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리스 비아헤! ¡Feliz viaje!

권인경_박능생_박영길展   2018_0206 ▶ 2018_0225 / 월요일,설연휴 휴관

초대일시 / 2018_0206_화요일_05:00pm

관람시간/ 12:00pm~06:00pm / 화,수요일_03:00pm~09:00pm 일요일_01:00pm~05:00pm / 월요일,설연휴 휴관

도로시살롱 圖路時 dorossy salon 서울 종로구 삼청로 75-1(팔판동 61-1번지) 3층 Tel. +82.(0)2.720.7230 blog.naver.com/dorossy_art

권인경 KWON In Kyung, 박능생 PARK Neung Saeng, 박영길 PARK Young-Gil 은 동양화(한국화)를 전공한 작가로서 동양화의 전통과 현대성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눈다. 이들은 무엇보다도 '실경을 통해 작업이 진행되고 이동 시점에 대하여 관심이 많다'. 그래서 그림이란 무엇인지, (전통 동양화의 주를 이루는 산수山水에서 비롯된) 풍경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과 궁금증을 지금 자신들이 생활하고 작업하고 있는 일상의 도시 풍경에서 찾으며 지속적으로 작품활동을 해오고 있다. 동양의 전통화 기법과 재료를 바탕으로 서양화의 기법과 재료를 가미한, 과거와 현재가 어우러지는 동양 전통적이면서도 현대적인 묘한 분위기로 이들이 그려낸 우리네 도시의 풍경은 국내 뿐 아니라 중국과 프랑스, 독일, 스페인 등에 소개되어 우리와 다른 문화를 가진 이들의 눈과 마음을 홀리기도 했다. 그리고 전시를 위해 다른 나라를 방문할 때마다 작가들은 새롭게 접한 풍경에 매료되어 그곳에서 자신들만의 시선과 감각으로 이를 그려낸 스케치들을, 새로운 작업들을 잔뜩 안고 돌아오곤 했다. ● 2018년 도로시 살롱의 문을 여는 첫 기획전 『펠리스 비아헤 ¡Feliz viaje!』는 지난 해 함께 한 스페인 출장 겸 여행을 통해 세 작가가 탄생시킨 작품들을 골라 한 자리에 모아 소개하는 자리이다. 권인경, 박능생, 박영길 세 작가는 직접 눈으로 본 실경을 기반으로 작업을 한다. 그러나 그들이 그려내는 풍경은 눈에 보이는 그대로 재현하는 실재의 풍경은 아니다. 전통 동양화가, 한국화가 그렇듯, 그리고 최근의 많은 현대회화가 그렇듯 한 화면에 다양한 풍경을, 공간을, 장면을 모아 재구성한다. 때로는 시점 마저도 단일하지 않고, 우리에게 풍경화를 생각할 때 익숙한 원근법으로 표현된 화면과도 또 다르다. 세 작가가 입을 모아 이구동성으로 이야기하듯 기억과 경험에 기반한, 심리적 상태와 정신이 깃든 화면이다. 그렇지만 실경을 기반으로 하기에 요소요소를 뜯어 보면 하나하나는 분명히 실존하는 공간이고, 장면이며, 풍경이다. 흥미롭게도 『펠리스 비아헤!』에서 소개하는 풍경들은 얼핏 보면 스페인이 아닌 동양의 풍경 같은 생각이 든다. 기법이, 색감이 동양화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에 우리눈은 어리석게도 쉽게 저건 동양 어딘가라고 단정지으려 한다. 그러나 하나하나 뜯어보면, 우리가 살고 있는 서울이나 가까운 일본, 중국의 풍경과는 다른 서양의 풍경이, 유럽의 풍경이, 스페인의 풍경들이 분명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권인경_잊혀진 기억, 상기된 시간1 Forgotten Memory, Reminded Time 1_ 종이에 수성흑연, 연필, 고서 콜라주, 아크릴채색_73×141cm_2018 ⓒ 2018 Kwon In Kyung / dorossy

권인경의 「잊혀진 기억, 상기된 시간 1(2018)」은 전면에는 유유히 강이 흐르고, 이 강이 둘러싸고 있는 기암괴석이 우뚝 솟은 언덕 위로 저 멀리에는 뾰족한 종탑과 중세 수도원으로 보이는 건축물, 그리고 뭉툭하고 거친 붉은 가옥들이 듬성듬성 보이는 익숙한 듯 다소 낯선 풍경이다. 작가는 이 곳이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에서 한 시간 남짓 가면 만날 수 있는 도시 톨레도 Toledo라고 소개한다. 그러고 보니 기독교와 이슬람이 공존하며 중세도시의 모습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는 묘한 매력의 스페인 고도 톨레도를 멀리서 바라 본 바로 그 풍경이다. 흥미롭게도 작가는 무성한 푸른 나무와 집들로 덮인 도시 톨레도의 언덕에서 동양의 기암괴석을 느꼈나보다. '기독교와 이슬람, 중세가 공존하는 이색적인 분위기를 가졌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페인의 화가 엘 그레코 생애와 그림이 담겨 있는 곳 톨레도'를 거닐며 새로운 도시와의 이 만남이 자신의 현재 삶과 상황과 연결되면서 또 다른 '지극히 사적인 경험'을 갖게 해 주었다는 작가의 설명은 바로 이런 이색적이고 독창적이며 매력적인 톨레도 풍경이 그려진 바탕일 게다. 세심한 디테일 묘사의 유려함과 장엄한 중세도시의 근엄함이 동시에 느껴지는 권인경의 미묘한 톨레도는 한동안 우리의 눈길을 사로 잡는다.

박능생_스페인 톨레도 Spain Toledo_화선지에 수묵, 주묵_60×75cm_2017 ⓒ 2018 Park Neung Saeng / dorossy

박능생의 톨레도, 「Spain Toledo (2017)」는 자연스럽게 권인경의 톨레도와는 또 다른 모습이다. 주묵의 붉은 색과 먹의 검은 색의 강렬한 대비는 시원하게 한 번에 내달려 그린 것으로 보이는 작가의 힘차고 간결한 스케치에 힘을 더한다. 눈 앞에 웅장하고 육중하게 펼쳐지는 바위 언덕과 그 중간을 내돌아 뻗은 도로에 줄이어 달리는 자동차의 모습이 묘하게 중세도시 톨레도와 잘 어울린다. 첫 대면에서는 어릴 적 미술책에서 많이 보았던 수묵담채로 그린 전통적인 동양 산수화의 느낌인데, 그 안을 자세히 들여다 보니 이건 영락없는 스페인 중세도시 톨레도이며, 많은 관광객들이 몰려드는 인기있는 관광도시 톨레도가 분명하다. 톨레도에서 작가는 중세와 현대의 공존, 자연과 도시, 기계(자동차)의 공존을 강조하고 싶었던 것일까. 자신의 작업 '고정시점, 특정 시각에서 바라 본 대상의 리얼리티나 물리적 현상의 재현이 아니라 현상의 경험'에 있다고 강조하며 이는 '단순한 물리적 재현이 아닌 정신적 재현'이라는 작가의 이야기에 나도 모르게 고개가 끄덕여진다. 한편 수묵으로 아기자기하게 스페인 마드리드 길거리를 거니는 관광객들의 모습을 그린 연작 드로잉 「 Spain Madrid – Street (스페인 마드리드 – 거리, 2017)」은 박능생만의 간결하지만 힘있는 구도와 모필로 하는 드로잉의 또 다른 매력을 절로 느끼게 해 준다.

박영길_Wind-Road Madrid_한지에 수간채색_90.9×65.2cm_2018 ⓒ 2018 Park Young-Gil / dorossy

박영길의 마드리드, 「Wind-road, Madrid (바람-길, 마드리드, 2018)」 더욱 신비롭다. 처음 언뜻 보았을 때 이 작품은 작가의 「춘풍행락도」의 새로운 버전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서울의 풍경과 비슷했다. 무엇보다도 마드리드에 소나무가 있다는 사실이 무언가 많이 낯설었다. 그런데 가만히 뜯어보니, 산세가 동양의 산세와는 다르다. 소나무도 이제까지 우리나라에서 보던 소나무와는 좀 다르다. 작가의 이야기를 들어 보니 마드리드 왕궁 근처에 있는 옛 왕의 사냥터란다. 스페인의 수도, 스페인 절대왕정의 화려한 궁궐과 도시 건축들을 뒤로 하고 작가의 눈에 제일 크게 들어 온 것은 다름 아닌 소나무 숲이고 서울에서 보는 것과 다른 새로운 형태의 소나무였던 것이다. 더불어 프라도 미술관에서 만났던 중세 사냥터를 재현한 그림이 주었던 잔혹한 왕정과 전쟁의 역사의 충격은 작가에게 '내가 보는 것이 지극히 일부라는 것을 확인'해 주었다. 그리고 그렇게 작가가 본 것과 느낀 것이 「Wind-road, Madrid」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작가의 본래 화풍과 새로운 소재(스페인 풍경)과 새로운 경험(스페인 여행)이 어우러져, 작가의 '바람과 마주치는 길 위에서 보여지는 구체적이고 다양한 인물과 형상들의 자유로운 재구성'인 Wind-road의 흥미로운 스페인 편이 우리 눈 앞에 펼쳐진다. 작가의 「Wind-raod Madrid」를 요리조리 뜯어 보면서 몇년 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귀하게 만났던 「청명상하도」를 감상하며 느꼈던 것과 비슷한 재미가 느껴졌다고 하면 너무 과한 칭찬일까. ● 전시를 위해 함께 스페인을 다녀 온 세 동료 작가가 보여주는 스페인 풍경은 그 개성과 다양함으로 우리를 즐겁게 해 준다. 스페인의 마드리드와 톨레도. 같은 장소를 같이 다녀온 사람들이 이렇게 다른 방식과 다른 느낌으로, 각자의 경험과 기억, 감정과 감성을 담아 다른 표정으로 각각 그려낸 그들만의 마드리드, 톨레도를 훔쳐보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아울러 박능생은 다른 두 작가는 다녀 오지 않은 스페인의 또 다른 매력적인 고도 그라나다(Granada)를 자신만의 시선과 시각으로 재구성하고 재해석한 흥미로운 풍경을 우리 눈앞에 펼쳐 준다. ● 자 이제, 권인경, 박능생, 박영길 세 작가가 소개하는 스페인 풍경을 통해, 우리가 가보지 못했던 스페인 도시를 즐겁게 여행해 보자. 이미 다녀온 곳이라면, 내가 본 풍경과 세 작가가 각각 달리 보여주는 풍경들을 비교하며 다시 여행하는 재미 또한 매우 쏠쏠할 것이다. 펠리스 비아헤 ¡Feliz viaje! (즐거운 여행 되세요!) ■ 임은신

권인경_지나간 현재 The Bygone Present_종이에 수성흑연, 사인펜_25.5×36cm_2017 ⓒ 2018 Kwon In Kyung / dorossy

잊혀진 기억, 상기된 시간 ● 여행은 지나간 혹은 잊고 있던 일상의 기억, 무의식 속 각인된 추억들을 전혀 다른 장소에서 불현 듯 떠올리게 하는 묘한 힘을 지녔다. 우리는 좋았던, 힘들었던 기억들이 무의식 속에 차곡차곡 저장되어 있다가 어떤 장소에서 그것들이 불쑥 튀어나온 경험을 종종 하게 된다. 특히 일상에서 벗어난 어떤 곳에서 혹은 어떤 향기에서 혹은 어떤 맛에서 그것들이 소환되는 경험을 하곤 한다. ● 스페인으로의 여정은 현재의 우리가 의도치 않게 과거의 기억과 순간들을 떠올리며 추억하고 단상에 잠기게 하는 계기를 주었다. 그 장소에서 잊고 있던 기억이 떠오르기도 하고 잊고자 했던 기억들이 나타나는 특이한 경험을 했다. 그것은 그 장소에서 느껴지는 특별한 장소성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했다. ● 그림에 등장하는 지역은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에서 한 시간 남짓 가면 만날 수 있는 톨레도란 도시이다. 암석과 집들이 묘한 공존을 이루는 이 동네를 거닐며 나는 그 사이사이에서 기억과 추억들이 올라오는 경험을 했다. 톨레도는 3면이 강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중세시대의 분위기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마치 해자로 둘러싸인 고성 같은 느낌이랄까. 그래서 그곳은 카톨릭과 이슬람 유대교가 공존하는 이색적인 분위기를 지녔고, 또한 엘 그레코라는 화가의 생애와 그림이 담겨 있는 곳이기도 해서 새로운 경험의 장소였지만 나의 삶과 상황들과 결부되며 지극히 사적인 경험을 하게 해 주었다. ● 어떤 장소에 대한 지극히 사적인 경험 그리고 시선은 또한 그 장소를 역사화 할 수 있기도 하다. 출발은 사적인 경험이지만 그 장소성과 버무려져 확대되며 재구성되어 새롭게 탄생하고 공감이 되는 보편적 경험치를 만들어 낸다. 또한 지극히 역사적인 곳에서 반대로 나의 생을 반추할 수 있기도 하다. 스페인으로의 여행은 나에게 잊혀진 기억을 상기시킨 시간이었다. ■ 권인경

박능생_스페인 마드리드-거리 Spain Madrid-Street_ 화선지에 수묵, 아크릴채색_28×19cm×6_2017 ⓒ 2018 Park Neung Saeng / dorossy

2017년 스페인 마드리드, 톨레도, 그라나다를 여행하면서... ● 나의 작업에서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산과 도시공간은 심리적 체험을 위한 삶의 공간이며, 도시공간 속에서 체험된 복합적 심상을 바탕으로 도시의 의미를 표현 해석 하고 있다. 이번 스페인 여행에서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도심을 걸으며 도시를 관찰하고 사색했고, 여기에서 비롯된 나의 그림은 보여지는 다양한 시점을 강조하는 구도, 원근이 아닌 이동시점과 다양한 시점이 공존하는 화면이다. ● 스페인의 건물색은 온통 흙벽의 흘러내린 흔적과 도시에 휘날리는 흙먼지가 바로 하나 됨이었다. 주변에는 수많은 저층건물과 고층건물들이 있고 땅의 색깔이 낯설지 않다. 다만 이 건물들은 언젠가는 사라질 것이다. 건물의 특징 또한 다양한 색깔과 다른 크기의 간판과 글자체에서도 다채로움이 숨쉬고 있다. 수 십 년전에 만들어진 빛바랜 간판과 현재의 세련된 간판이 한 곳에 공존하는 시간의 속성과도 닮아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작품에서 흘림기법이나 붉은 산수(주묵), 토분을 이용해 스페인 특유의 흙벽돌 건물의 외형이나 콘크리트가 오랜 세월에 부식되어 버린 혹은 비나 눈들이 페인트가 녹이 슬어 흘러내린 자국을 표현했다. 이러한 흘러내린 자국이 촉각으로 느껴지고 시각적으로 입체적인 토분을 사용한다. 흐른다는 것 자체가 시간의 유동성을 설명하는 것처럼, 어떤 상황의 멈추지 않는 현상의 해석도 가능할 것이다. ■ 박능생

박영길_Wind-road Toledo_한지에 수간채색_72.7×116.8cm_2018 ⓒ 2018 Park Young-Gil / dorossy

오래된 시간속의 풍경 ● 언제나 그렇듯 여행은 설렘과 두려움이 공존한다. 특히 처음 가보는 곳의 여행은 더욱 그렇다. 내게 그저 텍스트로만 존재했던 스페인은 피상적인 단어로만 인식하고 있었다. ● 짧은 여정이었지만 오래된 건축물이나 미술관을 찾아다니며 새로운 시각적 즐거움에 피곤함을 잊은 채 돌아다녔다. 이방인의 낯선 시선으로 이곳저곳 눈의 거리를 조절해 본다. 모르는 언어들의 대화 속에서 사람들의 표정을 살피다가 처음 보는 풍경에 사로잡혀 머물기를 반복한다. ● 우연하게 마드리드왕궁 너머로 광활한 숲을 보게 되었다. 풍경을 그리는 작업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숲의 방향으로 향하고 있었다. 관광지도에는 없는 곳이지만 그곳은 왕궁터 옆의 사냥터로 지금은 동물원과 공원으로 사용되는 곳이었다. 오래된 케이블카를 타고 도시를 넘어 그 거대한 숲으로 가게 되었을 때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기후가 달라서 보이는 각기 다른 풀과 나무의 모습 중에서도 소나무가 눈에 들어 왔다. 한국에서 보았던 여러 종류의 소나무와 다른 몽글몽글한 형태를 취하고 있어 매우 흥미로웠다. 끝이 어딘지 모를 숲의 한가운데에 서서 불쾌하지 않을 정도의 더운 바람을 느끼며 돌아다녔다. 숲의 규모가 커서 그런 걸까. 다른 이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일광욕을 하는 사람, 가벼운 산책이나 운동을 즐기는 사람들을 보며 시간의 속도가 더디게 지나는 것처럼 느껴졌다. 다음날 프라도미술관에서 중세 그림을 보는 중에 왕실 사냥터의 그림을 보게 되었다. 평화롭게 보였던 어제의 풍경은 사라지고 잔혹한 역사만이 남아있었다. 내가 보는 것이 지극히 일부라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 풍경은 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기억이 공존하는 공간이다. 지금 서있는 이 길은 시간의 바람을 타고 많은 것이 변화했을 것이나 그곳의 오래된 흙과 나무의 기억들이 축척되어 풍경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 나의 작업은 오래된 시간속의 풍경처럼 그 속에서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끊임없이 찾는 과정에 있다. ■ 박영길

Vol.20180206a | 펠리스 비아헤! ¡Feliz viaje!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