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지어진 전쟁기념비-Remembering Tomorrow,Shaping Today

원지호展 / WONJIHO / 元至浩 / installation   2018_0406 ▶ 2018_0426 / 월요일 휴관

원지호_From one point of view, Roll of Rubber_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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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8_0406_금요일_07:00pm

주최 / 갤러리 조선_예술경영지원센터 출판 / 토탈뮤지엄프레스

관람시간 / 10:30am~06:30pm / 월요일 휴관

갤러리 조선 GALLERYCHOSUN 서울 종로구 북촌로5길 64(소격동 125번지) Tel. +82.(0)2.723.7133 www.gallerychosun.com

원지호 작가는 이제까지 현대 조각의 역사를 반영한 작업들을 진행하여왔다. 과거 기념비적인 조각의 영역에서 '받침대'는 작품을 가장 빛나게 하면서 관람자로 하여금 작품을 숭배하게하는 역할을 하였다. 또한 관람자는 대리석이나 돌처럼 물성이 짙은 재료로 만들어진 조각 작품을 보면서 짙은 향수나 애국심을 갖게 된다. 이러한 기념비적인 조각의 전통을 뒤집으면서 현대적인 조각의 역사는 다시 시작되고, 또 확장되어 왔다. 무엇보다도 브랑쿠시Constant Brancusi가 '받침대'를 새롭게 해석하여 하나의 작품처럼 만들어가면서 조각의 세계는 무한히 확장되었다. '받침대'는 없어지기도 하고, 땅에 붙기도 하고, 혹은 단순한 모듈로 연속되기도 하면서 작품은 보다 장소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공간과 연관되기 시작한다. 원지호 작가는 특히 '기념물'에 대한 몇 몇 가지 특성을 오늘날의 조각의 영역에 적용하여 오고 있다. 본래 '모뉴먼트'로서 상징되는 기념물은 광장이나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에 국가 권력을 전시하는 과정의 핵심적인 요소로서 적용된 것이다. 전쟁이나 영웅들의 상은 그곳을 중심으로 모인 사람들에게 단순한 지배적인 요소를 심어주는 것이 아니라 자발적인 동의를 통한 체제의 순응을 요구한다. 매우 구체적인 형식들로 표현된 좌대는 광장에 모여 있는 사람들에게 거역할 수 없는 애국적인 서사를 보여준다.

원지호_pre-war memorial_참고사진

한편 이렇게 정치적 도상으로 점철된 기념물에는 점차 사람들의 추억이나 좋았던 기억들을 추모하는 애도의 감정이 추가되면서 기념물의 의미는 조금씩 달라지고 있는데, 특히 마야 린Maya Lin의 ‹베트남 참전 용사 기념물Vietnam Veterans Memorial›의 등장 이후 모뉴멘트의 역사는 광장의 사람들에게 매우 다른 의미로 다가가고 있다. 기념물의 모습은 매우 수평적이어서 누구나 이 기념물에 접근이 가능한 것이 물리적인 공간적 요소이며, 기념물과 넓게 열린 공간은 자연스럽게 관람객을 압도한다. 베트남에서 전사한 최초와 최후의 미국인들의 이름으로 시작하고 끝나는 이 기념물을 따라 걸으면서 미국인들은 강요된 애국심이 아닌 그들의 지난 역사에 대한 상실과 고통에 대한 감정을 느낀다. 이렇게 개인의 이름이 새겨진 수평적 기념물은 '걸어서' 이 기념물을 보아야만 기념물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신체적 경험을 수반하며, 물리적이고 미학적으로 강요나 긴장감이 아닌 '개인들의 희생'에 대해 묻고 있는 지점이 원지호 작가의 작업을 가늠한다.

원지호_pre-war memorial_참고 드로잉

원지호의 작업은 공사장에서 흔하게 쓰이는 재료로 권위적인 깃발이 아니라 일시적이고 가변적인 형태의 깃발 작업을 진행한다는 점, 그리고 기념물을 바닥에 눕혀 수평적이고 모듈화된 미니멀리즘 형식을 띄고 있다는 점에서 '확장된 기념물'의 양식을 이어간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전쟁의 시점을 '미래'로 옮기는 시도를 통해 아직 일어나지 않은 사건에 대한 기념물을 제작한다. ● 지하 공간의 작업은 '확장된 기념물'의 형태로 거대한 고무판을 전시장 바닥에 까는 작업이 중심이 된다. 합성고무는 전쟁의 부산물로 전쟁을 효율적으로 치루기 위한 가장 생산적인 대표적인 재료이다. 화학적인 냄새까지도 공간에 녹아들만큼 강력한 합성 고무를 바닥에 놓음으로써 과거의 영웅 중심적인 전쟁의 역사를 수평적인 과정으로 펼쳐보고자 한다. 2층의 작업은 과거를 반영한 '미래의 작업'으로 '투명함'으로 채워진 모듈을 선보인다. 시점을 미래로 옮겼지만, 기존의 역사를 보았을 때 충분히 예측가능한 미래의 시점으로, 벌어질 수도 있는 일을 늘 상기하는 공간으로 시도해 보고자 한다. '기념물'을 만들고 있다는 점이 전쟁의 역사를 도모하고 있다는 것이 아니라 비극적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과 전쟁과 권력의 기재가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주고자 하는 것이다. ■ 고윤정

Vol.20180406a | 원지호展 / WONJIHO / 元至浩 / 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