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상태 On the void

최영빈_정석우 2인展   2018_0308 ▶︎ 2018_0410 / 일요일 휴관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1:00am~07:00pm / 토요일_11:00am~06:00pm / 일요일 휴관

갤러리 초이 GALLERY CHOI 서울 마포구 토정로 17-7 Tel. +82.(0)2.323.4900 www.gallerychoi.com

이번 전시 주제인 『백지상태』는 두 가지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첫 번째는 작가가 첫 붓터치를 시작하기 전 마주하는 '백지상태'의 화면이며, 두 번째는 작품을 완성하는 일련의 과정 동안 작가가 추구하는 정신적 '백지상태'이다. ● '백지상태'의 화면은 작가의 가장 사적인 공간이자 본인의 정체성을 집약적으로 나타낼 수 있는 통로가 아닐까 싶다. 아무것도 없는 완전한 무(無)의 상태이기에 그 속에 채워지는 모든 색과 형상은 작가의 내면세계를 깊게 투영한다. 작가는 본인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긴 작품을 통해 자기 자신을 탐구하고 이해하며 드러낸다. 그렇다면 작품을 보는 우리에게도 시각적 언어로 표현된 작가의 내면세계가 온전히 전달될 수 있을까?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작품을 통해 작가가 아닌 '나 자신'을 본다. 우리의 경험과 가치관이라는 필터는 같은 작품을 '모자'로 보이게도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으로 보이게도 한다. 그렇기에 하나의 작품은 동시에 무수한 의미를 가질 수 있으며, 작품의 근간이 되는 '백지상태'의 화면은 무한한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 진정한 의미의 예술은 손과 도구를 통해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과 사물의 본질에 대한 정신적 고찰과 탐구가 기술과 결합되어 표현되는 것이다. 순백의 도화지에서 색이 더 도드라져 보이듯 관념적 사고와 선입견이 없는 정신적 '백지상태'에서 나 자신은 물론, 타인과 사물에 대한 보다 심층적인 탐색이 가능하다. 이번 전시는 매 순간의 경험으로 만들어진 인간이기에 도달하기 불가능한 정신적 '백지상태'를 추구하며 각자의 방식으로 나만의 공간을 채워나가고 있는 최영빈과 정석우, 두 작가의 이야기이다.

최영빈_다시 다른 것이 되기 위해 2 Back Again to Be Something Else 2_ 캔버스에 유채_100×80cm_2016
최영빈_찾았다 Turned Up_캔버스에 유채_117×91cm_2017
최영빈_선명한 얼굴 A Clear Face_캔버스에 유채_145×112cm_2016
최영빈_시야 A Vision_캔버스에 유채_100×72.5cm_2017
최영빈_안부 A Letter_캔버스에 유채_18×12.5cm_2017 최영빈_다르게 다시 Unstable Refrain_캔버스에 유채_91×65cm_2017

최영빈은 추상적인 표현방법을 통해 자신을 과감하게 드러내고 있다. 인간은 사고하고 의식하는 것들을 언어를 통해 표현한다. 그러나 이것은 실재(實在)의 일부분일 뿐 우리의 몸만이 감각적으로 알고 있는 잠재된 무의식의 세계가 존재한다. 이러한 생각이 작가의 작품의 근간이자 출발점이다. 설명 불가능한 것들을 의식하고 바라볼 줄 아는 것이 건강한 삶을 위한 필수요건이라고 말하는 작가는 실재에 가까운 삶을 온전히 살아내기 위해 그림이라는 시각적 언어를 선택했다. 작가 내면에 자리잡고 있는 의식과 무의식을 화면 속에 표현하는 것이야말로 온전한 삶을 살기 위한 그녀만의 방식이자 통로라고 할 수 있다. 최영빈은 거친 듯 섬세한 붓터치와 강렬한 듯 부드러운 색감으로 자기 자신을 감각적이고 개성 있게 표현하고 있다. 이러한 표현방식은 보는 이들의 호기심과 상상력을 자극한다.

정석우_능선을 보는 눈#2_캔버스에 유채_145×200cm_2017
정석우_서상우화_캔버스에 유채_53×41cm_2018
정석우_crease_캔버스에 유채_90.9×72.7cm_2018
정석우_수면#6_캔버스에 유채_53×41cm_2018
정석우_수면#7_캔버스에 유채_53×41cm_2018

정석우는 '사람들의 기원하는 마음은 어떻게 일상에서 발현되나'라는 비교적 철학적인 주제에 대한 관심을 기반으로 '기원하는 마음', '어떤 곳으로 향하는 의식의 간절함'이 발산하는 에너지의 아름다움을 화면 속에 유감없이 담아내고 있다. 정석우는 목적을 따라가는 인간의 본질을 탐구하는 동시에 그것의 규칙, 즉 전체를 아우르는 일정한 의식의 '흐름'에 집중한다. 이 '흐름'은 작가의 예술적 감성을 자극하는 대상이며, 작품을 지탱하는 축이라고 할 수 있다. ●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정석우의 작품들은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흐름'의 일부분인 가능성에 대해 탐구함으로써 이로 인해 야기되는 인간의 내면 변화와 그 외 발생되는 것들에 주목한다. 가능성은 잠재력의 표출로 인해 향하고자 하는 목적에 한발 더 가까이 다가선 상태를 말한다. 이러한 가능성은 인간으로 하여금 기대를 품게 하며, 또 목적을 향해 나아가는 원동력이 되곤 한다. 하지만 작가는 이 가능성의 이면에 존재하는 잔혹함과 야생적임 또한 화면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강렬한 붓터치와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는 듯한 형상의 흔적들은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아름다움 속에 공존하는 잔혹함을 거침없이 풀어내고 있다. ● 이번 전시를 통해 두 작가가 각기 다른 방식으로 풀어낸 본인에 대한 깊은 탐구와 삶에 대한 자세를 제3자의 눈으로 바라볼 수 있다. 또한, 관객 개인의 내면세계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이 될 것이다. 두 작가의 예술을 향한 순수한 열정이 관객들에게 각인되길 기대해본다. ■ 윤예빈

Vol.20180308g | 백지상태 On the void-최영빈_정석우 2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