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liaths, Tanks

이해반展 / LEEHAEVAN / 李諧盼 / painting.installation   2018_0309 ▶︎ 2018_0323 / 월요일 휴관

이해반_Goliaths, Tanks展_평화문화진지 창작동_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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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8_0309_금요일_05:00pm

후원 / 서울시_도봉구_도봉문화재단_평화문화진지 기획 / 이해반

관람시간 / 10:00am~07:00pm / 월요일 휴관

평화문화진지 창작동 Peace Culture Bunker 서울 도봉구 마들로 932 전시실1,2 Tel. +82.(0)2.3494.1973

평화문화진지는 2018년 첫 전시로 이해반의 개인전을 개최한다. 'Goliaths, Tanks'라는 타이틀의 이번 전시에서는 페인팅, 퍼포먼스, 영상, 설치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작가의 신작 페인팅과 오브제들을 선보인다. 이해반은 그간 평온해보이는 풍경 속에 사건의 조짐, 정황, 그 이후를 연상케하는 장치들을 함께 배치하며 분단된 한국의 현실과 심리적 불안감을 드러내왔다. 그 풍경이 관찰자로써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었다면 평화문화진지에서 진행한 최근 작업에서는 그 거리감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뒤섞여 장소성에 대해 더 깊이 있게 탐구함을 발견할 수 있다. 작가의 작업공간은 1968년 1월 북한 무장공비들이 서울로 침투한 이후 유사시 건물을 폭파해 북한군 탱크가 서울 도심으로 내려오는 길을 차단하려는 목적으로 세워진 건물이었다. 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Goliaths」는 작업을 하다 고요한 밤에 들리는 쿵! 하는 소리에서 시작되어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듯 한 조각씩 기록을 남긴 결과물이다. 팅-탁, 팅-탁 그의 시계추는 일초도 쉴 새 없이 흔들리고 하루는 길고도 짧다. 뜬 눈으로 잠들 듯 충동을 낚시질 하며 닿지 않는 곳에 조금 더 가까워지려 하는 그의 노력은 환상으로 점철된 퍼즐을 맞춰가는 과정이다. 마침내 완성된 새벽의 어슴푸레한 풍경 속에서 나는 너고 또한 그들은 우리이다. 따라서 우리는 작가가 무엇을 보았는지, 경험했는지, 떠올렸는지를 더듬어보기 위해 바쁘게 눈을 옮기게 되는 것이다. ■ 평화문화진지 창작동

이해반_Goliaths_패널에 아크릴채색, 스틸 펜듈럼, 자석, 플라스틱, 건전지_가변크기_2018_부분
이해반_Kissing_나무패널에 유채_39.2×65.7cm_2017
이해반_23572 days_패널에 아크릴채색, 스틸 펜듈럼, 자석, 플라스틱, 건전지_52.5×50.5×4.6cm_2018
이해반_23571 days패널에 아크릴채색, 스틸 펜듈럼, 자석, 플라스틱, 건전지_48.5×36.5×4.6cm_2018

메갈로폴리스 북부 끝머리의 이곳은 달도 없는 밤에 잠겨있다. 캄캄한 밤하늘에서도 구름은 짐을 가득 실은 선박들처럼 묵직하게 떠, 도시의 하염없는 빛을 머금고 어렴풋 황톳빛을 발한다. 꺼지지 않는 도시처럼 그는 잠을 취하지 않는다. 오로지 악몽 아닌 꿈들을 들이마셨다 내었다 한다. ● 새벽 3시가 지나도 그의 몸짓은 그치지 않는다. 타자를 향하지 않은, 그저 생을 위한 시위. 환영 같고 고요한 시간, 이곳에 내버려둬라 하는 몸짓. ● 육중하고 둔탁한 소리가 급작스레 들린다. 이윽고 천장이, 아니 건물 전체가 흔들린다. 장갑차를 보관하기 위해 지어진 이곳도 곧 무너져 내릴 것처럼. 큼직한 쇳덩이라도 떨어졌을까. 심장이 귓속에서 고동친다. 이를 살포시 악물고 문밖에 나가본다. 밖에는 칼바람에 흔들리는 이파리뿐. ● 해가 떠오르고, 그도 일어난다. 옥상에 올라 숨을 고른다. 까마귀 두 마리가 사이좋게 뛰어다닌다. 난간을 오르내리며 부산하게도 움직여댄다. 손을 내밀지만 칠흑 같은 새들은 날개를 펴고 자기들끼리 놀수 있는 곳으로 날아가 버린다. ●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지만 온 세상이 흐릿하다. 산은 결을 잃고 어둠 속에서 윤곽만을 드러낸다. 서풍에 뒤섞인 옛 산업의 잔사(殘沙)는 모든 것을 흐릿하게 만든다. 먼지가 얼굴에 앉고, 입으로, 코로 들어와 그를 잠식한다. 먼지를 털어내 보아도 바람은 다시 먼지를 되돌려 놓는다. ● 거세게 추운 아침이 왔다. 푸르고 찬란하기만 한 하늘과 함께. 청명한 하늘 위로 까치가 창포원을 향해 날아간다. 부리에 나뭇가지를 꼭 부여잡고. 산란기 전에 집을 완성하기 위해, 칼바람 속에서도 저리 열심히 가지를 물어 나르는 게다. 그도 나뭇가지를 부여잡고 있다. 끝에 털이 달린 그 가지로 집 한 채를 칠해본다.

이해반_23580 days _패널에 아크릴채색, 스틸 펜듈럼, 자석, 플라스틱, 건전지_57×49.4×4.6cm_2018
이해반_23579 days_패널에 아크릴채색, 스틸 펜듈럼, 자석, 플라스틱, 건전지_47×55.5×4.6cm_2018
이해반_23596 days_패널에 아크릴채색, 스틸 펜듈럼, 자석, 플라스틱, 건전지_50×45×4.6cm_2018

눈이 온 세상을 하얗게 뒤덮었다. 동료의 강아지가 처음 본 세계에 신이나 눈밭을 뛰어다닌다. 그리고 그도, 강아지 처럼 뛰어다닌다. 한참을 뛰다 지친 그가 어린 생명을 바라본다. 앞발을 움직이지 못해 누워서 울고만 있는, 본집의 늙은 개를 마음에 품고서. ● 둔탁한 소리는 매일 밤 계속된다. 원인도 알 수 없이. 이 새벽에는 경비원마저도 잠을 취하고 있다. 그와, 야행성 동물만이 깨어있는 이 시간. 들려오는 육중하고도 둔탁한 소리. 건물이 조금씩 무너지나. 갑자기 이렇게 죽는 건가. 전쟁이 터지는 걸까, 머리 속의 사건들은 실재가 아닌, 우리가 응당 보아야 할 풍경들을 번식해낸다. 우리가 없는 세상. 우리 이전의 세상. 우리 다음의 세상. 담 너머 세상. 통제구역의 세상. 우리로부터 안전한 세상. 달도 없는 휑한 밤, 그는 세상의 한 칸을 지긋이 밝힌다. 그가 눈을 뜨고 내어 쉬는 꿈은 고요한 시간 속에서 물질적 현실이 된다. 그 풍경들은 우리의 실루엣이다. ● 영리한 까치나 까마귀는 한동안 멸종할 일은 없을 것이다. 새소리가 들려와 손바닥을 향하던 눈이 창밖으로 옮긴다. 창을 통해 쪽빛이 스며들어, 고요의 끝이 시작됨을 알린다. 세상은 곧 다시 어지러워지고 전쟁의 시간이 도래하겠지. 다시 꿈을 내어 쉰다. 이제는 미래를 향한 꿈이 아닌, 지나간 시간을 더듬어 본다. ● 어느 여름날, 자정이 가까워질 즈음에서야 해가 사라지는 북쪽 어딘가 강가에 동료들과 앉았다. 동료보다는 전우가 맞는 말일 것이다. 한 전우의 얼굴을 그려본다. 눈은 얼굴에서 떼어지지 않고. 손은 펜에서 떼어지지 않으며. 펜은 종이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모든 색이 핏빛으로 물들었다 퍼렇게 질려버린다. 눈에 눈물이 솟아 올랐던가. 눈은 살며시 녹았던가. 눈물이 덩어리져 종이 위로 떨어지고, 우리 전우의 모습은 만신창이가 된다. 척추가 파르르 떨려 무너져 내릴 것 같다. 눈을 옮기자 고층건물들이 아른거리고있다. 마치 흐느적거리는 해파리처럼. ■ Dan Kwon

이해반_Museum birds_캔버스에 유채, 아크릴채색_130.3×193.9cm / An artist's chair and brush_2018
이해반_Left-Right-South-North_패널에 아크릴채색, 유채, 전기모터_111×153.5×5cm_2017

Goliaths ● On a moonless night, the northernmost corner of the megalopolis rests under ballasted clouds, whose faint sienna glow is powered by distant city lights. Like her city, she does not sleep, living her dreams that are all but nightmares. ● Into the third hour of day she continues to wage her campaign. It is a creaturely campaign whose singular demand is not to be disturbed, for the continuous existence in quietude, a fantastical one only for hers to share. ● With a thunderous clap the ceiling rattles, as if a weighty, leaden object had struck the roof. The building, originally built to house tanks, shudders down to its foundation. She feels the palpitating heart in her ears. Clenching her jaws softly, she musters up a dab of nerve and steps outside. ● Leaves tremble, the chilled winds prick her cheeks. All quiet on this nightly front. ● She rises with the sun and climbs up to the rooftop, where two crows are hopping about, on the handrail, off the handrail, there and here, in harmony. Her hand reaches out. The sooty birds spread their wings and take off, perhaps to somewhere they can be left alone. ● It's clear sky but the sky can't be made out, as if the clouds have sunk to engulf us. The surrounding mountains have lost their texture; only their vague contours remain to loom. The air, impregnated with the byproducts of archaic industries that have since fled west, is made more conspicuous in its confluence with the dust from local woodwork, and can be seen in foggy gradients that stretch from the body into the distance. Felt to be more than a mouthful, the pollutants have become part of her; they rest on her lashes, in her nostrils, doing something inside her. She shakes, and beats them off. They rejoin her with the wind's caress. ● New morning. Negative 18 degrees Celsius. The sky has returned in its azure glory, over which a magpie, its bill clutching a twig, glides, unrelenting even in the face of stabbing winds, in the direction of the iris garden. A nest to build, chicks to raise. She, too, holds a twig, a plumed twig, and paints a home. ● The puppy of a colleague gets delirious on a snow-carpeted day, as if it had never seen the world so white. Joining the dog, she, too, gets delirious. Later she watches the young dog, and thinks of her old one back home, painting its afflicted paws into her mind. ● Each night the mysterious quake becomes a recurring event. During these hours the sole guard on the premises sleeps. Only she is among the nocturnals. Will this building eventually collapse, and I be subjected to a sudden death, a war? Likely or otherwise, such scenarios breed the scenes that demand our attention, scenes that are without us, before us, after us; the scenes over the fence, forbidden to have us. Safe from us. Her eyes tremor about in the quietude known only to the few, and they illuminate this corner of the world. Tender is her vision, and there the reality of nature is dreamt and its scenes are traced. Every one of us is responsible for the silhouettes of these scenes, but not every one of us feels that way. ● Crows and their magpie cousins are unlikely to be extinct soon, I think to myself. I hear a birdsong whose origin is unknown to me. And when I shift my vision from down at my palm to towards the window, it's daybreak. The serene order will soon wash away for another day of war. Dreaming again, but no longer of the time that isn't yet, I pet a scene past. ● She and our colleagues -- no, comrades. We throw a blanket over the grass by the river, in the north where the sun slips from our sight near midnight. She traces the face of a comrade. Her eyes from his face, her hands from the pen, the pen from the paper, are inseparable now. 50,000 colors are dyed red then sickly blue. Do her eyes well up, or do they thaw? Beads of tear drop from her face onto the paper and devastate the image of our comrade. I feel a shudder down my spine. Maybe I'll collapse. I divert my vision. The towers shimmer and wobble like jellyfish. ■ Dan Kwon

Vol.20180309h | 이해반展 / LEEHAEVAN / 李諧盼 / painting.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