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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란展 / KIMHYERAN / 金惠蘭 / painting   2017_1201 ▶︎ 2017_1231 / 일,공휴일 휴관

김혜란_붉은 절벽(The red cliff)_캔버스에 유채_116.8×91cm_2017

초대일시 / 2017_1201_금요일_07:00pm

후원 오!재미동 갤러리_서울메트로 충무로역 서울영상위원회_I.SEOUL.U

관람시간 / 11:00am~07:55pm / 일,공휴일 휴관

충무로영상센터 오!재미동 갤러리 미술동네 OHZEMIDONG GALLERY 서울 중구 퇴계로 지하 199 충무로역사내 Tel. +82.(0)2.777.0421 www.ohzemidong.co.kr

차가운 아침 공기가 감도는 출근길, 오늘도 우리는 각자의 목적지를 향해 움직인다. 긴 터널 같은 환승구간을 지나고 고요한 침묵만 흐르는 전철 안 어디선가 스며든 따사로운 햇볕이 얼굴을 비춘다. 무표정인 사람들은 햇빛을 따라 무의식적으로 창밖 풍경을 바라보거나 또는 반대로 인상을 찌푸린 채 고개를 숙인다. 우리가 이렇게 매일 목적지까지 도달하기 위해 수동적으로 겪어야 하는 상황들은, 인식하지 못하겠지만 매일 조금씩의 미묘한 차이와 변화가 있고 같은 장소를 다르게 받아들이게 만들기도 한다. 이러한 변화를 느끼는 장소를 중간지대라고 가정할 때 목적지까지 도달하기 위한 필수 구간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나에게는 그저 다른 선택권이 없어 의무적으로 지나야 하는 적막함만이 감도는 장소일 뿐이다. 아무런 준비 없이 이러한 상황에 노출되는 우리는 과연 자발적 선택권이 있을까?

김혜란_A 구역(A zone)_캔버스에 유채_50×50cm_2017
김혜란_주유소(The gas station)_캔버스에 유채_41.2×24.3cm×3_2017

안타깝게도 선택권이 없는 우리는 스스로 길을 잃는다. 잃어버린 길 위에서 헤매는 이들을 위해 나는 그들을 위한 쉼터를 제공하려 한다. 이 그림 속 공간은 그들을 자연스럽게, 혹은 강제적으로 몰입하게 만든다. 이 공간에 등장하는 자연 소재들은 마치 현실처럼 보이기 위해 있는 그대로의 모습처럼 느껴지나, 그것은 현실이 아니다. 가지치기를 하듯 현실의 풍경 이미지에서 익숙하던 문명의 흔적은 사라지고 역할을 알 수 없는 조형물들은 고립된 채로 풍경 안에서 서사적 구조로 읽히기를 거부한다. 양 극단에 놓인 자연과 인공. 이 두 소재가 조화를 이뤄내다가 다시 격리된다.

김혜란_검은 산(The black mountain)_캔버스에 유채_41.2×24.3cm×3_2017
김혜란_I 구역(I zone)_캔버스에 유채_41.2×24.3cm×3_2017

이번 전시회는 이러한 구성을 조율하는 과정을 반복적으로 표현한다. 등장하는 소재들은 양극을 오가는 대치상태지만 이 또한 역설적이게도 완벽한 합일을 도모한다. 강함과 약함, 긍정과 부정, 선과 악 사이를 오가며 파생되는 이미지들은 '나'를 통해 들춰지고 조율되며 '나'라는 개인의 서사를 품는다. 양가감정을 만들어내는 작품들은 양 극단 사이를 오가며 관람자로 하여금 분별력을 잃게 만들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 또한 길을 잃은 자로서 긍정이 될지 부정이 될지 모르는 이데아를 노출하며 작품의 사회화 과정을 지켜보려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김혜란_검은 산과 비행기(The black mountains and airplanes)_캔버스에 유채_130.3×193.9cm_2017
김혜란_B 구역(B zone)_캔버스에 유채_112.2×35cm×4, 112.2×162.2cm_2017

누구나 흔하게 지나칠 수 있는 지하철 창밖 풍경이 내게 줬던 정서를 이번 전시회를 통해 관람객에게 선사하고 싶다. 비루한 현실 속에 발 딛고 서서 문득 바라본 그날의 특별함은 자연이 주는 위안과 낭만의 감정이었으며 내게는 또 다른 비현실적 만남이었다. 현실 속에서 뜻밖의 산물로 다가온 풍경이 주는 정서는 경외감 이상의 것이었다. 어쩌면 나는 나와 비슷한 표정을 한 채 창밖을 바라봤던 그들에게 내가 본 풍경을 선사하고 우연을 가장해 그들에게 선택권을 주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이분법적 사유를 벗어나 경계와 중간의 영역에서 그들 각자의 세상을 건설하기를 바란다. 중간지대라는 장소의 특수성 덕분에 무기력하게 살아가던 그들은 더욱 쉽게 나의 이데아로 이동해, 내가 만들어낸 하나뿐인 풍경 안에서 안식을 취할 수 있을 것이다. 영원한 생명력을 향한 부단한 움직임과 동시에 고요한 침묵의 움직임을 관찰해보길 희망한다. ■ 김혜란

Vol.20171202i | 김혜란展 / KIMHYERAN / 金惠蘭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