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주 이야기 / Reminiscences of Wanju

유광식展 / YOOGWANGSIG / 兪光植 / photography.installation   2018_0311 ▶︎ 2018_0331

유광식_완주 이야기_필름통, 종이에 프린트, 등기구_가변크기_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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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광식 블로그_yoogwangsig.egloos.com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02:00pm~08:00pm

북극홀 BOOKGEUK HALL 인천시 부평구 원적로 477-2(부평동 62-37번지) www.instagram.com/bookgeuk

2018년 봄에 선보이는 '완주 이야기'는 작가가 어린 시절을 보낸 전북 완주에서의 기억을 글과 그림으로 엮은 것이다. 둘러보면 사면이 산이었고 자동차 한 대 없는 동네였지만 자연 둘레에서 몸 튼튼 마음 튼튼히 자랐다. 이사 후에 서울과 인천이라는 도시에서 모종의 불행을 겪다가 지난 여름 불현듯 작가는 성장의 장소로 직행하는데, 스스로를 엮는 기록의 행위가 절로 신이 났었다. 유년기는 이성보단 감각이 앞서는 시절이다. 매일 집 뒤 대나무를 잘라 무얼 만들고 수수빗자루로 매타작당했던 일이 별일 아니었겠지만 현대 도시자연에서는 꿈꿀 수 없는 장면이기도 했다. 기억을 따라 유년은 번져가고, 나의 유년이 모두의 유년을 소환하며 함께 걸어오길 희망해 본다.

유광식_완주 이야기展_북극홀_2018
유광식_완주 이야기展_북극홀_2018

그 시절의 이야기, 나의 완주 이야기가 어린애마냥 그토록 즐겁게 다가올 줄은 몰랐다. 특히나 그림을 그릴 적에는 자연의 색감과 햇볕의 안달을 담아내고 싶은 욕심이 일었다. 학교에서의 반 아이들 얼굴도 생각났고, 산 속의 동물들, 식물들, 집에서 키우던 가축들, 엄마가 해주신 음식, 아빠의 놀라운 도구사용법, 동네의 잔치 등은 그간 잊고 지내던 나의 근원이자 숨은 자원이었다. 멀리 떨어진 고향마을은 모습과 분위기가 예전과 달라서 크게 정이 가지는 않지만, 한 시절 외부의 큰 방해 없이 두 다리 한 마음으로 달렸던 경험의 소산이 나도 모르던 새에 태산이 되어 있었던 것에 감사함을 느끼게 되었다. 나의 감각은 여기서 형성된 것임에 틀림없다. ● 회색빛 바탕에 존재의 흑심을 그어 나가는 현재의 생활에서, 나에게 그나마 즐겁고 행복했었던, 소중히 여길만한 장면의 꾸러미가 있다는 것은 가슴 벅찬 일이다. 눈부신 햇살에 두 눈 껌뻑이며 찍어 두었던 장면들은 추억의 단편이 되어, 생의 전환시점에 다시 한 번 잘 살아보라며 나를 부추기는 역할을 하는 것 같다. 덜 익은 땡감 같은 부끄러운 구성이지만, 그 사실만큼은 달고 숙성된 따뜻한 것이라 자신한다. 그 시절의 시간을 긍정함으로써 현재의 내 위치가 조금 더 굳건해질 것임을 믿고 향후의 걸음을 단단히 하는 것도 같다. 그 시절, 밭 입구에서 내 눈에 담겨온 감빛은 지금도 그 빛을 발하고 있을까? ■ 유광식

유광식_완주 이야기(반 친구들/1988)_잉크젯 프린트_8.2×11.6cm_2018
유광식_완주 이야기(비 맞던 날)_종이에 색연필_12.5×17.5cm_2017

감나무가 되어버린 유년, 그 찬란하고 그늘진 가지 끝 어딘가에 ● 감나무를 친구처럼 보듬던 한 소년이 있었다. 나뭇가지를 들고 뛰놀다가 수풀 속에 고이 감춰진 큰 누에를 닮은 으름을 발견하기도 하고, 떨어지는 빗물을 맞으며 알싸한 기분에 빠져들곤 했다. 산하의 사계절은 소년에게 알 수 없는 미묘한 감성과 시각을 심어주었다. 우연히 새겨진 감각들의 근원을 거슬러 올라가보면 소년의 고향 완주의 푸르고 시린 풍경이 펼쳐진다. 연도 만들고 눈썰매도 타고 새총도 쏘면서 몸의 감각에 기민해지며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기기도 했다. 아빠의 연장도 만져보고 엄마의 호박부침개를 먹으며 동네 아이들과 함께 등하교를 하는 작은 산골학교의 생활 속에 즐거움과 창피함도 느낀다. ● 소년의 눈으로 바라본 세계에는 생명력을 지닌 원초적인 자연이 펼쳐져있다. 그 원초적인 기운은 소년을 비롯한 마을의 존재들에게 무의식적인 힘을 뻗치는지, 마을의 존재들은 원초적이고 즉흥적인 면모를 보인다. 아이들의 순진무구함과 대담함은 날것 그대로의 총천연색을 닮아있다. 소년의 세계 속 어른들은 특히 그 원초성의 매력과 함께 간접적인 충동성을 슬그머니 내비치기도 한다. 소박한 집들과 도구들이지만 수많은 가능성으로 소년의 세계는 풍요롭다. 하지만 충만한 일상 그 뒤의 결핍과 고독 또한 소년의 마음 한편에 자리 잡고 있다. 고요한 자연 속에서 홀로 존재의 의미를 되물으며 알 수 없는 감정 속에 파르르 떠는 소년의 깊은 눈망울이 보인다. ● 충만한 모든 일상들이 영원할거라 믿었던 소년의 마음은 이토록 유쾌하고 순수하지만,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해가는 사람들과 고향의 모습에 대한 무력함도 스며있다. 소년의 유년은 아름답지만 지워지지 않는 기억으로 가득하다. 마르셀 프루스트가 마들렌을 먹으며 빠져들게 된 회상처럼, 그를 유년으로 이끄는 30년 전의 힘은 비자발적인 기억들이다. 그 기억 속에는 즐거움도, 부끄러움도, 상실과 슬픔도 자리하고 있다. 유년의 터전을 떠나 도시로 편입되면서 소년은 더 이상 소년이 아니게 된다. 그는 도시로 오면서 유년을 잃어버렸다. 유년의 찬란한 자연은 더 이상 닿을 수 없는 상실의 공간이자 그 터전과 닮은 흔적을 도시에서 찾게 만드는 불멸의 공간이 되었다. 소년이 겪은 상실과 추억은 모든 이들의 유년을 아릿하고 찬란하게 만드는 존재의 근원이자, 오늘의 걸음을 이끄는 무의식적이고 원초적인 소환의 힘을 지니고 있다. 그의 완주이야기를 통해 한 소년의 이야기가 우리 모두의 근원적인 서사로 밀려옴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김주혜

Vol.20180311f | 유광식展 / YOOGWANGSIG / 兪光植 / photography.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