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의 꿈

김성복展 / KIMSUNGBOK / 金成馥 / sculpture.installation   2018_0221 ▶︎ 2018_0324 / 월요일 휴관

김성복_도깨비의 꿈_나무에 채색_가변크기_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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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8_0221_수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사비나미술관 Savina Museum of Contemporary Art 서울 종로구 율곡로 49-4(안국동 159번지) Tel. +82.(0)2.736.4371 www.savinamuseum.com

인간이 상(像)을 만드는 근원적 이유(Urgrund) ● 김성복의 이번 개인전에서는 천 점 이상의 목각, 비닐로 된 레디메이드오브제, 스테인리스 스틸 투각 등이 설치된다. 그는 국내에서 레이메이드 오브제들을 많이 사용하는 설치미술이나 공학을 이용해 탈물질화된 이미지를 생산하는 영상미술이 크게 유행하면서 화단에서 장인적인 수공의 가치가 가볍게 여겨지고, 전통적 재료 사용이 로우 테크로 평가되던 시기인 1990년대 중반 돌조각을 가지고 첫 개인전을 열었다. 그 후 그는 돌조각으로 수십 차례의 국내·외 전시와 많은 조형물 제작을 통해 명성을 쌓았다. 2007년에는 브론즈로, 2009년에는 F.R.P.로 그리고 2013년에는 석고와 세라믹으로 조각을 제작했고, 2011년에는 종이로는 부조를, 스테인리스 스틸로는 투각을 제작하면서 그가 재료도 다양화하고, 2013년에는 조각에 채색도 하기 시작했지만 그의 주재료는 돌이었다. 나무와 비닐은 그가 이번 전시에서 처음으로 사용한 재료이다. ● 이번 전시에서 재료에 있어서만이 아니라 작품 제작방법에 있어 가장 큰 변화를 보여주는 작품은 한 손 안에 들어 올 정도로 크기가 작고, 그 수는 천 개가 넘는 나무 조각이다. 이 작품은 이 전시의 다른 작품들과 체계에 있어 연결되어 있고, 김성복이 그의 1995년 첫 개인전 이후 지속적으로 다뤄 온 주제들이 다양한 전시제목이나 작품제목으로 표현되었지만 주제는 인간의 기원(冀願)의 시각화라는 한 가지였음을 발견하게 해준다.

김성복_도깨비의 꿈_나무에 채색_가변크기_2018_부분

1995년부터 2000년까지 그의 전시제목은 『불확실한 위안』이었고, 작품제목 역시 동일하거나 "생"이나 "삶의 의미"나 "신화"와 같은 부제를 달은 것이었다. 2001년에 등장한 작품 및 전시제목 『바람이 불어도 가야한다』는 현재까지 사용되지만 2013년까지는 중점적으로 사용되었다. 2004년에는 『금 나와라 뚝딱』이라는 제목으로 "도깨비 방망이"가 등장했다. 2006년에는 작품제목으로 "슈퍼맨"이, 2008년에는 "신화"가 사용되기 시작했다. ● 김성복의 위와 같은 작품제목과 소재는 모두 인간의 일반적인 기원과 연결되어있다. 구석기 시대에 사람들이 깊은 동굴에 동물을 그린 것은 그들이 사냥장면으로 그것을 그림으로써 그것을 사냥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되고 실제로 사냥할 수 있다는 기원과 믿음에 따른 것이다. 이스라엘인들이 이집트에서 탈출할 때 모세가 하나님에게 말씀을 받으러 시나이 산에 올라가 40일 동안 기도하는 동안 그의 동생 아론은 산 아래에서 기다리며 불안해하던 이스라엘인들과 함께 황금송아지를 만들어 제사를 지낸 것도 같은 이유에 따른 것이다. 기독교에서 우상숭배를 금지하는 것이나 7-8세기에 일어난 성상파괴운동 역시 인간이 상(像)을 만들어 그것으로부터 주술적인 힘을 기대하고 그것을 얻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었다. ● 김성복의 조각의 내용과 도상학은 이처럼 인간이 상의 주술적인 능력을 믿고 기대하면서 상을 만드는 행위를 따른 것이다. 그것은 그의 첫 개인전부터 시작되었는데, 2004년에 등장한 『금 나와라 뚝딱』이 시사하듯이, 시간이 지나면서 기원 내용이 구체화되고 세분화되었으며, 이와 함께 공동체의 기원에서 개인의 기원으로 옮겨가게 되었다. 그의 첫 개인전 제목이자 작품제목인 「불확실한 위안」은 원시 사회에서 등장해 민간신앙이나 미신으로 불리며 인간의 소원을 이뤄주는 귀신적 능력을 가진 우상이나 또는 사람을 귀신과 연결시켜주는 능력을 지닌 매개자 목록에 들어가는 형상들이다. 이러한 형상들에 대한 믿음은 문명 시대에도 유지되지만 원시사회에서만큼은 절대적이지 않아 제목처럼 사람들이 그것으로부터 받는 위안은 불확실하다.

김성복_도깨비의 꿈_나무에 채색_가변크기_2018

1995년에 제작되었으며 "생"을 부제로 「불확실한 위안」들은 불상이나 묘비의 형식을 차용했지만 이메저리는 그것들의 원형의 것이나 다른 주술적인 오브제들의 것을 사용했다. 이를 테면 불상 형태의 경우 광배(光背)에 일반적으로 부막새나 여막새에 등장하는 "도깨비" 이미지를 부조로 표현했고, 비석의 이수, 비신과 귀부 형식을 유지하고 귀부의 이메저리는 원형들과 유사하게 표현했으나 이수 부분은 비율상 과장되어 큰 "도깨비" 형상을 사용했고, 반면 비문이 들어가야 할 비신은 길이를 짧게 표현했다. 인물형상은 전형적인 부처상이 아니라 일반적인 인물상에 가깝다. 1998년 "신화"를 부제로 단 작품은 해태상을 연상시키는 동물 형상이다. 여러 작품이 얼굴 모습이지만 모두 부처상이지는 않다. 1997년에 제작된 1997년 「불확실한 위안」은 각각 얼굴이 조각된 돌덩이들을 쌓아 놓은 것이다. 돌탑은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세계 도처에서 발견되는 것으로, 예를 들어 산 속에 돌탑을 쌓을 때 산신의 도움을 받고자 하는 식의, 원시종교에서의 기복신앙의 표현 형태이다. 돌탑 형식을 차용한 이 작품은 얼굴 주인이든 그것을 조각한 사람이든 그것을 쌓은 사람이든, 각 돌과 연결된 사람의 기원을 대변하는 것이다.

김성복_금 나와라 뚝딱 Hocus Pocus_스테인리스 스틸_230×60×60cm_2018 김성복_꿈수저_스테인리스 스틸_70×187×45cm_2018

최초의 화가나 조각가가 공동체를 위해서 주술적인, 구체적으로는 기복적인 목적으로 상을 만들었듯이 김성복 역시 자신을 포함해 자신의 작품을 보는 모든 사람들의 소망이 실현되기를 기원하면서 그 소망을 표현하고 있다는 사실이 구체적으로 드러나게 되는 것은 "도깨비 방망이"를 통해서이다. 그는 약 15년 전 알라딘의 요술램프 속의 지니를 본 후 도깨비 방망이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한다. 실제로 지니는 기능상 도깨비의 중동 버전이다. 이전의 작품들에서 도깨비 이미지와 관련된 소원이 막연했던 것과 달리 도깨비 방망이 모양의 이 작품 이후에는 표현된 소원이, 제목인 「금 나와라 뚝딱」이라는 주문처럼, 구체적으로 되었다. ● 설화나 동화 속에 등장하는 도깨비의 성격은 대부분 인간 친화적이고 악의적이지 않다. 반면 기록에 따르면 도깨비의 형태와 그것의 모양이 형성되는 과정은 다양하다. 개끔 열매, 싸리 빗자루, 부지깽이 등과 같은 사물이 오래 되면 그것에서 정령이 생겨 인간을 포함한 다양한 모습으로 변하게 되는데, 이것이 도깨비이고, 이때 도깨비는 그것의 외양상으로는 추측할 수 없는 여러 능력을 지니게 된다. 자연물이 도깨비가 되기도 하고, 소리와 같이 무형 상태로 존재하는 도깨비도 있다. 이러한 변이(變異)와 그 과정에서 능력이 생성되는 것과 같은 초자연적인 현상은 인간의 착시현상과 환상을 통해서 생겨난 것으로, 도깨비는 정령신앙과 같은 원시종교 상태에서는 인간의 여러 종류의 소원이나 기원을 실현시켜주는 '귀신'이 된다. 김성복의 "도깨비"는 인간들의 물질적인 필요나 기원을 충족시켜주는 귀신이다. 일상적인 물건들이 어두운 곳에서 사람과 비슷하고 움직이며 인간과 짓궂은 행동도 하는 형상으로 변한 도깨비는 서양의 고블랭(goblin)의 특징과 거의 동일하다. ● 도깨비의 속성 중의 하나인 변이는 김성복의 작품에서도 다양하게 표현되었다. 첫 "도깨비 방망이" 작품은 뿔이 달린 방망이이다. 도깨비의 대표적인 소품인 방망이는 시물라크르이다. 이 작품 이후 방망이는 의인화된 호랑이의 꼬리로 등장하기도 하는데, 그 모양도 다양해져 두 세 갈래로 갈린 브로콜리 모양이 되기도 한다. 도깨비 방망이는 그것을 꼬리로 단 작은 동물이 기어 올라가는 '탑'으로도 등장한다. 그는 이렇게 해학적인 방식으로 도깨비 방망이를 사람들의 소원을 성취시켜주는 매개체로만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친근하고 짓궂은 도깨비 자체로도 표현하고 있다.

김성복_도깨비 정원_PVC_가변크기_2018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그가 2006년에 처음 제작한 슈퍼맨도 도깨비이다. 뿐만 아니라 2001년부터 「바람이 불어도 가야한다」는 제목으로 제작되어 그의 조각을 대표하는 도상이 된, 넓은 보폭으로 전진하는 듯이 보이는 남자인물상 역시 도깨비이다. 실루엣이 프로펠러를 닮아 다이나믹한 이 형상은 1995년의 「불안한 위안」이라는 제목의 작품으로 처음 등장했다. 재목과 인물 자세는 마치 소망을 이루기 위해서는 외부의 초인적인 힘을 빌기 보다는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고 웅변적으로 애기하는 것 같다. 이번 전시에서 이 인물 형상은 스테인리스 스틸로 커팅되어 작은 유닛으로 제작된 집, 자동차, 돈 등의 이미지가 용접으로 이어져 만들어진 것이다. 이 오브제들은 설문을 거쳐 수합된 사람들이 가지고 싶어 하는 것들이다. "불안한 위안"은 구체적이고 확실한 욕망의 대상들의 조합으로 형태가 만들어짐으로써 그것의 성취를 위해서는 "바람이 불어도 가야하는" 인물이 되었다. 유닛은 작아 그것이 무엇을 표현하고 있는지 가까이서만 식별 가능하다. 따라서 이 조각에서는 욕망의 대상은 알 수 없고 전진하는 형상이 보여주는 추동력이 암시하는, 소망의 크기만 알 수 있다. 그러나 인물 형상이 투각방식으로 제작되어 속이 빈 상태가 드러나게 됨으로써 욕망한다는 것이 공허해 보인다. 이러한 점은 '소원을 이뤄주는' 도깨비 방망이가 오뚝이라 쓰러트리면 곧 다시 일어서지만 색깔만 화려하고 불과 같은 외압에 속절없이 약한 비닐인 사실에서도 발견된다.

김성복_바람이 불어도 가야한다_스테인리스 스틸_175×150×40cm_2018

스테인리스 스틸 작품에서는 초기 작품에서처럼 '생', '신화'처럼 인간의 집단적이고 보편적 기원이 아니라 인간의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소망이 시각화되었다. 1천 점 이상의 목각은 하나하나가 인간이 소망하는 대상이다. 그것들은 각종 자동차, 비행기, 로켓트, 배와 같은 운송수단, 집, 건물, 책, 그리고 구두, 가방, 옷 등의 소비재, 전화, 침대, 촛대 등의 생활용품, 책, 햄버거, 음료, 아이스크림 등의 음식, 돈, 금메달을 지닌 사람, 날씬한 몸매를 가진 사람, 말탄 사람 등, 구체적인 욕망 대상에서부터 '알라딘의 램프', 그 램프 속의 지니, 슈퍼맨, 도깨비 형상, "바람이 불어도 가야한다" 형상 등, 소원을 이뤄주는 중개자 이미지까지 천 점 이상의 형상들로 시각화되었다. ● 이러한 사물들은 설문을 통해 수합한 사람들이 가지고 싶어 하는 물품들이다. 1997년 작 「불확실한 위안」에서는 그것이 닮은 돌탑의 기능을 통해서 많은 사람들의 알려지지 않은 소원이 돌에 새긴 얼굴로 표현되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는 목각 하나하나가 사람들의 구체적인 소망 대상이다.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보고 "희망이 없는 시대"를 사는 사람들이 희망을 갖게 되기를 바란다고 얘기한다. 이에 따라 각 목각은 물신적인 것이 된다. 자신이 가지고 싶은 대상을 표현한 조각은 그러한 사람들에게는 탈리스만(부적)이 될 수도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 작품은 코모더티 조각(Commodity Sculpture)이 된다. 한편 손에 들어갈 수 있는 크기의 나무에 조각해 부분적으로 또는 전체를 채색한 목각은 상여에 달려 사자(死者)를 저승으로 동반하는 꼭두를 닮았다. 생전에 원했던 물건을 가질 수 없었을 사람들에게 이 조각은 부장품으로 실제 물건을 대신할 수도 있다. 이러한 상에 기대하는 능력이 최초의 화가와 조각가가 상을 만들고 그것을 숭배한 이유이다. 이 작품은 전시되는 장소에 따라 개수와 전시 방식이 달라지면서 매번 다른 스펙터클을 만들어 낸다. 각 장면은 보는 사람에 따라 재화(財貨)로 가득 찬 바다로 보이기도, 욕망의 공동묘지로 보이기도 할 것이다. ■ 김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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