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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일요일_11:00am~05:00pm
갤러리 담 GALLERY DAM 서울 종로구 윤보선길 72(안국동 7-1번지) Tel. +82.(0)2.738.2745 www.gallerydam.com
2월의 첫 전시로 준비한 나의 미래_김미형 전에서는 회화의 다양성을 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벌레 먹은 나뭇잎, 잠자리 날개, 매미 껍질 등 작가는 길에서 주운 여러 가지 채집물에다가 자신의 드로잉을 결합하여 작업을 하고 있다. 이전에 나뭇잎에 구멍을 뚫어서 작업하던 것에서 이제는 벌레가 갉아먹어 자연스레 된 구멍 난 잎을, 때로는 죽어서 분해된 잠자리의 남은 날개 등을 자신의 작업에 끌어들이고 있다. 김미형 작가는 홍익대학교에서 회화를 전공하였으며 이번이 일 곱 번째 개인전이다. 이번 전시에는 신작 드로잉 30여점이 출품될 예정이다. ■ 갤러리 담
구멍 난 잎 ● 한가로이 집 주위를 거닐던 어느 여름날, 싱싱한 콩잎들 사이로 벌레 먹어 구멍이 뚫린 잎들을 보았습니다. 어떤 구멍들은 웃고 있었고, 어떤 구멍들은 울고 있었습니다. 또 그렇게 말할 수 없는 다른 표정의 구멍들도 있었습니다. 구멍이 나있지 않은 멀쩡한 잎들은 아름답지 않았습니다. 거기엔 어떤 희로애락도 없어 보였습니다. 나는 잠시 구멍을 뚫는 내 작업의 방식을 접기로 했습니다. 내가 뚫는 구멍보다 간절하고 더 극렬한 구멍을 목격했기 때문입니다. 구멍이 나다 못해 온통 헤져 잎맥만 가느다랗게 남은 잎들, 나는 그 잎에서 부처를 보았고 예수를 보았습니다. 그리고 자연스레 그 잎들을 줍기 시작했지요. '상처도 이토록 절실하면 이렇게 아름다운 무늬가 되는구나.' ● 살아있는 모든 것들은 언젠가 소멸될 것입니다. 그러니 어떻게 소멸되어 갈 것인가? 구멍으로 온통 헤진 잎에서 나는 그 답을 찾습니다. 나도 머지않아 이 잎처럼 결핍의 무한한 공간과 상처의 찬란한 무늬를 가지게 되겠지요.
날개 ● 여름은 아직 한창인데 길에서 죽은 매미를 목격합니다. 수십 마리의 개미떼들이 매미의 시체를 감싸고 있습니다. 개미들이 필요한 것은 매미의 몸통인 듯, 떨어진 날개는 그냥 내버려둡니다. 체액이 없는 날개는 양식이 되지 못하나 봅니다. 버려진 날개는 이렇게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하찮은 것이 되고 나서야 그 누구에게도 침범당하지 않는 귀한 무엇이 됩니다. ● 나는 그 날개를 가져와 오래도록 바라봅니다. 7년간의 땅속 생활을 끝내고 바깥세상으로 나온 매미가 허물을 벗습니다. 허물을 벗고 나오는 매미를 숨죽이며 바라본 적이 있습니다. 온 힘을 다해 날개를 팽팽하게 만드는 매미의 떨림, 제 허물이 있던 곳에서 몇 걸음 기어 드디어 더 높은 다른 나무 위로 날아가는 매미. 모든 생은 경이롭습니다. 그리고 2주, 매미는 생을 마칩니다. 투명하게 빛나는 날개를 바라보며 세상의 모든 살아있는 것들을 생각합니다. ● 아주 오래 전, 버즘나뭇잎을 줍기 위해 자유로 갓길에 차를 세우고 잠시 쉴 때였습니다. 갓길에 반짝이는 것이 있어 가까이 가 봤더니 죽은 잠자리들이었습니다. 날개들이 햇빛에 반짝거리는 것이었지요. 자동차가 거센 바람을 일으키며 휙 지날 때마다, 흔들리는 죽은 잠자리들 사이로 혹시 살아있는 잠자리가 있는 건 아닐까 마음이 쓰였습니다. 곧이어 한 마리 잠자리를 목격합니다. 쌩쌩 달리는 자동차들에 그만 몸을 잘 가누지 못하는 잠자리, 속력을 내는 자동차가 일으키는 바람과 사투를 벌이며 잠자리는 그 얇은 날개로, 그 가느다란 다리로 필사적으로 쓰러지지 않으려 버티던 모습을 생생히 기억합니다.
나의 미래 ● '그리다'란 말은 '그립다'와 비슷해서 좋습니다. '그리다'란 말은 '기리다'와 비슷해서 좋습니다. 어느 미술관 계단에서도, 산책길에서도, 작업실 한 구석에서도 죽어 있는 잠자리며, 다른 풀벌레들의 죽음을 마주합니다. 구멍이 난 잎들도 시간이 되면 떨어지지요. 그들의 찬란한 생을 오래 기억하고 싶어 붙잡아둡니다. 그 죽음을 바라보며 나는 나의 미래와 마주합니다. ● 인생은 점점 짧아지고 예술은 점점 더 멀어져 갑니다. 그러는 사이 나의 미래는 한 걸음 한 걸음 더 가까워집니다. ■ 김미형
Vol.20180202c | 김미형展 / KIMMIHYUNG / 金美亨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