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풍경의 조건

창작과 비평展   2017_1115 ▶ 2017_1119

견석기_목욕하는요게시_2017

초대일시 / 2017_1115_수요일_06:00pm

참여작가 / 박세호_이승찬_견석기_DOKIM_Steven Dana_찰리한

주최 / 대구미술비평연구회 cafe.daum.net/Finearts

관람시간 / 10:00am~07:00pm

봉산문화회관 BONGSAN CULTURAL CENTER 대구시 중구 봉산문화길 77 Tel. +82.(0)53.661.3500 www.bongsanart.org

해마다 진행되어온 비평회의 이 번 전시토픽은 「삶, 풍경의 조건」이다. 우리들 삶 자체가 하나의 풍경을 이루면서, 삶이 풍경을 물들이고 또한 풍경이 삶을 물들인다. 그만큼 풍경의 조건은 물리적인 것이 아니라 매우 인간적이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풍경은 개인성과 사회성이 함께 녹아 있고, 또한 예술가 각자의 삶의 위상에 따라 풍경의 조건도 자리지워지기 때문이다. 작가에 따라 풍경은 심상(心想)이 되기도 하고, 심상(心象)이 되기도 하며, 심상(心相)이 되기도 한다. 그만큼 작가의 시선과 삶의 보폭에 따라 원형상(Ur-bild)으로부터 발원하는 풍경들은 그 지층이 다층적이고 매우 복합적인 층위를 이루고 있다. ● 이 번에 초청된 여섯 작가들의 작업은 '삶의 풍경'을 넘어 그 풍경의 조건들을 새롭게 음미하게 한다. 사진, 영상, 서예, 일러스트 및 서양화, 수묵화, 미디어의 다양한 장르에서 경계를 넘나들며 심도있는 작업을 해온 작가들이다. ● 사진작가 견석기는 카메라의 눈으로 순간을 포착, 기록함으로써 삶의 풍광들을 공동체의 해석 대상으로 격상시킨다. 무상한 일상의 단면들에 대한 그의 다큐멘트(document)는 시공간을 넘어 '우리가 기억해야할 것들'로, 나아가 '어떤' 풍경으로 각인된다. 작가는 국내의 다양한 현장과 일상을 선택하여 기록해왔지만, 특히 인도에 1년 6개월 머무르며 뭄바이 도비가트의 도비왈라들과 함께 생활하고 찍은 사진들은 진정성이 더욱 강하게 느껴진다. 열악한 삶의 조건에도 불구하고 긍정적으로 삶을 일궈내는 노동의 현장이 작가의 앵글을 통해 하나의 심상(心相) 풍경, 즉 정신적 교감의 한 장(場)으로 환기된다. 역시 진정한 아름다운 것은 어렵다.

도킴(DOKiM)_Kaugummi02_2017

도킴(DOKiM)은 주로 영상작업을 하지만, 뉴미디어의 영역에서 다양한 작업을 해오고 있다. 이 번 설치작품은 다섯 편의 비디오 영상으로 이루어지는데, 「Kaugummi...」시리즈로서, 추잉껌을 씹고, 또 서로 나누고 있는 장면들이다. 피사체의 측면과 정면, 남자와 여자 및 작가자신의 껌씹는 모습도 등장한다. 작가는 일상 풍경의 한 단면에 대한 응시를 통해, 진정한 대화와 소통이 단절된 시대의 공허함을 껌을 매개로 하여 암시한다. 일상적인 이미지인 듯하지만, 개인 삶의 진정성 보다는 코드(code)화되어가는 현대인에 대한 심상(心想)풍경으로서, 삶에 대한 깊은 사유를 바탕으로한 알레고리와 아이러니하고 패러독스한 연출과 장치가 주목할 만하다.

박세호_두견새_210×120cm_2017

박세호는 서예의 경계를 현대화하는 작업에 전념해오고 있는 작가이다. 그는 전통의 현대화라는 과제를 화두삼아 동서양 미술의 교섭과 영향관계에 대하여 폭넓은 연구와 실험을 거듭하고 있다. 이 번에 전시되는 작품들은 전통적인 묵필의 기세(氣勢)를 바탕으로 그림과 글씨와 시문(詩文)이 하나로 융화되는 현대서예의 경계를 지향한다. 작가는 개성적인 문자 쓰기와 서예의 조형미술로의 확장에 주력하면서 일자서(一字書)를 일필(一筆), 즉 붓질의 종횡무진한 이어짐으로 표출하기도 하고, 풍경 그림 속에 시문의 글자들을 파서(破書)로 삽입하여 뜻과 조형성을 아우르기도 하며, 전서체의 신성성과 주술성을 현대서예로 이미지화하기도 한다. 전통서예에 대한 수련과 내공이 깊은 작가인 만큼, 앞으로 서예의 현대미술화의 행보가 주목된다.

스티븐 데이너(Steven Dana)_AMERICA - LANDSCAPE copy_2017

스티븐 데이너(Steven Dana)는 미국의 일러스트 디자이너이면서 화가이기도 하다. 현재는 대구에 있는 대학에서 모바일 디자인을 교육하고 있다. 뉴욕과 한국을 오가면서 현실의 이미지들을 채집하고, 그것을 추상적이고 감각적인 색채표현으로 변용, 다양한 작업도구를 이용해 특유의 회화 차원을 이루어내고 있다. 「America...」에서는 미국내의 인종문제, 언어의 혼용에서 오는 문제 등을 상징적 이미지로 변용하여 보여주며, 「Maserati」에서는 명함이라든가 한국의 여러 정보들을 수집하여 자신만의 감각적인 형식으로 보여준다. 작가자신은 일상에서 수집한 여러 정보들을 조형적이고 중성적인 형식으로 표현함으로써 해석을 유보하고 있지만, 다분히 보는 이들의 응시와 해석을 유도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기도 하다. 어떤 풍경에 대한 디코딩(de-coding)의 문제제기에서 심상(心象)풍경이라고 할 만하다.

이승찬_2017

이승찬은 현대 수묵화 운동에 동참하면서 수묵과 민화적 상상력이 결합된 작품으로 주목받아왔다. 또한 그는 전통 감필법(減筆法)을 현대화하여 선(禪)사상을 바탕으로 한 묵면화(墨面畵)에 일가를 이루고 있다. 붓을 덜어내 최소한의 붓질만으로 이루어진 그의 그림들은 인물과 풍경의 요체를 기운생동하는 필치로 펼쳐보여준다. 그는 넓적한 편필을 쓰면서 농묵과 담묵의 임리(淋漓)한 묵흔으로 입체감을 살리고, 또한 붓질의 비백(飛白)을 통해 운동감을 전한다. 전통을 바탕으로 하면서 현대적 조형 뿐 아니라 인간의 영성(靈性)에도 많은 관심을 드러내는 그의 작업들은 인간 삶의 또다른 풍경의 조건들에 대해 화두를 던지고 있기도하다.

찰리한(Charlie Han)_RoomBeyondII_컬러, 프린트, 배경, 디자인_103×103_2017

찰리한(Charlie Han)은 미국 이민 1.5세대로, 현재는 계명대에서 교육 중인 미디어 예술가이다. 그는 자신의 위치나 입장에 대한 깊은 숙고에서 비롯된 삶의 정체성에 대한 물음을 다양한 형식과 매체로 표현하고 있다. 이전의 영상 작업인 「Untitled Identity」에서는 미국 유명인사들의 연설이나 영화의 명대사를 연기하고 립싱크하며 화면 하단에 한글자막을 장치, 문법에 맞지 않는 번역으로 미국과 한국이라는 간극 속의 모호한 자신을 표현하였다. 이 번에 전시되는 작품 「Room Beyond」시리즈는 기하학적인 구조의 구축과 해체를 통해 실존의 토포스(topos)를 탐색하였던 이전의 「Stand」 작업의 한 부분을 사진 매체로 옮겨서 그 위에 색테이핑과 페인팅을 한 작업이다. 이전의 불확정적인 공간과 위치를 사진으로 고정시킨 것이지만, 그 위의 테이핑 구획을 통해 공간은 또다시 다층적인 층위를 드러내며 미결(未結)의 공간으로 떠돈다. 작품제목에서도 암시하고 있듯이, 실존의식을 지닌 모든 인간들의 '응시'를 소환하는 예민함과 보편성이 느껴진다. 삶의 방과 시공간, 그리고 방 너머의 떠도는 시공간의 장소성과 시간성을 새삼 사유하게 하는 심상(心想)풍경이고, '근원형상'으로서 '풍경'의 조건을 음미하게 한다. ■ 장미진

Vol.20171119a | 삶, 풍경의 조건-창작과 비평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