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란의 꿈여행

김미란展 / KIMMIRAN / 金美蘭 / painting   2018_0405 ▶ 2018_0419 / 일요일 휴관

김미란_∞-이불과 독수리_캔버스에 유채_45×90.5cm_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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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8_0405_목요일_05:00pm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일요일 휴관

갤러리 815 gallery 815 서울 마포구 월드컵북로5가길 8-15 (서교동 448-14번지) Tel. +82.(0)2.332.5040 munbon.com

웰컴 투 드림타임 ● 김미란 작가는 바쇼의 하이쿠 감흥처럼 부드러운 타입의 드림노트(Dream-naut)입니다. 보이는 것 모두 꽃, 생각하는 것 모두 달인 듯이 이 드림노트는 자신의 익숙한 꿈의 시공을 날아갑니다. 그는 처하는 곳마다 거하는 때마다 자신의 꿈물질로 이 세상 역시 꿈의 시공으로 변환해내려 합니다. ● 김미란 작가의 예술세계는 그 무의식의 비행 흔적으로 붓 터치가 오가면서 자연스럽게 나무를 그리고 숲을 낳습니다. 이 숲은 자율적인 순환 생명계입니다. 하늘과 땅을 수직적으로 잇는다는 북방 사람들의 야단법석이 없고, 그저 물과 땅이 서로가 서로를 이끄는 수평적으로 속삭이면서 한 바퀴 두 바퀴 생명기운이 순환하는 숲 그 자체가 생겨나는 남방 사람들의 평화주의가 있습니다. 그 숲은 어떨 때는 독수리의 형상이 엿보입니다. 그 독수리는 북방에서 온 것이지만, 제우스 신의 사자라는 신분처럼 이 하늘이라는 섭리로부터 벗어나 편안해진 상태입니다. 천계비행은 종종 하늘이라는 최종심급의 지배를 암시하고 있는데, 김미란 작가의 그것은 낮게 낮게 그리고 수평적으로 날고 있습니다.

김미란_∞-이불과 사슴_캔버스에 유채_45×90.5cm_2017
김미란_∞-혹은 대칭성1_캔버스에 유채_72.7×90.9cm_2017

또한 그 숲은 거대하게 울울창창한 사슴 한 마리의 사슴뿔이 될 때도 있습니다. 김미란 작가의 꿈물질은 이 사슴뿔이 동적이면서도 식물적인 그로테스크 미학을 현실화하는 중요한 재료입니다. 숲인 동시에 애미니즘적인 동물의 혼과 다르지만 하나(異而一)로서 형태 이전의 상태로도 볼 수 있습니다. 숲의 넉넉한 품은 모든 생명들이 하늘이라는 독재로부터 핍박받거나 지배받지 않고 서로 서로 손을 내밀어서 넝쿨의 형태로 이루어지는 우묵한 공간입니다. ● 독수리로서의 숲, 사슴으로서의 숲은 사람-짐승이었던 그 해프맨(Half-man)의 태초 기억을 불러냅니다. 그 기억을 터해서 자신의 꿈을 바로잡고, 우주공간에서 흐트러진 우주선을 자체 제어하듯 꿈을 정돈합니다. 해프맨의 태초는 인간이 사피엔스로서 '생각'과 '무의식'을 일치시키던 시기입니다. 지금처럼 서구화와 근대화라는 시간의 화살이 날아가는 리니어 문명이 아니었습니다. 시간의 화살은 구부러져서 결국 자기 자신의 깃털 꼬리를 무는 우로보로스 뱀처럼 회전하고 처음과 끝이 일치되던 시기였습니다. 죽음과 삶은 분리되지 않았고, 인간과 동물은 상즉상입(相卽相入)하여 서로 변신했습니다. 하늘은 억압적이지 않았고, 땅은 소유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러한 오래된 미래의 자연법 체계, 마치 근대 서구의 자연법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지구의 꿈에 기초한 자연법 체계를 깨닫는 것, 그것이 김미란 작가의 예술세계가 바로 자각몽(自覺夢, Lucid Dream)이라는 특별한 꿈꾸기 방법을 통해 절차탁마되고 젖줄이 연결되어 있는 이유입니다.

김미란_∞-혹은 대칭성2_캔버스에 유채_72.7×90.9cm_2017

김미란 작가는 훔볼트 이전의 열대숲을 배경으로 드림타임의 세계를 지금 이 장소로 불러냅니다. 한국의 미술작가로서 이러한 남방계 관점의 지구 풍경을 호출한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닙니다. 우리는 목이 부러져라고 북방계 방향으로 고개를 쳐들고 있기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 열대의 숲은 대지의 꿈을 잉태하는 가장 좋은 잠자리였습니다. 숲은 하늘과 땅 사이를 연결하는 생명나무이기보다 그 스스로 물을 소용돌이치게 하여 땅을 나무들로 뒤덮고 하늘을 배제하는 세계나무였습니다. 세계나무는 하나의 어머니나무가 자신의 뿌리를 다른 나무들, 어린 나무들의 뿌리와 접촉하여 태양빛의 합성물인 탄수화물과 산소와 고급정보를 나누어주는 '나무들의 커뮤니케이션 체제'를 이르는 말입니다. 여기에는 서구화가 진행되면서 비서구의 땅에서 식민주의의 영향 아래 진행할 수밖에 없었던 근대화라는 시간관념도 정지해 버립니다. 근대라는 시간 규정은 김미란 작가의 예술 세계에는 괄호로 묶여 버렸습니다. 어머니나무와 젊은나무들 그리고 그 넝쿨숲의 세계가 드림타임으로서 우리 눈앞에 도래해 있습니다. ■ 김남수

Vol.20180405h | 김미란展 / KIMMIRAN / 金美蘭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