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급소나기 2018

잘 나가는 젊은 작가들의 대작프로젝트展   2018_0306 ▶︎ 2018_0312

구지은_월든비가_잇다_패널에 아크릴채색_250×1300cm_2017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참여작가 신선미_유은석_이하은_김수영_박하늬_하리 김광현_김썽정_박다연_홍차_임수빈_구지은 방창숙_최민영_양현준_정도영_정지은_옥수정 박주호_전하린_남지형_김은아_조성훈_박성란 박빙_민토스_김아름_권혜경_최소망_이원주

후원 / (주)대흥종합엔지니어링건축사사무소

관람시간 / 10:00am~07:00pm

울산문화예술회관 ULSAN CULTURE ART CENTER 울산시 남구 번영로 200 (달동 413-13번지) 제1,4전시장 Tel. +82.(0)52.275.9623~8 ucac.ulsan.go.kr

한국현대미술의 어느 맥락-'특급소나기 2018'의 경우 - 1. 앞서고 겹치고 다르고 ● 다음과 같은 상황을 가정해보자. '특급소나기'라는 예명으로 활동하는 30대 초반 미술가인 그/녀는 최근 몇 년 간 주력해왔던 자기 작업에 변화도 좀 꾀하고, 이른바 '한국현대미술을 대표'한다고 인정받은 '잘 나가는' 선배작가들의 미술도 탐색해볼 요량으로 공공도서관 미술 분야 서가를 찾는다. 거기서 거창하고 근엄한 표지에 영문으로 "100.art.kr: Korean Contemporary Art Scene"이라는 제목이 박힌 두꺼운 책 한 권을 발견한다. 본문도 모두 영문인 것을 보니 국내용보다는 해외에 한국현대미술을 알릴 목적으로 출간된 것 같다. 서지 사항을 보니 2012년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관 제작했고, 김종길 · 강수미 · 고충환 · 김찬동 · 이선영 · 유진상이 편집진으로 참여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을 포함해 여러 비평가 및 큐레이터가 국내 작가 100명의 평론을 써서 출판사 '열린책들(Open Books)'을 통해 세상에 내놓은 한국미술서임을 알겠다. 페이지를 넘겨본다. 배영환, 최우람, 정서영, 김홍석, 권오상, 함경아, 정연두, 공성훈, 이수경 등등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유명 작가들의 작품 도판이 비평 글과 함께 즐비하다. 그렇게 600여 페이지 이상을 부러운 시선으로 넘기다보니 끝부분에 책 전체의 총론이 나온다. 그 글 또한 영문인데, 굳이 한국어로 다시 번역을 해보니 다음과 같은 내용이다.

권혜경_zwei wagen
김광현_안식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63×132cm_2017
김썽정_능력자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16.7×80cm_2017

"한국현대미술(Korean Contemporary Art)에서 1990년대 후반은 결정적인 시기다. (...) 형식적으로는 설치미술, 미디어아트, 퍼포먼스, 사운드아트, 다원예술(interdisciplinary arts)처럼 기존 조형미술의 회화 · 조각 장르를 탈피하거나, 새로운 매체 및 시각언어를 모색하는 작업들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용상으로는 조형이념이든 정치사회학적 이념이든 그 어떤 거대서사/이데올로기에도 편승하지 않고, 오히려 구체적 일상 및 개인 삶의 다양한 현상들, 사건들, 문화 기호들(signs), 사적 감수성 및 취향을 여과 없이 파편적으로 표현하거나 비판적으로 들여다보는 미술을 긍정하기 시작한 것이다." (Sumi Kang, "The Aesthetics of Countercurrents and Dynamism: The Internal-External Trajectory of Korean Contemporary Art" in: Jong-Gil Gim, Sumi Kang, Chung-Hwan Kho, Chan-Dong Kim, Sun-Young Lee, Jin-Sang Yoo(eds.), 100.art.kr: Korean Contemporary Art Scene, Ministry of Culture, sports and Tourism of the Republic of Korea & Art Council Korea, Open Books, 2012, p. 610.) ● 위 부분이 a.k.a '특급소나기' 작가의 흥미를 끈 것은 두 가지 이유에서다. 먼저, '특급소나기' 작가가 활동하고 있는 2018년 현재 한국 미술계에서 당연시되는 미술 경향이나 창작 방식이 원래부터 그런 것이 아니라 1990년대 후반 즈음에 일기 시작한 변화의 결과라는 사실을 그 글을 통해 알았다. 둘째, 위 글의 필자가 짚고 있는 한국현대미술의 내용은 약간 다르기는 해도, 1990년대나 그 책이 출판된 2012년뿐만 아니라 자신이 작업하고 있는 지금 여기 미술의 실체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자신의 작업 또한 그런 감수성 및 취향과 크게 다르지 않고, 내용으로든 형식으로든 글에서 짚고 있는 선배세대의 미술 현상과 일정 부분 겹치는 게 확실하다.

김은아_control+c_혼합재료_130.3×162.2cm_2017
남지형_Fishbowl 캔버스에 유채, 혼합재료_120×120cm_2018
박빙_persona1_나무에 아크릴채색_35×35×35cm_2017
박성란_이종 0151207_종이에 콘테_131×162cm_2015

2. 오늘 이곳의 '소확행' ● 요컨대 a.k.a '특급소나기' 작가에게 미술은 회화나 조각으로 한정되지 않는다. 뻔히 장르나 분야에 상관없이 다양한 매체와 재료를 사용할 수 있고, 표현기법 면에서든 주제의 해석 면에서든 얼마든지 복합적이고 다원적으로 해도 좋은 분야가 곧 현재의 미술이다. 또 자신을 비롯해서 또래 작가들 작품 대부분을 둘러봤을 때 역사, 민족, 진리, 미, 초월 같은 크고 거창하며 추상적인 이념/주제에 천착하는 작가는 매우 드물다. 대개들 감상자가 보기에 한 눈에 그 구체적인 모티프와 표현 의도를 파악할만한 소박하고 일상적인 이미지를 그림 그리거나, 사진으로 찍거나, 설치물로 만들거나, 미디어로 합성하거나, 영상 투사하거나 등등을 한다. 특히 형태를 다루고 색채 및 화면을 조형하는 방향이 귀엽고 유머러스하고 예쁘고 묘사적이고 디자인 요소가 강한 편을 선호한다. 그래서 작품을 보는 이로 하여금 문화 기호(signs)와 문화 상품(goods), 단적으로 말해 문화 산업 전반의 대중적이고 친근하며 매끈한 이미지 또는 디자인 오브제를 접할 때와 크게 다르지 않은 미적 경험을 선사할 수 있다면 그 자체로 미술로서 좋다고 여긴다. 이런 면, 저런 면을 살펴볼 때 대략 이십 여 년 전 한국현대미술의 전환, 약 6년 전 한국 현대미술 대표 작가들의 경향, 그리고 2018년의 미술 실천이 많은 점에서 겹치고 앞에서부터 유래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박주호 매무시-Mamusi-_캔버스에 유채_162.2×130.3cm_2017
박하늬_달마야놀자(2)_캔버스에 혼합재료_116.8×72.7cm_2018
신선미_다시 만나다11_장지에 채색_81×130cm_2016
양현준_Adult Child (sunshine)_한지에 아크릴채색_194×130cm_2018

그러나 문득 a.k.a '특급소나기' 작가는 위에 인용한 글의 필자가 1990년대 후반에 시작된 미술 경향이라고 지목한 것과 자기 세대 작업 혹은 자신의 미술 사이에 어쩌면 결정적인 차이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른다. 핵심은 지금 여기 자신들은 "비판적으로 들여다보는 미술"보다는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미술'을 원하고 감상자들 또한 그런 미술을 보고 싶어 한다고 믿는다는 점이다. 자신들의 삶이, 현실이, 일상이 그렇지 않아도 힘든데, 굳이 미술에서까지 머리가 곤두서고 등을 곧추 세우고 어깨에 잔득 힘이 들어가고 남까지 불편한 심기로 몰아가는 무엇을 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부모 세대가, 선배 세대가 만들어놓은 세상이 자신들에게는 문제가 많고 후지고 흔히 '꼰대 같다'고 느껴지지만 그것을 비판하고 바꾸는 데 무모한(?) 힘을 쏟고 싶지 않은 것이다. 그보다는 남에게 간섭도 안 받고 자기도 피해 안주면서 작지만 확실한 행복 안에 거주하는 편이 훨씬 나은 것이다.

유은석_플라밍고1_합성수지에 유채_164×80×30cm_2017 유은석_플라밍고2_합성수지에 유채_116×100×30cm_2017 유은석_둥둥이_합성수지에 유채_45×85×85cm_2017
임수빈_동행_캔버스에 유채_112.1×227.3cm_2017
정도영_erase(지우다)_혼합재료_85×85×7cm_2018
조성훈_캔버스에 유채_162×130.3cm_2016

a.k.a '특급소나기' 작가가 미술을 하는 이유는 우스갯소리처럼 말해서 '나라를 구하거나, 미술사를 바꾸거나, 전 세계 거장 미술가가 되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럴 수 있다면야 환상적이겠지만, 그런 거창한 꿈보다는 기왕에 좋아서 시작한 일을 즐기면서(김연아가 피겨스케이팅으로 처음 그런 성취 모델을 보여줬고, 최근 테니스 선수 정현이 확실히 각인시켰듯!),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할 수 있으면(공무원처럼!) 충분하다는 소박한 희망이 더 현실적이다. 자기가 하고 싶은 창작을 별 장애 없이 할 수 있으면 그것으로 충분하고, 한 명의 미술가로 인정받으며 생활비 걱정, 작품 제작비 걱정 없이 공정한 조건에서 미술계 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다고 생각한다.

최민영_불안에서의 편안함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82.7×182.7cm_2018
최소망_공존02_캔버스에 유채_193.9×130.3cm_2018
하리_연희104고지앞_캔버스에 유채_25×150cm_2015
홍차_놀게둬_캔버스에 유채_91×116.8cm_2017

a.k.a '특급소나기' 작가의 예술가적 꿈이 이렇게 설정된 데는 그/녀가 현실에서 겪게 되는 경제적 어려움, 자신들이 '헬조선'이라 이름 지은 한국사회의 구조적 폐해, 미래가 암담하다는 현실 인식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요컨대 그만큼 힘들고 불편하고 불행하고 불안하기 때문이다. 그 강도는 국가부도위기에 준하는 IMF 사태를 겪은 1990년대 후반 당시의 젊은 작가들, 2008년 리먼브라더스 발(發) 국제금융위기로 미술시장이 호황/천국에서 불황/지옥으로 급전직하한 당시의 젊은 작가들에 견줘 결코 약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2018년 현재 '젊은' 작가인 자신에게는 말이다. 그렇기에 a.k.a '특급소나기'의 그/녀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미술에서나마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구하는 것이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자신의 작품이 그렇게 다가가기를 바라는 것이다. 또한 그렇게 하는 것이 몇 해 전부터 '특급소나기: 잘 나가는 젊은 작가들의 대작프로젝트'라는 기획전을 통해 매년 30여 명 그/녀 작가들의 활동을 후원해주는 사람들과 기업(주식회사 대흥종합엔지니어링건축사사무소)에 진실한 감사를 표하는 길이라 믿기 때문이다. ■ 강수미

Vol.20180306d | 특급소나기 2018-잘 나가는 젊은 작가들의 대작프로젝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