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얼거림

류준화_장현주_정정엽_하인선展   2018_0227 ▶ 2018_0328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1:00am~06:00pm

트렁크갤러리 TRUNK GALLERY 서울 종로구 북촌로5길 66(소격동 128-3번지) Tel. +82.(0)2.3210.1233 www.trunkgallery.com

웅얼거림, 그 소리들이 차오르다 ● 요즘의 뉴스는 그간의 남성문화가 여성의 인권을 얼마나 유린해 왔는지를 보여주는 사실들로 온통 야단법석이다. 그 무례한 사실들이 하나씩 벗겨지며 속살을 드러내고 있어 충격적이기도 하지만, 그간의 '웅얼거림'이 큰 소리가 되어 들썩거리는 것에 기대가 되기도 한다. 남성들의 귀에 대고 큰소리 지르니 그들이 듣게 되고, 그들의 의지로 귀를 열고 자성의 목소리를 내기도 하는 것 같아 어떤 희망을 본다.

류준화_기다림 9-2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콘테, 석회_65×100cm_2016

지난 해 미국의 한 유명 배우가 성추행 사건을 어렵게 고백한 것에 대해, 헐리우드의 시상식장에 많은 여배우들이 검은 드레스를 입고 나타나 지지 의사를 전달하면서, 성범죄 피해 사실을 알리는 '미투' 운동이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 운동은 드디어 우리나라에도 일어났다. 한 방송사가 지엄한 법조계의 여성 검사의 '미투' 고백에 적극적 보도 자세를 취하며 우리 사회의 성문화 적폐를 들어내려는 의지를 보이고, 뒤따라 확산되고 있는 요즘의 현상들은 '벌써, 이미' 드러나야 할 것이 '이제야, 드디어'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운무 속에서 웅얼거리고 있던 여자들의 말, 말이지만 말이 아니라며 들어주지 않던 그 말들이, 그 소리들이, 그 웅얼거림들이, 드디어 이제 때가 차오르니 그들, 그 남자들에게 들리는가 보다. 한 방송사 전파의 파장에 그 어떤 무엇이 영향을 끼쳤는지, 그 묘한 파장 덕에 연쇄적 반향이 일어나고 있어 매우 든든하고 믿음직하다.

장현주_어중간 9_장지에 먹, 목탄, 분채_106×74.2cm_2011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의 『금하는 것을 금하라』展, 그리고 청주시립미술관의 『부드러운 권력』展, 온통 여기 저기에서 페미니즘적 난제들을 다루는 전시들이 2018년 봄 전시 소식난을 꾸미고 있다. ● 트렁크에서도 90년대 후반 페미니스트 그룹 '입김'을 결성해서 활동했던 정정엽, 류준화, 하인선과 여성적 언어로 그리는 장현주, 그녀들의 『웅얼거림』展을 펼쳐내려 한다. 정정엽의 '거울', 류준화의 '기다림', 하인선의 '산책', 그리고 장현주의 '어중간'이 소근소근 도란도란 웅얼웅얼댄다.

정정엽_부엌을 위한 거울-바나나_캔버스에 거울_72.5×60.5cm_2017

그녀들의 『웅얼거림』은 검정색이기도 하고 반짝이기도 하며, 되받아 반사도 하고, 낙서 같기도 하고, 끄적거린 것 같기도 하여, 그 의도들이 이중적이기도 하고 또 말이 되다 말기도 해 어지럽다. 그 어지러움의 바닥에서, 반짝이는 뒷면에서, 그 얼크러짐에서 질서를 찾아보거나, 되받아 비추는 사이사이에 그 나름의 논리를 읽으려 애써 보기를, 당신이 그리 해 내기를, 남자들이 성실히 도전하기를 욕망한다.

하인선_산책 6_자개, 옻칠, 한지_47×27cm_2017

여성들은 여성들의 그 비논리적인 이미지를 잘 읽는다. 그러나 남성들은 잘 못 읽는다. 읽으려 하지 않았다. 여성들은 그 사실을 몰랐다. 이제 여성들은 웅얼거림의 언어를 적극적인 몸짓으로 바꾼다. 맞서서 말하고, 그 말로 소통하며 행동한다. 남성/여성, 지성/감성, 딱딱함/부드러움, 거칠거칠/말랑말랑, 시끌버끌/카랑카랑 등 서로 다름을 긍정하며 이해-배려로 행동해야 할 것 같다. ● 트렁크갤러리의 2018년 3월 전시 『웅얼거림』은 여성들의 감성 체계다. 이제 꽉 차올랐다. '미투'로 행동한다. ■ 박영숙

Vol.20180227f | 웅얼거림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