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구한 눈 The Innocent Eye

오세열展 / OHSEYEOL / 世烈 / painting   2017_1118 ▶︎ 2017_1217 / 월요일 휴관

오세열_무제 Untitled_혼합매체_80×130cm_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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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7_1117_금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학고재 Hakgojae 서울 종로구 삼청로 50 Tel. +82.(0)2.720.1524~6 hakgojae.com

'무구'한 눈 ● 1. 오세열이 인물 그림만을 집중적으로 소개하는 개인전을 연다. 이번 전시는 1970년대 초반부터 최근까지 시대별 대표작을 망라한다. 일종의 '인물화 회고전'이라는 의미를 부여해도 좋을 것이다. 그는 인물 이외에도 여러 부류의 모티프를 다루고 있다. 첫째는 꽃, 풀, 나무, 과일, 채소 같은 자연 소재다. 둘째는 자동차, 배, 자전거, 선풍기 같은 문명의 이기(利器)나 모자, 넥타이, 안경, 단추, 장난감, 우산 같은 소소한 생활소품이나 액세서리다. 셋째는 아라비아 숫자, 원이나 사각, 소용돌이 같은 추상적인 형상이다. ● 오세열은 이 다채로운 세상사의 모티프를 거의 무작위로 낙서하듯 화면에 펼쳐놓는다. 여기에다 작가가 화면 바탕(지지체)에 치밀하게 일구어놓은 물감층에서 미묘한 마티에르의 잔치가 펼쳐진다. 사물의 본래 크기는 서로 어긋나 있으며, 따라서 원근 같은 것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마치 어린아이 같은 '무구(無垢, innocent)의 시선'이 화면을 지배하고 있다. 그리하여 자연과 인공과 추상적 형상의 모티프가 각각 독자적인 등가(等價)의 기호처럼 화면에 자리를 틀고 있다. 결국, 모티프 제 각각이 화면의 주인공이어서, 이 주인공들끼리 동시다발로 연쇄적인 이야기를 촘촘히 엮어낸다. 바로 이 이야기 저장고로의 여행 혹은 '기억의 자적(自適)'이 오세열 그림의 핵심이다.

오세열_무제 Untitled_혼합매체_73×50cm_2015
오세열_무제 Untitled_혼합매체_130×97cm_2017
오세열_무제 Untitled_혼합매체_117×91cm_2017

2. 오세열의 인물 그림은 다른 모티프를 그릴 때와는 조형 문법이 좀 다르다. 대체로 인물을 화면에 가득 채워 단독 주인공으로 부각시키는 수법을 쓰고 있다. 나이나 성별마저 모호한 그 인물상은 다른 어떤 모티프보다 크게 그린다. 상대적으로 인물의 배경은 단순화되고, 다른 모티프의 노출은 줄어들기 마련이다. 인물을 모티프로 삼는 이상, 인간 존재의 근원적인 문제나 심리적 노림수 같은 알레고리에 더 치중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오세열이 걸어온 인물 그림의 이력을 돌이켜보면, 그 안에서도 지속과 변혁의 조형 의지를 읽어낼 수 있다. ● 오세열의 1970년대는 구상전(具象展) 공모전의 금상 수상으로 대변되는 시대였다. 이 시기에는 재현적(representative) 구상에서 벗어나 '반(半)추상'에 가까운 작품에 몰두했다. 화면은 만고(萬古)를 거쳐 퇴색된 벽화 이미지를 떠올리는데 형상을 왜곡, 해체, 재구성해 그 내용을 대단히 암시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그럼에도 저 시간의 지층에서 아련히 피어오르는 설화적 목가적(牧歌的) 풍경에는 인물 형상들이 어른거린다. 말이나 소와 함께 산야를 뒹구는 인물상은 소박하고 평화로운 시골 분위기를 한껏 자아내고 있다. 이러한 목가적 서정성이야말로 오세열 작품의 저변에 꾸준히 흐르고 있는 시적 정감에 다름 아니다. ● 이후 1980년대에 이르면, 칠판에 백묵으로 낙서하듯이, 벽면을 긁어내듯이 거친 인물상을 그려냈다.(조야한 표현의 기괴한 인물상은 뒤뷔페(Jean Dubuffet)의 '아르 브뤼(Art Brut)'와 같은 과격한 작품에 버금간다.) 오세열의 이력 중에서 가장 표현적인 감성이 두드러졌던 시기다. 가공되지 않은 야생 혹은 본원으로의 육박! 화면과 마주하고 있는 화가의 몸의 흔적, 거친 호흡과 체온이 생생하게 전해지는 작품이다. 무거운 회색이나 차가운 푸른색 배경에 유령처럼 우뚝 서 있는 절규의 인간상은 1980년대라는 암울했던 이 땅의 시대상과도 자연스럽게 겹친다. ● 1990년대부터 오세열의 인물상은 한결 부드러워진다. 형태가 훨씬 더 간결해지고, 다른 모티프와 달리 화려한 색채를 도입한다. 화면에는 인물상이 주인공으로 오롯이 부각된다. 그럼에도 주인공인 인물상은 결코 온전한 자태가 아니다. 팔과 다리는 대체로 몸통에 달싹 붙어 있다. 얼굴과 사지(四肢)는 상식적인 조망에서 벗어나 있다. 입체파 화가들의 시선처럼 신체 부위마다 전망이 따로따로다. 얼굴은 왼쪽, 팔은 정면, 다리는 오른쪽으로 향해 있다. 얼굴 또한 최소한의 조형만으로 표현되어 있다. 고작 정면을 바라보는 눈 하나 덩그러니 그려놓았는데, 버젓이 사람 구실을 하고 있다. 최근작은 인물이 가로누워 있는가 하면, 허공을 날아가듯 혹은 물고기처럼 유영하듯 변화된 동세를 보이고 있고, 군상이 등장하는 등 보다 다양한 복선을 깔고 있다. ● 멍한 듯 표정 없는 얼굴, 큰 동작 없이 움츠린 신체! 오세열의 인물 그림은 기술적으로 미숙한 듯 보이지만, 틀에 얽매이지 않는 의외성과 신선미로 우리들 마음을 붙잡는다. 가공하지 않은, 날 것의, 자연 그대로의 조형에서 독창적인 매력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하여 오세열의 인물 그림은 지식, 문화, 교양, 취미에 길들어 있는 우리의 눈을 본능과 무의식의 세계로 끌어들인다. 인간의 본능과 무의식의 세계는 유년시절에 누릴 수 있는 특권이기도 하다. 유년기란 개인의 역사에 있어서 원점이요 시원(arche)이다. 돌이켜보면, 20세기 미술사에서도 유년으로의 회귀, 이른바 '아동화로 돌아가라!'라는 표어가 예술가들 사이에서 일대 유행했던 시절이 있다. 이 계열로 피카소, 클레, 뒤뷔페 같은 거장들을 호명할 수 있다. 오세열의 예술도 아동화 같은 무구의 세계와 맞닿아 있다. 선입견을 배제하고, 순수하게 직접 사물의 실상을 포착하는 일. 무구한 눈은 '마음 그대로의 예술'을 낳는다.

오세열_무제 Untitled_혼합매체_81×130cm_2017
오세열_무제 Untitled_혼합매체_100×100cm_1984

3. 그러나, '무구한 눈'의 해석이 여기에 그쳐서는 안 된다. 곰브리치(Ernst Gombrich)가 "무구한 눈은 신화에 불과하다"고 말했듯이, 모든 지각은 많든 적든 이미 코드(code)화되어 있다. 무구한 눈은 단순히 유년시절로의 회귀로 '회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선으로 '획득'해야 하는 것이다. 예술가란 과거와 시원으로 '퇴행'하는 재능보다 미래와 종말로 '전진'하는 재능을 가진 존재다. 따라서, 현대예술에서 '무구한 눈'은 마땅히 어린이의 눈이라는 좁은 틀을 뛰어넘어야 한다. ● 이런 맥락에서 타니가와 아츠시(谷川渥) 같은 미학자는 '무구한 눈'을 베르그송(Henri Bergson)의 '순수지각', 후설(Edmund Husserl)의 '판단정지', 쉬클로프스키(Viktor Shklovsky)의 '낯설게 하기', 브레히트(Bertolt Brecht)의 '거리 두기' 등과 같은 개념의 흐름으로 파악하는 흥미로운 논점을 제시하고 있다. 경험을 제쳐두고 순수지각만으로 인식하기, 선(先)판단을 중시시키고 보이는 그대로 표현하기, 일상의 것을 다른 결합의 규칙으로 드러내기, 친숙한 현실의 주변을 생소하게 하기. 바로 이 지점에서, 오세열의 예술은 아동화나 기억의 층위를 뛰어넘는 새로운 해석의 길이 활짝 열린다. '무구한 눈'은 결국 상투화된 인식의 코드를 파괴함으로써 정당한 힘을 얻는 것이리니…. ■ 김복기

오세열_무제 Untitled_혼합매체_130×130cm_1977

The Innocent Eye ● 1. Oh Se-Yeol has a solo show which consists only of his portrait paintings. This exhibition encompasses Oh's major works from every period of his career from the early 1970s to recent years. It can be considered as a sort of 'portraiture retrospective' of Oh. His works revolve, besides human figures, around different categories of subjects: first, natural subjects such as flowers, grasses, trees, fruits and vegetables; second, modern conveniences such as cars, ships, bicycles and electric fans or everyday products or accessories such as hats, neckties, glasses, buttons, toys and umbrellas; third, abstract forms such as Arabic numerals, circles, rectangles and spirals. ● These diverse motifs are randomly arranged on the pictorial surfaces as if scribbled. Additionally, a subtle dance of matière is seen in the layers of pigment that the artist constructed carefully on the support. The original sizes of objects are dismissed and unsurprisingly no use of perspective is detected. A certain 'innocent gaze' is dominating the picture planes. Consequently, all the natural, manmade and abstract subjects achieve equally independent statuses. In his picture planes, each and every motif is the protagonist, and these protagonists weave simultaneously a chain of stories. At the core of Oh's painting is present a journey to this very storage of stories or 'indulgence in memory' ● 2. Oh's paintings of human figures employ a compositional grammar different from that used in his paintings of other motifs. In general, a human figure occupies the entirety of the pictorial surface, being emphasized as the sole protagonist of the painting. With age and sex obscured, the human figure is painted much larger than any other motifs. Thereby, the background of the figure is simplified and the exposure of other motifs is minimized. Taking a human figure as the main subject, these paintings seem to place focus on fundamental questions or psychological allegories with respect to the existence of humanity. An examination of the history of his figure paintings reveals Oh's artistic will to both continuity and change. ● Oh's artistic career in the 1970s is marked by his winning of the gold prize at the Figurative Paintings Competition. During this period, Oh concentrated on exploring on 'semi-abstraction,' abandoning representative figuration. His works of these years convey their contents in a very implicit way by distorting, dismantling and reconstructing forms while recalling ancient faded wall paintings. In the allegorical, pastoral landscapes arising from the strata of those distant times, nonetheless, are vaguely appearing human figures. The figures together with horses or cows in the fields invoke a simple, peaceful rural ambiance. This pastoral, poetic lyricism underlies much of Oh's work. ● Oh's figures of the 1980s can be characterized by their roughness, which was achieved through his use of a unique painting manner—as if scribbling with a chalk on a blackboard, as if scratching wall surface. His abrupt, grotesque figures can be compared to Jean Dubuffet's Art Brut works. It is in this period when Oh's works were most expressionist. A closing onto the unrefined wilderness or the origin! The physical presence, heavy breathing and temperature of the painter in front of the pictorial surface are tangibly sensed. The shrieking figures rearing up against the backgrounds of heavy gray or cold blue like ghosts overlap with the dark days of this land in the 1980s. ● Starting in the 1990s, Oh's figures became much softer. Forms are simpler, and exuberant colors are used unlike in his paintings of other motifs. Sole emphasis is on the human figure. Yet the posture of the human protagonist is not 'right' at all. The arms and legs are usually tightly attached onto the torso. The face and the limbs are off the normal perspective. Different angles are projected onto each part of the body as in Cubists' paintings: the face is towards the left; the arms are frontal; the legs are towards the right. And the face is comprised of the minimum formal features. The single frontal eye is enough to let one recognize it as a human figure. In his portraits of recent years, more diverse hidden hints are used: the figure is lying horizontally; change is detected in the figure's movement as if flying in the air or swimming like fish; more than one figure appear. ● The blank, expressionless face and the cringing body with no visible movement! Notwithstanding the seemingly technical immaturity, his figure paintings captivate us with their unexpectedness and novelty. The unrefined, the raw and the natural are the sources of his pictorial originality. Our eyes, which are accustomed to knowledge, culture and taste, are invited by Oh's portraits to the realm of instincts and unconsciousness. The limitless enjoyment of the world of unconsciousness and instincts is also the prerogative of the child. In the history of an individual, the childhood is his or her beginning and arche. In the history of twentieth-century art, there were artists who emphasized the return to the childhood, espousing the motto, "Return to children's paintings". Among them are Pablo Picasso, Paul Klee and Jean Dubuffet. The art of Oh is also aligned with the world of innocence, which can be related to by children's painting. To capture the truth of the object without being affected by prejudices. The innocent eye brings forth 'art done as the heart leads'. ● 3. The interpretation of the 'innocent eye' should, however, not be concluded at this point. As exemplified by the words of Ernst Gombrich "the innocent eye is a myth," every perception is already coded to some extent. The innocent eye is not something that can be 'restored' through a return to the childhood. It is what needs to be attained via the employment of new perspectives. An artist is not who 'regresses' to the past and the beginning but who 'progresses' towards the future and the end. Accordingly, the 'innocent eye' ought to transcend the narrow definition of a child's way of looking. ● In this sense, aesthetician Tanikawa Atsushi proposes an intriguing argument in which he sees the 'innocent eye' as something akin to Henri Bergson's 'pure perception,' to Edmund Husserl's 'epoche,' to Viktor Shklovsky's 'ostranenie,' and to Bertolt Brecht's 'verfremdung'. To comprehend only with pure perception halting the intervention of experience, to stop the workings of vorurteil and to express as it is, to translate everydayness into the rules of different combinations, and to defamiliarize the familiar surroundings of reality. It is at this very point where Oh Se-Yeol's works get open to new interpretations beyond children's paintings or recollections. After all, the 'innocent eye' obtains legitimate power when it is capable of subverting the conventional codes of seeing. ■ Boggi Kim

Vol.20171118a | 오세열展 / OHSEYEOL / 世烈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