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upper_tableau on the table

윤영혜展 / YOONYOUNGHYE / 尹英慧 / painting   2018_0221 ▶ 2018_0226

윤영혜_Eating Flower_캔버스에 유채_116×91cm_2017_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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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인사아트프라자 갤러리 공모 당선작가전 개인展

관람시간 / 10:30am~06:30pm

갤러리 인사아트프라자 GALLERY INSA ART PLAZA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34-1 5층 4관 Tel. +82.(0)2.736.6347 insaartplaza-gallery.com/xe/

그릇 위에 얹어진 꽃, 테이블 위에 얹어진 그림 ● 길지 않은 삶의 시간을 보낸 나는 여러 모습을 하고 역할을 맡아 곧잘 수행해왔다. 한 가정의 딸, 학교에서의 학생, 사회에서의 작가, 결혼 후에는 아내로 엄마로서. 그 어떤 것도 크게 두려울 것 없이 지내왔지만 결혼 이후에는 작가로 산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어코 붓을 든 것은 처음에는 나 자신을 찾고 싶었고 그래야만 떨어진 자존감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해서였다. 그러나 내가 중심이 된 이상 작업은 부수적인 존재이고 나를 드러내기 위한 도구에 지나지 않았다. 예전에도 쭉 그런 태도로 작업을 대했고 다시 작업을 시작할 때도 그러했지만 그럴수록 채워지는 것이 아니라 비어져 가는 공허함만을 느끼게 되었다. 내가 주체가 되는 삶이 그리 중요한 것일까. 그림을 그릴 수 없던 긴 시간 속에서 나는 조금씩 변해갔다. 내가 주체가 되는 삶보다는 남이 주체가 되는 삶으로. '작가'로서의 내 모습보다는 '그림'을 그려내기 위해 존재해야만 하는 '나'의 모습으로. 내가 도구가 되어, 붓이 되어 오로지 그림에만 매달렸다. 나를 비워내고 남을 위해 채워갔다. 그런 방식의 삶이 전혀 아쉽거나 부끄럽지 않았다. (무언가를 똑같이 그려내고자 하는 재현의 욕구와 행위들은 어쩌면 신이 창조한 세계를 신의 모사인 인간이 그를 닮고자 모방하는 것일지도.) 나는 '그'의 피조물로 태어났고 그의 '도구'로써의 삶을 살아야 했던 것을 이제서야 깨달은 것뿐이다. '나'라는 미미한 존재를 드러내기보다는 '내가 아닌 모든 존재'들을 위해 아낌없이 헌신하는 것이 더욱 숭고한 의미가 있을 테니.

윤영혜_Eating Flower_캔버스에 유채_116×91cm_2017
윤영혜_Eating Flower_캔버스에 유채_116×91cm_2017
윤영혜_Eating Flower_캔버스에 유채_116×91cm_2018
윤영혜_Eating Flower_캔버스에 유채_116×91cm_2018
윤영혜_Eating Flower_캔버스에 유채_116×91cm_2018

각자에게 주어진 그릇이 있다. 그 그릇에는 단 한 번, 무엇이든 담을 수 있다면 당신은 무엇을 담을 것인가? 본인이 선택할 수 있다면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과욕으로 인해 보기 좋지 못한 플레이팅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 것이 삶을 드러내는 이미지라면 더더욱 씁쓸한 장면일지도. 고급 레스토랑에 가면 셰프는 고객을 위해 정성스레 음식을 만들어내고 가장 아름답게 플레이팅해서 내어온다. 코스별로 적지만 매번 가장 아름답고 맛있는 음식을 체험하고 여러 접시를 만나게 된다. 반면에 뷔페에 가면 각자 자기 그릇에 스스로 음식을 담아온다. 처음에는 조금씩 담으려고 하지만 결국에는 가득 차서 음식이 뒤섞여 있는 상태로 담아와 허겁지겁 다음 접시를 채우기 위해 먹게 된다. 결과적으로 한 끼에 여러 접시를 취했지만 서로 판이하게 다른 상황이다.

윤영혜_Eating Flower_캔버스에 유채_116×91cm_2017
윤영혜_Eating Flower_캔버스에 유채_116×91cm_2018
윤영혜_Eating Flower_캔버스에 유채_53×72.7cm_2017
윤영혜_Eating Flower_캔버스에 유채_100×100cm_2017_부분

성경에서 예수 그리스도는 십자가에 달려 죽기 이전에 마지막 저녁을 제자들과 함께한다. 떡을 떼어 제자들에게 나누어 주고 이 것은 '내 몸'이라고 말씀하신다. 예수의 부활 이후 제자들은 성령을 사모하여 각자 은사를 받게 되는데 그로 인해 그들 자신이 주체적으로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예수를 적극적으로 드러내기 위한 '도구'와도 같은 능력이었다. 각자에게 주어진 삶이 결코 본인에게는 가벼운 일은 아닐 것이나, 전지적 시점에서 바라본다면 떼어진 작은 떡처럼 미미한 인간의 초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작은 떡 덩어리는 결국 한 덩어리의 떡의 일부라는 것. 그것은 전혀 하찮은 존재가 아님은 분명하다. 나는 그 동안 나를 위해 그려왔던 그림 속의 그릇들에서 이제는 타인을 위해 나누고자 하는 '누군가'의 손길이 되어주고 싶다. 내가 받았던 떡을 그들에게도 나누어 '한 몸'이 될 수 있도록. ■ 윤영혜

Vol.20180221b | 윤영혜展 / YOONYOUNGHYE / 尹英慧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