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yond Black-검으나 검지 않은

변경수_신선주_심승욱_양기진_이웅배_황순일展   2018_0207 ▶ 2018_0318 / 월요일,2월 15,16일 휴관

초대일시 / 2018_0207_수요일_05:00pm

기획 / 이상윤

관람시간 / 11:00am~07:00pm / 월요일,2월 15,16일 휴관

예술공간 수애뇨339 SUEÑO 339 서울 종로구 평창길 339 Tel. +82.(0)2.379.2970 sueno339.com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블랙은 색이 아니라고 하였다. 블랙은 결코 여러 색상 중 하나로 한정될 수 없는 광범위한 문화적 상징을 가졌기 때문이다. 고야의 블랙 페인팅부터, 말레비치의 절대주의 회화, 그리고 죠지아 오키프, 잭슨 폴록, 바넷 뉴먼, 마크 로스코 등, 수많은 작가들이 블랙 시리즈를 제작하기도 하였다. 아마도 안료의 탄소 함유량이나, 가시광선의 흡수율 정도로 인식된 가시적인 블랙이 아닌, 블랙 그 너머의 것에 매료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 실제로 처음과 마지막, 성(聖)과 속(俗), 동(動)과 정(靜), 금기와 욕망, 그리고 관념과 물질에 이르기까지 블랙으로 상징되는 개념은 수 없이 많다. 그러나 블랙이 의미하는 바는 대개 양 극단으로 단축된다. 그리고 더 이상 블랙은 형태의 보조 수단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표현 수단을 넘어 블랙은 주제가 되기도 한다. 『Beyond Black』은 이렇게 수단으로서의 블랙 너머에 있는 블랙의 이데아 또는 블랙성(性)이라 할 수 있는 검은 색의 문화적 상징들을 탐구해 보고자 시도되었다.

변경수_Blurred Mass_합성수지에 자동차용 도료_122×27×38cm_2016
신선주_FACADE-Santo Agostinho_캔버스에 오일파스텔, 새김_150×150cm_2012
신선주_Building 182_종이에 오일파스텔, 아크릴채색, 새김_80.5×122cm_2015

전시에 참여한 여섯 작가들은 블랙을 통해 여섯 주제를 보여준다. 변경수는 익명성과 불확정성 아래 놓인 후기 자본주의 사회와 현대인의 삶을 표현하였고, 마치 베허 부부의 사진과 말레비치의 사각형이 합쳐진 듯한 신선주의 회화는 포스트모던 시대에서 말소된 절대성의 가치와 권위를 보여주었다.

심승욱_object-A_초산비닐수지, 구조목, 자작합_45×120×120cm_2016
심승욱_검은 중력 오브제 A_초산비닐수지, 알루미늄, 털실, 섬유, 구조목_190×137×70cm_2017

한편 심승욱은 불에 타 소멸된 것 같기도 하고, 반대로 반질거리고 관능적인 장식품 같기도 한 설치 작품으로, 그가 오랫동안 연구해 온 구축과 해체라는 양극단의 주제를, 중간 어디쯤이 아니라 양극 모두를 동시에 드러내는 방식으로 시각화하였다. 그의 극단적인 이원성은 두려움과 희열, 아름다움과 추함을 같이, 또는 교차로 경험하게 한다.

양기진_생성의 순간_혼합재료_가변크기_2018_부분
이웅배_공동체_스틸_20×68×25cm_2013

이웅배는 레디메이드의 금속 배관들을 연결하되, 마치 유기적인 생명체처럼 보이는 검은 선과 검은 덩어리들을 구현한다. 이를 통해, 공동체 내부에서 작용하고 있는 정(正)과 반(反)의 치열한 긴장감, 그리고 공동체에 내재된 속(俗)과 성(聖)의 양면을 표현하였다. 이웅배와 마찬가지로 움직임과 생성의 에너지에 집중된 양기진의 작품에서는 전자의 여유와 확신에 찬 시각에서 한 발짝 벗어난 호기심 어린 시선을 엿볼 수 있다. 세밀하면서도 거친 작가의 손맛과 어우러진 양기진의 블랙은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불확정성 속에서 전개되는 영속성과 일시성을 보여준다.

황순일_In A Strange Darkness_캔버스에 유채_162×112cm_2004
황순일_In A Strange Darkness_캔버스에 유채_130×194cm_2004

마지막 황순일의 블랙은 삶과 영화(榮華)가 죽음과 허무로 귀결되는 섭리의 단면을 제시한다. 작가는 폐기물들을 통해, 대량 생산, 대량 소비 사회의 구조 속에 은닉된 인간 주체의 죽음을 돌아보게 하며, 17세기 네덜란드 정물화의 'Memento Mori(죽음을 기억하라)' 전통을 욕망과 죽음의 동시대적 어법으로 재해석하였다. ■ 이상윤

Vol.20180207d | Beyond Black-검으나 검지 않은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