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첩산중

배종헌展 / BAEJONGHEON / 裵宗瀗 / painting   2018_0405 ▶ 2018_0630 / 일,공휴일 휴관

배종헌_낙원8경 중 제1경_콘크리트균열과 미장이의 흙손질_나무에 유채_13×210cm_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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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종헌 홈페이지_www.jhbae.com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일,공휴일 휴관

파라다이스 집 Paradise ZIP 서울 중구 동호로 268-8 Tel. +82.(0)2.2278.9856 www.p-zip.org

균열의 흔적과 산수의 재현, 그 사이의 모호한 거리 ● 동시대 미술의 형식과 개념은 과거의 그것에 비해 비약적으로 확장했다. 그러나 동시대 미술의 현장은 꼭 그런 것 같진 않다. 다분히 국제화된 미술의 현장에서는 개별적인 창작행위들의 고유하고 특수한 배경들이 형식적 보편성으로 변모되고, 새로운 취향의 고급 미술로 포장되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그래서 때로는 동시대 미술의 확장마저도 어떤 정형화된 범주 안에서의 일이 아닌지 의심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그러한 형식적 정형화가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를 보여주는 특별한 예외들이 존재한다. 배종헌의 작품들이 바로 그러한 예외 사례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겠다. ● 배종헌은 창작의 환경을 둘러싸고 있는 시공간의 영향력을 고스란히 수용하고 반영해왔다. 그는 세상을 등지고 적막의 고도 속으로 들어가 정신 세계와 조우하던 시대의 작가와 같은 감수성을 일견 풍기기도 하나 본질적으로 비루한 현실세계의 잡스러움들과 엉키고 부대끼며 살아가는 동시대적 작가다. ● 형식적 일관성과는 거리를 두고 있는 배종헌의 작품을 잘 들여다보면, '작가'라는 대단히 모호한 신분으로 이 복잡한 사회를 살아가는 구성원으로서의 고민들이 배어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거기에는 첨예한 개념들과 쟁투를 벌이는 와중에도 너무도 현실적이어서 초현실적인 느낌마저 안겨주는 일상들을 무시로 조우하는 그의 삶이 녹아들어 있다. 이것은 한 작가로서의 예외적 삶인 동시에 한 사람으로서 보편적 삶이기도 하다. 때문에 그의 작업은 일상적 삶의 조건에서 체험하는 다양한 상황들을 의미론적으로 직조하여 제시함으로써 그 속에 내재한 여러 맥락들을 사유할 수 있는 경험을 제안한다고 말할 수 있다. 평범하고 진부하기까지 한 일상의 편린들은 그의 창작 행위의 주요 제재들로 기능한다.

배종헌_낙원8경 중 제5경_콘크리트 이끼_나무에 유채_24×40cm_2018 배종헌_낙원8경 중 제5경_콘크리트 이끼_설치 중 일부
배종헌_낙원8경 중 제6경_콘크리트 커푸집_나무에 유채_15×15cm_2018 배종헌_낙원8경 중 제6경_콘크리트 거푸집_설치 중 일부

'첩첩산중'이라는 제목이 붙은 이번 개인전은 독특한 건축적 구조를 가진 전시장이나 작가가 일상적으로 출입하는 장소들의 물리적 특징들로부터 착안한 작품들로 구성되었다. 8점의 회화와 그것들의 레퍼런스를 표시한 '낙원8경'은 말쑥한 화이트월로 전체가 은폐된 통상적 전시장이 아니라 건축의 원형적 구조들이 자연스럽게 노출된 이번 전시 장소의 물리적 구조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전시에 출품된 작품들은 전시장의 구석구석을 날카롭게 관찰한 작가가 동양화에서 수시로 등장하는 산수(山水)의 절경과 유사한 모습을 가진 여덟 군데를 찾아서 8경으로 정의하고, 그것을 회화적으로 재현한 것이다. 그가 찾아낸 풍경들은 미적 의도와는 무관한 콘크리트 마감의 흔적이나 균열, 바닥의 스크래치나 노출된 난간 아래에 낀 이끼 등에서 도출된 것이다. 눈에 들어오는 풍경들을 찾아내고자 구석구석을 관찰하는 작가에게는 이 소박한 규모의 전시장이 시공간이 망라된 우주의 공간으로 보였을 것 같다.

배종헌_준법연구_박리준_유리에 복합재료_32×23cm_2018

이 공간의 특징 중 하나는 손쉬운 기억을 허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진으로는 포착하기 힘든 미세한 균열의 형태를 재현하기 위해 작가는 먼 곳으로부터 전시장을 수시로 찾아와 반복적으로 관찰했어야 했다고 한다. 그리고 마침내 찾아낸 8개의 풍경은 궁극의 유토피아라는 것을 암시하듯 '낙원'들로 명명되었고, 규모는 크지 않지만 광활한 앵글의 풍경이 담긴 회화들로 재현되었다. 여기서 그가 평범한 구조를 '낙원'으로 분리해낸 선택의 과정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 풍경들은 대부분 산을 배경으로 하고 있고, 깊은 구조들로 인해 현실감이 없는 관념적 공간들이다. 그야말로 '첩첩산중'인 것이다. 이것은 서양화를 전공했지만 작가 스스로 공부해온 동양화의 기법적 체계들과 관계된다. 작가가 낙원8경 이외의 다른 작품들의 제목들을 '준법연구'라고 붙인 것은 그런 사유를 더 잘 설명한다. 일상적으로 출입하는 장소들에서 발견한 산수적 풍경의 사진이 간략한 메모들과 함께 놓인 유리판과 그것을 회화적으로 재현한 작품이 짝을 이루는 이 연작들은 '준법연구'라는 공통제목 하에 '균열, 박리, 거푸집'등 그 대상의 물리적 유형들로 명명된 부제를 취하고 있다. 이는 낙원8경 또한 마찬가지로 요철이나 거푸집, 흙손질, 생채기 등의 물리적 유형들이 마치 관념적 풍경의 유형을 지칭하는 개념어처럼 버젓이 제목으로 제시되어 있는 것이다.

배종헌_작업집서_복합재료_120×39×48cm_2009

여기에는 그가 스스로 언급하는 모종의 '원형'에 대한 지속적인 사유의 흔적들이 드러난다. 언젠가 그에 대한 장문의 작가론이 쓰일 때, 짚어내어야 할 중요한 주제라고 생각되는 이 '원형'에 대한 갈망 또는 그 거리감의 인식이야말로 그의 전작들로부터 이번 전시의 작품들까지, 아니 그 이전에 그가 미술을 선택하게 되는 과정부터 앞으로의 작품세계까지를 관통하는 중요한 화두일 것이다. 이번 전시에 한정해서 말하자면 그가 영위하고 있는 '미술적 태도'의 어떤 원형적 측면을 동양화적 체계의 상징적 요소들을 끌어들여 언급하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 전시된 작품들을 읽기 위해서는 그 요소들의 전형성을 인식하되 그것의 절대성에 함몰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배종헌이 재현한 동양화적 풍경들이 전통적 재료가 아니라 목재 판넬 위에 유화로 그려진 것을 봐서라도 말이다. ● 사실 배종헌이 이러한 시도를 처음 하는 것은 아니다. 그의 과거 작품들을 잘 아는 사람이라면 이번 작품들의 새로움에 대해 반문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전시에 등장하는 작품들이 그 전시장소 자체를 기반으로 창작되었다는 점과, 지극히 미미한 건축적 부분들이 그가 생각하는 미술적 태도의 원형적 측면들과 접속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이번 전시에 출품하려 했다가 보류되어 작업실에 여전히 놓여있고 그것을 더 그려가는 작업실의 풍경이 실시간으로 중계되고 있는 영상 작업을 함께 고려한다면 이번 전시가 가진 특별한 시공간적 고유성이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배종헌_첩첩산중展_파라다이스 집_2018
배종헌_첩첩산중展_파라다이스 집_2018
배종헌_첩첩산중展_파라다이스 집_2018

무엇보다 이번 전시에서 중요하게 언급되어야 할 부분은 '낙원8경'의 물리적 배치구조다. 배종헌은 낙원8경의 원천이 되는 부분에 숫자 모양의 오브제로 표시를 해놓고, 그것을 재현한 그림은 일정한 거리를 두어 배치해놓았다. 그림의 배경이 되는 것은 물성의 영역에 있지만, 그것이 배종헌의 회화작업을 거쳐 이미지라는 본질적 관념의 영역으로 이동하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 숫자와 그림 사이의 거리는 물리적 구조에 대한 인식을 회화적 관념에 대한 이해로 변환시키는 모멘텀을 가져볼 것을 제안하는 작가의 의도가 아닐까? 그 거리는 언뜻 지척인 것 같지만 물성을 이미지로 이해하는 데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그 물성의 모양에 대한 기억을 그림이 있는 곳까지 끌고 가기에 결코 쉽지 않은 거리이기도 하다. ● 이번 배종헌의 개인전에서 관객은 그림을 눈으로 감상하기보다, 그림을 몸으로 보는 체험을 하는 것으로도 말할 수 있겠다. 그 체험은 레퍼런스가 회화로 바뀌는 것뿐만 아니라, 물성이 이미지로 수렴되고 그 이미지가 다시 물성과 한 공간에서 뒤섞이는 경험이다. 그 경험은 결국 작가가 처음부터 부여잡고 있던 미술이라는 대상의 개념적 관념성과 그 실천행위의 구체성 사이에서 그려온 활동의 궤적을 관찰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번 전시를 그 어떤 유사한 실천들과 다른 차원으로 보이게 하는 핵심적 요소이기도 하다. ■ 고원석

배종헌_첩첩산중展_파라다이스 집_2018
배종헌_첩첩산중展_파라다이스 집_2018

Traces of Fissures and Representation of Landscape, the Ambiguous Distance In-Between ● The form and concept of contemporary art have drastically expanded in comparison with those of the past. The contemporary art scene, however, does not necessarily seem to have followed suit. In the utterly globalized field of art, we witness the repeated pattern of individual creations’ unique and specific backgrounds transforming into a formal universality and being packaged into a high art of new taste. It thus makes one wonder whether the expansion of contemporary art is also something that takes place inside a certain standardized category. However, there are special exceptions that show us how dangerous such formal standardization is. The works of Jongheon Bae are such exceptions. ● Bae has embraced and projected on his art the influence of the time and space that surround the environment of creation. He does don the sensitivity of an artist from the days when an artist would turn his back on the world and enter an isolated silence in order to encounter the spiritual world, but is indeed essentially a contemporary artist that lives on amongst the entangled crudity of the piteous reality. ● Closely observing Bae's works that are distanced from a formal consistency, one discovers that they are embedded with his contemplations as a member of society that has to live through its complexity as he stands in the very ambiguous status of “artist”. In the works is his life, irregularly encountering the everyday that is so realistic even while fighting with the acute concepts that it presents even a sense of the surreal. This is the exceptional life as an artist and at the same time the universal life as a human. Therefore, we could say that his work proposes an experience of contemplating the numerous contexts innate in the various situations that one experiences in the conditions of the everyday, which he presents by semantically weaving them. The fragments of the everyday, common to the point of being cliché, serve as the main materials of his creation. ● Titled "Cheopcheopsanjung: Alone deep in the mountains", this solo exhibition is composed of works inspired by the unique architectural structures of the exhibition space and the physical traits of the places that the artist frequents. A composite of eight paintings and their references, "Paradise 8 Scenic Views" is founded upon the physical structure of the exhibition venue, which is not the conventional gallery of a concealed space with neat white walls, but instead a space in which the primal structures of the architecture are naturally revealed. The works presented for the exhibition are the result of the artist having closely observed all corners of the gallery, captured the eight spots that are reminiscent of the magnificent sceneries of the landscape frequently portrayed in Oriental paintings, defined them as the 8 scenic views, then represented them in painterly forms. The landscapes that he has found are what have been deduced from those irrelevant with the aesthetic intent, such as the trace or crevice of concrete finish, scratches on the floor, or moss that has grown beneath the exposed banister. For the artist, in close observation of each and every corner to capture the certain sceneries, this exhibition space of a humble scale would have seemed like a cosmic space encompassing the entirety of time and space. ● One trait of this space is that it does not permit an easy memory. In order to represent the forms of minute crevices that are hard to capture via photos, the artist had to regularly visit the gallery and repeatedly observe. The eight views that he found at last were named the "paradise", as if to suggest them as the ultimate utopia, and were represented as paintings of not a grand scale and yet a vast angle. ● Here, it is noteworthy to think of the selection process through which the artist deducted "paradise" from a banal structure. Most scenes are dropped against mountains, and are conceptual spaces of cavernous structures that erase all sense of reality. They are quite literally "cheopcheopsanjung", meaning deep inside layers and layers of mountains. This relates to the technical systems of Oriental painting, which the Western painting major artist studied on his own. This is better elaborated through his gesture of having titled the works beside the "Paradise 8 Scenic Views" as "A study on Junbeop". The series is composed of glass plates adorned with photos of landscape-like scenes found in places that the artist regularly frequents and simple memos, which are paired with painterly representations. Grouped under the common title of "A study on Junbeop", the works are each subtitled with the physical form of each object, such as "Concrete crack, Paint desquamation, Cement mortar form". As was the case with "Paradise 8 Scenic Views". physical patterns such as irregularity, mold, soil management, or blemish are put forth as the title, as if a conceptual keyword referencing the category of conceptual landscapes. ● It is disclosed here the traces of the artist's consistent contemplation of a certain "original" that he speaks of. Such aspiration for the original or perception of the consequent distance, which I believe is a significant subject worthy of note in a future lengthy critique of the artist, is an important subject matter that runs throughout all his previous works up to the works of his exhibition; or in fact, a subject matter that encompasses the preceding process of his choosing art and his future work. To speak in specific regards to this exhibition, the artist mentions the archetypal aspect of his "artistic stance" through reference to their symbolic system of Oriental painting. However, in order to read the works on display in this exhibition, one should be aware of the typicality of the elements and yet not be immersed in their absoluteness. At least for the sake of recognizing that the Oriental painting-like scenes that Bae has represented are not painted with traditional materials but with oil paint on wooden panels. ● In fact, this is not the first time Bae is trying something like this. One who is familiar which his previous works may question the novelty of the works presented for this show. However, the temporal and spatial uniqueness of this exhibition can be construed if one takes into account the fact that the works presented in this show were produced upon the foundation of the exhibition venue, the fact that the subtle architectural aspects are in access with the archetypal aspects of his artistic stance, and also the video that broadcasts in real-time the scenes of his studio in which the works that were once considered to be presented in the exhibition but finally decided against lay around as the artist continues to work on them. ● What should be noted with particular importance in this exhibition is the physical arrangement of "Paradise 8 Scenic Views". Bae marks the location that serves as the origin of the eight scenic views with a number-shaped object, and places its represented painting at a certain distance. While the backdrop of the painting lies in the domain of physicality, it is processed through Bae's painting and transported into the domain of fundamental concept called the image. Here, would not the distance between the number and the painting be the artist's intent of proposing a momentum for us to shift our perception of physical structure into painterly concept? The distance may seem negligible, but for those not familiar with comprehending physicality as image, it is not an easy distance to the location of the painting to carry the memory of the physicality's shape. ● In this solo exhibition by Bae, the audience not so much appreciates the paintings through their eyes as experiences them through their bodies. The experience is not just that of the reference transforming into painting, but that of the physicality converging toward an image and then being mixed again with physicality inside on space. The experience is, in sum, also the act of observing the trajectory between art's conceptuality and its specificity of practice. It is also the key element that makes this exhibition seem of a dimension different from that of any other similar practice. ■ Wonseok Koh

Vol.20180408g | 배종헌展 / BAEJONGHEON / 裵宗瀗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