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로씨의 무비월드

이마로展 / LEEMARO / painting   2018_0130 ▶ 2018_0516 / 일요일, 마지막 주 월요일 휴관

이마로_매기 큐_57×76.5cm_2017

초대일시 / 2018_0130_화요일_05:00pm

후원 / 아산사회복지재단 주최 / 사단법인 에이블아트 기획 / 이지혜 진행 / 이예선

관람시간 / 10:00am~10:00pm

에이블아트센터 2층 ABLEART CENTER 2F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서수원로617번길 9 Tel. +82.(0)31.295.1071 ableart.or.kr

전혀 다른 '가셰 박사의 초상'이 있다. 하나는 1890년 고흐가 그린 「폴 가셰 박사」이고 하나는 이마로가 그린 「고흐 폴 가셰」이다. 고흐의 「폴 가셰 박사」는 고흐가 폴 가셰 박사로부터 정신과 치료를 받는 중에 그려지게 되었다. 박사는 고흐에게 그의 정신병적 증세가 그림 그리기로 나아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폴 가셰의 진단을 받은 고흐는 오베르에 머무는 2개월 여 동안 100여점이 넘는 그림을 그렸다. 이 시기에 고흐는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에서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나는 다른 어떤 것보다도 현대적인 초상화에 큰 열정을 가지고 있다' 폴 가셰 박사 또한 우울증을 겪고 있었는데 고흐는 이런 폴 가셰 박사의 표정을 작품으로 남겼고, 그는 고흐가 그린 자신의 초상을 마음에 들어 했다.

이마로_라라랜드_54×68cm_2017
이마로_라라랜드2_54×68cm_2017

120여년 후 한국의 작은 스튜디오에서 한 청년이 고흐의 그림을 따라 그린다. 고흐의 「폴 가셰 박사」를 프린트해서 머리맡에 붙여 두고 그린 이마로의 「고흐 폴 가셰」이다. 이는 고흐의 원작을 모사한 것이지만 원작과 전혀 다르다. 유화로 그려져 고흐 만의 붓터치가 매력적인 원작과 달리 이마로의 작품은 연필로 스케치한 위에 자신이 즐겨하는 방식으로 면을 채웠다. 흰 종이에 인물의 인상이나 특징을 간략하게 드로잉한 후 다양한 색상의 마커로 일부를 채색한다. 이후 묽은 수채로 면을 채우는 방식이다. 이마로를 잘 모르는 이들이 그의 작업 광경을 본다면 괴짜라고 할지 모른다. 먼저 흰 장갑을 끼고 맑은 유리병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뜨거운 물을 담는다. 유리병의 뜨거운 물을 다시 작은 유리잔에 나누어 담고 작업을 시작한다. 그가 얇은 유리잔에 뜨거운 물을 담는 이유는 추운 날씨에 굳어진 붓 자루를 부드럽게 하고 잘 헹구기 위해서다. 또한 이마로는 붓털에서 색이 풀어지는 것을 관찰하며 물의 변화를 즐기기도 한다. 실재로는 뜨거운 물이 붓털을 상하게 하지만 그와 상관없이 그는 자신의 독특한 작업 방식에 심취하여 작업과정을 즐길 뿐이다. 이렇게 특징적인 이마로의 습성은 작업에서 시기별 공통점으로 나타난다. 독특한 작가의 작업 방식이 처음에는 의아하지만 그의 작업 방식을 이해하고 나면 작품의 흐름과 연결되면서 그만의 작업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중요한 기로가 된다.

이마로_스웨덴 왕족_48×26cm_2016
이마로_폴 가셰_54.5×39cm_2018

고흐의 편지에 적혀 있는 것처럼 그는 자신의 작품을 이해하고 인정해준 폴 가셰 박사와 함께한 오베르 시절, 타인을 그리는 초상화에 큰 열정을 보였다. 이마로의 작품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것이 바로 초상화이다. 이마로는 초상화를 즐겨 그리는데 그 범위가 상당하다. 이마로의 장애 진단명은 '자폐'인데 이는 스스로를 닫는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마로의 작품을 보면 이러한 정의가 그와 어울리지 않는 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영화나 세계사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이마로는 보고 싶은 영화가 있으면 찾아가서 봐야 또 가고 싶은 유적지가 있으면 직접 가봐야 직성이 풀린다. 이마로의 적극적인 취미생활은 곧장 작업으로 이어지고 이는 영화 속 인물이나 위인 등의 초상으로 남는다. 영화 속 주인공의 인상, 역사 속 인물에 대한 성향 표현은 작품 보는 재미를 더한다. 이마로는 단지 취향의 표현이 아닌 시대적이나 사회적으로 해당인물이 나타내는 인상에 주목하며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이런 작품들은 이마로가 가진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얼마나 방대한 것인지 알려준다. 독일의 정신의학자 유진 민코프스키가 20세기 초 자폐를 '현실과의 살아있는 접촉의 상실'이라고 정의하기도 했는데 이 또한 이마로를 표현하는 데에는 어려움 있어 보인다. 세상에 관심을 두고 「고흐 폴 가셰」처럼 유명화가의 작품을 리서치하고 모작하는 것을 보면 그가 '살아있는 접촉을 상실'한 것이라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마로는 온기 있는 관계를 유지하는 것에 게으르지 않다. 동료 작가들의 작업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해석한다던지 함께 경험한 것들을 그림으로 그리는 것 또한 즐기기 때문이다.

이마로_흰 모자를 쓴 시골 여인의 초상_54.5×39cm_2018
이마로_트럼보2_26.5×38cm_2017

이마로는 풍경이나 정물보다도 한 인물이 속해있는 상황과 이야기에 관심이 크다. 자폐성 장애 덕분에 생기는 이마로 강박은 숫자를 세거나 특정 행동을 해야지만 풀어진다. 엉뚱하지만 이마로는 자신의 이런 강박을 풀기 위해 주변의 도움을 요청한다. 처음에는 어색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주변인들은 그의 강박을 이해하고 돕는다. 이마로는 가족, 선생님, 동료 등과 자기만의 방식으로 관계를 맺는데 이는 그를 상대하는 사람들 또한 마찬가지이다. 이 전시의 디스플레이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그는 몇 번이고 담당자를 찾아와서 원하는 것을 요구하고 변경하고 싶은 부분을 알려주었다. 이처럼 그는 그의 생활 중 어디에도 자신만을 닫아두지 않는다. 국경을 초월하고, 현실과 이상을 넘나드는, 사람을 향한 그의 호기심은 그의 작품에 그대로 담겨있다. 작품의 가치를 이해해주고 인정하는 동료들 사이에서 이마로는 수많은 초상을 쏟아낸다. 자신만의 독특하고 매력적인 표현법으로 하나하나 그려낸 초상은 닫힌 줄 알았던 그의 세계가 활짝 열려있음을 증명한다. 누구와도 같을 수 없는 괴짜 청년 이마로의 열린 세계는 오늘도 흰 종이 위에 살아있다. ■

Vol.20180130d | 이마로展 / LEEMARO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