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존재 Invisible Beings

윤한종展 / YOONHANJONG / 尹漢鍾 / photography   2018_0404 ▶ 2018_0409

윤한종_Individual_Devoted 001_피그먼트 베이스 잉크젯_145×110cm_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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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8_0404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가나인사아트센터 GANAINSA ART CENTER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41-1(관훈동 188번지) 2층 Tel. +82.(0)2.736.1020 www.insaartcenter.com

윤한종의 기계의 시각으로 본 세계상"눈아, 본 것을 부정해라! (Forswear it, sight!)" (윌리엄 셰익스피어, 로미오와 줄리엣 중) ● 엔지니어이자 사업가이자 작가인 윤한종은 기계의 눈이 어디까지 볼 수 있나 알아보기 위해 자신이 다루는 전자부품 검사장치의 정밀한 눈을 이용해 전자부품들을 사진 찍었다. 보기에 단순해 보이는 이 사진들은 오늘날 기술과 시각과 인지에 대한 많은 것들을 함축하고 있다. 우선, 이 사진들이 나오는 과정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사진'이 만들어지는 과정과는 많이 다르다. 물론 이런 기계로 사진 찍는 목적도 다르다. 윤한종이 사진 찍는 목적은 전자부품의 표면에 있는 결함을 찾아내는 것이다. 옛날에는 제품의 결함을 사람의 눈으로 찾아냈지만 이제 산업현장에서 사람의 눈으로 무엇을 검사하는 시대는 지났다. 전자부품의 표면에 있는 결함을 찾아야 하는 이유와 절차는 상상 이상으로 복잡하다. 그것은 오늘날 복잡하게 발달한 산업의 중요한 측면을 품고 있다. 우선, 왜 결함을 찾아내야 할까? 사실 윤한종의 검사장치가 다루는 전자부품의 단가는 별로 비싸지 않다. 몇천원에서 몇십원 짜리도 있다. 문제는 작은 전자부품의 결함 때문에 고가의 기계장비 전체가 못 쓰게 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전자부품의 불량률은 그것을 제조한 회사의 신뢰도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결함은 반드시 찾아내야 한다.

윤한종_Society-015_피그먼트 베이스 잉크젯_193×145cm_2017

전자부품에는 일정한 불량률이 나타난다. 이 불량을 찾아내는 검사는 고속으로, 고정밀도로 이루어진다. 검사장치가 찾아내는 것은 사실 불량 자체는 아니다. 검사장치는 칩의 외관을 검사할 뿐이다. 즉 전자부품의 형태, 크기, 색, 질감에 불규칙한 점이 있는지 찾아내는 것이다. 기계의 눈이 사람의 눈과 다른 점은 기계의 눈은 자기가 관심 있는 것만 본다는 점이다. 전자부품 검사장치는 자신이 검사하는 전자부품이 컨덴서인지 저항인지 관심 없다. 그리고 전자부품이 불량인지 아닌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없다. 검사장치는 정해진 규격을 벗어난 것을 찾아낼 뿐이다. 전자부품의 크기가 설계치수와 허용공차를 벗어난 것을 불량으로 처리할 뿐이다 따라서 검사장치의 눈은 이것저것 다양한 관심사에 사로잡혀 있고 두뇌의 지식과 관심사에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주관적으로 판단하는 사람의 눈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윤한종_Individual_Curious 036_피그먼트 베이스 잉크젯_145×110cm_2017

검사의 절차는 공급(feeding), 검사(inspection), 제외(ejection)의 세단계로 나뉜다. 검사할 전자부품을 카메라 앞까지 날라주는 피더(feeder)는 전자부품을 빨리 보내야 하지만(분당 최대 8000개) 정확하게도 보내줘야 한다. 즉 카메라가 검사하고자 하는 면이 드러나도록 각도를 맞춰줘야 하는 것이다. 전자부품 검사장치의 카메라는 철저한 검사의 스펙에 따라 사용되기 때문에 사용자의 취향이나 감성에 따라 다양한 세팅이 가능한 일반적인 카메라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사실 일반인의 카메라는 사용자의 눈과, 나아가 눈을 가지고 있는 몸 전체와 한 덩어리를 이룬다. 그래서 카메라는 몸이 움직이는 데로 따라 움직이면서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트리거 센서는 전자부품의 위치를 기록한 후 특정한 상대거리에 있는 카메라에게 자동으로 찍으라는 명령을 주는 신호를 인코더값을 통해 알려준다. 여기에는 전자부품의 속도와 센서와 카메라 사이의 거리 같은 수치들이 계산된다. 그다음 전자부품은 검사부로 넘어간다. 검사장치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부분이다. 특정한 상대위치와 읽힌 인코더값에 의해 전자부품이 도착했다는 신호가 오면 계산에 의한 인코더 값을 읽어서 카메라가 사진을 찍는다. 윤한종은 1.0×0.5㎜ 크기의 전자부품의 경우는 픽셀당 4.9㎛의 해상도를 가지는 1.5배율 렌즈를 써서 6W의 적색 녹색 청색 LED를 각각 다른 각도로 비춰서 찍었다. 조명의 강도와 각도도 중요한데, 전자부품의 표면에 있는 불량을 찾아내려면 옆에서 비스듬히 빛을 비추어 요철이 잘 드러나게 찍어야 하기 때문이다. 1.5배율 렌즈라면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크기가 1㎜도 안 되는 전자부품을 1.5배율로 찍는다는 것은 거의 현미경적인 수준의 확대율이다. 찍힌 이미지는 영상처리 알고리즘을 통해 해석되어 정상, 불량 여부를 가리게 된다.

윤한종_Individual_Curious 062_피그먼트 베이스 잉크젯_145×110cm_2016

윤한종은 자신이 개발하고 판매하는 이 검사장치를 이용해서 '작품'을 만들어냈다. 그것은 원래의 대상이 무엇이었는지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확대된 전자부품의 모습이다. 그런데 고배율로 찍은 전자부품의 모습은 생각보다 그렇게 시각적으로 자극적이지 않다. 그래서 윤한종은 자신의 '작업'에 인간적인 개입을 한다. 즉 산업적으로 생겨난 이미지는 우리가 기대하는 스펙터클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뭔가 관심의 흔적을 넣은 것이다. 그래서 그는 고농도의 질산을 사용하여 내부 전극을 부식시키기도 하고 금을 녹일 수 있는 유일한 액체인 왕수(질산(HNO3)과 염산(HCl)을 1:3으로 섞은 것)를 사용하여 부식시키기도 한다. 검사장치의 카메라와 렌즈로 고배율로 확대하여 찍은 전자부품은 전자부품이라기보다는 차라리 나무껍질이나 딱정벌레를 닮기도 했다. 워낙 미세한 세계를 확대해 놓으니까 육안으로는 원래 사물의 정체를 알아보기 힘든 것이다. 전자부품의 표면은 육안에는 매끈해 보이지만 고배율로 확대해 놓으니까 온갖 금속의 입자들이 대단히 불규칙하게 울퉁불퉁하게 배열된 것을 볼 수 있다. 그 모습은 차라리 자연에서 발견되는 바위의 표면에 가깝다. 그것은 산업부품이 초정밀로 규격화되어 있고 가공돼 있을 거라는 믿음을 배신한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작업 혹은 작품에 윤한종은 '보이지 않는 존재들 Invisible Beings'라는 제목을 붙였다. 이 물건들은 육안에는 보이지 않는 것들이기 때문에 이 제목은 매우 적절하다. 그것은 네덜란드에서 1590년에 현미경이, 1608년 망원경이 발명된 이래로 끊임없이 보이지 않는 세계를 탐색해온 인간의 노력을 압축하고 있는 제목이기도 하다.

윤한종_Society 023_피그먼트 베이스 잉크젯_193×145cm_2017

그렇다면 윤한종의 작업에서 양자가 어떤 식으로 섞여 있었던 것일까? 대부분의 기계들이 그렇지만, 잘 관찰해 보면 예술작품만큼, 혹은 그 이상 아름답다. 예술작품을 만드는 데 필요한 창의성과 감성, 제작의 치밀함이 기계에도 들어 있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지도 않을 만큼 작은 전자부품을 아주 빠른 속도로 이동시키면서 올바른 자세로 놓여 있게 해주는 피더와 가이드의 메커니즘은 정교할 뿐 아니라 아름답다. 그 메커니즘을 이루는 금속부품은 스케일은 아주 작을지언정 그 표면의 질감이나 광택은 헨리 무어의 조각품 못지않은 깊은 맛을 풍긴다. 그것은 인간이 아주 오랜 옛날부터 도달하고자 했던 무엇이든 보아내는 눈의 첨단적인 형태이다 마지막으로, 검사된 전자부품이 들어갈 통도 습기가 차지 않도록 환기가 되고 있으며 압축공기가 전자부품을 불어낼 때 너무 세게 밀지 않도록 압력이 조절돼 있다. 그리고 전자부품이 통으로 떨어질 때 충격으로 손상되지 않도록 스펀지가 붙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런 세심한 배려와 감각적 배치의 결과로 나온 이미지는 초현실적인 아름다움을 풍긴다. 수백 배로 확대된 전자부품은 우리 삶을 이루는 중요한 기기들의 세포답게 회로의 작동이라는 생명력을 감추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어떤 기계든 동력을 잃으면 빛도 잃고 움직임도 사라지는데, 거기에 연료든 전기든 동력을 공급하고 스위치를 넣어주면 생명을 부여받은 듯이 빛을 내기 시작하고 움직이기 시작하며 살아난다. 이 모든 것이 작은 전자부품이라는 세포들이 살아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전자부품 검사장치는 그 세포들이 앞으로 회로 속에 들어갈 때 잘살게 될지 검사하여 확인하는 기계이다.

윤한종_Individual_consistent 065_피그먼트 베이스 잉크젯_145×110cm_2017

한 알의 모래알 속에 우주가 들어 있고 그 우주를 들여다보면 또 모래알들로 돼 있고, 그 모래알을 들여다보면 또 우주가 나오듯이, 전자부품과 검사장치는 어느 것이 어느 것의 우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서로 중첩돼 있는 세계다. 윤한종의 작품 제목인 '보이지 않는 세계'라는 말은 그런 중첩된 세계의 모습이 육안에는 보이지 않는다는 뜻 아닐까? ● 이제 무엇이 과학기술이고 무엇이 예술인지 구분하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어 보인다. 기계가 사람을 대체한 이 시대에 기계가 예술마저 대체한 것이 통쾌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 이영준

윤한종_Individual_Sensitive 084_피그먼트 베이스 잉크젯_145×110cm_2016

사진은 물리적인 존재를 기록하기 위한 발명 도구이다. 사진이 발명된 이후로 오랫동안 사진가들은 동시대의 주요사건과 대상을 광학적 한계 내에서 표현하였다. 사진의 기록은 보기에는 정확한 듯 보이지만 완벽한 진실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진은 촬영자가 관찰하고 인식한 사유의 결과물인 것은 분명하다. ● 자연계의 모든 것은 고유의 기능과 모습으로 존재하고 있다. 그 존재는 인간의 시각적 한계 내에서만 인식된다. 너무나 작은 존재는 인식할 만큼 충분한 시각정보를 제공하지 못하기 때문에 사유의 대상이 되기 어렵다. 기계장치를 이용한 고배율 사진은 대상에 대한 충분한 시각 정보를 제공하여, 보이지 않는 존재(Invisible Beings)를 볼 수 있는 존재(Visible Beings)로 인식하게 한다. 또한, 微小하여 개념적으로만 여겨지던 존재(Conceptual Beings)를 실재적 존재(Real Beings)로 편입시킨다.

윤한종_Society 036_피그먼트 베이스 잉크젯_193×145cm_2017

보이지 않는 존재(Invisible Beings) 연작은 개인 시리즈(Individual Series)와 사회 시리즈(Society Series)로 나뉜다. 개인 시리즈(Individual Series)는 고정도 산업용 카메라를 이용하여 1.6~3mm 크기의 양품 또는 불량 전자부품을 고배율로 촬영했다. 극단적으로 확대된 정물은 맨눈으로는 보이지 않는 존재를 볼 수 있는 존재로 인식하고 사유하게 한다. 이 작업은 전자부품이 사람과 비슷하다는 관점에서 시작하였다. 아무리 완벽한 사람이라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사람의 내면은 실수와 실패, 상처와 아픔으로 점철되어있기 때문이다. 사회 시리즈(Society Series)는 10,000개의 전자부품을 각 1회씩 촬영하여, 각각의 사진을 오려서, 100×100으로 나열한 작품이다. 10,000개의 부품은 개인들이 부대껴서 사는 사회를 의미하며, 각 부품은 실패의 경험을 가진 상처받은 개인이라고 생각하며 작업하였다. ● 작업대상인 전자부품은 오래 전부터 생업의 한 요소에 불과했으나, 보이지 않는 존재(Invisible Beings) 작업 동안 관찰과 사유를 통해 성찰의 대상으로 다시 다가왔다. 이런 대상의 재현은 산업적 목적에 부합하는 이미지에서는 볼 수 없는 새롭게 발견된 존재이며, 이론적으로 설명하는 빛에 대한 생경한 경험의 표현이다. 이 연작이 관람자들이 생각하는 것과 다를 수도 있으나 같이 고민하는 화두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윤한종

Vol.20180404b | 윤한종展 / YOONHANJONG / 尹漢鍾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