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구름을 걷어 버리듯

전희경展 / JEIKEI_JEONHEEKYOUNG / 全姬京 / painting   2018_0122 ▶︎ 2018_0313 / 일,공휴일 휴관

전희경_선과 시, Zen and Peom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94×518cm_2018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170905b | 전희경展으로 갑니다.

전희경 홈페이지_jeonheekyoung.com

초대일시 / 2018_0131_수요일_06:00pm

런치토크 2018_0207_수요일_12:00pm 2018_0221_수요일_12:0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일,공휴일 휴관

신한갤러리 역삼 SHINHAN GALLERY YEOKSAM 서울 강남구 역삼로 251 신한은행 강남별관 B1 신한아트홀 내 Tel. +82.(0)2.2151.7684/7678 www.shinhangallery.co.kr

"바람이 구름을 걷어버리듯.." ● 바람이 구름을 걷어버리듯, 아주 평온하게 한 해가 가고 어김없이 또 새해가 찾아왔다. 어제와 다를 바 없는 오늘의 반복이지만, 한 해의 새로운 출발선을 마주한 사람들은 새해의 희망찬 기운에 고무되어 으레 저마다의 소망과 목표들을 마음 속에 새긴다. 개인이 처한 상황에 따라 마음 속에 아로새긴 소망들은 모두 다르겠지만 각자가 꿈꾸는 안락한 미래이자 이상향에 닿고자 하는 염원이 담겨 있음은 똑같을 터, 그것은 아마도 현실의 삶이 버거울수록 더욱 간절하고 강렬할 것이다. 이렇듯 바라고 기원함으로써 위로 받고 더 나아질 것이라는 믿음은 누구도 본 적 없지만 누구나 꿈꾸는 세계, 유토피아(Utopia)를 만들어 낸다. 저마다의 유토피아에서 우리는 보다 더 완전무결한 미래를 꿈꾼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상의 나라, 행복한 낙원의 세계는 우리가 발 딛고 살아가는 현실이라는 무대 위에서는 도무지 닿을 수 없는 곳처럼 늘 요원하게만 보인다. 닿을 수 없고 실재하지 않음으로 존재하는 이상의 세계는 원론적으로 허상의 세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간은 늘 현실과 꿈꾸는 이상 사이에서 괴로움을 느끼는 존재일 수 밖에 없다. 우리가 이렇게 현실의 고단함을 잊기 위해 끊임없이 각자의 이상향을 만들고 꿈을 꾸며 살아왔듯, 작가 전희경은 자신만의 유토피아를 화가로서 고민하고, 회화로서 이루려 한다. 작가는 지난 2009년부터 지금까지 현실과 이상 사이에 발생하는 괴리감을 극복하려는 한 시도로서 이상향의 이미지를 담은 회화작업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초기 작품부터 현재에 이르기 까지 전희경의 캔버스는 다채로운 색감을 바탕으로 보다 과감한 필치의 붓질과 물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며, 화면을 더욱더 추상화 하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는 듯 보인다. 거의 10여년에 달하는 기간 동안 축적된 전희경의 작품에서 주목하고 싶은 지점은 바로 이러한 추이가 작가의 심리적인 변화에 기인하여 발생한다는 측면이다.

전희경_이상적 풍경, Ideal landscape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45×112cm_2017
전희경_이상화_구름, Idealization_cloud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16×91cm_2017
전희경_폭포 I, Waterfall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90×33cm_2017
전희경_폭포 II,Waterfall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90×33cm_2017

전희경은 크게 세 번의 시기에 걸쳐 자신의 작품을 관통하는 하나의 대주제를 다루는 방식과 태도에 차이를 보인다. 가장 초기의 작업부터 살펴보자면, 이 시기 그녀는 처음으로 현실과 이상이라는 양극단의 세계 사이의 공간에 주목하며, 그곳에서 발생하는 복잡다단한 감정들을 포착한다. 쉽게 도달할 수 없기에 좌절하지만 반대로 꿈꿀 수 있기에 견딜 수 있는 현실과 이상의 불일치라는 아이러니한 상황 속에서 전희경 역시도 화가로서의 자신의 상황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평가하기를 반복했던 것 같다. 자신이 처한 현실에서 느꼈던 다소 막막하고, 혼란스럽고, 불안한 심정은 그녀의 붓 끝에 응축되어 캔버스에 고스란히 스며들었으며, 이 시기 제작되었던 '-살이'시리즈 등에서는 당시 방황하고 아파하던 그녀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 이후의 작업으로 나아감에 따라 전희경은 사이공간(in between) 에서 겪었던 내면의 혼란스러움에서 벗어나 스스로가 생각하는 이상향의 모습을 보다 구체적으로 화면에 제시하는데 주력한다. 얼핏 동양 산수화의 모습을 닮은 이 시기의 작품들은 지난한 삶의 도피처로서 무릉도원과 같은 의미로 탄생된 그녀만의 유토피아다. 화면 속 요소들이 서로 뒤엉키고 흘러내리며 알 수 없는 긴장감과 에너지를 느끼게 하는 그녀의 유토피아는 우리들이 흔히 생각하는 평온한 낙원의 모습과는 거리가 먼 풍경이다. 하지만 이는 그녀가 살아온 지난 삶의 모습들이 오롯이 투영된 결과물이며, 초기작업의 연장선에서 현실을 거부하는 동시에 극복하려는 강한 의지 그 자체로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아마도 이 시기까지 전희경에게 '그림 그리기'란 자신이 생존하는 하나의 수단이자 방식으로 수행되었던 것 같다. ● 그러나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이상향에 대한 열망으로 가득 찼던 그녀의 캔버스는 최근의 작품들을 통해서 어느새 내면의 이상적 상태로 나아가려는 단계로 이행되었다. 특히 전희경은 이번 전시 『바람이 구름을 걷어버리듯』을 통해서 이러한 변화를 꾀하는 시도를 펼쳐 보이고 있다. 그간의 작품들이 현실과 이상의 간극에서 혼란스러워 하고 흔들리는 모습을 고스란히 담는데 주력했다면, 이번 전시에서는 흐트러짐 없이 이를 담담하게 직시하는 태도로 변모한 듯 하다. 특히 표현적으로는 앞서 언급했듯이 그간 보여주었던 유기적 형태의 자연요소를 더욱 추상화하는 방식으로 나아간 모습이다. 그녀의 화면은 이전보다 더 힘있고 역동적인 붓질로 가득 채워졌지만 여백의 효과 때문인지 한숨을 고르듯 오히려 여유롭고 차분하게 느껴진다. 이러한 분위기의 변화는 작가 스스로가 생각하는 내면의 이상적 상태로 나아가려는 태도의 변화에서 기인한 것인데, 최근에 전희경은 흐트러짐 없이 고요하고 평온한 상태, '선정(禪定)'의 경지에 관심을 둔다. 선정은 불교의 근본 수행방법 가운데 하나로 전희경이 그동안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이상향은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 끝에 찾아낸 해답이다. 자신이 지금껏 몰두해 오던 문제의 실마리를 찾게 되는 동안 작가의 이상향에 대한 관심도 어느덧 자연 그 자체로 옮겨지게 되었다. 존재 자체로 완벽한 자연의 모습은 가장 이상적인 상태이자 전희경이 도달하고자 하는 이상적 경지(선정)에 가장 가까운 모습이기 때문이다.

전희경_이상적 산수 I, Hills and streams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80×35cm_2017
전희경_이상적 산수 II, Hills and streams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80×35cm_2017
전희경_이상적 선정(禪定)을 위한 춤, Dancing for samadhi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94×259cm_2017
전희경_이상화_계곡, Idealization_valley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62×194cm_2017
전희경_막연한 가능성의 단면, Slice of equivocal prospects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62×30cm_2017

이번 전시의 제목이기도 한 '바람이 구름을 걷어버리듯'은 이와 같은 맥락에서 해석하면 물, 바람, 구름 등의 자연적 요소들이 시시각각 변하면서도 고유의 성질을 잃지 않고 순리대로 흘러가는 모습을 그대로 닮고자 하는 작가의 의지가 반영된 표현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내면에 자리한 근심과 잡념, 욕망이 바람에 씻겨 흘러가 듯 말끔히 걷히기 바라는 간절한 바람을 담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이러한 바람들은 비단 전희경 개인의 것만은 아닐 것이다. 그녀가 한 인간으로서 혹은 예술가로서 직면한 문제들은 하나같이 오늘날을 함께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공통된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보자. 어김없이 새 해가 떠올랐다. 내 안의 결핍되고 이루지 못한 욕망들을 한데 모아 독려하고, 나만의 유토피아를 다시 세울 때이다. 더불어 필자 역시 작은 바람이 있다면 부디 이번 전시가 새해를 시작하는 시점에서 모두의 마음 속 구름을 걷어내고 새로운 희망을 기대할 수 있는 기회로 작용되기를 바래본다. ■ 김지연

Vol.20180122d | 전희경展 / JEIKEI_JEONHEEKYOUNG / 全姬京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