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AD-DOUBLE SLIT

김영수展 / K-Soo / 金瑩洙 / photography   2018_0117 ▶ 2018_0130

김영수_P-word_피그먼트 프린트_120×240cm_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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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8_0119_금요일_05:00pm

갤러리 나우 작가상展 Now Advance Exhibition

관람시간 / 10:00am~07:00pm

갤러리 나우 GALLERY NOW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39 (관훈동 192-13번지) 성지빌딩 3층 Tel. +82.(0)2.725.2930 www.gallery-now.com

반복을 통해 차이를 드러내는 디지털 추상 ● 오늘날 '구글링(Googling)'은 '구글(Google)'이라는 특정 검색 서비스 활용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으로 정보를 검색하는 행위 자체를 뜻하는 일반 명사가 되었다. 1998년 설립된 구글은 포털 서비스 업계의 후발주자로 시작했지만 '링크(link)'의 빈도만을 기준으로 전 세계 웹사이트의 정보 중요도를 평가하는 '페이지랭크(PageRank)' 기술로 그 흔한 배너 광고 하나 없이 짧은 시간 안에 업계 최고의 기업으로 올라섰다. 페이지랭크는 단순히 하나의 검색 기술이 아니라 구글의 모든 것이었다. 정보의 가치가 특정 분야의 권위자나 광고를 실을 수 있는 재력가에 의해서가 아니라 오로지 사용자들의 검색 및 접속 빈도수에 따라 정해진다는 그들의 '웹 민주주의' 원칙을 구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정보의 소비자뿐 아니라 생산자가 될 수 있는 웹 2.0 시대 구글의 이러한 원칙은 집단지성을 이끌어내며 인터넷 검색과 SNS의 보편적인 기준이 되었다.

김영수_sp-120_피그먼트 프린트_40×120cm_2017
김영수_pd-120_피그먼트 프린트_40×120cm_2017

작가 김영수는 구글링으로 채집한 이미지들을 원 자료(source material) 삼아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작품 대부분은 점·선·면으로 이루어진 기하학적 추상 이미지에 가깝지만, 사실상 그 안에는 구체적인 형상(figure)을 지닌 수많은 이미지들이 응축되어 있다. 인터넷을 통해 채집된 디지털 이미지들은 작가가 포토샵을 활동해 고안한 프로세스 'ORE'를 통해 형체는 사라지고 무수히 많은 픽셀로만 남게 된다. 작가는 이렇게 색으로 추출된 픽셀이 자신의 존재 이외에 더 이상 다른 것으로 나눌 수 없는 기본 실체(unit)에 해당한다는 점에서 라이프니츠의 '모나드(monad)' 개념을 가져와 작업 전체의 제목으로 삼았다. 그는 픽셀이라는 단위의 모나드를 재조합해 자신이 원하는 새로운 추상 이미지를 만들어간다. 특정한 주제를 정하고 그에 관련된 키워드를 통해 이미지를 검색하고 채집한 뒤 수많은 이미지들을 픽셀로 분해해 재조합하기까지 컴퓨터상의 지난한 과정은 작가의 선택과 노력에 달려있지만, 작업의 전 과정에서 상당 부분 우연이 작용하는 것 역시 사실이다. 원 자료가 되는 이미지들이 수많은 익명의 사람들에 의한 것이고 선택된 이미지의 색에 따라 어느 정도 픽셀의 색 분포가 정해지며 추상 이미지를 만드는 데도 작가의 개입의 폭이 그다지 넓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러한 특징이 김영수의 작업에 일관성을 부여한다.

김영수_DS 390_피그먼트 프린트_60×90cm_2017
김영수_DS 400_피그먼트 프린트_40×40cm_2017

구글링을 통해 얻은 이미지는 외견상 비슷해 보여도 절대 동일한 것이 없다. 예컨대 '하늘(Sky)'로 이미지를 검색하면 상위권에 오른 이미지의 대부분은 화창한 날 뭉게구름이 뜬 비슷비슷한 파란 하늘이다. 심지어 똑같은 이미지들도 있다. 그러나 썸네일(thumbnail)에서 같아 보이는 이미지들도 확대해보면 실상은 미세하게 색조가 다르거나 잘린(cropped) 부분이 조금씩 다르다. 이미지의 출처가 되는 웹사이트와 사용자가 다르기 때문이다. 같은 사이트의 이미지라 하더라도 현재 그것을 보고 있는 사람의 모니터에 따라 상태는 달라진다. 이처럼 개별 이미지들은 그 자체 독립적이지만 웹사이트에 올라오는 순간 전 세계 익명의 사람들에게 공유되고 예측할 수 없는 방식으로 변형되고 재사용되는 것이 구글링 이미지의 특징인 것이다. 이는 각각 독립적이면서도 외부 세계와 다양한 관계를 맺는 모나드의 성격에 빗댈 수 있다.

김영수_DS 800_피그먼트 프린트_60×60cm_2017

『모나드』의 주제 중 상당수는 세계를 이루는 기본 요소들에 집중되어 있다. 성서의 6일에 걸쳐 창조된 피조물을 6개의 화면으로 다룬 「FOR 6 Days」(2017)와 주역의 팔괘(八卦)에 해당하는 8가지 자연의 기본 요소인 하늘, 연못, 불, 천둥번개, 바람, 물, 산, 대지에 관한 연작 「8 elements」(2015-2017)을 비롯해 사계절이나 음양을 추상화한 작업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작업들 모두 각 요소들을 키워드로 구글링한 뒤, 채집된 이미지들을 픽셀로 남겨 수직 혹은 수평의 선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하나의 키워드에 해당하는 각기 다른 이미지들이 형상은 다르나 대체로 공통된 색을 가지고 있어 완성된 작품들 대부분 멀리서 보면 각각의 키워드를 연상케 하는 색면(colorfield)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예컨대 「FOR 6 Days」 중 '땅'과 '식물'이 창조된 세 번째 날의 이미지는 초록색, '어류'와 '조류'가 창조된 다섯 번째 날은 바다와 하늘이 공통된 푸른색의 색면으로 드러난다. 그러나 하나의 색면은 자세히 보면 조금씩 다른 수만 가지 색의 점들과 그 점들로 이루어진 수천 가지 색의 선들로 이루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 무수히 많은 점과 선은 각기 다른 시공간의 사람들이 인터넷을 통해 공유한 수많은 이미지들이 빚어낸 조형요소들임을 생각하면 작품의 주제와 방식이 적절히 조응함을 알 수 있다.

김영수_Answer_피그먼트 프린트_180×120cm_2017
김영수_Pillar_피그먼트 프린트_180×120cm_2017

이처럼 개별과 통합, 특수와 보편을 오가는 구글링 이미지와 그러한 이미지들을 통해 만들어낸 김영수의 『모나드』는 서구 현대철학 전반에서 강조해 온 '반복'을 통한 '차이'를 잘 보여준다. 오랫동안 플라톤을 위시한 서구 철학은 이데아를 전제로 한 '동일성(identity)'을 세계의 기본 원리로 여겨왔다. 플라톤은 영원한 자기 동일적 존재인 이데아를 원본으로 삼아 현실을 이데아의 복제물로, 이미지를 그러한 현실을 복제한 시뮬라크르(simulacre)로 하대하였다. 따라서 플라톤에게 시각예술은 원본과의 '닮음'을 전제로 한 '재현(representation)'에 국한될 수밖에 없었고 예술가는 지속적인 반복을 통해 원본과의 동일시를 지향해야 했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은 1960년대 이후 여러 현대 철학자들에 의해 도전받았다. 들뢰즈, 푸코, 데리다, 보드리야르 등의 프랑스 이론가들은 동일시가 아닌 '차이(difference)'를 만드는 과정에 주목했다. 들뢰즈는 반복을 통해 발생하는 차이를 강조했고 데리다는 그러한 차이의 개념에 더 해 의미가 하나로 확정될 수 없다는 점에서 '지연'의 의미를 결합한 '차연(差延, différance)'이라는 개념을 만들었다. 그런 한편, 푸코는 원본을 전제로 한 '유사(類似, ressemblance)와 구분되는 '상사(相似, similitude)' 개념을 통해 원본과 복제의 위계화된 질서에 반(反)하는, 비슷한 것들 간의 가역적인 관계를 강조한다. 푸코가 말하는 상사는 유사와 달리 어떠한 서열이나 방향성 없이 반복을 통해 조금씩 달라지는 차이를 긍정하고 시뮬라크르를 순환시키는 개념이다. 보드리야르는 일찍이 이러한 원본 없는 시뮬라크르가 실재를 대체한다는 '시뮬라시옹(simulation)' 이론을 주장하였고 그러한 사회는 매체와 정보의 증식에 의해 동인된다고 보았다. 그의 예견대로 디지털 매체는 시뮬라시옹을 현실화했고, 오늘날 인터넷에서는 원본 없는 정보의 무한 복제가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김영수_the Dark_피그먼트 프린트_100×100cm_2017

그렇다면 사진은 어떠한가. 근대 시기 회화의 재현적 역할을 대신하며 등장한 사진 역시 '유사성'을 지향할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사진은 원본이 되는 대상과의 유사성은 물론, 카메라 앞에 선 피사체의 현존을 반드시 요하는 '지표(index)'적 성격의 매체로 여겨졌다. 벤야민이 지적한 초상사진의 아우라가 붕괴된 이후에도 오랫동안 최초의 기술 복제 시대 매체인 사진은 근대적 '재현' 이데올로기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새로운 미디어들의 본격적인 등장과 더불어 원본과 복제의 위계가 붕괴되고 시뮬라크르가 실재를 초과하게 되면서 예술가에게 부여된 근대적 주체의 지위가 무너졌고 그와 동시에 그들은 재현에 대한 강박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데리다가 말한 '저자의 죽음'은 곧 '근대적 주체의 소멸'을 의미한다. 이후 사진에 있어서도 재현의 가치는 색이 많이 바랬다. 물론 여전히 몇몇의 근대 사진작가와 그 사진은 많은 이로부터 추앙받으며 카메라는 현실 세계의 많은 것을 사진에 기록하고 사람들에게 보여준다. 그러나 디지털 매체로의 전환은 사진 이미지를 인터넷이라는 플랫폼을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공유하고 변형하게 한다. 이제 그 사진을 누가 찍었는가보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가 더 중요해졌다. 카메라로 찍지 않고도 새로운 맥락의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 있게 되었고 사진을 포함한 이미지의 예술적 함의는 훨씬 넓고 다양해졌다.

김영수_K-0422_피그먼트 프린트_100×80cm_2017

수많은 사용자들이 생산한 '구체적인' 디지털 이미지들을 색으로 추출해 새로운 '추상적' 이미지로 만들어내는 김영수의 『모나드』는 그런 점에서 흥미롭다. 점·선·면의 기본 조형요소로 이루어진 그의 추상 이미지는 유사한 여러 다른 작품들을 떠올리게 한다. 색으로 추출한 픽셀을 임의의 형태로 조작해 만든 유사한 방식의 디지털 작업이 있지만, 비슷해 보이는 추상 이미지는 작가마다 조금씩 다르고 그 작은 차이에 주목함으로써 각 작업의 의미를 드러낼 수 있다. 익숙한 추상 이미지 이면에 상상으로 유추할 수밖에 없는 각기 다른 구체적인 이미지들을 응축한 김영수의 『모나드』는 그 자체로 차이와 반복에 관한 개념을 구현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눈에 보이는 추상성은 그 이면에 보이지 않는 구체성이 강조될 때 그 간극으로부터 흥미가 배가된다. 김영수의 작업 중 헐리웃의 '영웅(Hero)' 캐릭터, GMO(유전자 변형 농산물) 과일, 일상에서 상용되는 알약 등을 소재로 한 작품의 경우 화려한 색의 선들로 이루어진 최종 결과물이 원 자료로 사용된 보다 구체적인 이미지에 대한 상상을 더욱 자극한다. 반복을 통한 차이를 드러내는 작가의 추상 이미지는 여러 지점에서 21세기 현대사회를 압축적으로 담고 있다 하겠다. 그것은 건축을 전공하고 IT 업계에서 일해 온 작가가 사진 매체를 통해 도출한 적격의 작업이다. 실상 그러한 작업은 카메라를 오랫동안 잡아 온 사진 전공자나 재현의 언어에 익숙한 미술 전공자에게서는 쉽게 나올 수 없을지 모른다. 오늘날 사진(still image)이 여전히 흥미로운 것은 예술과 일상의 중간에 놓인 그 고유한 매체적 위치 때문이다. 예술과 일상의 영역을 가로지르는 매체적 활용도가 역으로 사진을 계속해서 유의미한 예술적 매체로 자리하게 하는 것이다. ■ 신혜영

Vol.20180117e | 김영수展 / K-Soo / 金瑩洙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