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운드 어라운드 ROUND AROUND

홍장오_서해영 2인展   2017_1101 ▶ 2017_1231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기획 / 17717_청년허브

관람시간 / 10:00am~08:00pm

청년허브 SEOUL YOUTH HUB 서울 은평구 통일로 684 제1동 1층 Tel. +82.(0)10.4441.7717 www.youthhub.kr

라운드(ROUND)와 어라운드(AROUND)는 서로 대체해 쓸 수 있을 만큼 유사한 의미를 지니는데 이 두 단어를 함께 써보면 어느 원형으로부터 조밀하게 혹은 성글게 증감하는 동심원들 모두를 포함하는 범주, 혹은 파장까지를 포함한다는 느낌이 든다. 원형(ROUND)으로부터 우리에게 안정감을 주고 모여 앉아 사소한 이야기로부터 중대한 이야기까지 차이를 두지 않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관계나 자리를 떠올리기는 어렵지 않다. 주변을 빙 두르는, 아우르는 어라운드는 마치 모닥불에 모여 따뜻한 불을 쪼이듯 모여 앉은 무리를 떠올릴 법도 하다. ● 청년허브에 대해 처음 들었을 때, 그저 좋은 의미에서 '현실적인 문제들에 부닥친 젊은이들이 갈만한 장소를 하나 정했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청년허브는 보다 실질적인 차원에서 젊은이들이 하고 있는 고민들과 함께 모일 수 있는 장소로서의 기능을 가지고 있었다. 삶을 꾸려나가기 위해 누구나 필요한 금전과 직업 그리고 시간만 정하면 모일 수 있는 충분한 공간, 때로 다 제쳐두고 어두운 한 쪽에 누워 머리에 팔을 얹고 머리를 비우고 싶을 때 가족조차 없이 나를 뉘일 수 있는 곳에 대한 정보와 대안, 해결책들이 있는 곳이 바로 청년허브였다. ●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대부분의 청소년은 대학진학이나 구직을 위해서만 달리고 곧 당면한 과제가 될 독립된 삶과 사회인으로서의 연대에 대해 알지 못한 채 성인이 된다. N열 횡대나 종대로 집단인 채로 그저 전진하며 같은 과정을 거치고 졸업에 도달해 보면 (대학에 진학해 몇 년의 유예를 거쳐도) 어디에서 누구로부터 정보를 얻고 이야기를 나누어야 할 지 알 수 없다. 그런 청년들에게 구직과 경제활동에 관련한 정보를 제공할 뿐 아니라 다양한 상담과 참여 및 체험프로그램을 제공하고 또래 젊은이들끼리 문화예술활동을 함께 해 나갈 수 있는 곳이 바로 청년허브다. 『라운드 어라운드 ROUND AROUND』는 이 공간에서 홍장오, 서해영 두 작가의 작품을 만나고 체험할 수 있는 전시이다. 두 작가의 작업은 모두 원형을 기본으로 하고 있으며 천장의 넓은 범위와 사람들이 모이기 좋은 곳에 자리하고 있다.

홍장오_구멍풍경_훌라후프, 와이어_가변크기_성북도원_2017
홍장오_구멍풍경_훌라후프, 와이어_가변크기_성북도원_2017
홍장오_구멍풍경_훌라후프, 와이어_가변크기_성북도원_2017
홍장오_구멍풍경_훌라후프, 와이어_가변크기_청년허브_2017
홍장오_구멍풍경_훌라후프, 와이어_가변크기_청년허브_2017

홍장오 작가의 작품 「구멍풍경」은 지난 9월 시작된 성북예술동의 다양한 전시장소 중 하나인 성북도원에서 처음 보게 된 작업이었다. 경사면의 높고 낮음이 다양한 특징을 보이는 골짜기의 중심에 동일한 높이로 다수의 훌라후프를 설치함으로써 지형을 바라보는 관점에 큰 변화를 일으키고 있었던 작품은 숱하게 그 장소를 보아왔던 사람에게도 장소를 인식하는 새로운 시선을 심어주었다. 훌라후프 층이 내려다보이는 더 위의 공간에서 바라볼 때는 늘 보이던 아래 공간이 불현듯 사라지고 쨍한 형광연두색 장막이 시야를 바깥으로 이끌었다. 작가가 근작에서 다루고 있는 비행물체의 속성이 어떤 것인지 느낄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속도와 방향 그리고 형태의 디테일에 관계없이 날고 있는 무엇인가를 느낄 수 있는 형상으로 다가오기도 하기 때문이다. ● 한 편 훌라후프의 아래에서 바라보면 양상은 다시 완전히 변화한다. 동일한 크기의 원이 반복되는 패턴은 분명 뚫려 있었지만 하나의 막을 형성하면서 상대적인 안정감을 느끼게 한다. 이쪽에서는 바깥이 완전히 보이지만 나는 보호받고 있다는 묘한 감각으로, 순환은 일어나 숨 막히지 않으면서 어딘가 등을 대고 있어서 불안감이 없는 기분에 가까웠다. 구멍이라는 것은 크기가 정해져있는 것은 아니어서 공간의 입구가 되기도 하고 탈출구일 수도 있으며 안과 밖의 경계이기도 하다. 구멍이 하나이면 공간 외부나 내부의 압력은 모두 그리로 쏠리겠지만 여러 개의 구멍이 반복적으로 균일하게 있을 때는 압력이 해소되고 일종의 무중력상태가 된다. 이번에 청년허브의 커뮤널 공간 공중에 설치된 수백 개의 훌라후프 역시 이러한 맥락을 잇는다. 청년허브 내의 모임, 휴식, 상담, 정보공유를 위해 마련된 곳곳의 수평적인 공간들은 건물의 내부가 가진 형태까지 더해져 각각의 세부를 보기 위해서는 다소 심리적 거리를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형광에 가까운 훌라후프가 동일한 형태로 같은 높이에 펼쳐지자 그야말로 하나의 일루젼을 형성해 먼저 시선을 멀리까지 한 번에 이르게 하는 효과를 일으켰다. 위로부터 한차례 공간을 보는 흐름이 생기고 나면 훌라후프가 형성하는 막이 닿는 공간 곳곳까지 비행하듯 떠다니며 공간을 공감각적으로 체험하게 되면서 공간의 역할과 기능까지 편안히 살피게 된다. 이는 앞서 말한 것처럼 늘 보던 풍경이 새로운 풍경으로 인식되는 전환이라는 예술적 경험이라 할 수 있겠다.

서해영_여성미술가를 위한 도구 만들기-타피스트리 협업의도구(협업진행사진)_칼라사진_가변크기_2014
서해영_여성미술가를 위한 도구 만들기-타피스트리 협업을 위한 원형베틀_면사, 앵글, 합판, 못 등_180×100×100cm_2014
서해영_여성미술가를 위한 도구 만들기-타피스트리 협업(8개의 콤부)_내외, 석고, 나사 등_각 25cm_2014
서해영_청년이야기_실, 합판, 앵글_가변크기, 설치과정_2017
서해영_청년이야기_실, 합판, 앵글_가변크기, 설치과정_2017

자신의 신체적 범주와 삶의 경험을 바탕으로 과정중심적인 작업을 해 나가는 작가 서해영은 이번 전시에서 원기둥모양의 타피스트리틀을 활용한 작품 「청년이야기」를 선보인다. 이 작품은 「여성미술가를 위한 도구만들기 2」라는 작품의 연장선상에 있다. 조각가이면서 여성이라는 변할 수 없는 조건 안에서 획일화된 작업환경에 순응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유용한 합리적인 도구를 만들고 그것을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구성하는 작품으로, 타피스트리 협업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조건에 맞는 도구를 만들었던 것이다. 타피스트리라는 방식은 배우기 쉽고, 협업이 어려운 특성을 가지고 있으면서 동시에 수공예적이기에 둥근 형태로 만들어 내부나 외부에서 함께 만들어나가는 구조를 가진다는 것은 다양한 상황을 용인하고 협의해야 함을 뜻한다. 모두 동시에 만나지 못하기에 시간을 조율해 릴레이 방식을 도입해야하고, 마주하며 이야기하기에 자유와 규칙이 혼재하며 권위를 탈피해야 과정이 이어진다. ● 자신이 여성이기에 이 작품에서 특정한 여성성을 추출할 수 있었냐는 우매한 질문에 작가는 여성성이 아니라 참여자 안에서의 다양성, 그들 사이에서의 관계맺기가 중요했고 점점 방식 자체를 협의하는 방식으로 나아갔다는 멋진 답을 해 주었다. '다양성 안에서 협의를 이루는 방식'이 이 작품에 대해 작가가 서술한 다음의 문장과 같은 의미임을 다시 읽으며 알게 되었다. ● "청년들은 원형의 틀 위에서 날실과 씨실의 교차로 이루어지는 타피스트리 제작과정을 경험하면서, '청년'이 갖는 의미와 각자 삶의 이야기들을 타피스트리로 만들어나간다.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과 물리적 시간과 공간을 공유하며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 나가는 작업과정은 주로 가상의 공간과 시간 속에서 관계를 이어가는데 익숙한 청년세대들에게 또다른 관계맺기의 가능성과 소통의 창구를 마련한다." ● 작가는 전시 기간 중 적어도 세 차례의 워크숍을 통해 청년허브를 찾은 사람들과 마주하며 타피스트리를 제작할 것이다. 또한 릴레이 타피스트리 방식을 통해 정해진 도안이나 지향하는 결과물 없이 과정이 남는 작품의 결과를 모두가 청년허브에서 볼 수 있을 것이다. 정해진 바 없이, 함께 때로 홀로, 자유롭게 때로 규칙을 따라 만들어보는 타피스트리는 생체적 청년이 아니라도 모두에게 의미 있는 참여로 남을 것이다.

라운드 어라운드 ROUND AROUND-홍장오_서해영 2인展_청년허브_2017
라운드 어라운드 ROUND AROUND-홍장오_서해영 2인展_청년허브_2017

이번 전시 『라운드 어라운드 ROUND AROUND』는 이 두 작가의 작품을 통해 함께 둘러앉고 주변인들이 모이고 또 주변을 살피는 청년허브의 역할과 의미를 다시 한 번 상기시키기도 하지만 공간을 새로이 인식하고 마주하며 실행하는 작은 협업을 통해 작업을 이루어가는 과정을 경험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지식과 공간 뿐 아니라 예술적 경험을 공유하고 그 안에서 목적지향적이지 않은 사소한 연대를 통해 서로의 역할을 기다리고 더해가는 과정을 체험하면서 이루는 결과중심이 아닌 성취가 지금 우리가 동등한 한 사람 한 사람으로 둘러서서 한 쪽 손을 내어주고 여력을 모아 주변과 함께 나아갈 힘을 가진 모두임을 느낄 수 있는 작은 기회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 임경민

Vol.20171107e | 라운드 어라운드 ROUND AROUND-홍장오_서해영 2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