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존재(Invisible Being)

허승범展 / HURSEUNGBEOM / 許丞範 / photography   2018_0224 ▶ 2018_0311 / 월요일 휴관

허승범_공간_프린트_42×42cm_2015

초대일시 / 2018_0224_토요일_04:00pm

관람시간 / 화~목요일 사전 예약 / 금,주말_01:00pm~06:00pm / 월요일 휴관

니트 Kneet 서울 용산구 신흥로92(용산동2가 1-1136) B2 Tel. +82.(0)10.6607.3859/+82.(0)10.3770.3892 www.kneethole.com www.facebook.com/pg/kneethole

도시에 대한 여러 가지 정의가 있겠지만 산업적 차원에서 보자면 하나의 거대한 효율적 생산 체계이다. 산업에서의 효율성은 동일 시간 대비 더 많은 생산을 뜻한다. 거기에는 기계적 매체의 도입과 분업 체계가 있다. 인간의 속도는 아무리 빠르다 해도 물리적 한계에 봉착하지만, 기계는 그 한계를 훌쩍 뛰어넘어 대량 생산을 가능하게 한다. 또한 분업은 1인 체계가 아닌 수많은 사람들과의 유기적인 협업을 필요로 한다. 그렇기에 도시에서는 모든 것이 더 빠르고 더 많은 인력을 요구한다. ● 이러한 환경의 변화는 인간의 인식에도 영향을 미친다. 우리는 달리는 자동차 속에서 세상을 보고 한 개인과의 인격적 만남보다 군중 속의 익명성이 더 익숙하다. 결국 빠른 속도 속에서 세상은 대한 인식은 더 흐려지고 무뎌졌다. 현대의 시작과 함께 등장한 인상주의가 피사체를 점으로 또는 흐리게 묘사한 것 역시 새로운 시대적 속도에 대한 변화된 인식의 반영일 것이다.

허승범_눈동자_프린트_110×165cm_2017

허승범 작가의 작품은 오늘날 현대인의 일반적 속도감과는 달리 극단적으로 정적이다. 그도 그럴 것이 허 작가는 한때 몸을 움직이기조차 어려운 병고의 시간을 보냈다. 나뭇가지에 아슬아슬하게 걸친 얼음, 깨진 달걀 틈으로 서서히 빠져나오는 흰자, 시들어가는 꽃과 공기 중에 맴도는 연기…마치 하나의 식물이 세상을 관조하듯 정적이면서 동시에 사소한 존재에 대한 허승범 작가만의 섬세한 성찰을 느낄 수 있다. ● 프랑스의 정신분석학자 라캉(Jacque Lacan)은 채워지지 않는 인간의 무의식적 욕망의 간극 채우기 위해 현실의 상징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결핍된 욕구가 꿈을 통해 나타나듯 현대 사회의 인간에게 결핍된 것은 무엇일까? 한 개인이 도시라는 거대한 조직의 요소로 작동함은 - 인상파 회화의 점묘법에서 기본적 구성이 존재가 아닌 하나의 점에 불과하다는 사실처럼 - 존재적 망각(aletheia)을 동반한다. 다시 말해 '나'라는 개인의 정체는 허 작가의 표현처럼 조직 속에서 '투명'하게 사라진다.

허승범_무제1_프린트_37×56cm_2017
허승범_무제3_프린트_80×120cm_2017

결핍은 무의식에 침잠하여 욕구로 전환된다. 우리의 존재적 겹핍이 기계적 속도에 기인한다면 자연적 속도로의 회귀는 일시적이나마 히스테리를 완화할 수 있지 않을까. 『투명존재』를 통해 보이는 허승범 작가의 상징은 오늘날 현대 사회의 집단적 무의식의 반영일지도 모른다. 프로이트는 인간이 꿈을 꾸지 않는다면 수면 중에 외부 자극에 반응하기 위해 수면을 중단하고, 꿈은 외부 자극에 지각 신경으로만 반응하여 수면이 지속되게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 의미에서 『투명존재』는 현대의 집단적 무의식이 요구하는 꿈이자 수면이 아닐까. ■ 한요한

허승범_비극_프린트_70×70cm_2017
허승범_추억_프린트_60×60cm_2017

20대 중반 4년동안 원인 모를 통증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가장 힘들었던 시기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침대에 누워있거나 이런저런 상상을 하거나 하는 정도였다. 종종 꿈과 현실 그리고 상상의 경계가 흐려질 때면 내가 살아있다는 사실을 의심하기도 하였다. 그 당시 내가 느끼고 경험했던 의식과 무의식의 혼재, 관계의 부재의 따른 공허함, 정체성의 상실을 은유적이지만 진실하게 표현하고 싶었다. ● 어찌 보면 비극의 끝자락까지 갔었던 이 경험은 나에게 삶에 대한 애착을 심어주었고 내면 깊숙한 곳에 있던 강한 생명력을 마주하게 하였다. 나의 글과 사진들은 내가 경험했던 아픔을 직접적으로 묘사하고 있진 않지만 그것을 외면하거나 숨기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나의 영혼의 색깔을 담담하게 표현함으로서 내가 예술과 관계를 맺는 근본적인 이유인, 나의 내면과의 만남을 통해, 결국 나의 정체성과 존재를 재확인 하고 싶은 것이다. 그것은 절망적이기 보다는 오히려 희망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무심코 스쳐지나 버릴 수 있는 오브제와 광경들은 나의 시각을 통해 관찰되어지고 때로는 나의 손길을 통해 재구성되어 새로운 생명력을 갖는다. 비극을 경험했기에 세상에서 희망과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싶은 욕구가 절절한 것이다. ● '투명 존재'는 나의 이야기지만 세상에는 수많은 이들이 현실의 벽 앞에 상실의 삶을 살고 있을 것이다. 그런 이들에게 공감과 위로가 되어주고 싶다. 우리의 마음과 마음의 연결고리가 따뜻한 온기를 전해주길 바랄 뿐이다. ■ 허승범

Vol.20180224b | 허승범展 / HURSEUNGBEOM / 許丞範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