 비평과 연결된다. ● 작가는 토스터기의 상단에 표기된 '브라운'이라는 브랜드명을 자신의 이름으로 조심스럽고 재치 있게 대체함으로써 토스터의 저자성을 뒤바꾸며 '대중문화, 디자인, 소비주의와 예술의 관계'라는 주제에 관한 고찰을 보여준다. 이 같은 능숙하고 위트 있는 한 번의 제스처로 인하여 해밀턴은 후기산업사회의 '브랜드로서의 자기 자신'을 예견하는 작품을 만들어내었다.

리처드 해밀턴_oaster deluxe deconstructed_소머셋 벨벳 엡손 용지(505 gsm)에 잉크젯 프린트, 스테인리스 스틸, 폴리카보네이트, GM 워터화이트 뮤지엄 유리, 튤립 나무, 황동, 네오프렌, 폴리에틸렌_88.5×73.3×3cm_2008 Hamilton Estate
리처드 해밀턴_Swingeing London 67 (f)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스크린 프린트, 종이, 알루미늄, 금속 아세테이트_67×85cm_1968~9 Tate: Purchased 1969

스윙징 런던 Swingeing London ● 「스윙징 런던 Swingeing London」은 1967년 신문 지면에 실린 팝 가수 믹 재거와 화상인 로버트 프레이저가 불법 약물 소지죄로 법원으로 호송되는 사건을 보도하기 위한 사진을 토대로 제작된 연작이다. 이 연작은 페인팅, 드로잉뿐만 아니라 동판화, 실크스크린 등 다양한 종류의 판화 기법을 활용하여 여러 버전으로 제작되었다. 화면 안의 두 사람은 서로 수갑이 채워진 채 치체스터 치안 판사 법원으로 호송되는 경찰차 뒷좌석에 앉아있는 모습으로 보여진다. 사진 기자들의 플래시 불빛으로 인해 재거가 눈을 가리기 위해 손을 올렸고 이로 인해 한 쌍의 수갑으로 함께 채워져 있었던 프레이저의 손도 올라가게 된 긴박한 순간이 장면 속에 담겨있다. 신문 기자들이 만들어 낸 빛을 가리기 위해 올라간 손은 명성, 유행, 소모성의 엄청난 속도를 정의하는 하나의 이미지라고 할 수 있으며, 특히 인쇄된 신문 지면에 통제될수록 그 이미지가 지닌 힘은 강력해진다. 또한 이 같은 해밀턴이 차용한 이미지는 실제 사건이 기록으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조작과 의미의 재생산이 가능한 대상이 되는 즉각적인 순간이라고도 할 수 있다.

리처드 해밀턴_Flower-piece Ⅱ_캔버스에 유채_95×72cm_1973 Hamilton Estate

꽃 그림 Flower-Pieces ● 해밀턴은 세잔이나 피카소 같은 위대한 예술가들의 미학적 전통의 맥락 아래서 작업을 지속했음에도 끊임없이 오늘날의 광고와 디자인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작업을 제작하는 한편, 뒤샹을 필두로 하는 회화에 대항적인 태도를 취하고자 했다. 해밀턴은 "꽃의 매력은 우리가 사는 시대의 문화적 개념이라는 문맥에서 벗어난 시대착오적인 것이다. 그것을 웬만큼 괜찮게 만들기 위해서는 풍자와 함축, 그리고 일말의 아이러니가 필요하다."라고 언급하며 감상적인 클리셰를 깨고 꽃 그림에 있어 오랜 기간에 걸쳐 확립된 전통, 즉 곤충, 게, 해골 등의 특정 모티프를 주로 꽃과 함께 오른쪽 아래에 배치하는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죽음의 상징-죽음을 상기시키는·경고하는 사물이나 상징)의 관습을 비트는 작업들을 시도하였다. 꽃 시리즈 중 일부 작품에는 관행적으로 꽃 그림과 결합하여 과일이 배치되던 자리에 화장실 휴지가 덧붙여졌고, 다른 작품에는 물감이 즉흥적으로 칠해지거나 연관성이 없는 똥을 그림으로써 작가의 의도를 볼 수 있게 한다. 이 다양한 「꽃 그림 Flower pieces」작업은 바르셀로나에서 우연히 발견한 싸구려 입체 꽃 엽서에서 시작되었다. 최초의 수채화 작업을 시작으로 아쿼틴트, 에칭, 다색판을 활용한 동판화와 석판화 등 다양한 판화 기법들을 통해 실험되고 일련의 시리즈로 구축되었다.

리처드 해밀턴_The citizen_염료 전사_48.8×48.8cm_1985 Hamilton Estate

시민 The citizen ● 「시민 The citizen」은 해밀턴이 북아일랜드의 정치 상황과 미디어에서 재현되는 현상을 그려낸다는 의도에서 10년에 걸쳐 제작한 회화 3부작(「시민 The citizen(1982-83)」, 「국민 The subject(1988~90)」, 「국가 The state(1993)」)의 첫 번째 작품이다. 작가는 아일랜드 현대사에 있어 '암흑기'의 궤적 중 특정 시점에 응답하는 작업을 하였는데 그 시기는 무장단체 수감자들을 수용한 메이즈 교도소(Maze Prison)에서 발생한 '불결 투쟁(Dirty Protest)'으로 불리는 사건이 일어난 1980년대이다. 이 작품이 제작된 배경에 대해 작가는 이렇게 언급하였다. "1980년, 나는 메이즈 교도소에 수감된 공화국군 수감자들을 다룬 텔레비전 다큐멘터리의 한 장면을 우연히 보고 충격을 받았다. 놀랍게도 영국의 공영 TV 프로그램에서 '담요를 쓴(on the blanket)' 사람들을 보여주었는데, 이 말은 교도소 규율에 저항하며 수감자들이 취한 행동을 묘사하기 위해 사용된 것이다. 그것은 스스로 씻기를 거부함으로써 만든 불결한 상태 속에서 인간의 존엄성을 나타내는 이상한 이미지였고, 일반적으로 예술과 연관된 신화적 힘을 지녔다." 「시민」은 벽의 소용돌이 자국 패턴이 표현된 수감자의 반신상 연구 및 시바크롬 프린트와 유화 물감으로 만든 두 점의 콜라주를 더하여 패널 두 개의 대형 회화로 완성되었다. 이때 해밀턴의 관심을 끈 것은 초기 르네상스 시기의 회화에서나 나올 법한 순교와 신화(myth)라는 유사 성서적 이미지가 동시대 대중매체와 한데 뒤섞여 발휘하는 강력한 힘이었다. 삶은 예술, 그리고 이미지 만들기와 만났고, 해밀턴은 그 방식이 현실을 의식적으로 신화로 전환시키는 것이자, 그가 늘 관심을 가져왔고 꾸준히 응답해 온 문화의 강력한 사회정치적 순간들 중 하나임을 인지했다.

리처드 해밀턴_Dining Room_캔버스에 시바크롬 프린트_122×162cm_1994~5 Leeum, Samsung Museum of Art

일곱 개의 방 Seven Rooms ● 1994년 리처드 해밀턴은 런던 앤서니 도페 갤러리에서 열린 그룹 전시인 「다섯 개의 방 Five Rooms」을 위해 일곱 개의 벽이 있는 방 하나를 할당받고 컴퓨터를 이용하여 「일곱 개의 방 Seven Rooms」 연작을 제작하였다. 이를 제작하기 위해 해밀턴은 먼저 도페 갤러리의 전시장의 지정받은 모든 벽과 바닥, 스포트라이트, 들보를 촬영했고 그 이미지를 스캔해 컴퓨터에 저장했다. 이후 그는 실제 자신이 거주하고 있는 옥스퍼드셔의 집을 찍은 사진을 편집하고 수정하여 갤러리 벽의 스캔 이미지 위에 디지털 방식으로 올려놓았다. 각 작품마다 재현된 갤러리 공간은 연작 전체에서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일종의 '프레임'으로 이 같은 제작 방식을 통해 구현된 것이다. 이 '프레임' 안에 포토리얼리즘 회화처럼 보이나 실은 디지털 방식으로 조작한 작가가 살고 있는 공간 내부의 어떤 방이 있다. 작품들이 각각 「부엌 Kitchen」, 「욕실 Bathroom」, 「복도 Passage」, 「식당 Dining room」, 「침실 Bedroom」, 「식당/부엌 Dining room/kitchen」, 「다락방 Attic」이라는 제목을 지닌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러한 「일곱 개의 방」은 공간의 역동성을 탐구하는 동시에 실재와 환영이 그 요소들을 재구성하더라도 얼마나 유지될 수 있는지에 대한 해밀턴 식의 고찰을 보여주는 결과물이다. ■ 국립현대미술관

Vol.20171103a | 리처드 해밀턴展 / Richard Hamilton / mixed 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