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잎 The Petal

김초희展 / KIMCHOHUI / 金初喜 / sculpture.installation   2017_1201 ▶︎ 2017_1231

김초희_come into flower_혼합재료_가변크기_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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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초희 홈페이지_www.kimchohui.blog.me

초대일시 / 2017_1208_금요일_06:00pm

스페이스42 SPACE42 서울 종로구 서순라길 83 (권농동 190-2번지) 서울주얼리지원센터2관 www.facebook.com/space42.official

전시장 벽에는 커다란 꽃잎 세 개가 일정한 간격으로 붙어있고, 바닥에도 하나 깔려있다. 다른 곳에 설치된 몇 장의 꽃잎들인 [꽃 물]이 탈색된 창백한 형태를 가진다면, 벽에 걸린 작품들은 색색의 우레탄 도장을 통해 보다 견고한 물질감을 가진다. 바닥에 설치된 한 작품은 진주 빛 펄이 들어가 있어, 맨질 맨질한 공업적 외장처리 방식을 더욱 강조한다. 꽃잎 하나하나를 자세히 그려 같은 종류의 액자에 넣어 죽 걸어놓은 작품 역시 책갈피 속의 채집물 같은 느낌을 준다. 떼어진, 또는 떨어진 꽃잎 하나하나는 미적 형식을 통해 자신의 우연성과 일시성을 벗고, 기념비적인 형태와 스케일을 획득한다. ● 김초희의 작품에서 꽃잎의 무게는 수 천 배로 불어나 있다. 낙화 소리는 굉음이 되어 울려 퍼진다. 드넓은 우주의 한 켠 에서 벌어진 일, 한 포기의 꽃이 피고 지는 사건은 순간을 영원하게 만드는 미적 장치를 통해 견고한 구조로 완결된다.

김초희_come into flower_플라스틱에 우레탄 도장_180×160×50cm 가변크기_2005
김초희_come into flower_플라스틱에 우레탄 도장_가변설치_2015

금속성 물질감과 꽃잎이라는 유기체적 모티브는 역설적인 결합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깔끔하게 도장 처리된 자동차 같은 사물에는 이슬방울이 맺힌 꽃잎에서와 같은 강한 표면장력이 발견된다. 또한 작가는 거대한 꽃잎들에 색깔만 다르고 똑같은 형태를 부여함으로서, 꽃잎이 가지는 자연스러움과 거리를 둔다. 빨강, 파랑, 노랑이라는 색깔의 선택 역시 뭔가 심미적이기 보다는 도식적이다. 작품들은 마치 사고가 나서 자동차로부터 떨어져 나온 금속 파편 같은 인공물의 느낌도 준다. 김초희의 작품에서 자연물과 인공물은 서로 근접하고 있다. 그러나 그녀의 꽃잎들은 단순한 물건과 달리, 정지된 이미지나 어떤 지시 관계의 도식을 벗어나 있다. 그것들은 기능으로부터 멀어진 사물, 감각으로 다시 세워진 기념비들이다. 그것들은 전체의 부분과 같은 양상을 띄지만, 그 자체로 자립적이다.

김초희_gold_b_브론즈, 드로잉_가변설치_2015
김초희_green_플라스틱에 우레탄 도장_80×85×10cm_2015
김초희_love_플라스틱에 우레탄 도장_29×70×60cm_2015

김초희의 꽃잎들은 그것들이 스스로 지탱하기 위해 또 다른 부속물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질 들뢰즈와 펠릭스 가타리는 [철학이란 무엇인가]에서 창조된 것의 자립성을 강조한 바 있다. 그들은 창조되는 것이 자신 안에 스스로를 세우는 자립이라고 하며, 창조의 유일한 법칙은 구성물이 혼자 힘으로 버텨내는 것이라고 본다. 무엇인가를 홀로 서게 만드는 일, 그것이 예술가에게 가장 큰 어려움이다. 김초희의 작품은 그것이 본래적으로 속해 있었을 전체로부터의 독립성이 획득됨으로서, 상품이나 과학적 대상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유한성으로부터 벗어나고 있다. 그녀의 꽃잎은 얄팍한 가장자리로부터 치고 들어오는 힘에 의해 요동치고 있다. 표면에 비해 얇은 두께로 인해 강조되는 섬세한 굴곡 면은 일정한 부피를 창조한다. 일정한 길이의 외곽선에 에워싸여 있는 형태이지만, 표면의 지형은 관객의 시선을 한 곳에 붙잡지 못하고 이리저리 떠돌게 한다.

김초희_untitled_플라스틱에 우레탄 도장_100×85×40cm each_2015
김초희_white_플라스틱에 우레탄 도장_80×85×10cm_2015

그것은 김초희의 작품에 일종의 카오스같은 성격을 부여한다. 들뢰즈에 의하면, 카오스는 무질서라기보다는, 희미하게 떠오르다가 이내 사방으로 흩어져 버리는 모든 형태들의 무한한 속도이다. 그것은 무(無)가 아니라, 일관성이나 지시 관계, 그리고 결과도 없이 나타났다가는 이내 사라져 버리는 모든 가능한 형태를 이끌어내는 잠재 태로서의 공백을 말한다. 그것은 탄생과 소멸의 무한한 속도인 것이다. 요컨대 그녀의 작품은 들뢰즈가 말한 의미의 카오스의 한 조각을 틀 안에 고정시켜 감지 가능하게 만든다. 공업용 도료가 만들어내는 단색은 시선을 튕겨내는 일종의 차단막처럼 작용한다. 그러나 김초희의 작품에서 차단은 밀폐나 고립이라기보다는, 또 하나의 우주를 향해 열려진다. 꽃이라는 소우주는 얇은 가장 자리를 팔랑거리면서 다른 우주와 교감한다.

김초희_꽃물 white_플라스틱에 우레탄 도장_35×22×120cm_2015
김초희_꽃잎 orange_플라스틱에 우레탄 도장_가변설치_2015

들뢰즈는 위의 책에서 우주는 면들이 아니며, 서로 결합되어 다양하게 방향 지워진 구도들의 일부도 아니라고 지적한다. 우주는 단색조의 균일함, 위대한 하나의 구도, 채색된 공백, 단색의 무한으로 표상된다. 김초희의 작품에서 바탕 면은 끌어올려지고 요동치면서 고정된 형태를 벗어난다. 그녀의 꽃잎은 유한한 외곽선에 둘러싸인 무한한 표면, 그 표면을 관통하는 힘들이 잠재해 있다. 세계를 가득 채우고 있지만 감지불가능한 모종의 힘들을 이리저리 구겨진 단색의 표면에 관통시킴으로서, 형상을 세워나간다. 그것은 어떤 기원과 목표를 가지는 것이 아니라, '무한히 이어지는 지금, 생성으로서의 강렬함, 혹은 반 시대성'(들뢰즈)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현재의 우리가 아니라, 생성으로서의 우리, 우리가 되어가는 그 무엇을 예시하고 있다. ■ 이선영

Vol.20171202h | 김초희展 / KIMCHOHUI / 金初喜 / sculpture.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