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쉬다 Breathe

윤여름展 / YOUNYEOREUM / 尹여름 / painting   2018_0116 ▶︎ 2018_0121

윤여름_춤-2_캔버스에 유채_112.1×193.9cm_2017

초대일시 / 2018_0116_화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30am~06:30pm / 토,일요일_01:30pm~06:30pm

사이아트 도큐먼트 CYART DOCUMENT 서울 종로구 안국동 63-1번지 Tel. +82.(0)2.3141.8842 www.cyartgallery.com

보호막이자 폐쇄공간 안에서 숨을 쉰다는 것 ● 윤여름 작가의 이번 전시에서는 특이한 상황에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만나게 된다. 여기서 특이한 상황이라고 말하는 것은 그가 그려낸 사람들은 방독면이나 인공호흡 마스크처럼 코와 입 부분에 무언가를 착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그려낸 사람들 중에는 도시 풍경 가운데 떠올라 있는 인물 두상이나 춤을 추며 퍼포먼스를 하는 인물 군상도 보이지만 일정하게 얼굴에 무엇인가를 채워놓은 형태는 부자연스럽고 답답해 보인다. 작가는 작업에서 일상 속에서 만날 수 있는 평범한 인물들을 다루고 있지만 무엇인가로 얼굴을 가려 놓게 되자 그의 작업을 보는 이들의 시선은 평범한 일상이 아닌 의문의 지점 혹은 상상의 지점으로 향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윤여름_익명의 호흡_캔버스에 유채_145.5×97cm_2017
윤여름_연결-2_캔버스에 유채_91×116.8cm_2017

작가는 이번 전시 주제를 '숨쉬다'라고 하였다. 그리고 또한 그가 그려낸 인물들이 착용한 방독면이나 인공호흡 마스크는 숨쉬기 어려울 때 숨을 쉬는데 필요한 도구임을 볼 수 있다. 그러나 그의 그림에서 발견되는 인물들을 보면 숨을 쉬는 것이 그리 편해 보이지 않는다. 도구에 의존해 겨우 숨을 쉬는 듯이 보이기 때문이다. 방독면이나 인공호흡 마스크는 오염된 공기를 정화하고 숨쉬기 좋은 공기를 공급하는 장치이지만 자연 상태에서 숨을 쉬는 것과 같은 자유로움을 줄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도구는 오염된 곳에서나 위급한 상황에서 생명줄과 같은 도구가 된다. 윤여름 작가가 그려낸 작업에는 이러한 도구들에서 유추되는 양가적 상황이 담겨 있다. 즉 숨쉴 수 있는 공기를 공급해주는 안전한 보호막이 될 수 있지만 동시에 자유로움을 막아 폐쇄공간이 되어 버리는 이중적 상황이 그것이다.

윤여름_상념의 호흡_캔버스에 유채, 아크릴채색_162.2×97cm_2016
윤여름_너와 나-1_캔버스에 유채_89.4×130.3cm_2017

이러한 작가적 시각의 근저에는 그가 살아가고 있는 도시 공간과 도시의 사람들이 숨쉬기 힘들 정도의 압박으로 다가왔다는 인식이 드러나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로 인해 필터에 의해 걸러지고 정화된 일부분만 호흡하고 소통할 수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은 마스크처럼 가려진 얼굴로 대화하는데 익숙하게 만들었고 그것이 오히려 편할 수 있다는 생각에 머물러 있게 만들었던 것 같다. 작가는 그가 함께 살아가는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고 호흡하고자 하고 싶기도 하지만 보호막이자 폐쇄공간 안에 머물러 있는 것이 더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기에 작가가 상상하게 된 대화와 소통은 늘 튜브와 같은 관으로 한정된 일종의 뫼비우스띠 안을 무한히 맴도는 것일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의 작업에는 그가 살아가는 도시와 그곳의 사람들을 바라보는 그의 시각이 그대로 담기게 된 것이다.

윤여름_너와 나-2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60.6×72.7cm_2017
윤여름_자기순환_캔버스에 유채_80.3×116.8cm_2008

작가는 이처럼 항상 외부로부터의 두려움에서 자기를 지키기 위한 보호막을 필요로 했고 동시에 그 막 안에 갇혀있어야 하는 고통을 느껴야 했다. 그런데 작가는 그의 시선에 들어온 도시공간 안에 살아갈 수 밖에 없는 현대인 역시 다르지 않다고 보았던 것 같다. 도시공간은 대자연의 혹은 인간사이의 위험을 인간이 통제하여 상당한 안전성을 보장해주는 보호막이 되고 있음과 동시에 원초적 자연의 자유로움이 제한된 인위적 질서 안에 갇혀있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인간이 만들어낸 여러 상황에 따른 에티켓과 인공의 구조물들은 사람들이 편리하게 살아가도록 만들어낸 것들이지만 때론 그 인위적 질서가 사람들을 숨막히게 만들고 진정한 소통을 방해하고 있음을 각성하게 될 때가 있다. 이처럼 작가는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이 폐쇄된 공간 안에서 고독한 존재로 남아 있을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 폐쇄공간은 동시에 보호막이 되고 있다는 막연한 믿음 속에서 격리된 공간 안으로 계속 함몰되고 있음을 작가는 목도하게 된 것이다.

윤여름_rain_캔버스에 유채, 아크릴채색_65.1×90.9cm_2008
윤여름_권태의 호흡_캔버스에 유채_53×40.9cm_2017

현대의 도시공간에서 살아간다는 것, 혹은 그곳에 사는 것이 익숙해진다는 것은 이처럼 보호막을 통해 생존하고자 하는 것일 수 있지만 그 보호막으로 믿었던 공간은 오히려 자연스럽게 깊은 숨을 쉬는 힘을 잃게 만드는 장치가 될 수 있음을 각성하지 않으면 인간에 유익한 도구가 아니라 평생 짐을 지우는 무기가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작가는 이 도시 공간에서 이제 숨을 쉬고자 한다. 그것은 도구에 의존한 숨쉬기가 아니라 스스로 숨쉴 수 있는 깊고 자유로운 숨이다. 그러나 보호막이자 폐쇄공간에 익숙했던 습관은 이제 과연 혼자 스스로 숨을 쉴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으로 다가오고 있다. 그래서 작가는 그 경계 지점에서 '숨쉬다'라는 행위의 방향성과 가능성을 탐색하고 있다. 그의 작업은 이와 같은 길을 탐색하는 과정이 되고 있다. ■ 이승훈

Vol.20180116b | 윤여름展 / YOUNYEOREUM / 尹여름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