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쉬다 a Little Break

윤소연展 / YOONSOYEON / 尹素蓮 / painting   2018_0308 ▶︎ 2018_0325 / 월요일,공휴일 휴관

윤소연_햇볕이 좋은날_캔버스에 유채_162.2×112cm_2017 © 2018 Yoon So Yeon / dorossy 그들은 때로는 같이 때로는 따로 그렇게 산다. 오늘은 서로 다른 공간에서 나른한 오후 햇빛을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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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소연 블로그_blog.naver.com/soyeun94 윤소연 페이스북_www.facebook.com/soyeon.yoon.965

초대일시 / 2018_0310_토요일_04:00pm

주최,기획 / 그림을 찾아가는 시간 圖路時_dorossy

관람시간 / 화,수요일_03:00pm~09:00pm / 목~토요일_01:00pm~06:00pm 일요일_01:00pm~05:00pm / 월요일,공휴일 휴관

도로시살롱 圖路時 dorossy salon 서울 종로구 삼청로 75-1(팔판동 61-1번지) 3층 Tel. +82.(0)2.720.7230 blog.naver.com/dorossy_art

윤소연은 일상을 그린다. 그가 캔버스 위에 그려내는 소재들은 당신도 나도 하나 쯤은 가지고 있을, 그리고 때때로, 혹은 꽤 자주 경험하고 있는 그런 평범하고 특별하지 않은 것들이다. 아무렇게나 벗어 의자에, 침대 위에 걸쳐 놓은 옷자락이 그렇고, 현관에 내던져진 신발들이 그러하며, 먹다 만 빵조각과 아직 온기가 남은 모닝 커피잔이 그렇다. 어찌 보면 시시할 정도로 일반적이고 별거 아닌 그런 것들. 그런데, 그가 그려내는 이 별거 아닐 것 같은 일상들이 이상하게도 특별하고 남다르다. 왜냐하면, 그 일상들이 박스 안에 꼭꼭 숨어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현실에서 무수히 열고 닫고 접었다 펴고 버리는, 택배 박스들. 작가는 무심히 쌓여 있는 종이 상자 택배 박스들에 눈길을 보내며 그 안에 우리의 하루하루를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다.

윤소연_지금 그곳으로 가고있어요_캔버스에 유채_97×130.5cm_2017 © 2018 Yoon So Yeon / dorossy 그동안 계획했던 일들이 곧 있으면 이루어 집니다. 오랫동안 기다려 주셨던 그들에게 수줍게 내보입니다.
윤소연_나는 높은 곳에 산다_캔버스에 유채_116.8×73cm_2018 © 2018 Yoon So Yeon / dorossy 살랑이는 바람결에 이곳에 사는 모든이들은 행복한 순간을 맞이한다.

왜 하필 택배 박스였을까. 층층이 쌓아 올려진 택배박스 집들을 보고 있자니, 오래 전에 현대인의 틀에 박힌 삶에 대해 비판적 시선으로 이야기 하고 싶을 때면 사람들이 아파트를 일컬어 '성냥곽' 같은 집이라고 부르던 것이 떠오른다. 개성없이 똑같이 생긴 집에서 챗바퀴 돌 듯 하루하루를 보내는 20세기 개발도상국 도시인의 생활을 대표하는 것이 바로 성냥곽 같은 집이었더랬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여전히 층층이 쌓아 올린 아파트에 살기는 하지만, 외면적으로는 똑같이 생겼고 예전보다도 더 높이 올라가는 그런 고층 아파트에 살기는 하지만, 발전에 급급했던 그런 몰개성적인 시대와는 다른 또 다른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같은 온라인몰에서, 같은 쇼핑몰에서 물건을 사고 택배로 그 물건을 받아 소비생활을 즐기지만, 그 안에서 나만의 무언가를 찾는, 비슷한 듯 다르고, 익숙한 듯 낯선 자기 만의 특별한 삶을 살아가는 우리의 일상이 그렇게 윤소연이 그려낸 택배 박스 상자 안 세상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여러 개의 택배 박스가 층층이 쌓여 여러 개의 공간을 구성하고 있지만, 작가는 우리에게 그 중 몇몇 공간 만을 열어 보여준다. 꼭 닫힌 박스 안의 일상은 각자 알아서 꾸려가기로 하자, 굳이 보여주지 않는 나의 일상, 타인의 일상에 대해서는 혼자만 궁금해 하기로 하자는 이야기리라.

윤소연_하얀날 하얀집으로 이사하기_캔버스에 유채_72.7×72.7cm_2018 © 2018 Yoon So Yeon / dorossy 항상 새로운 공간을 꿈꾸는 나는 좋아하는 커피 향기가 가득한 곳으로 이사를 했다.
윤소연_커피_캔버스에 유채_각 24.5×24.5cm_2018 © 2018 Yoon So Yeon / dorossy

한 화면에 이렇게 여러 개의 장면을, 여러 개의 박스 속 세상을 만들어 함께 엮어 놓은 것은 그만큼 작가가 한 자리에서 한꺼번에 보여주고 싶은 이야기가 많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고 그 안에 어떤 필연성이나 명확한 관계와 이유가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어쩌면 저 무수한 공간들과 일상을 모두 한 자리에 소유하고 싶은 까닭은 아닐까. 윤소연의 작업에는 그가 좋아하는 많은 것들이 드러난다. 커피, 옷, 신발, 가방, 여행, 화분… 그리고 그림을 그리는 일. 곳곳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캔버스와 이젤은 작가로 살아가는 그의 일상이, 그리고 계속 작가로 살아가고자 하는 그의 의지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2013년 『Amazing House』 이후 긴 침묵을 깨고 오 년 만의 개인전을 소개하며 작가는 이렇게 담담히, 빼곡하게 살아가는 일상을 보여주면서 우리에게 이렇게 나지막히 속삭인다. ● "그곳 옥상엔 적당한 그늘도 있고 따뜻하게 햇빛이 비치기도 한다. 나는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좋아하는 커피를 마신다."

캔버스 구석구석 그가 그려 차려 놓은 작은 찻상을, 휴식의 공간을 찾아가며 그와 커피 한잔 하고 수다를 떠는 재미가 쏠쏠하다. 오늘 하루도 열심히 살아 온 우리, 작가가 살짝쿵 열어 준 상자 속 세상으로 가만히 숨어 들어 잠시 함께 쉬어 가도 좋겠다. ■ 임은신

Vol.20180308f | 윤소연展 / YOONSOYEON / 尹素蓮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