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풍경

The Veiled Landscape展   2018_0123 ▶︎ 2018_0325 / 월요일 휴관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참여작가 김기수_김상균_노충현_뮌_안창홍 이창원_장종완_홍순명_황세준

관람시간 / 10:00am~08:00pm / 주말,공휴일(12~2월)_10:00am~06:00pm 주말,공휴일(3월)_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뮤지엄나이트(1,3번째 금요일),문화가 있는 날(마지막주 수요일)_10:00am~10:00pm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SeMA, Buk Seoul Museum of Art 서울 노원구 동일로 1238 (중계동 508번지) 프로젝트 갤러리 1,2 Tel. +82.(0)2.2124.5201 sema.seoul.go.kr sema.seoul.go.kr/bukseoul

성수대교를 건너 동부간선도로를 지나는 출근 길, 아침저녁 서울의 풍경을 마주한다. 잘 정비된 한강을 따라 줄지어 서있는 아파트들은 속속 재건축이 진행되면서 답답한 판상 형에서 타워 형으로 변모 되고 건설사들의 수주 경쟁으로 외관은 점점 세련되게 탈바꿈되고 있다. 홀로 우뚝 솟아 의지와는 상관없이 서울 어디서나 마주칠 수밖에 없는, 불편하기 짝이 없는 롯데월드타워도 아침 햇살에 반짝이는 한강변 풍경에서 누군가에게는 멋지게 보일 수도 있겠다. 지금처럼 해가 짧은 저녁 검푸른 한강은 각양각색의 다리, 건물, 아파트의 화려한 조명, 자동차 불빛과의 대조로 아름답다. 동부간선도로 주변은 도시 재정비 사업에 따라 낙후된 지역에서 벗어난 지 오래다. 월계 1교에서 하계역 쪽으로 빠져나오면 미술관이 위치한 노원구 하계동이다. 노원구는 강북 유일의 계획도시로 아파트와 근린시설들로 빼곡한 가운데, 곳곳에 위치한 공원으로 풍부한 녹지를 자랑한다. 서울의 25개 구 중 세 번째로 인구가 많은 곳, 복작대는 사람들이 두루 살기에 부족함이 없는 동네다. 주거비용을 제외하면 매일 보는 강남과 동북부 지역 풍경에서 삶의 차이는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2018년 서울, 경제적으로 참 잘사는 도시다. 그런데 가장 잘 산다는 강남구 일대에 걸린 현수막의 "경축 영동대로 '천지개벽' 수준 개발계획 확정..."이라는 글귀를 보면 아직도 천지개벽할 수준의 발전이 남아있나 보다. 6·25 전쟁 이후 불과 몇 십 년 만에 유례없는 압축 성장을 이루었고 그 폐해를 여전히 겪고 있으면서도 더 높게, 더 크게, 오로지 경제적 성장만을 위해 달리는 끝없는 욕망을 여과 없이 표출하고 있다. 선진국, OECD 회원 국가, GDP 3만, 4만 달러 달성이 국민의 안전, 인권, 행복보다 중요하다.

김기수_대단지 입구_캔버스에 유채_112×145cm_2014
노충현_원숭이_캔버스에 유채_115×115cm_2017
홍순명_팽목.2014년4월25일_캔버스에 유채_218×291cm_2016

『두 번째 풍경』은 이러한 생각이 반영된 전시다. 우리가 바라보는 그럴듯한 서울의 풍경을 걷어내고 그 뒤에 있는 진짜 풍경, 두 번째 풍경을 보여주고자 한다. 얼마나 더 잘 살면 만족할 수 있을까? 과연 잘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예전에 비해 잘사는 만큼 행복해졌을까? 삶의 부조리는 개선됐을까? 이러한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 이를 위해 미술이나 전시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쉽게 다가가고자 소위 읽고 이해하는 전시가 아닌, 보고 느끼는 전시를 만들고자 했다. 그래서 익숙한 풍경을 다루되, 대한민국의 현재를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고 있는 문제, 갈등, 모순 등을 주제로 삼은 작품들을 선택하였다.

황세준_세계배Ⅳ Worldcup Ⅳ_캔버스에 유채_193×130cm×2_2011
김상균_Winter Comes_캔버스에 유채_130.2×194cm_2017
장종완_바르게 살자 Walk with God_양가죽에 유채_53×72cm_2016

9명의 작가들은 그들의 방식대로 과거와 현재에 기인하는 풍경을 보여준다. 1층 갤러리는 주로 회화작품으로, 광주대단지사태라는 기억과 함께 개인사를 지닌 삶의 터전으로서 성남의 풍경(김기수), 주인공인 동물이 부재하는 동물원의 우리(노충현), 대한민국의 이목을 집중시킨 사건의 현장으로서 팽목·밀양·포천(홍순명), 도시의 쓸쓸한 일상 풍경과 사람들(황세준), 화려한 외양으로 치장한 조작된 풍경 이미지(김상균), 종교집단의 전단지 또는 선전 포스터를 떠올리게 하는 유토피아적 풍경(장종완), 양평작업실 뜰에 흐드러지게 심어진 맨드라미 꽃(안창홍)을 그린 풍경을 보여준다. 2층 갤러리는 원경으로 바라본, 쉽게 다가갈 수 없는 4개의 도시 풍경(이창원)과 권력관계로 얽힌 추상적 풍경, 사건을 바라보는 공공극장(뮌)을 보여준다. 첫눈에 어떤 풍경은 지극히 평범하게, 또 어떤 풍경은 아름답거나 환상적으로 느껴진다. 그러나 한 발 들어서서 본 두 번째 풍경은 우리 현실을 대변하는 압축 성장, 물질만능주의, 사회의 불안과 동요, 어이없는 희생, 전쟁, 고단한 삶 등을 함의하고 있다.

안창홍_가을과 겨울사이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유채, 피그먼트 잉크_136×346cm_2014
이창원_4개 도시: 바그다드, 평양, 서울, 후쿠시마_쇼케이스, 받침대, LED 조명_113×45×45cm×4_2014
뮌_공공 극장_스테인리스 스틸, 나무, LED, 미니어처 오브제_200×200cm_2016

일견 심미적 풍경처럼 보이는데 알고 보면 몹시 불편한, 하지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풍경이다. 반질반질한 겉모습 뒤로 숨겨진 끝없는 욕망을 들춰내는, 현실 비판적 풍경이다. 그런데 이 풍경은 우리의 현실에서 그치지 않는다. 과거와 현재, 세계 여기저기를 뜰채로 떠낸 풍경들이다. 북 핵,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 IS 테러, 분쟁, 미얀마의 로힝야족 탄압, 아프리카 난민 등 굵직한 난제 외에도 예측하기 어려운 자연재해, 나날이 벌어지는 빈부격차, 이로 인한 삶의 위기와 고단함은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다. 성찰이 필요한 시대다. 2016년, 촛불집회는 하나의 시민혁명이 되어 현재의 정치적 변화를 이끌어냈다. 이는 현재 진행형이다. 우리는 언제나 눈을 크게 뜨고 사회구조적으로 형성된 불평등한 권력관계를 들여다 볼 수 있어야 한다. 조금이라도 더 나은 사회, 서로 다르지 않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두 번째 풍경을 직시해야 한다. 두 번째 풍경으로 깨어있는 태도는 미래로 가는 올바른 시작점이다. 미약하나마 전시를 통해 삶의 방향을 가늠할 수 있었으면 한다. 일상의 정치는 계속 작동되어야 한다. ■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Vol.20180123c | 두 번째 풍경 The Veiled Landscape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