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력회화 Gravity Painting

김정효展 / KIMJEONGHYO / 金貞孝 / painting   2018_0201 ▶ 2018_0211 / 월요일 휴관

김정효_도시 2017-Ⅵ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16.7×80.3cm_2017

초대일시 / 2018_0201_목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금호미술관 KUMHO MUSEUM OF ART 서울 종로구 삼청로 18(사간동 78번지) Tel. +82.(0)2.720.5114 www.kumhomuseum.com

삭막한 도시를 완화시키는 '중력회화'1. 우리가 지구상에서 공중에 떠다니지 않고 지표면에서 생활할 수 있는 것은 중력의 작용 때문이다. 질량이 있는 모든 물체는 서로 끌어당기는 힘이 있는데, 중력은 지구에서 가장 큰 질량을 가진 지구질량이 끌어당기는 힘이다. 이 힘에 가장 잘 순응하는 자연의 요소는 물이다. 우리가 종종 사용하는 "물처럼 자연스러워야 한다"는 말은 바로 중력의 힘에 거스르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이다. 중력은 자연을 지탱하는 가장 강력한 힘이며, 우리가 지구에 사는 한 단 1초도 중력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 1990년대 말부터 "물감을 흘리는 것만으로도 그림이 가능할까"라는 질문에서 시작된 김정효의 작업은 캔버스를 수직으로 세우고 위에서 아크릴 물감을 흐르게 하여 선 자체가 그림이 되게 한 것이다. 이처럼 물감의 액체성을 이용한 '중력회화'는 직선들로 이루어지지만, 차가운 기학학적인 선이 아니라 액체 물감과 캔버스의 굴곡진 천이 만나 생기는 미세한 떨림이 반영된 선이다. 이런 방식으로 그녀는 물감의 농도와 양에 따라 다양한 선의 느낌을 내고, 캔버스를 돌려가며 수평선과 수직선을 만들었다. ● 이러한 중력회화에서 그림을 그리는 주체는 인위적인 기술로 그림을 완성하는 자가 아니라 자연의 힘인 중력에게 그리는 임무를 위임하고 참여자로 만족한다. 이것은 주체의 의지와 계획을 반영하면서 그것의 실현을 자연의 힘에 맡김으로써 인간과 자연의 공동 작업이 되게 한 것이다. 인간의 의지와 자연의 힘, 행위와 무위가 서로에 의지해서 행해지는 이러한 제작 방식은 수행적인 과정을 요구한다. 도예를 하는 사람이 흙의 성질과 타협하고 불의 심판을 기다리듯이, 중력회화는 행위의 결과를 기다리고 우연의 개입을 허락한다. 결과적으로 화면은 직선들이 지배적이지만, 우연성의 개입으로 인한 긴장과 자연스러움을 간직하고 있다.

김정효_도시 2017-Ⅰ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91×116.7cm_2017
김정효_도시 2017-Ⅱ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91×116.7cm_2017
김정효_도시 2017-Ⅲ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16.7×116.7cm_2017

2. 서양에서 미술은 오랫동안 붓으로 재현적인 형상을 그리는 행위를 의미했다. 이때 그림을 그리는 주체는 당연히 인간이고, 그림은 작가의 묘사 기술과 능력에 전적으로 의존하게 된다. 이러한 전통에서 벗어나 우연성과 행위성을 중시하게 되는 것은 20세기 중반에 등장한 추상표현주의에서이다. 잭슨 폴록은 천을 바닥에 깔고 페인트를 사방에서 흘려가며 화가의 몸짓이 곧 그림이 되게 했고, 프란켄탈러는 초벌칠이 안 된 캔버스에 물감을 부어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하는 얼룩회화를 시도했다. ● 그리고 이들의 영향을 받은 모리스 루이스는 흘리기를 회화의 요소로 본격적으로 도입했다. 특히 그가 1960년대에 시도한 「펼침」 연작이나 「줄무늬」 연작은 중력에 의해 흘러내리는 원리를 이용한 회화였다. 그린버그가 '후기 회화적 추상'이라고 부른 이런 방식은 추상표현주의에 남아 있는 재현적 일루전을 캔버스의 평면과 통합시켜 형상과 배경의 이원성을 완전히 없애고자 한 것이었다. ● 루이스의 추상회화가 재현적 일루전을 제거하고 평면성으로 나아가는 환원적인 결과에 주목했다면, 김정효의 중력회화는 평면성의 개념보다는 행위와 무위가 호흡처럼 반복되는 제작메커니즘에 주목하고 있다. 그녀는 물감의 색을 선택해서 캔버스에 흘리는 '행위'와 물감이 스스로 캔버스를 타고 흘러내려가는 것을 지켜보는 '무위'가 날숨과 들숨의 호흡처럼 이루어지는 과정성을 중시한다. 이러한 과정을 수행을 하듯이 수없이 반복하면서 어떤 구축적인 형상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김정효_도시 2017-Ⅸ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30.3×89.4cm_2017
김정효_도시 2017-Ⅶ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30.3×89.4cm_2017

3. 이렇게 제작된 그녀의 초기작들은 대개 수평선과 수직선들인 구축된 추상적인 화면으로 귀결되었다. 이후 사과의 형상이 드러나는 「사과」시리즈를 거쳐 근작들에서는 수직선이 중심이 되는 현대화된 건축물들을 다룬 「도시」시리즈로 변모하고 있다. 이것은 중력회화의 변용가능성을 모색하면서 일상성을 반영한 결과로 보인다. 그러면서 하늘이나 나무 같은 재현적 이미지를 위한 붓 터치나 색면들이 들어가기 시작했지만, 그림의 중심을 이루는 선들은 여전히 흘려서 그린 것이다. ● 김정효의 「도시」시리즈에서 흔히 등장하는 풍경은 도시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공사 현장이나 네모난 성냥곽을 쌓아 올린 것 같은 건축물들이다. 미니멀리즘의 영향을 받은 이러한 현대 건축물들은 도시의 좁은 면적에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집을 기하하적인 직선으로 지으면서 하늘을 향해 높이 솟아있다. 이것은 물과 달리 중력에 역행하는 인위적인 건축 문화이다. 이러한 성냥곽 모양의 네모난 형태는 인간의 마음도 네모나게 하여 현대인의 정서를 삭막하게 만드는데 일조를 하였다.

김정효_도시 2017-Ⅷ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30.3×89.4cm_2017
김정효_도시 2017-Ⅹ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30.3×162cm_2017

사실 한국의 전통 건축은 이처럼 인위성이 강하지 않았다. 한국의 전통 초가집이나 기와집은 자연의 곡선을 닮아 있고, 한국인들은 이러한 곡선을 보고 자라면서 자연친화적이고 정감 있는 문화를 일구어 왔다. 자연의 곡선이 의미하는 바는 모든 개체들이 외부와 상호작용 속에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근대화의 물결 속에 이러한 전통 건축양식은 기하학적인 직선으로 변해버렸고, 이에 따라 사람들의 정서도 개인주의적이고 이기적으로 변하게 되었다. ● 김정효의 「도시」시리즈는 도시 이미지를 자연을 지배하는 중력의 힘을 통해 재구성함으로써 각박하고 삭막한 도시의 이미지를 완화시키고 있다. 여기에 자연의 녹지와 구름이 있는 하늘을 그려 넣어 보다 편안한 전원의 느낌을 첨가했다. 이것은 인간과 자연을 조화를 추구해온 한국적인 미의식과 정반대로 나아간 현대화된 도시에서 잃어버린 전통을 복원하는 방식으로 보인다. ● 2000년 아트사이드 갤러리에서 열린 첫 개인전 이후 오랜 침묵을 깨고 열리는 김정효의 이번 전시회는 이 같은 「도시」시리즈를 처음 선보이는 자리이다. 또한 좌대 형식의 직사각형 4면을 중력회화로 그려 실제의 건축물처럼 만든 조형작품도 시도하여 추상에서 구상으로, 평면에서 입체로 확장해나가는 중력회화의 새로운 양식적 가능성들을 보여주고 있다. ■ 최광진

김정효_도시 2017-XI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30.3×89.4cm_2017
김정효_도시 2017-XVI_나무상자에 아크릴채색_ 50×30×30cm, 70×45×30cm, 170×45×30cm_2017

"Gravity Painting" Relieving the Desolate City1. Due to gravity, we can stand with our feet on the earth and not float in the air. A mass naturally attracts things, and gravity is the force produced by the biggest mass on Earth. Water is the natural element that most acquiescently conforms to the force. The often-used expression, "Be as natural as water," implies that we should not act against the power of gravity. Gravity is the most powerful force in nature, and we cannot be free from it as long as we live on Earth. ● Jeonghyo Kim's work began with the question, "Can one produce a painting only by spilling paint?" in the late 1990s. The artist stood the canvas vertically and let acrylic paint run from the top to create a work of art. The traces themselves became a painting. Such "gravity painting" consists of rather straight lines; however, the lines are not cold and geometric but bear fine trembles created when the liquid paint meets the rough canvas. Using this method, Kim created lines that convey various emotions by varying the consistency and the amount of paint and by turning the canvas to establish both horizontal and vertical lines. ● In gravity painting, the artist does not complete the painting using artificial techniques but instead assumes the role of a participant who delegates the task of painting to the natural power of gravity. The painting is a collaborative project between man and nature, which reflects the will and plan of the subject while allowing nature to form its shape. The method of production, in which the action of human will and the inaction of natural power rely on each other, requires an ascetic process. While a ceramist compromises the nature of clay and awaits the judgment of the fire in the kiln, the gravity painter waits for the results of actions and allows coincidences to intervene. In the end, straight lines dominate the canvas, yet they retain the tension and spontaneity that come from happenstantial actions. 2. For a long time in the West, art focused on reproducing images. In those days, the subjects who painted the works were people, and the works of art were completely dependent on the descriptive techniques and skills of the artist. It was only in the mid-20th century that abstract expressionism emerged to break art free from tradition and allow it to focus on coincidental and behavioral qualities. Jackson Pollock turned action into painting by pouring paint all over a cloth on the floor, and Helen Frankenthaler explored the world of soak-stain painting by pouring paint onto an unprimed canvas. ● Based on their influence, Morris Louis actively introduced such techniques as a major element in paintings. His series of paintings created in the 1960s, including "Stripes" and "Veils," employed the principle of gravity. His approach, called "post-painterly abstraction" by Greenberg, sought to eliminate the duality of form and background through integrating the plane canvas with the residual tendency of abstract expressionism that aims to reproduce reality. ● While Louis's abstract painting focused on the reductive consequences of eliminating illusion and seeking planeness, the gravity paintings of Kim look to the production mechanism, in which action and inaction repeat themselves like breathing. The artist cherishes the sense of process, in which an action — choosing a color and spilling it on the canvas — and an inaction — watching the paint run down the canvas — take alternative turns and continue much like the act of breathing. As would a monk on a mission, the artist innumerably repeats the act and builds a constructive shape. 3. Her early works produced through such a process mainly consisted of abstract works with horizontal and vertical lines. The "Apples" series, where the form of an apple looms, followed, and her recent works, such as "Cities" series, focuses on contemporary buildings while employing vertical lines. The artist reflects the sense of everyday life while seeking the potential of gravity painting for further applications. Brushstrokes and color fields are added to reproduce images of the sky and trees, but the main lines that construct the paintings still rely on gravitational force. ● Common scenes appearing in the series include ordinary urban construction sites and buildings that resemble square matchboxes. Under the influence of minimalism, such buildings soared into the sky as people sought efficiency and built geometrically vertical buildings to make up for the small amount of available space in the cities. As opposed to water, this artificial architecture runs against gravity. Such matchbox-like shapes contributed to making our hearts desolate and square. ● In fact, Korean traditional architecture did not partake of such artificiality. The lines of traditional thatched houses and roof-tiled houses resemble those in nature. Koreans built a warm, ecofriendly culture that revolved around growing up among the environment. The natural lines imply that all beings interact with the outside world. However, in the vortex of modernization, traditional architecture was replaced with geometric straight lines, leading people living in these areas to become individualistic and self-centered. ● The "Cities" series of Jeonghyo Kim alleviates the image of a stark and heartless city by reconstructing the image using the dominant force of nature: gravity. Green space and a sky with clouds add a comfortable feeling of the countryside. It is believed to be a means to restore the lost traditions in a modernized city that opposes the aesthetic taste of Korea that has pursued harmony between nature and man. ● Breaking the silence since the first solo exhibition at the Art Side Gallery in 2000, this exhibition showcases the "Cities" series for the first time. The artist also suggests new stylistic potential from abstract painting to constructive painting, from plane to solid, and through a sculpture constructed with four rectangular gravity paintings that resemble a building. ■ Kwangjin Choi

Vol.20180202f | 김정효展 / KIMJEONGHYO / 金貞孝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