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사이 Unfamiliar Space

한상아展 / HANSANGA / 韓相雅 / painting   2018_0407 ▶ 2018_0506 / 월~금요일 휴관

한상아_낯선 사이_광목천에 먹, 혼합설치_가변크기(좌, 우 400×235cm, 중앙 290×700cm)_2018_부분

초대일시 / 2018_0407_토요일_05:00pm

관람시간 / 토,일요일_01:00pm~06:00pm / 월~금요일 휴관

위켄드 WEEKEND 서울 영등포구 경인로 823-2 weekend-seoul.com

실재하지 않는 풍경이 있다. 웅크려 앉아있는 인물의 발아래엔 먹과 물이 엉키고 뭉개지는 찰나의 순간이 남긴 흔적들이 가득하다. 수묵화 특유의 여운이 담긴 물 얼룩의 흐름을 따라 시선을 옮기다 보면 어딘가 불안정해 보이는 오리배가 떠 있는 이곳이 호수임을 알 수 있다. 천장으로부터 늘어뜨려진 광목천은 번져나가는 먹의 자유로운 움직임과 함께 섬세한 일렁임으로 장면에 생명력을 부여한다. 작품에 둘러싸인 전시장은 그렇게 작가의 생각과 감정이 자유롭게 펼쳐지는 장(場)으로 탈바꿈한다. ● 한상아는 자신이 경험한 일과 그로 인해 비롯된 감정이 공상과 뒤얽혀 나타나는 내면의 풍경을 그린다. 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 겪을 법한 평범한 사건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작가의 고백은 개인의 서사를 뛰어넘어 보편적인 이야기로 확장된다. 위켄드에서 선보이는 신작 「낯선 사이」도 이러한 작업의 연장선으로, 여성작가로서 봉착한 상황에 대한 낯섦과 두려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속에 존재하는 희망의 여운을 조용하지만 힘 있게 풀어냈다. 다만 그동안 주로 이시동도(異時同圖)의 형태로 서로 다른 시공간의 인물과 풍경, 그리고 사건들을 한데 뒤섞어 파노라마로 펼쳐 보였었다면, 이번엔 사건보다 개인의 감정에 더 초점을 맞추어 차곡차곡 쌓인 감정들을 의인화해 나타냈다. 물론 작가의 감정에서 비롯된 사의적인 산수화라고 해서 이를 작가의 자화상으로 섣불리 한정 짓기 어렵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번짐이 쉬운 재료의 특성 덕분에 의도적으로 흐려진 형태는 형상에 대한 해석의 여지를 남기거나, 인물의 익명성을 강조함으로써 전체적인 모호함을 뒷받침한다.

한상아_낯선 사이_광목천에 먹, 혼합설치_가변크기(좌, 우 400×235cm, 중앙 290×700cm)_2018_부분

한상아의 작업과정은 많은 부분에서 흔한 여성의 가사노동을 연상케 한다. 본격적으로 먹을 사용하기 전에 한지를 대체할 재료를 준비하는 일은 커다란 광목천을 꿰매어 이어붙이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이후 정성스러운 다림질로 이를 빳빳하게 펴낸 후에는, 부분 부분을 물에 담그거나 분무기로 적셔가며 이 위에 먹을 올리고, 말리는 행위를 반복한다. 천작업에서 막연히 드러나는 이러한 노동의 흔적은 호수 위의 오리배를 통해서는 더 직설적으로 드러난다. 이번 전시에서 처음으로 시도한 입체조형물인 오리배는 과거에 대표적인 여성의 노동으로 여겨졌던 바느질로 완성됐다. 여성작가로서 갖게 된 고민과 그에 대한 복잡한 감정을 드러내는 작업의 방식이 이처럼 여성의 노동과 닮아있는 건 단순한 우연만은 아닐 것이다. ● 먹이라는 재료의 자유로운 속성에서 비롯된 작업 방식도 마찬가지다. 습도나 온도와 같은 주변 환경부터, 붓을 쥔 손에 들어간 순간적인 힘이나 붓질의 속도까지, 먹은 셀 수 없는 변수에 따라 서로 다른 결과를 낳는다. 따라서 물과 먹이 천을 만나 스스로 피어나거나, 마르면서 색이 바래지는 과정을 온전히 통제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작가는 먹의 종류나 섞는 물의 양에 따라 만들어내는 농담의 차이를 통해 다채로운 먹의 검정 빛깔을 드러내고, 섬세한 계산을 통해 천에 스며드는 먹의 번짐을 어느 정도 조절한다. 이처럼 재료가 가진 우연적 속성을 파악하고 통제해나가는 작업 과정에서는 예측할 수 없는 삶 속에서도 불안감을 정복하고 스스로의 인생을 이끌어나가려는 삶의 태도가 엿보인다. 그렇게 의지가 담긴 붓질이 옮겨낸 머릿속 풍경은 곧 작가의 용기와 희망에 대한 기록이 된다. ■ 김연우

한상아_낯선 사이_광목천에 먹, 혼합설치_가변크기(좌, 우 400×235cm, 중앙 290×700cm)_2018_부분
한상아_낯선 사이_광목천에 먹, 혼합설치_가변크기(좌, 우 400×235cm, 중앙 290×700cm)_2018_부분

자연에서 시작된 공상의 풍경은 점차 나의 일상에 침투하기 시작했다. 익숙하던 장소-타인과의 관계에서 조차 공상은 의식의 틈을 매우며 나의 역사의 조각을 완성시킨다. 결국 나는 내가 체험하는 경험과 기억 속에 문득문득 떠오르는 출처가 불분명하고 무분별하게 혼합된 공상을 그림에 담는다. 이런 공상들은 직접 겪은 1차적 이미지와 2차적, 3차적 이미지가 결합된 것으로 일어나지 않았으나 일어날지도 모르는 심연의 일들에 대한 불안감을 가시화 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 광목천에 먹이 번지고 메겨지는 방식으로 작업한다. 동양에서의 먹은 현색(玄色)이라 하여 태양의 빛이 없어도 존재하는 우주의 본색을 상징한다. 따라서 이것이 지닌 농담의 차이는 우주만물을 구성하는 수만가지 색을 의미하며 천변만화한다. 이처럼 심플한 검정이 아닌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 먹은 나의 이야기을 담기에 적합한 소재이다. 먹은 다른 어떤 재료보다 물에 가장 신속하며 예민한 반응을 보인다. 붓 끝의 움직임에 따라 먹은 빠르게 때로는 느리게 광목천 위를 표류한다. 먹은 나아가려는 힘과 멈추려는 힘으로 특유의 진동, 파동을 만들며 물과 함께 떠돈다. 그렇게 떠돌다 광목천에 정착한다. 그렇게 먹이 정착하는 먹의 역사가 나의 역사와 광목천 위에 합쳐지는 것이다. ■ 한상아

한상아_낯선 사이_광목천에 먹, 혼합설치_가변크기(좌, 우 400×235cm, 중앙 290×700cm)_2018

There is a landscape that does not exist. Traces of instant entanglements and smudging between the india ink and water roam beneath the feet of the crouching figure. By tracing the stream of the water stains that features the distinctive, evocative lingering that ink paintings possess, we find a lake with a duck boat floating somewhat unstably. Along with the spontaneous movements of the unfurling ink, the cloth that is hung from the ceiling brings vitality to the scene with its delicate swaying. Thus, the gallery space surrounded by the work transforms into a venue where the thoughts and emotions of the artist are fully expressed with liberation. ● Sang A Han paints the inner scenery, which her experiences and emotions from those events are intertwined with fantasy. As they are based on ordinary events that anyone can experience in daily life, her art becomes a universal story that transcends personal narratives. Presented for the first time at Weekend, Han's new work "Unfamiliar Space," which is a continuation of her previous works, unfolds the unfamiliarity and natural fear she encounters as a female artist and silver lining that lingers underneath, with quietude, but also with definite strength. While many of her past works focused on depicting people and landscapes from events of different times and spaces in panoramic paintings, Unfamiliar Space focuses more on the artist's emotions by personifying her retained sentiments. However, as with the previous works, defining this work as her self-portrait solely because of its derivation from her emotions would limit its boundary. The blurry aspect caused by the india ink, which smears easily, was an artistic decision made by Han in order to leave the interpretation open for what it depicts and emphasize the anonymity of the figures, providing a complete ambiguity to the work as a whole. ● In many aspects, Han's working process closely resembles ordinary household chores. Preparing an alternative material for Hanji before using the india ink begins with sewing huge clothes into one. After that, she carefully irons the cloth, then partially soaks it in water or moistens it with a spray, paints the india ink above it, dries it, and repeats this process over and over. The arduous labor with clothes is clearly more evident in the duck boat on the lake. The duck boat, which will be the first multi-dimensional object in her work, is a product of needlework, which was a labor mainly done by women in the past. It is not a coincidence that the progress of the work which expresses the conflicts as a female artist and the intricate emotions from them mirrors the traditional labor done by women. ● The work process which comes from the material's liberal characteristic also resembles something from the artist's attitude. "Meok," the traditional india ink, is capable of creating a variety of different results depending on countless variables, such as the humidity and temperature of the surroundings and variables within the painting process, where the instant force from grabbing the brush or the speed of the stroke could result in different styles. It is an impossible task to fully control how the ink and water meet the fabric to blossom into something new or change its tone while drying. Han, however, creates different light and shade using different types of inks or amounts of water to express variations of black colors of india ink. She also adjusts the degree of spreading ink on the fabric through delicate calculations. In this way, a life attitude of overcoming anxiety and leading one's own life, despite of full of unexpectedness in life, is clearly seen in this working process of identifying and controlling the fortuitous nature of materials. By embodying the artist's strong will, the brush strokes intricately intertwine each to deliver her inner landscape, making this work a record of courage and hope. ■ Edie Yonwoo Kim

My real life experiences, memories from the past, and reveries altogether have influenced my worldview. When I express this in my work, the scenes of my inner world become transformed as a blended and interwoven set of ideas, rather than a single linear, narration. Familiar people, places, and objects weave together with imaginary scenes, creating entirely new scenes that have not even occurred. Rather than viewing these representations as a direct response (or expression of) my experiences and thoughts, these scenes emerge out of a subconscious realm of my inner feelings of apprehension and insecurity towards the future. ● I visualize these images by painting and spreading muk (Korean ink) on cotton cloth. In Eastern culture, the color of muk represents the true color of the universe that can exist even without the light of the sun. Blacker than black, yet containing all shades in itself, the variations of depth in the color symbolize the colors that compose all of creation in the universe. I elaborate the range of spectrum of my being and my story by painting light and shade effects with this color. The ink responds very well to water; it acts and reacts, spreading subtly depending of the speed of the brushstroke. There is an undeniable tension in the ink as it desires to proceed and to halt, and it creates unique waves and tremors that permeate the surface. The life and energies of the the ink intertwine with my life and memories upon the cloth. ■ Sang A Han

Vol.20180407d | 한상아展 / HANSANGA / 韓相雅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