숯골 에코밸리커튼(EcoValley Curtain)

꿈꾸는 계곡_300장의 이미지 장막(帳幕)展   2018_0425 ▶︎ 2018_0822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우리동네 예술 프로젝트展

참여작가 어린이 / 성남서초등학교_성남수진초등학교 성남태평초등학교_성남북초등학교 상대원초등학교 1-2학년 어린이 작가 / Coignet Julien_강상우_강수연_김보중 김성수_김태헌_김호민_박인우_박해빈_송윤주 이금희_이돈순_이부록_이상홍_이용택 이찬주_이태강_이흥덕_장석준_허수빈 대학생 / 곽다솔_김우섭_김정득_김지유 김태환_안지민_위준형_이다빈_이시은 장유영_장지민_전준표_전하명_정석범 정지윤_정희라_홍지연(가천대 미술대학)

주최 / 문화체육관광부 주관 / (재)지역문화진흥원 문화가있는날사업추진단 오픈스페이스 블록스 협력 / 성남시_성남문화재단_가천대학교 성남서초등학교_성남수진초등학교 성남태평초등학교_성남북초등학교_상대원초등학교 태평3동행정복지센터_태평3동주민자치위원회

장막 설치장소 성남시 수정구 제일로 224번길 탄리로 132번길, 남문로 44번길(약800m)

오픈스페이스 블록스 openspace BLOCK'S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남문로43번길 13-2 Tel. +82.(0)10.2247.4346 openspaceblocks.com blog.naver.com/openspaceblocks4144

2018년 성남의 원도시인 태평동에서는 초등학교 어린이가 그린 일상의 공간인 '마을' 이미지에 지역 대학(가천대) 미술대학생과 작가들의 상상력을 결합한 콜라보이미지를 300여장의 장막(帳幕) 형태로 만들어 800m의 경사진 마을 골목길을 따라 설치하는 장대한 미술축제가 열렸다. 6-8월에 걸쳐 태평2동과 태평3동을 가로지르며 주택가의 생활현장에 설치된 이미지 장막(帳幕)은 문화의 그늘막이자 골목미술관으로, 또한 동네와 동네를 잇는 소통의 가교로서 마을 하늘을 수놓았다. ■

열린 구조로 지역을 사유하는 미술실천 : 숯골 에코밸리커튼 ● 이곳의 풍경은 독특하다. 비슷비슷한 적벽돌 입면의 다세대 주택들이 합벽에 가까울 정도로 바짝 붙은 채 줄지어 펼쳐지고, 중간에는 차 한 대가 겨우 지날 수 있을 정도의 좁은 골목길이 생각보다 길게 펼쳐진다. 골목길이 상당히 먼 곳까지 한눈에 들어오는 이유는 대지가 급한 경사면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가파른 내리막 골목이 꺾이고 다시 오르막이 펼쳐지는 길을 멀리서 내려 보면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인셉션』(2010)에서 원경이 들어 올려져 앞으로 밀려오는 초현실적 상황이 떠오르기도 한다. ● 그러나 생활의 장소로서의 그 경사는 낭만적이지만은 않다. 이 골목을 걷는 보행자들은 숨이 차오르고 다리가 아픈 수고를 일상적으로 반복해야 한다. 특히 더운 여름날, 숨이 막히는 열기 속이라면 그 수고는 더 커질 것이다. 그늘 한 점 없는 이 직선형의 골목길을 걸어 올라가다보면 비범한 사유는 일시 정지될 것이고, 그저 뜨거운 열기를 피해 가고 싶다는 생각만 들지도 모르겠다.

태평2동에서 태평3동에 이르는 800여 미터의 경사진 비탈길에 이미지 장막을 설치했다. 본래 한 마을이었던 이 곳은 탄리로를 사이에 두고 각기 다른 행정구역으로 구분되면서 점차 보이지 않는 경계가 두 마을의 주민 간 의식 속에 자리 잡게 되었다. 그것은 성남과 분당 사이의 간극처럼 언제든 이질적인 배타성으로 자라날 수 있다. 마을을 담아낸 어린이의 상상력에서 비롯된 이미지 장막은 탄리로를 가로질러 이 간극 사이를 매개한다.

수진초등학교와 태평초등학교 사이로 난 골목길에도 이미지 장막이 드리워졌다. 두 학교의 어린이들이 자유롭게 그려낸 마을 이미지가 합쳐져 장막의 흐름을 따라 피아노 건반 같은 선명하고 경쾌한 그늘을 만들었다.

수진초등학교와 태평초등학교 사잇길에 이미지 장막이 펼쳐지고 난 다음날 얘기치 못한 민원이 발생했다. 한 아주머니가 자신의 이층 방에서 잠을 청하다 물고기 그림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란 이후로 깊은 잠을 잘 수가 없었으며 심지어는 꿈속에서까지 물고기 그림을 보게 되었다는 하소연이었다. 물고기 그림이 너무나도 생생하고 심지어 이빨까지 선명하게 드러나 있어 문제의 이미지 장막을 내리던지 아니면 물고기의 눈과 이빨을 테이프로 봉해달라는 요청이 뒤따랐다. 물고기 그림은 얼마 후 바로 내려졌고, 아주머니가 좋아하신다는 꽃그림으로 대체되었다.

장막을 드리움 ● 에코밸리커튼 프로젝트는 그늘의 존재가 절실하게 느껴질 계절에 골목길 위로 조밀하게 장막을 드리움으로써 지역의 여름 풍경을 완전히 바꿔놓는다. 300개의 장막에는 어린이가 그린 것 같은 다양한 종류의 그림 이미지들이 출력되어 있다. 이 이미지들은 지역에 있는 5개 초등학교의 1,2학년에 다니는 어린이들과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작가와 미술대학 학생들이 협업하여 완성한 것들이다. 어린이들은 먼저 '일상의 공간'이라는 주제를 놓고 작가들의 도움을 받아 자신들이 생활하는 일상의 장소들을 글과 그림으로 재현하는 체험의 시간을 갖게 된다. 그들이 그려낸 일상의 공간들 중 300여개가 선별되고, 작가와 지역미술대학 학생들에 의해 다듬어진 후 장막으로 출력되어 하늘에 걸리게 된다. ● 장막이 제작되는 과정에서 다양한 공유와 소통의 행위들이 발생하게 된다. 어린이들은 프로젝트에 참여한 작가들과 자신의 생각을 공유하는 기회를 갖게 되고, 자신들의 일상을 자유롭게 표현해보는 경험을 갖게 될 것이다.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작가들이나 미술대학 학생들은 그동안 지리적 혹은 기능적으로만 인식하던 지역성의 생생한 실체를 환기하게 되고 그들로부터 지역을 새롭게 사유하는 계기를 부여받을 수 있을 것이다. 장막이 제작되고 걸려서 전시되고 있는 석 달 남짓한 시간동안, 지역의 거주자들은 공통된 화제를 펼쳐놓고 갑론을박할 것이며, 그림을 그린 아이들은 자신들이 살고 있는 지역의 하늘에 자신들의 그림이 드리워지는 특별한 시각적, 정서적 체험을 하게 될 것이다.

이미지 장막의 긴 행렬이 태평동 골목 깊숙한 생활현장에 찾아들자 지역에 사는 주민과 상인 등 다양한 주체의 반응이 잇따르면서 마을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었다.

예술실천이 기대고 있는 역사성과 지역성 ● 에코밸리커튼 프로젝트의 구성과 지역의 환경을 보면 이러한 형태의 공공미술 프로젝트가 이 지역에서 실천되는 몇 가지 이유들을 유추할 수 있다. 좁은 골목길과 비슷한 시기에 유사한 모양으로 축조된 다세대 주택들이 조밀하게 반복되는 가로환경 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에서 가장 번화한 신도시들을 이웃하고 있으면서도 상대적으로 개발이 뒤쳐진 지역의 현실, 시간이 갈수록 오히려 더 약화되는 공동체적 기반 등의 상황이 이러한 실천행위의 현장성과 당위성을 부여하고 있다. 프로젝트가 기대고 있는 이런 속성들은 익히 알려진 것처럼 이 지역의 독특한 역사에서 기인하는 것들이다. ● 기실 '성남'이라는 명칭에는 중의성이 내포되어 있다. 그것은 인근의 분당과 판교를 포함하여 인구 백만에 육박하는 대단위 행정구역의 명칭이기도 하나, 동시에 분당과 판교와 같이 새롭게 개발되어 지가(地價)가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신도심으로부터 제외된 구도심을 지칭하는 관습적 명칭이기도 하다. 이들이 하나의 행정구역으로 묶이기에는 그 이질감의 깊이가 상당하다.

성남 원도시인 태평동을 하늘에서 내려다본 장면은 그야말로 바둑판같다. 성남 원도시는 '한국에서 처음으로 특수한 목적 하에 정책적으로 개발된 인공도시'에 속한다. 서울 도시빈민의 이주를 목적으로 계획되어 택지정리나 배수시설 등 제대로 된 기반공사 없이 시작된 20평 분양지는 허허벌판의 집단 천막생활로부터 비롯되었으며, 오늘날 산자락 급경사를 따라 빼곡하게 들어선 격자형의 다가구주택들로 이어져 기이한 풍경처럼 다가온다. 수정구 제일로 224번길, 탄리로 132번길을 따라 태평2동과 태평3동을 잇는 『숯골 에코밸리커튼』 장막이 길게 드리워졌다.

성남의 그 중의성은 대한민국 도시발전사의 딜레마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서울을 비롯한 한국의 많은 대도시들은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된 역사성의 맥락을 외면하거나 파괴하는 방식으로 발전해왔다. 즉 정치권력과의 결탁에 의해 초고속도로 진행된 (과거의) 도시개발은 대개 강력한 타자화를 기반으로 진행되었다. 광주대단지 조성은 그러한 사례로서 가장 대표적인 것이다. 급격한 속도의 도시화가 진행되던 서울은 도시 미관에 저해가 된다는 명목으로 1968년경부터 청계천 일대에 난립한 판잣집 23만 가구, 약 127만 명을 군용트럭에 태워 전기와 수도, 통신 등의 기반시설조차 전무했던 당시 경기도 광주군, 즉 지금의 성남시 태평동 일대에 강제 이주시킨다. 빈 터에 움막을 짓고 살던 이주자들이 기근과 고통을 감내하며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단 하나, '딱지'만 있으면 20평 정도의 땅을 얻을 수 있고 무허가라도 집을 지을 수 있었다는 희망1)이었다. 그러나 정부는 연달아 '딱지 전매금지 처분'을 내렸고, 3년 상환 조건은 일시불로만 상환하라는 황당한 결정을 내렸다. 진정이 이어졌고 서울시장과의 면담은 성사되지 않았으며, 결국 굶주리던 거주자들의 분노가 폭발한다. 이것이 1971년에 있었던 이른바 '광주대단지 사건'이다. 남녀불문하고 식칼과 몽둥이를 들고 '살의에 찬 눈빛'으로 거리에 쏟아져 나온 사람들의 단호한 결기는 생존의 절박함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이들의 강렬한 항의는 서슬퍼런 박정희 정권을 일시적으로 긴장시켰고, 어느 정도 주민들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후 이 사건은 어김없이 집요한 조작과 왜곡으로 '용공세력에 의한 폭동'으로 은폐되기도 했다. 광주 대단지 사건을 현장 취재한 박태순 작가는 『월간중앙』 1971년 10월 호에서 "광주 대단지는 아무도 어떤 곳인지를 알지 못하는 전설같이 꾸며진 곳이었다"며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고 한다.2) ● 이렇게 해서 계획적으로 조성된 지역성의 시작은 이 지역의 물리적 특성의 배경이 되었다. 세월이 지나 20평 단위의 주택 필지에는 최대치의 용적률을 구현하기 위해 반지하와 1,2층에 옥탑방을 갖춘 주택들이 빼곡하게 들어섰다. 그러나 강남과 분당, 판교 등 주위에 산재한 신도시들의 조성의 흐름 속에서 질주하는 역사는 이곳을 상대적으로 소외시켰고, 이는 지역의 낙후성을 상징적으로 부각시키는 요소가 되었다. 이러한 역사는 이 지역이 갖는 고유의 역사성을 신도시 개발에 소외된 이른바 '원도심'의 보편성을 넘어 한국 현대사의 질곡에서 있었던 특수성을 내재한 특별한 것으로 만들었다. 이러한 역사성은 에코밸리커튼 프로젝트가 배경으로 하고 있는 특수성인 동시에, 개념적 배경으로 행사되는 역사의 무게이기도 하다.

김서연 어린이(수진초) + 강상우 작가 임서이 어린이(수진초) + 박인우 작가
홍예준 어린이(상대원초) + 이흥덕 작가 최다미 어린이(수진초) + 이용택 작가
서예원 어린이(수진초) + 이찬주 작가 김태윤 어린이(수진초) + 이돈순 작가

역사의 이면을 극복하는 공공미술적 실천 ● 하늘을 메운 장막들로 인해 바닥에는 절실했던 그림자들이 조밀하게 드리운다. 그것은 일차적으로 열기를 식혀주는 역할도 하지만, 무엇보다 땅만 보며 걷던 사람들의 일상적 시선을 하늘로 유도시키는, 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 시선의 변화는 대상의 변화를 의미한다. 반복적인 것들로 채워져 그다지 새로운 일이 없을 것 같은 이 지역의 특징으로 인해 대부분의 거주자들은 땅을 보면서 걸음을 재촉하는 습성을 갖게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하늘에 드리운 다양한 색상의 시각 이미지들은 그러한 풍경의 양태를 변화시킨다. 그로 인해 목적지를 향해 가장 최소한의 경로를 그리면서 구획해왔던 거주자들의 동선이 다양성을 띄게 되고, 익숙하지 않은 시선을 형성하면서 지역의 풍경을 새롭게 보게 되는 계기를 갖게 할 것이다. 원래 있었지만 발견하지 못했던 것을 알아차리는 시선과 그것이 야기하는 새로운 사유의 흐름은 다분히 시각이미지를 기반으로 하는 이 프로젝트가 공공미술의 형식으로 제기하는 본질적인 미학이다. ● 에코밸리커튼 프로젝트가 가진 다른 미덕은 행위의 본질적인 주체가 지역에 거주하는 커뮤니티라는 것이다. 물론 이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기금을 조성하며, 작가와 학생들을 섭외하는 등의 실질적인 행동은 오픈스페이스 블록스의 수고에 의해 가능했다. 그러나 그렇게 구성된 플랫폼에서 생산되는 내용은 그 지역에 거주하는 초등학생들과 미술대학생들, 그리고 작가들에 의해서 만들어진다. 초등학생들이 자신들의 일상의 공간을 환기하며 그려내었고 작가들에 의해 보완된 300개의 이미지들은 각각 이 지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창작의 결과다. 이미지의 생산자들인 지역의 어린이들은 창작자인 동시에 관객이기도 하다. 또한 이미지의 생산과정에서 기획자 집단과 작가들, 미술대학 학생들, 초등학생들과 그들의 교사 및 가족 등 다양한 지역의 구성원들이 관계를 맺게 되었다. 관객이 창작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이 프로젝트는 엘리트 예술가들에 의해 지역을 점유하는 형식의 공공미술행위들의 한계를 극복하고 창작과 향유의 새로운 관계를 정립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마을 골목에 이미지 장막이 설치되고 태평3동의 행정복지센터 광장에서는 6, 7, 8, 9월의 '문화가 있는 날'을 기념하는 마을축제가 열렸다. 이미지 장막이 태평2동과 태평3동을 관통하는 골목 '하늘길'을 예술 활동으로 이어갔던 것처럼, 마을축제는 주민을 비롯하여 이웃한 마을의 다양한 커뮤니티 주체, 공연자들이 함께하는 문화와 화합의 장으로 펼쳐졌다.

신시온 어린이(태평초) + 이부록 작가 장민준 어린이(상대원초) + 허수빈 작가 하주원 어린이(태평초) + 박해빈 작가
박재휘 어린이(상대원초)+곽다솔(가천대) 김진서 어린이(수진초)+정지윤(가천대) 이예원 어린이(수진초)+전준표(가천대)

새로운 형태의 공공미술을 적극적으로 실천했던 작가 수잔 레이시(Suzanne Lacy)는 자신의 글, "균열적 공간"(Fractured Space)(1989)에서 '사적인 것과 공적인 것 사이의 균열'에 주목하면서 공공미술의 본질적인 한계를 지적함과 동시에 예술이 본래 가진 의미 창출의 가능성에 주목했다.3) 그는 공공미술에 있어서 예술가들의 정의하는 저자성(著者性)에 대한 가정을 언급했는데, 저자성의 핵심은 누가 그것을 제작했느냐가 아니라 무엇이 표현되었느냐의 문제라는 것이다. 특정 작가들의 미학적 생산물이 아니라 그들의 협업이 더해진 지역 커뮤니티 구성원들의 창작물이 본질이 되는 이 프로젝트는 그가 언급한 새로운 저자성을 획득한 사례가 될 것이다. 또한 이 프로젝트에서 시도되는 공공미술로서의 본질은 생산되는 이미지의 완성도나 개념적 토대를 넘어 그것이 창출되는 과정과 관계성, 그리고 그것이 촉발하는 다양한 지역 내의 일상적 혹은 미학적 담론들일 것이다. 담론의 촉발은 지역커뮤니티들간의 새로운 관계성을 창출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되는데, 이는 다양한 주체들의 만남이 이루어지는 열린 과정으로서의 미술이 추상적인 이상공간이 아니라 구체적이고 일상적인 현실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주장하는 니콜라 부리오(Nicholas Bourriaud)의 관계미학이 실천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성남아트센터 특별전시실에서는 5월부터 6월말까지 '숯골 일상도감(日常圖鑑)'전이 열렸다. 마을을 그린 어린이 원본작품 320점을 모아 신도시의 문화공간에 소개함으로써 원도시 어린이들의 자유로운 생각과 창작의 결과물을 이웃 마을과 공유했다.

관계의 형성과 그것의 지속가능성 ● 에코벨리커튼 프로젝트는 다수의 주체들이 참여하여 생산된 시각 이미지들을 광범위한 구역을 가로지르며 설치하는 공공미술 프로젝트로서, 그 스케일이 상당하다. 이 스케일은 본 프로젝트의 프레임이 갖는 개방적 구조의 역할이 크다. 기획진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어 가능하게 되었을 이 개방성은 공공기관의 재정적 지원과 지역민들의 긍정적 반응을 도출하는 주된 요소이기도 하다. 거기에는 지역의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적 속성도 중요한 역할을 보탠다. 물론 프로젝트의 진행 과정에서 우여곡절은 많았겠지만, 결국 두 개 이상의 동을 가로지르며 골목길 전체에 장막을 드리우는 설치와, 이에 수반된 다양한 행사들을 포괄하는 프로젝트가 가능할 수 있었던 것은 특정 주체의 반감이나 이해관계를 초월한 공공성과 개방성에 기댄 바가 크다. 단 두 번의 행사로 이 지역의 여름철 보편적 풍경으로 자리잡게 된 비결에는 그러한 스케일에서 창출된 스펙터클도 한 몫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개방성의 이면에는 본질적으로 공공미술을 주도하는 예술가들의 날카로운 주제적 개입을 생략시키는 문제가 공존한다. 달리 말하면, 이 지역의 공공미술이 결국 피할 수 없는 역사적 특수성에 대한 미학적 응답을 유보시키는 것이다. 물론 처음부터 그에 대해 답을 하는 것은 무리일 수 있다. 그러나 결국 그 대답을 찾는 데에서 에코밸리커튼 프로젝트가 지속되어야 할 당위성과 방향성의 토대가 제시된다. 참여와 새로운 관계 맺기는 결국 그 주체들의 새로운 시선과 사유를 유도하고, 그것이 그들의 시공간을 환기하게 하는데 일조해야 할 것이다. 이것은 공공미술이 조우하게 되는 근본적인 도전의 지점이기도 하다. 본질적으로 예술실천의 행위로서의 주제의식을 견지해야 하면서도, 동시에 일상적인 개인창작이 작품의 완성 이후 승인되는 것과는 달리 그 도입단계부터 공공적, 재정적 승인을 전제로 하고 있는 공공미술의 절차적 특수성을 생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실을 감안한다면, 이 프로젝트 자체의 지속적 존립 자체를 염려해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에코밸리커튼 프로젝트가 지속적으로 존재할 수 있는 토대로서의 주제적 진전이 점진적으로 구현되기를 바란다. 그것은 공공미술의 형태로 지역을 다시 사유하게 만드는 예술 실천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 고원석

각주 1) 김형민, 『한국사를 지켜라 2–대한민국이 유신공화국이었을 때』 [2] 1971년 8월 10일, 광주민중봉기 2) 한겨레신문 2018년 8월 10일자, '47년 전 오늘, 박정희 강제 이주정책에 버려진 수만명이 봉기했다' 원문 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857064.html 3) 윤난지 엮음, 『모더니즘 이후의 미술의 화두4 – 공공미술』(눈빛, 2016) p21, p428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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