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웃는다

이순구展 / YISOONGU / 李淳求 / painting   2017_1227 ▶︎ 2018_0213 / 월요일 휴관

이순구_무제-덩어리_캔버스에 유채_162.2×130.3cm_2016~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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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구 까페_cafe.daum.net/leesoongu

초대일시 / 2017_1227_수요일_06:00pm

GALLERY JOY 5주년 기념 기획초대전

관람시간 / 11:00am~07:00pm / 월요일 휴관

갤러리 조이 GALLERY JOY 부산시 해운대구 달맞이길 65번길 56 CK빌딩 1층 Tel. +82.51.746.5030 www.galleryjoy.com

그림을 그릴수록 그 어떤 것으로부터 지속적인 갈증이 일었다. 일상에서, 사물의 관계에서, 관념과 추상하는 것들에서 혼돈은 계속되었다. 1년 전, 잠시 지나던 바닷가에서 우연히 작은 바위하나를 발견하였다. 특별한 모양이 아니라 타원형에 가까운 평범한 바위였다. 집에 돌아 온 후 그저 스쳤을 뿐인 바위가 자꾸 머리에 떠올랐다. 내 무의식에 무엇이 잠재했던 것일까. 그리고 80년대에 처음 가보았던 전남 화순의 운주사(運舟寺)를 떠올렸다. 나뒹굴던 바윗돌을 옆으로 대충 치워놓은 듯 놓여있는 불상들은 상식을 깨는 놀라움이었다. 얼마 전부터 나는 캔버스 하나에 무언가를 그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노모의 웃는얼굴을 그리고자 시작한 것이었으나 이내 지워내고 옅은 채색에 단조로운 조형을 그려놓았다. 그 캔버스는 매일 그린다기보다는 작업실 한쪽에 세워두고 바라보는 대상이었다. 그러다 색을 다시 덧칠하기를 반복했다. 조각가는 덩어리에서 형태를 찾아 깎고 쪼아내어 형상을 만든다. 나는 빈 캔버스에서 찾아지는 수많은 형상들을 지우기 시작했다. 다소 진부한 개념으로 출발한 [그림1, 무제-덩어리]는 그렇게 2016부터 현재까지 계속 진행하는 지속적인 작품이 되었다. 그 '덩어리'는 형상이 아닌 것에서 웃는 모습이 보일 때까지 그린다는 욕심을 내게 된 것이다. 이 작품은 앞으로 개인전 때마다 선보일 것이다.

이순구_웃음원형(통합)_캔버스에 유채_각 24.2×33.4cm_2017
이순구_처음,웃는다1_캔버스에 유채_72.7×60.6cm_2017
이순구_나귀타고1_캔버스에 유채_80.3×116.8cm_2017
이순구_나귀타고2_캔버스에 유채_80.3×116.8cm_2017
이순구_꽃비2_캔버스에 유채_116.8×80.3cm_2017

[그림2]는 웃음의 원형을 찾고자하는 또 하나의 시도이다. 4호(33.4×24.4cm)크기에 유화로 짧은 시간 단숨에 그린 드로잉 형식의 그림으로 빵, 브랑쿠시(Constantin Brancusi)의 「잠자는 뮤즈」, 백제시대 성주사지 출토의 불두(佛頭)를 그린 3점이다. 어느 날 우연히 잘 익은 빵을 보았고, 그것에 연상되는 「잠자는 뮤즈, 1910」를 떠올렸으며, 백제시대의 불두의 깨진 형상 속에 미소 짓는 모습을 연결하였다. 빵을 발견한 직후 순간적인 일이었다. 빈 캔버스와 덩어리, 그 속에서 찾고자했던 웃는얼굴의 본질을 희미하게나마 발견한 일은 그렇게 시작된 것이다. 그리고 바닷가의 바위에서 느낀 것도 그런 연장선에 있음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웃음을 표현한 유물이나 작품들은 흔하지는 않지만 자료들은 꽤 많다. 2013년 대영박물관에서 찾은 웃음에 관한 자료들은 의외로 많았다. 인류사의 구석에 연연히 이어오는 웃음의 표현들을 발견하는 순간, 내가 그리는 그림에 대해 관찰자가 되어 좀 더 신중해 지지 않을 수가 없다.

이순구_웃는가족_캔버스에 유채_60.6×72.7cm_2017
이순구_꽃비-그날_캔버스에 유채_130.3×193.9cm_2017
이순구_처음, 웃는다2_캔버스에 유채_65.1×53cm_2017
이순구_처음, 웃는다3_캔버스에 유채_72.7×60.6cm_2017

우리나라에는 백제와 신라, 가야 등의 유물에서 웃음이 보이고, 조선의 탈에서는 웃음의 큰 정점을 만든다. 더 나아가 동양문화권 부처의 미소는 웃음의 본질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인이며, 인간이 해탈세계의 경계에 이르는 최고의 순간을 표현한 것이 아닐 수 없다. 나는 「웃는얼굴」을 모티브로 그림을 그린다. 웃는얼굴을 생략과 과장을 통해 극대화시킨 결과물이다. 시작당시 "왜 그런 싼티(?)나는 소재로 작업을 하느냐"는 쓴 소리에도 그냥 그쪽으로 마음이 움직였던 터다. 그렇다고 치료니 뭐니 하는 시류를 생각했던 것은 아니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맑은 웃음을 찾아보고자 했던 것에서 연유한다. 이런 접근은 앞에서 말한 '덩어리'가 웃음을 띤 것으로 읽혀졌으며, 내가 보며 느끼는 그 웃음을 그림으로 표현 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가를 계속 고민하는 것이다. (2017.12) ■ 이순구

Vol.20171227d | 이순구展 / YISOONGU / 李淳求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