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을 위한 움직임 Movement for a Breakaway

박예나展 / PARKYENA / 朴예나 / drawing.video.installation   2017_1123 ▶︎ 2017_1129

박예나_전시장 가림막_공사장 가설재 rpp방음판, 쇠파이프 등_300×700cm_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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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주최,기획 / 박예나 후원 / 서울문화재단

관람시간 / 11:00am~07:00pm

아터테인 스테이지 ARTERTAIN stage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717-14번지 Tel. +82.(0)2.6160.8445 www.artertain.com

샤레이드(charade)는 술래가 여러 장의 카드 중 한 장을 뽑아, 그 카드에 적힌 지시어를 오직 몸짓으로만 전달하는 게임이다. 이 게임에서 단어를 전달하는 방식에서 말과 단어는 제외된다. 직접적으로 단어를 말 할 수 없기 때문에, 술래는 단어 주변을 맴도는 이미지를 차용하여 그것을 몸소 표현해야 한다. 작업을 한다는 것은 심화된 샤레이드 게임을 하는 것이 아닐까. 박예나는 단정 지을 순 없지만 마음속에서는 분명하게 존재하는, 어떤 감정이나 생각을 정돈하기 위해 작업을 해왔다. 사소한 찰나, 속에서는 명확하지만 내뱉어지는 순간 희미해지는 것들, 떠올랐다가 사라지는 잔상들을 일상에서 발견할 수 있는 사물의 형태를 빌어 구체화 시키는 동시에 그것을 객관화시켜, 혼란스럽게 존재하던 생각을 하나의 대상으로서 마주하고자 했다. ● 전시장 외부는 높은 방음벽으로 둘러싸여 있다. 언뜻 공사가 덜 끝난 것 같은 안 쪽 공간이 어떤 곳인지 확신이 없어 들어가기가 망설이던 찰나, 왼쪽에 열려있는 출입구가 들어가도 된다는 용기를 심어준다.

박예나_조심스럽고 위태로운 반가움_합판_160×98cm_2017

조심스럽게 전시장으로 들어서면 이번엔 내리막길을 맞닥트리게 된다. 의도 반 우연 반으로 관객은 전시장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전시를 체험하게 된다.

박예나_바닥을 다지기 위한 짜깁기_각목, 합판 등_220×365cm_2017 박예나_적당함을 위한 소파 테이블 세트, 우레탄 비닐 소파, 튜브, 인플레이터, 모터, 아두이노, 고무, 각목 등_가변크기_2016
박예나_잠깐의 마주침에 의한 풍경조각_깨진 거울 조각, 모터, 아두이노, 합판 등_가변크기_2017
박예나_양방향(왕복)을 위한 구조_수세미, 양동이, 드라이기, 센서, 모터, 아두이노, 각목 등_150×130cm_2017
박예나_이탈을 위한 움직임展_아터테인 스테이지_2017
박예나_증발을 위한 상호적 구조_다리미, 분무기, 센서, 아두이노, 각목, 합판 등_120×22×30cm_2017 박예나_제자리를 멤도는 스툴_회전바퀴, 모터 아두이노, 목재 등_58×30×30cm_2017

가벼운 긴장감과 함께 전시장 내부로 진입하면, 그곳에는 작가의 생각들이 날것처럼 펼쳐져 있다. 전시공간은 감상을 위한 공간보다는 탐험하는 공간처럼 제시되어 있고, 작업들은 전시되어 있다기보다는 그곳에 우연히 존재하고 있었던 어떤 생물처럼 생태계를 꾸미고 있다.

박예나_드로잉 방_2010년도부터의 드로잉들, 합판_70×348cm_2017

전시장 가장 안쪽으로 들어가면 비닐 혹은 장막으로 가려진 작은 방 하나를 발견할 수 있다. 여러 긴장감을 거치고 나면 비교적 차분한 방 안으로 들어가 드로잉을 볼 수 있는 구조인데, 문득 낯선 사람을 알아가는 과정을 닮았다. 작가는 자세히 살펴보지 않으면 놓치기 쉬운 요소들이 여기저기 설치해두고, 그것을 간과하거나 발견하는 것 모두를 온전한 관객의 몫으로 남겨두었다. 이러한 부분이 무책임한 태도로 다가오지 않는 것은, 작업을 대하는 태도에서 타인을 대하는 자신의 모습이 떠올라서 일지도 모른다.

박예나_이중적 순간의 반복_드로잉 애니메이션_00:00:30, 반복재생_2017

박예나는 언뜻 설치작업을 위주로 하는 작가처럼 보이지만, 그의 모든 작업의 근원은 드로잉 작업에서 왔다고 볼 수 있다. 한때 작가는 사물의 움직임을 드로잉의 연장선으로 보기도 했었다. 드로잉 작업에 서는 작가의 생각이 조금 더 직접적으로 혹은 적나라하게 표현되어 있다. 표현적인 부분에서는 설치작업과는 사뭇 대조되나, 그렇다고 완전 다른 작업처럼 분리돼 보이지는 않는다. 종이와 목재라는 매체의 연결성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설지 작업을 연장선상으로 삼아 드로잉을 조금 더 효과적으로 전시하고자 했던 작가의 노력이 투영되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기존 작업에서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작업을 했고, 그 과정과 결과물이 생각들의 집약체 혹은 은유처럼 드러난 반면, 이번 전시는 이미 정돈된 생각을 여러 재료를 통해 다시 한 번 재정립 하고자 하는 움직임처럼 보인다. 이야기를 관객에게 우회적인 체험으로 전달하기 위해 재료의 물성을 작업의 특징으로 활용하던 방법은 아두이노(Arduino) 같은 기계적 장치의 활용으로 발전했다. 작가는 의도적으로 작업에 예측 불가능한 타이밍의 운동성을 부여하는데, 그 불규칙함은 작업에서 묘한 생명력이 느껴지게 한다. 그리고 그 묘한 착각은 작업을 사물로서 관찰하게하기보다는 어떠한 대상으로 마주하게 한다.

박예나_잠깐의 마주침에 의한 풍경조각_깨진 거울 조각, 모터, 아두이노, 합판 등_가변크기_2017

작가는 '완결'의 의미와 시점에 대해 고민하며, 무엇이 작업을 작업처럼 보이게 하고 어떤 작업이 명쾌한 것인지에 대해 오랜 시간 의문해왔다. 작가는 불분명한 생각을 명쾌하게 하려고 작업을 하지만, 작업이 명료해지는 것은 지양한다. 작업의 의미가 정립되는 순간, 그 작업이 가질 수 있는 의미의 가능성과 연속성이 희미해지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박예나의 작업에서 중요한 것은 '과정'이다. 여기서 과정은 물리적인 완성을 향해간다는 뜻도 포함하지만, 개별적인 작업의 완성과정이라기보다는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품게 된 최초의 시점부터 그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하나의 덩어리 같은 모든 과정을 뜻한다. 모든 생각을 하나로 잇기 위해, 작가는 작업을 성장하는 생물처럼 과정 속에 심는다. 전시장에 놓인 결과물은 작가의 머릿속에 떠다니던 생각들을 응축해놓은 것이지만 작가는 그 자체를 완결된 형태로 보지 않는다고 했다. 무형의 상념을 형상화 시켜 마주하되, 그것이 보여줄 수 있는 의미들은 단한하지 않고 계속 열어두는 것이다. ■ 문소영

Vol.20171125k | 박예나展 / PARKYENA / 朴예나 / drawing.video.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