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otta

유예린展 / YOYYERIN / 柳叡燐 / installation.painting   2017_1219 ▶︎ 2017_1224

유예린_Grotta_우레탄에 채색_가변설치_2017

초대일시 / 2017_1223_토요일_04:00pm

관람시간 / 10:30am~06:30pm / 토,일요일_01:30pm~06:30pm

사이아트 스페이스 CYART SPACE 서울 종로구 윤보선길 28(안국동 63-1번지) Tel. +82.(0)2.3141.8842 www.cyartspace.org

동굴에 드러낸 인간과 세계의 이면 ● 유예린 작가의 이번 전시에서는 동굴과 같은 설치 공간을 만나게 된다. 이 동굴의 모습은 작은 구 모양의 단위의 형태가 반복되어 만들어진 것 같은데 전시장 전체는 이 작은 형태를 증식하여 쌓아 올린 듯 한 모습이 채워져 있다. 이 거대한 물체는 대부분이 검은색과 붉은색을 하고 있고 그 중심 부에서는 심장박동처럼 단속적으로 붉은 불빛이 새어 나오고 있다. 작가는 미생물 형태가 대량 복 제된 괴생물의 모습을 만들고자 한 것이며 이를 통해 인간 내면의 심리적 동굴(Grotta)을 만들어내 려 한 것임을 밝힌 바 있다.

유예린_Grotta_우레탄에 채색_가변설치_2017
유예린_Grotta_우레탄에 채색_가변설치_2017
유예린_Grotta_우레탄에 채색_가변설치_2017

작가가 이처럼 그로테스크한 장면을 연출하면서 이를 이탈리아어 'Grotta'라고 명시한 것을 보면 그로테스크(Grotesque)라는 말의 어원이 'Grotta'에서 유래한 것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작업하였 음을 유추해 볼 수 있다. 그로테스크는 괴기하고 부자연스러우며 흉측하거나 우스꽝스러운 것을 의 미하지만 작가는 이러한 장면을 연출해 냄으로써 이와 유사한 인간의 상황을 비유적으로 드러내 보 이고자 한 것이다. 본래 그로테스크의 의미는 익숙했던 것이 낯설고 생경해진 세계와 같은 것을 말 한다. 편안했던 것이 어떤 변화를 거치면서 섬뜩하게 다가올 때의 전율과 같은 공포의 느낌이다. 작 가에게는 인간이 사는 세계가 어느 순간 이처럼 섬뜩하게 다가왔던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작가는 인간을 표현의 대상으로 하기 보다는 그로테스크한 괴생물체를 형상화하여 그곳에서 인간의 외형에 서 발견할 수 없었던 흉측하고 괴기한 인간 내면의 모습을 직시해 보고자 하였던 것 같다.

유예린_Grotta_우레탄에 채색_가변설치_2017
유예린_Grotta_우레탄에 채색_가변설치_2017
유예린_Circle_장지에 수묵_190×190cm_2017

인간의 외형을 구축하고 있는 것들은 사실 수 많은 세포 형태의 작은 단백질 덩어리들이다. 이 세 포는 인간에게 유익한 것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종류의 세균과 미생물들이 침투해 있는 상 태에 있거나 혹은 이들과 결합해 있는 상태이다. 또한 이들 중 일부는 정상 세포보다 더 많은 영향 력을 갖게 되면서 어느 순간 암세포와 같은 형태로 변형되기도 한다. 이를 보면 편안하고 익숙한 것도 언제든지 공포와 전율의 기제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인간이 사는 사회 역시 그 내부의 작동원리를 자세히 살펴보면 기괴하고 흉측한 일면들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그 내부의 일부에서 오류가 발생하기 시작하면 그 안에 감춰져 있던 것들은 사회를 붕괴시키기 까지 한다.

유예린_Hole_장지에 잉크_230×80cm_2017
유예린_Circle-Red_혼합재료_30×17cm_2017
유예린_Circle-Green_혼합재료_30×17cm_2017

작가는 이처럼 어느 순간 인간 사회의 이면에 대해 혹은 인간의 내면에 대해 살펴보게 되었던 것 같 다. 그것은 억압과 모순이 점철된 세계였으며 오류와 부패를 발생시키는 부조리의 구조 그 자체였 을지 모른다.작가에게 있어 인간 소외와 혼돈에 대한 경험은 그가 익숙하고 편안하게 느껴왔던 세 계가 더 이상 그렇지 않다는 것을 확인 시켜주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로 인해 변해 버린 세계는 삶 의 질서를 뒤집어 놓게 되었을 뿐 아니라 작가가 세계를 바라보는 시각을 바꾸어 버리게 된 것이 다. 어찌 보면 우스꽝스럽고 불합리한 세계를 바라보는 것은 공허함과 무의미함 속에 빠져들게 만 드는지 모른다. 작가는 이처럼 세계 혹은 인간을 향한 냉정한 시선을 작업에서 드러내고 있다. 그리 고 작가는 이렇게 파괴된 질서를 드러내 보이는 것만이 그가 할 수 있는 유일한 행위임을 말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 이승훈

Vol.20171219f | 유예린展 / YOYYERIN / 柳叡燐 / installation.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