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과 회화의 틈새

신경철展 / SHINKYUNGCHUL / 申景撤 / painting   2018_0122 ▶ 2018_0317 / 일요일 휴관

신경철_풍경과 회화의 틈새展_프로젝트 스페이스 우민, 우민아트센터_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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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2018 프로젝트 스페이스 우민

관람시간 / 1~2월_10:00am~06:00pm / 3월_10:00am~07:00pm / 일요일 휴관

프로젝트 스페이스 우민, 우민아트센터 WUMIN ART CENTER 충북 청주시 상당구 사북로 164 우민타워 B1 Tel. +82.(0)43.222.0357 www.wuminartcenter.org

'2018 프로젝트스페이스 우민'의 첫 번째 전시는 신경철 작가의 『풍경과 회화의 틈새』 입니다. 신경철 작가는 "즉흥적 행위 이후의 개입을 통해 역전된 풍경성"을 작업으로 선보입니다. 작가는 찰나적 순간의 일상적 이미지를 재구성해 캔버스 위에 모노톤으로 거칠게 칠을 하고, 붓질이 지나간 흔적의 가장자리를 연필로 채워 나감으로써 회화가 가지는 특징들을 담아냅니다. 구상과 추상, 재현적 회화와 비재현적인 회화라는 양가적 특징이 두드러진 신경철 작가의 작업은 '풍경성'보다 '회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작업을 통해 '최소한의 감각적 개입'을 시도하는 신경철 작가의 이번 전시에 많은 관심과 보도 부탁 드립니다. '프로젝트스페이스 우민'은 우민아트센터의 부대시설인 카페우민의 공간을 지역작가 및 유망한 신진작가들에게 지원하는 프로그램으로, 단순한 공간 지원을 넘어 다양한 창작 매개를 위한 실험과 소통의 장이 될 수 있는 홍보 및 기획 협력을 지원합니다. 2018년에는 신경철, 한대희, 이상홍, 진민욱, 이들닙, 윤예제 총 6명의 작가가 함께 합니다. ■ 프로젝트스페이스 우민

신경철_T-HERE-177_리넨에 아크릴채색, 연필_97×162.2cm_2017

회화적 프로세스 ● 우리는 예술가가 그의 작품의 동기나 계기를 사소한 기억이나 경험에서 찾았다고 이야기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특히 어릴 적 놀이에 대한 기억이 자주 거론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작가가 내면을 응시하거나 주변을 관찰하는 동안 그런 기억이 우연히 솟구쳐 오른다. 불현듯 떠오른 어떤 기억들 중 하나가 또 다른 기억들과 만나고 이어지는 끊임없는 변모 중에 작업의 아이디어가 발생한다. 이렇게 포착된 이미지 혹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작가는 다시 작업으로의 실현가능성을 타진해 나간다. 이런 과정에서 작가는 이 아이디어의 예술적 의도성을 동시에 모색한다. 이 작업의 예술적 의도성은 작가의 동시대 예술에 대한 이론적 그리고 실천적 입장에 대한 위치를 드러내기도 한다. 이 과정은 다양한 매체와 재료에 대한 실험을 통해 진행된다. 신경철 작가의 작업의 출발 또한 이러한 맥락과 과정을 거쳐오고 있다. 작가는 어린 시절 종이에 형광펜으로 글씨를 쓰고 그 테두리를 검은색 펜으로 다시 그려나가며 시간을 보내곤 했던 행위가 재미난 기억으로 남아있다고 한다. 형광 펜으로 썼던 글씨를 검은색 펜으로 윤곽선을 따라 그리면서 글씨가 새롭게 부각되는 과정이 인상 깊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 기억은 미술대학에서 그림을 그리는 동안 그의 작업에 우연히, 어쩌면, 필연적으로 다시 등장하게 되었다.

신경철_T-HERE-97_리넨에 아크릴채색, 연필_80.3×130.3cm_2016

최병소는 일찍이 '별 생각없이' 종이에 연필로 사선을 무수히 긋는 것에서 시작하여 반복하는 동안에 이것을 '잘 다스리면' 작업이 되겠다는 의식을 가지게 되었다고 하였다. 또한 이러한 행위를 진행하면서 한편으로 이 행위가 가지는 예술적 의미에 대한 사유를 통해 그는 이것을 의식과 무의식의 변증법적 몸부림으로 보았으며 무의식적 자동기술이 아닌 의식과 무의식의 관계를 통해 해결하고자 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같은 최병소의 태도가 그의 회화 수업에 참여한 신경철 작가의 작업 과정에 드러나는 점은 흥미롭다. 예를 들면, 민병직이 신경철의 작업에 대한 비평글에서 "작가의 경우 우연한 효과를 통해 무의식의 세계를 드러내는 자동기술법(automatism)보다는 그리기 '행위'와 결합된 어떤 심적인 상태에 더 방점을 찍고 있다"라고 분석하였다.

신경철_T-HERE-229_리넨에 아크릴채색, 연필_162.2×97cm_2017

신경철의 작업의 회화적 방법론을 분석해보자. 일차적으로 그는 캔버스에 여러 번의 밑 칠 작업 후 은색 물감처럼 금속성을 띠며 빛을 반사하는 물감을 칠하고 사포로 다시 갈고 하는 여러 번의 과정을 거쳐 매끄러운 단색의 표면을 획득한다. 이 캔버스의 표면은 일견 일체의 시각적 환영을 제거하고자 한 미니멀 회화의 중성적 표면과 유사해 보인다. 다음 과정으로, 작가는 미리 준비된 이 캔버스 위에 단색으로 그림을 빠르게, 약간은 거칠게 그려나간다. 이 그려진 이미지는 작가가 선택한 사진을 미리 일련의 디지털 보정 작업을 통해 모노톤의 파편화된 듯 한 이미지로 변환시킨 것 이다. 작가는 이를 통해 이미지의 풍경성을 감소시키고 회화성을 강조한다. 작가는 평면성이 강조된 듯 보이는 캔버스 위에 역설적이게도 공간적 깊이감이 부각되는 풍경 이미지를 그려나간다. 그리고 마지막 과정으로 작가는 붓질이 지나가며 남긴 흔적들 특히 붓질의 가장자리 부분의 미세한 공간들을 아주 세심히 그리고 무심히 균일하게 검은 연필선으로 그려나간다. 작가는 연필선으로 그려진 것과 그려지지 않은 지점 사이의 공간을 다시 그려나가는 것이다. 이러한 세 번의 작업 과정을 통해 작가는 중심과 가장자리, 그려진 것과 그려지지 않은 것, 그리고 회화적 깊이감과 평면성이라는 상반된 개념을 드러내는 동시에 교란시킨다.

신경철_T-HERE-229_리넨에 아크릴채색, 연필_162.2×97cm_2017_부분

이상과 같은 작업 과정을 통해 신경철의 회화 이미지들은 모순적이면서 보완적인 관계를 형성한다. 아무것도 그릴 수 없거나 그릴 필요가 없는 듯한 미니멀 회화의 표면에 다시 무엇인가를 그림으로써 신경철의 회화는 개념적 모순을 드러내는 것처럼 보인다. 그려진 것의 재현적 이미지는 화면의 깊이 안으로 침투해 들어갈 것을 강요하지만, 빛을 반사하는 금속성을 띤 중성적 표면은 우리의 시선을 방해하며 바깥으로 튕겨낸다. 또한 작가가 의도적으로 사용하는 형광 색채는 배경의 금속성의 은색 빛과 상호 작용을 통해 이러한 튕김을 경쾌하게 만들기까지 한다. 단색의 매끄러운 캔버스 표면은 물감의 농도와 붓질의 방향과 속도와 밀도 그리고 힘의 강도를 잘 드러나게 한다. 그려진 것의 가장자리 부분의 미세한 틈새를 작가는 세밀히 연필선으로 그 윤곽선을 그려나간다. 작가는 그려진 것과 그려지지 않은 것이 만나는 표면 위의 사이-공간을 다시 그려나간다. 이 균일한 연필선들은 다시 한번 회화적 깊이감을 방해하며 그려지지 않은 것과 그려진 것 사이의 관계를 뒤집는다. 또한 일반적으로 연필로 스케치를 하고 그 다음에 색채 작업을 하는 회화의 순차적 방식을 뒤집는 것 같다. 균일하게 그린 연필선들은 그려진 것과 그려지지 않은 것 사이에서 둘 사이의 관계를 강조하기도 동시에 방해하며 모호하게 만든다. ● 신경철은 그만의 회화적 방법론을 통해 구상과 추상, 재현적 회화와 비재현적 회화에 대한 이분법적 구분을 모호하게 만들며 넘나든다. 오히려 그려진 것과 그려지지 않은 것, 재현적인 것과 비재현적인 것에 대해회화의 방법론적 실험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메타-회화에 가깝다.

신경철_T-HERE-235_리넨에 아크릴채색, 연필_162.2×97cm_2017

모더니스트 페인팅의 제스쳐와 포스터 모더니즘의 차용이 공존하는 듯 한 그의 작업 형식은 20세기 회화의 모순되는 지점들이 동시에 펼쳐진다. 이러한 모순된 지점들은 어쩌면 20세기를 거쳐온 오늘의 회화가 풀어가야 하는 필연적 과제들일 것이다. 20세기를 통해 우리는 재현적 예술에 대한 극복 과정과 회화의 종말에 대한 징후들과 예견들 그리고 매체 특정적 미술의 고립과 확장의 과정을 목격하였다. 오늘날 회화를 비롯한 예술은20세기 미술이 획득한 질문과 방법론을 차용하여 다시 재-현하거나 그 자체를 작업적 재료로 재생산함으로써 예술적 질문들을 다시 재-현재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재생산(reproduction 혹은 post-production)과정을 통해 고착화된 예술적 질문과 층위들은 다시 유예화되거나 잠재적인 것으로 남는다. ● 신경철은20세기 회화의 다양한 운동들에서 차용한 레퍼런스들을 적극적 수용하는 동시에 다양한 방법론적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그래서 구상과 추상이라는 오래된 양극이 오히려 상호작용의 두 측면으로 기능하고 이를 통해 작가만의 회화적 방법론을 찾아가고 있다. 그렇지만 이러한 가능성의 탐구가 회화라는 매체의 특수성을 강조함으로써 오히려 고립되었던 모더니즘 회화의 방식의 반복이어서는 안 될 것이며, 오히려 다양한 동시대 미술의 확장과 질문에 대해 감각과 지성을 열어 둘 때 작가의 작업은 더욱 흥미로워 질 것이다. ■ 박창서

신경철_T-HERE-08_리넨에 아크릴채색, 연필_33.4×53cm_2017

즉흥적 행위 이후의 미세한 개입 그리고 역전된 풍경성 ● 일상에서 포착된 이미지는 찰나적이며 그 이미지는 기억이라는 방식으로 지속된다. 이렇게 지속되는 과정에서 그 이미지는 끊임없이 새롭게 재-구성되기도 한다. 나의 작업은 이러한 과정을 회화적으로 추적한다. ● 기억된 찰나적 이미지는 캔버스의 표면에 빠른 붓질을 통해 회화적 이미지로 펼쳐진 후 한동안 놓여진다. 작업을 위해 최소한으로 구성된 이미지는 붓질을 통해 실행되는 과정에서 캔버스의 표면 위에 즉흥적인 물질적 흔적을 남긴다. 이를 통해 일차적으로 드러난 회화적 이미지는 잠정적으로 완성된다. 찰나적 이미지의 강렬함은 시간의 지속과 함께 기억을 통해 새롭게 구성되듯 일차적으로 완성된 이미지에 나는 새로운 개입을 시도한다. ● 붓질의 강도 혹은 속도와 안료의 물리적 특성은 표면에 미세한 틈새를 만든다. 즉 붓질의 중심에서 벗어난 가장자리 공간의 미세한 틈새를 주목한다. 기억의 미세한 틈새를 찾고 그것을 새롭게 부각시키는 작업 과정을 통해 최초의 이미지는 재-이미지화된다. 나는 일차적으로 펼쳐진 이미지를 역전시키고 재-이미지화하기 위해 즉흥적인 페인팅의 방식과는 다른 세밀하고 어쩌면 집요해 보이는 드로잉의 행위를 반복한다. 이것은 기억 혹은 이미지의 강도와 밀도 혹은 속도의 문제이다. 이 틈새를 발견하고 이것을 전면으로 다시 끌어올리는 세심한 드로잉 과정은 먼저 이루어진 행위의 흔적을 섬세하게 확인해가는 작업의 과정인 동시에 한편으로는 그 이미지를 역전시키는 행위이다. 이것은 그리려고 하는 것의 이미지와 그려진 것의 이미지 사이의 강도와 밀도 혹은 관계를 해체하는 것일 수도 있고 주변과 중심의 관계를 재-위치시키고자 하는 것일 수도 있다.

신경철_풍경과 회화의 틈새展_프로젝트 스페이스 우민, 우민아트센터_2018
신경철_풍경과 회화의 틈새展_프로젝트 스페이스 우민, 우민아트센터_2018

2009년 가졌던 개인전에서 나는 지금의 작업 방식의 회화 작업들을 처음으로 선보였다. 거친 붓질의 흔적에 집중했던 이전 작업들과 달리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업들은 방법론적으로 같은 맥락을 유지하면서 찰나적 이미지의 강렬함이 붓질과 함께 색을 통해 그 자체의 완성도를 높인다. 화면 전체에 균일하게 칠해진 배경색인 은색은 중성적 색채 계열이지만 금속성이 가지는 그 차갑지만 그 은은한 광택은 나의 작업이 이미지의 풍경성을 재현하는 것이 아님을 드러낸다. 차갑게 가라앉아 은근히 발산하는 그 힘들은 그 위에 펼쳐지는 이미지의 회화성을 증폭시킨다. 이미지의 재현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이 일차 작업이 회화적으로 그 자체로 완성되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나의 작업의 방향이 이러한 이미지의 재현이라는 것에 있지 않기 때문에 그 속에서 또 다른 회화의 가능성을 찾아간다. 이 가능성은 나에게 또 다른 의미의 회화적 공간을 찾고자 함이다. 붓질이 지나가고 난 후의 그 무수한 작은 틈새를 물감의 색채와는 전혀 이질적인 연필의 검은 선들로 그려나가는 과정을 통해 나조차도 예측하지 못하는 새로운 회화로 나아간다. 다르게 이야기하면, 이 집요한 과정을 통해 거칠고 즉흥적인 붓질의 행위 이후 몰려드는 허무를 극복하고자 함인 동시에 고착되려고 하는 이미지 혹은 기억에 대한 끊임없는 새로운 개입을 통해 그것을 재-이미지화 혹은 탈-이미지화하고자 함이다. 그 미세한 틈새를 찾아가는 과정 속에서 재현된 이미지가 가지는 힘들은 분산되거나 전이된다. ● 이러한 태도는 일상을 살아가는 평범한 내가 그 일상의 삶 속에서 작가로서의 시선을 매 순간 연결시키고자 하는 최소한의 감각적 개입이다. 이 감각적 순간은 다시 나의 작업 과정 속에서 회화에 대한 질문과 마주치고 이 마주침의 지속화를 통해 기나긴 회화의 흐름 속에서 나의 작업의 가능성을 모색하고자 함이다. ■ 신경철

Vol.20180122e | 신경철展 / SHINKYUNGCHUL / 申景撤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