假山·놀이 / An Artifical hill·Pastime

유혜경展 / YUHAEKYUNG / 劉惠鏡 / painting   2018_0109 ▶ 2018_0131 / 월,공휴일 휴관

유혜경_假山_놀이_장지에 채색_50×100cm_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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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8_0110_수요일_04:00pm

Artist Talk / 2018_0116_화요일_03:00pm

주최 / 금오공과대학교 학생처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공휴일 휴관

금오공과대학교 갤러리 Kumoh National Institute of Technology 경북 구미시 대학로 61 학생회관 B1 Tel. +82.(0)54.478.7068 www.kumoh.ac.kr

동양의 그림 가운데는 산수화山水畵로 불리는 화목畵目이 있다. 화가들은 산수 자연을 그림으로 그리고, 사대부 귀족들은 산수 자연을 닮게 집 앞마당과 뒤뜰을 꾸미곤 했다. 화가는 산수화를 그리며 자연을 닮고자 했고, 귀족들의 정원도 자연과 닮는 것을 최상으로 여겼다. 그들은 취향에 따라 연못을 파거나 기이한 돌들을 어우러지게 배치하고, 연못과 돌들로 꾸며진 사이사이의 공간에는 계절마다 피는 꽃들과 자신이 좋아하는 나무를 심어 자연미 넘치는 정원을 만들었다. 이 때문에 지금도 남아 있는 한옥의 정원은 마치 실제 산수를 옮겨 놓은 듯 자연스럽다. 그렇게 다가오는 자연스러움의 감흥이 이번 전시 작품의 주제가 되었다. 벽과 계단, 창문과 천정을 오르내리며, 딱딱한 실내 이곳저곳에 옮겨진 산수는 혼잡한 도시 일상에서 꿈꾸는 아주 작은 이상이며 희망이다. 말하자면 꾸미고 다듬고 보듬어 만들어진 가산假山 놀이인 것이다.

유혜경_cubing in cube_장지에 채색_60×110cm_2017
유혜경_cubing in cube_장지에 채색_145.5×792cm_2016
유혜경_假山_놀이_장지에 채색_72×43cm_2017
유혜경_假山_놀이_장지에 채색_74×116cm_2017

가산 문화의 전통은 꽤 유서 깊다. 중국 송나라 휘종徽宗은 자신의 정원에 만세산萬歲山을 만들었다고 한다. 강남의 여러 산에서 가장 진기하고 특이하며 아름다운 돌들을 모아 만든 기이한 봉우리들이 교묘한 조화를 이루어 천하의 아름다움을 담았다고 한다. 한정된 공간에 미니어처로 만든 산 중에도 간악艮岳은 천하제일의 가산을 자랑했다고 한다. 유교에 바탕을 두고 있는 주희의 「무이도가」 또한 16세기 조선 사림파에 의해 성행하면서 지식인들의 미적 이상향으로 칭송받았다. 「무이도가」는 주자가 평생을 머물며 강론講論을 펼쳤던 무이산의 정경을 노래한 것이다. 무이구곡은 경치가 빼어나지 않고 일상의 경관이 전개되는 공간이다. 이러한 평상의 공간을 극처로 인식하는 것 또한 자연에 의미부여를 했다는 점에서 일종의 가산문화라고 할 수 있다. 안평대군도 비해당에 가산을 만들고, 뜰에는 여러 종의 나무와 온갖 화초를 갖추어 심었으며 외국의 기이한 물품도 가져다 놓았다고 한다. 신숙주申叔舟가 쓴 '비해당 사십팔영'의 하나인 '가산의 안개[假山煙嵐]'에는 비해당에 만든 석가산의 모양과 느낀 감상을 다음처럼 술회하고 있다. 흙을 모아 섬돌 앞에 작은 산을 만드니 봉우리ㆍ숲ㆍ골짜기가 모두 있고, 아침에는 지척에서 안개가 일어나니 앉아서 아득한 안개 속에 그윽한 마음을 부친다. ● 성종은 비해당 안평대군의 사십팔영에 덧붙여서 시를 짓고 석가산을 중국의 명산인 여산廬山에 비유하기도 했다. 가산 문화는 북송의 소동파와 백거이 등 많은 사인들도 향유했던 놀이 문화였다.

유혜경_遊 I_장지에 채색_15×15cm_2016 유혜경_遊 I_장지에 채색_15×15cm_2016
유혜경_遊_장지에 채색_15×15cm_2016 유혜경_遊_장지에 채색_15×15cm_2016
유혜경_遊 I_장지에 채색_15×15cm_2016 유혜경_遊 IV_장지에 채색_15×15cm_2016

놀이는 즐김이다. 어느 순간 즐김은 현대인의 이상이 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대인의 삶은 이상으로 여기는 마음의 경계와 그 마음을 실천으로 옮기는 현실적 경계 사이에서 어쩔 수 없는 심리적 간극이 존재한다. 나는 산수를 좋아하지만 산을 직접 가서 엉기고 눕고 즐기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 게으름을 피우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그래서인지 삶의 현실에 속박된 내게 자그마한 보상일 수도 있다 여기며, 작업실에 나름의 산을 만들어 놓고, 깡충깡충 뛰면서 즐거워하기도 하고, 때로는 누워 바라보다 졸기도 하고, 차를 마시며 그윽한 시선을 주기도 한다. 이런 자그마한 실천이 자연스레 내 그림 속으로 옮겨졌다. 그림이 바로 나의 놀이가 되어버린 것이다. 번잡한 일상 속에서 소극적으로 찾은 놀이가 그림 속에서 가산假山으로 자리한 것이리라. 산속에는 나도 있고, 친구도 있고, 익명匿名의 누구도 있다. 산속에는 계곡도 있고 폭포도 온갖 나무와 풀들도 있다. 그래서 내가 그린 산수는 삶의 주변에서 마주하는 존재들의 놀이터가 되었다.

유혜경_遊_장지에 채색_15×15cm_2016 유혜경_遊_장지에 채색_15×15cm_2016
유혜경_遊_장지에 채색_15×15cm_2016 유혜경_遊_장지에 채색_15×15cm_2016 유혜경_遊_장지에채색_15×15cm_2016

산수화에 그려진 '산山'은 구체적인 사물의 속성이다. 또한 구체 형상을 알 수 없는 '수水'는 예로부터 비워두었다. 물결이 일렁이면 파도의 형상만을 그릴뿐이지 물을 그릴 수는 없다. 안개와 구름을 비롯해 하늘을 드리운 공기 또한 물의 속성이다. 그래서 여백으로 남겨두었다. 하지만 형상 없는 물은 모든 존재에게 생명의 에너지를 제공한다. 산과 물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적 속성이다. 그래서 산수화는 구체적 산과 물을 그리는 그림이라기보다는 자연의 질서를 체현해내는 그림이라고 한다. 다시 말해 자연의 형상과 그 형상이 살아있게끔 만들어주는 근원적 질서를 체현해야 하는 그림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가산으로 꾸며진 내 산수 그림은 풍경을 재현하기보다는 풍경을 차용해 자연 속에서 즐기는 놀이 공간이다. ■ 유혜경

Vol.20180109d | 유혜경展 / YUHAEKYUNG / 劉惠鏡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