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것을 공기 중에 배열하는 기술

The Art of Arranging the Invisible in the Air   2018_0104 ▶ 2018_0213 / 월,공휴일 휴관

초대일시 / 2018_0104_목요일_05:00pm

참여작가 금민정_김순임_김진희_문연욱 서혜영_이예승_조재영_조준용

후원 / 한진그룹 일우재단

관람시간 화~금_10:00am~06:30pm / 토_13:00pm~06:30pm 일_01:30pm~06:30pm / 월,공휴일 휴관

일우 스페이스 ILWOO SPACE 서울 중구 서소문로 117 대한항공빌딩 1층 Tel. +82.(0)2.753.6502 www.ilwoo.org

인간과 사물을 포함한 세계는 우리의 망막에 맺히는 '보이는 것'과 안감과도 같이 그 이면에 숨겨진 '보이지 않는 것'으로 나뉜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은 정교하게 직조된 하나의 직물처럼 얽혀 있으며 이 전체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의 수수께끼 같은 모습이다. 이번 전시는 이러한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관계를 탐색한다. ● '기억' 그리고 '사회 구조나 체계'들은 보이지는 않지만 우리가 현존하는 공간, 시간과 긴밀하게 얽혀 있다. 이렇게 보이지 않는 것들은 보이는 것과 맞붙어 있는데, 가시적인 것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것은 주체와 세계, 자아와 타자, 과거와 현재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밝혀주는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 즉 보이지 않는 것들을 형상화하고 감각 가능한 형태로 가시화한 작업들은 우리의 존재 방식과 의미들을 이해하려는 시도로 받아들일 수 있다. ● 무형으로 존재하는 기억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다. 기억은 순차적인 흐름에 따라 레이어를 쌓듯이 우리의 기억 속에 저장되는 것이 아니라 신체-주체를 중심으로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오가며 뒤섞여 있다. 주체의 몸을 기반으로 과거의 한 지점, 사건들은 현재 그리고 미래로 불려왔다가 또 다시 배경으로 물러선다. 이번 전시에 참여하는 작가들은 기억이 인간과 사물에 어떻게 얽혀 있는지를 각자의 관점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들이 기억을 시각화하는 방법은 무형의 순수 기억이 외재화 되어 있는 사물들을 선택, 재구성하거나, 기억과 역사가 스며들어 있는 장소를 작품화하고, 때로는 공동의 잠재된 기억을 환기시키기 위한 전략을 사용한다. 이 방법들은 단독적으로 선택, 사용되어지는 것은 아니기에 한 작품에서 혼재되어 나타나기도 한다.

금민정_숨쉬는 문-대만, 단수이 Breathing Door-Tamsui, Taiwan_ 20인치 LED 모니터, 나무_225×120×30cm_2014

금민정은 장소가 갖고 있는 여러 함의들을 공간 속에 공간을 구축함으로써 펼쳐 놓는다. 작가는 특정 장소에 스며있는 공동의 기억, 개인적 서사들을 전시되는 장소의 특수성과 연결시키며 새로운 이야기를 생산하는데 무엇보다도 조각과 영상의 서로 다른 접근을 하나의 층위에서 마주치게 함으로써 예상하지 못한 새로운 공간을 창출한다. 이번 전시에서 소개되는 'The Sculpture'는 이러한 방식의 영상 조각 작업을 시도했던 최초의 작품이다. 잡지라는 종이 매체에 프레임화된 호흡하는 문의 영상은 우리와 같은 공간에 놓인 조각의 삼차원과 모니터 속의 삼차원을 하나의 차원 속에서 재구성하려는 제스쳐로 읽힌다. '숨쉬는 문_ 대만, 단수이'라는 작업에서는 조각과 영상의 결합을 한층 더 적극적으로 시도하고 단수이 지역의 장소 특수성을 세밀하게 작품화한 흔적이 엿보인다.

김순임_빨래터에 뜬 달 Moon on Lavoir 2017_ 2017.9.12 프랑스 Doue-en-Anjou Lavoir 현장설치작업_00:12:10_2017

김순임은 오랜 시간에 걸쳐 일상의 흔적들이 쌓여진 장소에 흥미를 갖고 이를 작품의 주제로 삼는다. 이번 전시에서 소개되는 영상작업 8편은, 인천 시도의 염전, 프랑스 어느 지역의 오래된 빨래터, 독일의 한 채석장 등 오랜 시간의 결을 품은 네 곳의 장소들을 각각 작가가 등장하는 촬영분과 장소만이 담긴 촬영분으로 두 편씩 나누어 편집한 것들이다. 작가는 자신의 내부로부터 시작되는 이야기를 어떤 공간 속에 구현하기보다는, 오랜 시간동안 수많은 이들의 시간과 물리적 흔적이 남겨진 공간과 조우하고자 한다. 이제는 사용하지 않는 빨래터의 바닥을 닦아내고, 소금 농사가 끝난 염전의 바닥을 닦아내거나 큰 바위에 거기서 떨어져 나온 작은 돌을 문지르는 모든 행위는 자연과 그리고 그 장소를 스쳐간 사람, 기억, 시간과 만나고자 함이다. 한편 바닥을 닦아내고 문질러서 만들어진 달의 형상은 역으로 하늘을 비추는데 서로 다른 것의 조화를 이루어내는 자연의 이치를 상징하는 것처럼 보인다.

조준용_Memory of South, 416km_알루미늄 프레임과 쉬폰 천에 인쇄_가변크기_2017

사진 매체를 활용한 설치작업을 선보이는 조준용은 자신의 아버지의 시점을 자신의 시점과 중첩시키며 과거와 현재의 시간을 섞어 놓는다. 작가는 베트남 전쟁 참전 당시 촬영하고 수집했던 아버지의 사진들을 1970년 베트남 파병의 대가로 받은 자금으로 건설된 경부고속도로에 투사하고 이것을 사진과 영상으로 다시 담아낸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그의 작업에서는 아버지의 시선으로 바라본 베트남이라는 타국의 풍광 그리고 이것과 어떤 연결고리를 가진 경부고속도로가 작가의 시선으로 얽히게 된다. 다른 시대, 다른 가치관, 다른 경험들이 하나의 이미지로 수렴되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의 기억이 과거와 현재, 미래를 선형적으로 연결하는 것이 아닌 개방된 체계의 비선형적 방법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암시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Memory of South, 416km' 라는 제목의 대형 모빌 설치를 소개한다.

김진희_지금_FM 튜너, 전선_80×80×80cm_2017

이와 같이 장소나 사물에 새겨진 기억을 주제로 삼는 작업 외에, 세계의 보이지 않는 관계 또는 구조를 시각화하거나, 반대로 보이지 않는 사회적, 제도적 체계를 해체하는 작업들도 존재한다. 개인의 일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을 전자 기기들을 분해, 재조립하는 과정을 통해 사물의 숨겨진 이면을 드러내는 작업을 전개해온 김진희는 이번 전시에서는 주제와 방식을 더욱 확장시킨다. 전자 기기들의 부품을 연결하고 있는 구조에 주목하고, 이전의 '먼지 연작'에서 사용했던 단선의 동선 대신 여러 색의 전선으로 개별체들을 이어 나가며 '관계성' 그리고 그 관계성이 그려내는 거대한 구조들을 탐색해 나간다. 이러한 새로운 작업들은 이전의 작업들에서보다 설치물이 놓일 공간과 좀 더 밀접한 상호적 관계를 맺으며 환경에 유연하게 반응하게 된다. 이 작품들은 주변의 사물들, 둘러싸고 있는 공기의 흐름, 온도에 따라 시각적 또는 청각적으로 미세한 변화를 갖게 된다.

서혜영_Passage A_흰색, 스틸, 폴리 우레탄 레진 바니시_58.1×103.9×27.9cm_2016 Passage B_흰색, 스틸, 폴리 우레탄 레진 바니시_83.1×189.6×35.4cm_2016 Passage C_흰색, 스틸, 폴리 우레탄 레진 바니시_120.2×41.2×29cm_2016 Wall drawing 2_테이프_가변설치_2016

일우스페이스의 윈도우 전체를 유닛 형태의 조형물과 라인 테이프로 작업화한 서혜영은 지금까지의 작업에서 주체와 타자, 개인과 전체의 고립과 결합의 작용을 형상화해왔다. 하나의 선은 다른 여러 개의 선들과 만나 공간을 만들어낸다. 3차원의 공간을 구성하는 요소인 선처럼, 개인과 보이지 않는 선으로 연결된 타인, 사물들은 크고 작은 전체를 구성하는 작은 단위의 요소들이라 볼 수 있다. 이러한 요소들은 유기적으로 구축과 해체를 반복한다. 서혜영은 작은 유닛들을 조립, 해체,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이러한 세계의 존재 원리를 드러내고, 관계들을 연결하는 보이지 않는 선들을 가시화한다.

조재영_Construction_나무, 종이, 페인트_가변크기_2017

조재영은 마치 공간의 외피를 떠내듯이 여러 개의 단순한 구조물을 조립하는 방식으로 자신만의 새로운 공간을 공간 속에 건축한다. 나무, 종이 매체를 활용한 기하학적인 형태들을 견고하게 고정시키기 보다는 즉흥적으로 변화와 이동이 가능하도록 느슨하게 연결시켜 놓는다. 그러나 매 순간의 완성된 구조들은 안정적으로 작가가 구현해낸 공간을 지탱하는 뼈대로 기능한다. 이 작품의 성격과 형태는 마치 계속해서 변화하는 인간 사회의 네트워크를 상기시킨다. 개인과 집단이 시시각각 그려내는 그물망의 형태는 유기체처럼 자율적으로 끊임없이 변화한다. 건축물의 부속물처럼 또는 조립 형태의 유닛들처럼 보이는 여러 형태의 조형물들은 전시 이전과 이후를 포함하여 언제든지 다르게 재구성될 수 있는 유동적이고 가변적인 상태를 유지한다.

문연욱_STOP TEASING ME (Hanging piece)_도자, 나무, 철, 끈_400×120×100cm_2017

그 외에 서로 다른 것들의 경계 선상에 있는 긴장과 애매성을 시각적으로 드러내는 작업들도 소개한다. 문연욱의 작업은 유연한 형태를 이루어내는 따뜻한 물성의 흙과 날카롭고 차가운 물성의 철을 기본 골조로 한다. 두 가지의 서로 다른 형태와 재질이 만나고 그러한 극단적인 대비는 어떤 긴장감을 조성하는 효과를 낳는다. 이것은 작가 또는 한 개인이 느끼는 불안과 두려움을 은유하고 있으며 밝은 색채감을 통해 그러한 감정들을 유머, 위트로 은폐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마치 온화하고 행복한 미소 뒤로 숨겨진 복잡한 감정들, 평화로운 풍경 뒤에 감추어진 이면들을 연상하게 한다. 그러나 문연욱의 작업에서는 무엇보다도 재료와 매체의 특성을 예리하게 파악하고 그것을 공간 속에 아슬아슬하게 배열하는 기술을 눈여겨보아야 할 것이며 그의 작업의 매력 역시 거기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이예승_Um_프로젝션맵핑_가변설치_2017

이예승은 프로젝션 매핑 작업을 통해 움직이는 이미지를 생산하고, 그 움직임의 실재와 환영의 경계를 관람자에게 모호하게 제시함으로써 인간의 지각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이번 전시에서 소개되는 작업 'Um'은 이차원과 삼차원, 물질과 비물질 사이에서 일어나는 움직임과 그것을 감각하는 것에 대한 탐구에서 출발한다. 이를 위해 프로그래밍으로 움직임을 미리 계산하여 산출된 이미지가 영상의 투사 여부에 따라 정지된 이미지로도 움직이는 이미지로도 보이는 효과를 연출한다. 이차원의 드로잉은 영상이 투사되는 즉시 움직이는 이미지로 지각되는데 이 움직임은 사실 환영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대상을 본다는 것은 무엇일까? 이예승의 작업은 가시적인 것과 비가시적인 것의 관계와 그 사이에서 발생하는 지각의 오류에 대한 흥미로운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 ■ 정소라

Vol.20180104e | 보이지 않는 것을 공기 중에 배열하는 기술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