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전쟁은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 All is fair in love and war

김수정展 / KIMSUJEONG / 金秀正 / installation   2017_1103 ▶ 2017_1118 / 월요일 휴관

김수정_사랑의 순간들_관계_이불에 드로잉_가변설치_2017

아티스트 토크 / 2017_1112_일요일_02:00pm

후원 / 부산문화재단

관람시간 / 01:00pm~08:00pm / 월요일 휴관

공간 힘 Space Heem 부산시 수영구 수미로50번가길 3 B1 www.spaceheem.com spaceheem.wixsite.com/spaceheem

이름 붙여지지 않는 것들에 대한 말하기 ● 『사랑과 전쟁은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All is fair in love and war』 전시에서는 작가가 살아오면서 겪었던 구체적인 경험들을 통해 '사랑'의 개념에 대해 접근을 시도했다. 작가는 가족을 제도의 최소 단위체로 바라보고, 자신이 가족 관계 내에서 겪었던 경험들을 경유하여 가부장제 속에서 일상적으로 드러나는 폭력적이고 모순적인 모습을 집중적으로 고찰하고자 했다. 작가는 가부장제의 가족 관계에서 일상적으로 폭력이 발생하지만 그 폭력을 지각할 수 없도록 하는 원인을 가족 간 '사랑'이라고 명명되는 것으로 보았다. 쉽게 말해, 가족의 화목함(사랑)을 유지하게끔 하는 주부의 가사노동과 돌봄노동,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비)물리적 폭력, 남성/여성, 아내/남편, 자식/부모로서 주어져 있는 역할과 책임이, 사랑으로 포장되어 쉽게 지각할 수 없는 '폭력'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가족의 형태는 '평균'적인 것으로, 그리고 이미 주어져 있는 것으로 간주하게 된다. 가족은 사회구성원을 재생산하는 주요한 기능을 담당하므로 정상적인 가족의 형태를 유지하도록 사회에서 요구되고 학습되기 때문이다.

김수정_사랑의 순간들_상징_이불에 드로잉_가변설치_2017
김수정_사랑의 순간들_구원_이불에 드로잉_가변설치_2017
김수정_사랑의 순간들_초상_이불에 드로잉_가변설치_2017
김수정_사랑의 순간들_최초의 취향_이불에 드로잉_가변설치_2017

작가는 가족 관계에서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은폐되는 일상적인 폭력성을 드러내기 위해 주요한 소재로 이불을 가져온다. 이불은 전시장을 사적인 공간으로, 누군가의 가정으로 진입하도록 하는 장치가 된다. 이불은 전시장 바닥 전반에 걸쳐 설치되는데, 이불 위에는 작가가 살아오면서 겪었던 '사랑'의 이름으로 행해진 폭력과 관련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불 위 곳곳에 이미지를 그려 넣었다. 이불은 그 자체로 설치작업이 되며 동시에 다른 작품을 보기 위해 밟고 지나가야하는 장치로도 작용한다. 이불은 보통 휴식을 취하거나 잘 때 사용하는 것으로, 신체를 보온, 보호해주는 것이다. 하지만 작가는 이불 안에 사람과 같은 형체들이 있는 것처럼 연출하고 그것을 관람객들이 밟도록 함으로써 이불의 기능적인 의미만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것을 짐작하도록 한다. 이불이 분노, 슬픔 감정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덮고, 그리고 어떤 폭력을 감추고 방어하기 위해 적절하게 활용되는 것들을 떠올려 볼 때, 따뜻함이나 포근함의 의미뿐만 아니라 방어와 은폐와 같은 의미로 드러나는 것으로 보인다. 즉 작가는 가족 간의 '사랑'은 포근하고 따뜻한 것이기도 하지만, 그 이면에는 폭력성들을 은폐하고 방어하는 것으로도 작용한다고 '이불'을 통해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김수정_여성과 가족_영상(이불과 함께 설치)_00:05:09_2017

이불 작업 가운데 이불이 쌓여진 더미 속에 설치된 「여성과 가족」 영상작업은 「사랑의 형태」(2017 멘토링전,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갤러리)의 애니메이션 작업과 마찬가지로, 이상적인 가족의 형태, 가족 구성원의 성별에 따라 고정된 역할만을 전파하는 공익광고 영상들을 편집한 것이다. 「여성과 가족」과 「사랑의 형태」는 형식적으로 차이는 있지만 둘 다 '공익광고'를 차용하여 작업했는데, 여기에 주목하여 볼 필요가 있다. 공익광고는 공익성을 바탕으로 사회구성원 전체에 선전하는 것으로, 공익광고의 주체와 대상은 거칠게 국가와 국민으로 규정할 수 있다. 공익광고는 국가가 국민들에게 전파하고자 하는 메시지로, 특히 이 주제와 관련하여 이상적인 가족, 애국의 형태들을 묘사한다. 「여성과 가족」에서 가족은 평화롭고 온전하고 따뜻한 이미지로 대표되며, 아버지는 셔츠를 입고 일하고 있는 모습, 혹은 골프를 치는 모습, 어머니는 앞치마를 하고 부엌에 있는 모습, 아이를 돌보는 모습으로 등장한다. 미디어에서 여전히 성별에 따른 고정된 성역할과 가족의 정형화된 이미지만을 선전하며 요구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지점에서 작가는 공익광고를 통해 학습되고 주입되는 가족의 이미지를 비판하고자 했다. 하지만, 공익광고의 장면을 편집한 「여성과 가족」 영상 작업은 이전의 「사랑의 형태」와는 달리 미디어에 제시된 가족의 모습을 현상적으로 보여주는 것에 그친 것은 아닌지에 대해 고민해보야 할 부분이다.  

김수정_the war 가장 일상적인_2m 이내 가변설치_2017
김수정_the war 가장 일상적인_2m 이내 가변설치_2017
김수정_the war 가장 일상적인_2m 이내 가변설치_2017
김수정_the war 가장 일상적인_2m 이내 가변설치_2017

전시장 중앙의 설치작업 「the war 가장 일상적인」은 이번 전시의 주제를 구체적으로 드러낸 작업이다. 인형, 빗자루, 구둣주걱, 우산, 테니스 라켓, 골프채, 파리채 등과 같이 일상적인 소재들을 본래의 기능과 전혀 다른 맥락으로 가져와서 설치했다. 일상적이지만 쉽게 폭력의 도구로 사용되는 물건들을 설치작업의 오브제로 사용했다. 여기서 인형은 길고 단단한 소재의 오브제들을 대조적인 느낌으로 귀엽고 폭신한 느낌을 자아낸다. 하지만 인형은 길고 단단한 소재들의 오브제와 마찬가지로, 작가가 유년시절 언니로서 동생에게 양보해야만 하는, 부모로부터 취향을 강요받았던 폭력의 경험을 드러내는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인형과 길고 단단한 오브제들은 그 형태와 기능은 상반되지만 '가장 일상적인' 폭력의 경험을 의미한다. '폭력'은 어떠한 수단을 가리지 않으며 '가장 일상적인' 장소에서 일어나기 때문이다. ● 전시장 전반에 설치해 전시 주제를 드러내는 주요한 소재로 사용된 이불, 인형과 길고 단단한 소재의 일상적인 오브제들을 이용한 설치작업, 그리고 공익광고 속 가족의 모습을 드러내는 영상작업까지, 작가는 여러 매체들을 통해 가부장제 가족 관계 속 '사랑'의 의미를 살피고 그것을 '전쟁'과 비유하여 비판적으로 사유하고자 했다. 하지만 작가의 의도와는 달리 표현이 거칠거나 작업 간 관계 속에서 생성되는 의미들이 다소 연결이 부족하여 전시가 평면적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가령 인형이라는 오브제의 의미나 이불이 다른 작업들과의 경계가 없이 전시장 전반에 걸쳐 설치됨으로써 얻는 의미들은 다소 명확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작가가 이번 전시를 통해 가족 관계 속 사랑의 의미에 대해 의문을 던지고 그것을 가족, 가부장제 사회의 관계와 함께 비판적으로 사유해보고자 했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 작가는 2017년 하반기 두 차례 전시를 통해 여러 관계 속에서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어 지워졌던 존재와 은폐되어 온 일상적 폭력들을 말하고, 드러내는 작업을 시작했다. 이름 붙여지지 않는 불편함과 폭력들을 '사랑'이라는 개념으로 본질을 찾아나가는 것, 앞으로 작가의 '말하기'가 계속 이어지길 기대해본다. ■ 김효영

Vol.20171123j | 김수정展 / KIMSUJEONG / 金秀正 / 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