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바닥에서 살아가기

김제민_이경하 2인展   2018_0228 ▶ 2018_0319

김제민_The Affair II_종이에 연필, 수채_50.8×72.5cm_2018

초대일시 / 2018_0228_수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30am~06:00pm

갤러리밈 GALLERY MEME 서울 종로구 인사동5길 3 Tel. +82.(0)2.733.8877 www.gallerymeme.com

이번 전시에서는 우리 부부가 지난 몇 년간 아주 힘들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작가로서의 삶과 아이를 키우고 경제생활을 해야 하는 일의 병행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힘든 일인데 우리 부부도 꽤나 힘들었다. 힘들었다는 이야기를 하려다 보니 세상에 힘들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나 싶어 부끄러워졌고 우리가 그래도 제법 즐겁게 어려운 시기를 버텨내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늦은 나이까지 각자 가장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자기 마음대로 살던 두 사람이 만나서, 작업이 아닌 일에 가장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 부어 가정을 만들어 아기도 낳고 사느라 그야말로 어른의 삶을 참 늦게도 살게 되었는데 그래도 두 사람이 조금 더 진짜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으니 참 다행이다.

김제민_무심한풍경_종이에 먹_50.8×81.3cm_2018
김제민_무심한풍경_종이에 먹_71×100cm_2018

김제민은 풀이야말로 자연의 완벽한 드로잉이고, 자신은 그저 그것을 따라 그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콘크리트 벽과 아스팔트, 다양한 소재의 인공물을 배경으로 유기적으로 선을 그리며 뻗어나가는 풀은 마치 종이 위에 자유롭게 그려지는 드로잉의 필선을 닮았다. 인공과 자연은 그렇게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듯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묘한 긴장감을 형성하며 함께 공존한다. 그 생생한 '드로잉'의 현장을 그가 다시 드로잉하는 것이다. 식물은 고정되어 있는 것 같지만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으며, 드로잉은 정지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움직임을 내포하고 있다. 도시 속에 자리잡은 풀이 끊임없이 영역과 경계를 넘나드는 것처럼, 그의 드로잉도 영역과 경계의 초월을 지향한다. 최근에는 개별적인 잡초의 생태나 아이덴티티보다는 좀 더 넓은 시각으로 드로잉 자체에 주목하여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것도 어쩌면 결혼 후에 달라진 세계에 대한 관점을 반영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경하_풍경1_캔버스에 유채, 목탄_72.5×72.5cm_2018
이경하_풍경2_캔버스에 유채, 목탄_72.5×72.5cm_2018
이경하_풍경3_캔버스에 유채, 목탄_72.5×72.5cm_2018

이경하는 목탄으로 그린 배경 위에 이질적인 대상을 올려놓고 그 이질감과 낯선 느낌을 그려왔다. 작업방식은 전시마다 조금씩 변화해왔는데 풀을 그리는 김제민을 만나서 잡초, 자연에 관심이 많아졌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척박한 방배동 뒷골목을 산책할 때에는 담벼락 뒤에 우습게 피어있는 풀들을 보며 같이 웃고 좋아했고, 지방으로 이사온 후로는 주말마다 야외로 나가 자료를 수집한다며 사진들을 찍곤 했다. 풀 하나하나 보다는 새싹이 흙을 뚫고 나와 자라다가 다시 마른 지푸라기가 되어가는 끝없는 순환의 고리가 마음을 건드렸다. 그에게 자연은 영원한 것, 불멸, 무한함이다. 불모지 같은 바닥을 만들어 놓고 그 위에 새싹과 마른풀과 낙엽을 그려 넣으면 자연에 영원히 반복되는 불멸의 에너지를 드러낼 수 있을 것 같았다. ● 비록 아쉬움은 남지만 이번 전시는 김제민, 이경하 두 작가가 함께 생활을 해 나가면서 이 바닥에서 살아가기 위해 힘겹게 작업을 이어간 흔적들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같은 일을 하는 사람과 함께 사는 것에는 일장일단이 있을 터이지만 결혼 다섯 해 째에 접어든 지금 함께 작업을 한다는 점이 그들을 더욱 결속시켜 주고 있음을 실감하고, 함께 하는 삶이 앞으로도 그들의 작품세계를 더욱 깊고 풍요롭게 만들어 주리라 기대한다. ■ 김제민_이경하

Vol.20180228h | 이 바닥에서 살아가기-김제민_이경하 2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