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예술을 말하다

달서문화재단 출범기념 특별기획展   2018_0417 ▶ 2018_0519 / 월요일 휴관

초대일시 / 2018_0417_화요일_06:00pm

참여작가 김소영_김재경_이지영_이효연 정민제_정유지_최은정_허지안

관람시간 / 10:00am~07:00pm / 월요일 휴관

웃는얼굴아트센터 갤러리 SMILING ART CENTER 대구시 달서구 문화회관길 160 (장기동 722-1번지) 별관 1층 Tel. +82.(0)53.584.8720 www.dscf.or.kr

지역문화예술의 발전적 지원에 몰두하고 있는 달서문화재단의 출범 4주년을 맞아 진행되는 이번 특별전은 주목할 만한 여성 작가 김소영, 김재경, 이지영, 이효연, 정민제, 정유지, 최은정, 허지안 등 8인의 작품을 지역민에게 선보인다. 여성 작가의 삶을 바라보는 시선을 담은 이번 전시는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여성 작가의 시선을 공유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여성, 예술을 말하다展_웃는얼굴아트센터 갤러리_2018
여성, 예술을 말하다展_웃는얼굴아트센터 갤러리_2018

젠더의 표상, 여성(女性)이 예술을 말하다.1. '여인과 여성 그리고 여자' 어떤 표현이 더 적절할지 항상 고민이다. 관련 전문가들과 이러한 고민을 이야기해 본 적이 있다. 고유한 성질을 드러내는 그릇으로 어떤 용어가 적합한지 합의에 도달하지는 못하였다. 당시 우리는 내용과 형식, 피부와 살이 분리되지 않는 방식의 표기가 무엇인지 결정하기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다만, 같은 단어를 두고 이다지도 다른 뉘앙스를 싣고 있구나 하는 점에 놀랐고 그 차이를 메우는 이야기가 참으로 차고 넘치게 다양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여성, 여자, 여인' 단어에는 유독 사적(私的)인 서사들로 가득 차 있다는 점 또한 깊게 남아있다. 이 지면에서는 전시 제목을 따라 여성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자. 여성이란, 여성성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고고학적인 탐사를 통해 흔히 정사(正史)라 간주되 왔던 문화사나 인류사, 예술사의 빈 킨들을 지속적으로 메워야 하지 않을까 싶다.

김소영_Exquisite Corpse 우아한 신체_비밀정원_혼합재료_75×55×55cm_2016_부분
김소영_Exquisite Corpse 우아한 신체

최근 '여성'에 대한 문제가 보다 본격적으로 공론화되고 있다. 말하자면 사적인 방식에서 공적인 방식으로 '여자란 무엇인가'를 묻고 있다는 점이다. 사회학에서, 미학에서, 전시나 공연에서 실천과 이론 양 진영 모두 어느 때보다도 여성에 대한 관심이 진지하다. 이 흐름은 우리 시대의 고유한 시대정신이나 태도, 흐름 등을 대변하는 것이기도 하다. 몰인식에서 인식으로, 변방에서 중심으로, 최소화에서 극대화로 대상에 대한 관심의 정밀도가 변화됨으로써 인간관계나 역사인식, 문화와 예술, 일상과 정치 등 많은 부분들이 혁신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변화의 동력으로 '여성이란 무엇인가' 질문이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이 거대한 시대의 흐름 안에서, 대구에서도 인식을 같이하는 맥락이 점점 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오늘 조명해보는 '웃는얼굴아트센터'의 『여성, 예술을 말하다』전시이다. 8명의 여성작가들이 참여한 전시는 하나로 일관된 주제가 있다기 보다 중요한 사건을 기념하기 위해 전적으로 여성작가들만 선정하여 기획하였다는 점이 주목된다. 이미 기량을 인정받은 8명의 작가들을 한 자리에 모은 것으로도 상당히 의미있는 기획이다. 이들의 작품을 들여다봄으로써 여성적인 상상력의 주된 특징이 무엇인지, 이들이 맺고자 하는 관계의 특성이 무엇인지 이해해볼 수 있을 것이다.

김재경_산책_아크릴, 철, 펜_가변설치_2018
김재경_산책_아크릴, 철, 펜_가변설치_2018_부분

2. 미술의 현장에서 여성의 지위를 공개적으로 문제 삼은 사건이 있다. 1985년 게릴라 걸즈는 미술계의 성불균형․성불평등에 대해 적극 항의한다. 이 사건은 작가들이 뉴욕현대미술관 앞에서 단순 시위를 벌이다가 전략을 바꾸어 고릴라 가면을 쓰고 도시 곳곳에 게릴라처럼 출현해서 시위를 벌인 사건이다. 이들은 앵그르 작품을 패러디하여 작품 오달리스크 얼굴에 고릴라 가면을 씌우고, 여성이 미술관에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을 물은 것이다. 권위 있는 미술관에 여성들이 들어가려면 앵그르의 오달리스크가 상징적으로 보여주듯이 누드모델이 되는 방식으로서 옷을 벗어야만 묘사의 대상으로 작품에 남아 미술관에 걸린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이 패러디 포스터 시위는 전 세계로 전파되었다. 실제로 미술사의 95%가 남성중심의 인물과 작품들에 대한 기술과 평가로 이루어진 것이 사실이다. 성차별 및 인종차별에 대한 이들의 미술계의 메시지는 오늘에 까지 강력한 위력을 떨치고 있다. 2018년 바젤 아트 페어 홍콩에서는 '아시아 아트 아카이브'의 메인 행사로 '게릴라 걸즈'의 퍼포먼스가 재연되었다. 성차별 및 성불평등에 대한 이들의 메시지는 아직도 우리 사회 여러 관계망에서 상당히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지영_SPACE_피그먼트 프린트_150×100cm_2017
이지영_SPACE_피그먼트 프린트_150×100cm_2017
이효연_붉은 색의 조화_아사에 아크릴채색_130.3×162cm_2015
이효연_어떤 오후_아사에 유채_80.3×116.7cm_2017

3. 미술의 사건이 아니라 하더라도 이제 여성적 상상력이 무엇인지, 감각과 관계의 특징이 무엇인지에 대해 좀 더 심도 있게 들여다보고 평가할 시점이 아닌가 한다. 이번 웃는얼굴아트센터에 출품한 8명의 작가들은 설치 중심의 작품과 평면 작업으로 나뉘어 로비와 전시장 안에 배치되었다. 로비에 설치된 작가는 정유지, 김재경, 김소영, 정민제이다. 이중 보다 선명하게 여자란 무엇인가를 묻고 있는 작가는 정민제이다. 패브릭과 바느질, 섬유의 업싸이클 방식으로 '지금 여기'의 공간에서 다양하게 조합되어 완성되는 정민제 작품은 할머니, 어머니, 작가본인으로 이어지는 여성들의 시간과 공간에 대한 성찰이 녹아 있다. 작품 제목 중 「어쩌다 엄마」는 정작가의 근본적인 질문을 요약적으로 보여준다. 이번 출품작 「MJ X SOON-JA」는 할머니, 어머니, 본인으로 이어지는 여성들의 삶 속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로서 3대에 걸쳐 모은 담요는 여성들 시공간의 허리를 드러낸 단층과도 같다. 패브릭, 바느질과 연관된 작가 김소영은 천으로 여러 몸을 만들어 간다. 김소영 작가는 천으로 다양한 신체 혹은 신체-덩어리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천으로 된 몸들은 서로 이어져 의자가 되거나 러그가 되기도 하고 벽에 걸리기도, 나무에 매달리기도 한다. 천으로 몸을 만들어 그 몸을 이어가는 방식에 작업의 고유한 특징을 보이는 김소영 작품은 단단히 연결되어 하나의 형상을 이루면서도 각자 부드러운 천의 몸으로서 부드러운 조각의 세계를 잘 드러내고 있다. 김재경 작가의 「산책」 시리즈는 사소한 것을 드러내는 관점에 그 고유함이 있다. 산보객의 관찰하는 시선으로 걸러낸 형상들은 낯선 공간을 늘 산책하는 친밀한 공간으로 바꾸어 놓는다. 김재경의 인물이나 개의 형상들은 아주 세세한 곳에 오래 동안 시선이 머무르며 관찰하는 일상의 정담과 느긋한 산보의 시선이 담겨 있는 것이다. 도심의 산책자가 김재경 작가의 관점이라면, 정유지는 공감각적으로 자신이 처한 풍경의 전모(全貌)를 종합적이고도 근원적으로 담아낸다. 보는 것, 들리는 것, 몸짓 등을 그릇 하나하나에 담아 일정한 간격으로 반복 설치함으로써 감각과 지성 사이의 운동 과정을, 물질과 추상 사이의 운동 과정을 형상화한다. 이번 설치가 로비의 전면 창에서 이루어졌다는 것도 작품의 의미를 더한다. 창밖 무음(無音)의 풍경들은 반복적으로 나열된 그릇-풍경에 투사되어 각자의 음가를 되살리며 종합적인 풍경의 연주가 이루어진다.

정민제_MJ X SOON-JA_메쉬파레트, 담요_250×100×80cm_2018
정민제_MJ X SOON-JA_메쉬파레트, 담요_250×100×80cm_2018_부분
정유지_두드러짐-풍경 Saillant-Paysage_ 금속에 아크릴채색, 사운드_26×26×7.5cm×25, 가변설치_2018
정유지_두드러짐-풍경 Saillant-Paysage_ 금속에 아크릴채색, 사운드_26×26×7.5cm×25, 가변설치_2018_부분
최은정_Monumental Landscapes No1_캔버스에 유채_130×260cm_2017
최은정_Impossible Island No 2_캔버스에 유채_97×130cm_2016
허지안_untitled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30.3×162.2cm_2015
허지안_untitled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62.2×130.3cm_2016

전시장 내부의 작가들은 이효연, 최은정, 허지안, 이지영이다. 이지영은 사진, 영상매체를 다루는 작가이다. 독일 체류 이후 작품의 변화가 보이는데, 그가 제시하는 화면의 내용은 삶 속에 잊힌 장소, 소통과 의미의 망 외부에 방치된 곳이다. 정보가 거의 없는 곳이기에 기성의 의미에 오염되지 않은 작품의 장면 장면은 익숙한 듯 하면서도 낯설다. 이러한 이질감이 작품에 생생함과 새로움을 불러오고, 일상에서 방치된 장소는 이지영의 새로운 렌즈의 질서 안으로 들어온다. 늘상 있어왔으나 시야 외부에 방치되었던 장소는 이지영이 조직하는 새로운 질서 속으로 들어오게 되는 것이다. 최은정 작가는 두터운 안료로 화면을 구축해 가는 것이 마치 안료로 짓는 건설 공사의 현장 같다. 완성된 작품은 전통의 방식으로 벽에 걸기도 하지만 하나의 오브제로 공간 내 어딘가에 설치, 조형된다. 화면 내부에 직조되는 복잡한 도심의 이미지들이 입체적으로 건설되었다면, 완성된 캔버스가 하나의 조형 블록으로 다시 사용되는 것이다. 최은정 작가는 회화와 조각, 설치의 경계를 조용히 지우면서 회화 내부의 사건을 회화 밖으로 확장하는데 성공한다. 경계를 넘어서거나 흐리는 방식은 이효연 작가에게도 보인다. 굵은 선으로 가둔 구상적인 이미지들을 이중으로 배치함으로써 의미의 혼동을 가져오거나 의미를 무화(無化)시키면서 비현실의 환상세계를 구축한다. 데칼코마니 같은 꼭 같이 닮은 닮은꼴의 구성은 재현을 하면서도 재현을 지우는 어떤 환상을 제공한다. 허지안의 경우 색을 참 잘 다룬다. 평면에서 이루어지는 허지안의 색채 해석은 매우 뛰어나다. 작가는 색을 통해 세상의 감각의 근원을 제시하는 것이다. 구상적인 평면을 구성하면서도 고도의 추상성을 유도하고 그리고 추상의 경로에서 감각자체, 색채 자체, 색의 근원으로서의 빛을 출현시키다. 허지안은 세상의 모든 빛에 옷을 입힌 것이 아닌가 한다. 여기 소개된 8명의 작가들은 모두 기성의 의미망에 머물지 않고 새로운 질서를 구축하는데 성공한 작가들이 아닌가 한다. 모든 작가들이 새로운 질서를 찾아 나서기는 하지만 특히, 새로운 질서를 '어떤 방식으로' 찾아가는가 하는 점에 여성적 상상력의 특징이 담겨 있을지 모른다. 이 점은 각자 해석의 몫으로 남겨둔다. (2018.5.8) ■ 남인숙

Vol.20180417d | 여성, 예술을 말하다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