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_ 시작도 끝도 없는...

이은展 / LEEEUN / 李恩 / ceramic   2017_1122 ▶︎ 2017_1208 / 월요일 휴관

이은_바다-2017_조합토, 화장토_가변설치_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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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7_1122_수요일_05:00pm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월요일 휴관

갤러리3 GALLERY3 서울 종로구 인사동5길 11(인사동 188-4번지) 3층 Tel. +82.(0)2.730.5322 www.gallery3.co.kr

흙과 푸른 붓질로 일으킨 바다의 결 ● 이은은 흙과 붓에 의지하여 자신만의 바다를 그린다. 혹자는 그가 왜 물의 풍경을 표현하기 위해 흙을 택했는가 의문하기도 할 것이다. 흙과 물은 인류가 자연에 투사시켜온 가장 오랜 모성적 상징이자 근원적 물질이라는 점에서 맥을 같이한다. 그러나 물은 흙보다 더욱 막막하고 광활한 풍경으로 존재한다는 점에서 더욱 강한 공포와 두려움을 안겨준다. 바다는 늘 정주하지 않고 동요한다. 그것은 쉼 없이 생성하는 살아있는 존재이자 그 어떤 단일한 속성으로 귀결되지 못하는 존재다. 규정되지 않고 고정되지 않는다는 데 바다의 매력이 있다. 미술사에는 무수히 많은 바다 이미지가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작가들이 바다를 그리고 그에 담긴 삶의 은유를 포착하려는 것은 생성과 소멸을 끝없이 반복하는 푸른 유동의 풍경이 어떤 자연보다 그 어떤 것도 소유할 수 없는 인생의 덧없음과 인간의 한계를 절감하는데 유용하다 여기기 때문일 것이다. ● 이은 역시 푸른 풍경 위에 어른거리는 시간과 물질의 너울을 재현한다. 그는 수평선 끝으로부터 지평선까지 밀려오고 흐트러지는 바다의 이동성과 그 위에서 부서지는 빛의 산란을 캔버스와 붓의 조합대신 거친 흙의 질감, 미색 화장토의 매끄러움 그리고 푸른 붓질과의 조합으로 만들어낸다. 그러나 이은의 바다는 특정 풍경을 포착하고 대상화한 것이 아니라 그것을 대면한 사람의 자의적 풍경이다. 시간이 흘러 타지로 떠나온 작가에게 바다는 자신의 삶의 리얼리티가 시작된 곳이자 현재의 삶을 버티게 해주는 의지의 풍경이다. 이은의 바다는 바다라는 제목을 표방하고 바다의 색을 품고 있지만 모호하고 중의적인 화면이라는 점에서 남다른 매력이 있다.

이은_바다_시작도 끝도 없는...展_갤러리3_2017
이은_바다_조합토, 화장토_61×340cm(각 61×170cm)_2017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은의 화면을 보고 있노라면, 바람에 의해 몸을 일으키고 장애물에 부딪혀 산산이 부서지는 파도 그리고 빛에 의해 제 색을 잃고 반짝이는 바다의 풍경이 선연하게 그려진다. 작가는 바다 너울의 강한 움직임과 치솟는 힘을 재현하기 위해 곱고 균질한 흙 대신 굵고 거친 흙을 골랐다. 흙을 밀어 얇고 널찍한 판을 만든 후 자와 칼로 되도록 단순하고 균일하게 잘라낸다. 종과 횡이 교차한 절단과정이 끝나면 어느새 마치 피아노 건반마냥 짤막한 흙의 마디들이 작업대 위에 수북이 쌓인다. 작가는 그것을 하나씩 살피고 누여 흙의 젖은 몸을 말린다. 그러나 흙의 마디들은 자와 칼이 강제로 부여한 반듯하고 동일한 크기와 형태를 그대로 수용하려하지 않는다. 본디 자연으로부터 온 그들은 공기의 수분과 불의 온도 그리고 시간의 경과를 따라 제 몸의 가장 약한 부분으로 몸을 뒤틀고 고개를 들어올린다. 기꺼이 자연에 투항하고 귀속한다. 다시 개별적이고 유일한 것으로 회귀한다. ● 이은은 불 속에서 이리저리 제 각기 뒤틀린 흙의 조각들에 푸른색을 덧입힌다. 딱딱한 분홍빛 살결들을 자신의 손바닥 위에 하나씩 올려놓고 몸의 면면을 푸른색 코발트로 일일이 채운다. 이러한 반복적 행위는 오랜 시간 작가에게 상당한 끈기와 우직함을 요구한다. 그냥 긋고 채우는 것이 아니라 그 위에 마치 바람과 빛이 청색 바다의 수면 위를 긁는 것처럼 일필휘지로 흙의 표면을 내리 긋는다. 그리고 다시 고온의 불에 넣어 재료가 서로 조우하고 어울리는 모습을 기다리고 일일이 맞춰가며 찾아야 한다. 그야말로 이은에게 작업은 몸의 힘을 빼고 어느 순간 머리보다 몸이 알아서 움직이는 지극한 집중의 시간이다.

이은_바다_시작도 끝도 없는...展_갤러리3_2017
이은_바다_조합토, 화장토_194×130cm(각 97×130cm)_2017

"시작도 끝도 없다. 삶은 그저 불완전 하거나 온전한 시간들을 반복할 뿐. 흙에 손을 얹어본다. 불의 기운을 기다린다. 기억의 파편을 이어본다. 이미지가 남겨진다. 나는 지금 바다를 건너는 중..."(이은 작가노트) ● 작가는 구도와 집중으로 채워진 시간 속에서 푸른색을 머금은 조각들이 부딪히는 소리를 듣고 결을 맞추며 끊임없이 자신이 살아온 시간에서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바다의 공감각적 이미지를 소환한다. 어쩌면 반복적 행위와 단일한 색채의 결로 이뤄진 추상화처럼 보이지만 그것은 단순한 추상의 영역에 가둬지지 않는다. 파도의 일렁임과 부서짐, 수면 위를 파드득 날던 바닷새의 울음, 비릿한 바다 내음으로 가득한 익숙하고 원초적 풍경을 색채와 물질의 결속에서 찾아낸다. 그 일은 단지 과거의 기억을 들추는 것이 아니라 광활하고 원초적 풍경 앞에서 위로를 갈구하거나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일상의 구도행위에 가깝다. 그것은 가장 일반적이고 가변적인 자연 현상에 대한 숙고(熟考)를 통해서 나를 이해하고 반추하며 나아가 삶의 실체와 근본 원리를 이해하려는 오랜 미술을 상기시킨다. 결국 이미지를 그린다는 것은 세상에 존재하는 평이한 것들을 작가가 자신만의 시각과 방법으로 물질화시키고 유일무이한 대상으로 치환하여 종당 그 속에서 세상의 것과 다른 안식과 카타르시스를 이끌어 내는 일이 아닌가 싶다. ■ 홍지수

이은_바다_조합토, 화장토_58.5×116cm(58.5×58cm)_2017
이은_바다_시작도 끝도 없는...展_갤러리3_2017

바다는 시작도 끝도없다. 삶은 그저 불완전하거나 온전한 시간을 반복할 뿐. 흙에 손을 얹어본다. 불의 기운을 기다린다. 기억의 파편을 이어본다. 이미지가 남겨진다. 나는 지금 바다를 건너는 중... ■ 이은

There is no beginning or ending in the sea. Life is just a repetition of complete and incomplete time. I place my hand on the soil. I wait for energy from fire. There are shards of memories put together. Images are left. I am crossing the sea now... ■ LEEEUN

Vol.20171128i | 이은展 / LEEEUN / 李恩 / cerami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