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agments

김선혁展 / KIMSUNHYUK / 金善奕 / sculpture.installation   2018_0503 ▶︎ 2018_0530 / 월,공휴일 휴관

김선혁_The vague truth_스테인리스 스틸에 채색_215×480×110cm_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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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혁 홈페이지_www.sunhyuk.com

초대일시 / 2018_0503_목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공휴일 휴관

유중팩토리, 유중아트센터 B1 uJung Factory 서울 서초구 방배로 178(방배동 851-4번지) Tel. +82.(0)2.3477.7727 www.ujungartcenter.com

잊어버린 기억 ● 오늘날과 같은 실존주의, 언어분석(linguistic analysis), 정의하는 철학(definding philosophy) 같은 총체적인 반(反)철학의 시대에 고전철학이 묻던 큰 질문들은 더는 언급되지 않는다. 예술은 어떠한가? 예술에 대해 낙관적인 생각을 품은 사람들 가운데 한 명이었던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는 전체주의에 의해 단절된 세상과의 소통을 회복시킬 예술의 가능성을 의심치 않았다. 예술가들이 이 세상에서 현실감을 잃어버린 개념, 생각, 아이디어를 세상 속에서 깨어나 생동감 있게 살아있도록 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이었다. 특히 전체주의가 그 '필연성의 굴레'라는 책략을 통해 인간을 역사에서 제거하려들 때, 예술이 그 음모를 부수고 인간과 세상과의 소통을 회복시킬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고전철학의 주제들이 할리우드 마블시리즈 영웅들이나 K-pop 아이돌 스타로 헐값으로 양도되는 상황에서 예술은 속수무책이거나 오히려 그 흐름을 주도하고 있기도 하다. 허버트 리드(Herbert Read)가 『현대예술의 철학, The Philosophy of Modern Art』에서 "폴 고갱은 (화가로서) 자신의 창조주에 대한 인간의 사랑을 미에 대한 사랑으로 대체했다"고 했지만, 신의 자리를 대체한 '미(beauty)' 는 오늘날 시대정신이라는 미명 아래 변절을 거듭하면서, 쉽게 자신을 상실하고 세상의 권세를 위한 어용이 된다.

김선혁_Futile monument-5_혼합재료_가변크기_2017

김선혁은 고전철학의 큰 주제를 다시 취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그 첫 단락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내면 외에 어디에도 세상은 없다"는 라이너 마리아 릴케(Rainer Maria Rilke)를 인용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김선혁의 세계의 중심에는 인간의 이야기가 있다. 그는 세상에 대해서가 아니라 인간에 대해 말한다. 세상은 인간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것이므로 인간의 바깥에 있는 주제다. 김선혁의 시선은 인간의 내면으로 향한다. 어떤 내면인가? 부당함을 행했고, 여전히 행하고 있는 내면이다. 김선혁은 이에 대해 자신의 노트에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끊임없이 힘을 키우고 돈을 쫒고 명예를 찾는...막연한 욕망...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는 죽음... (그럼에도) 많은 것을 움켜쥐고 안도감을 느낀다. 하지만 결국 반복되는 불안과 두려움, 허무함과 마주할 뿐이다. 나(우리)는 바람에 흔들리는 촛불과 같은 존재다." ● 부당성만큼이나 근본적인 또 하나의 특성은 그것을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의 전적인 부재이다. 인간은 자신이 처한 위태한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 외에 다른 도리가 없는 존재다. 김선혁의 「Naked portrait」 이나 「A forgotten memory」에서 보듯,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되 여전히 자연의 일환이일 뿐인 존재이다. 스스로를 초월할 수도, 초월적일 수도 없는 존재인 것이다. 그것이 김선혁이 태풍에 쓰러진 전신주와 부러진 나무의 메타포를 통해 표현한 인간이다. 무동력 환풍기를 사용한 오브제 설치 작품 「Futile Monument」도 이와 다르지 않은 맥락이다. 무동력 환풍기는 바람이 불기 전에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김선혁_The definition of wisdom_시멘트에 아크릴 채색_가변크기_2018

지혜의 정의 ● 김선혁의 인간은 스스로 다시 세우고 새롭게 시작하고 자유로울 수 없는, 따라서 외부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존재다. 지속적으로 부당함을 행하는 존재론적 부당성으로 인해 지속적인 용서가 필요한 인간이다. 하지만 복수라면 모를까, 용서는 결코 다루기 쉬운 주제가 아니다. 사실 세상을 가득 채우고 있는 것은 복수다. 자신의 『도덕의 계보학』에서 니체가 정의하는 인간은 징벌의 위협을 통해 평등을 강제하고, 약속을 지키도록 길들여지는 '사회적 강제의 재킷'을 걸쳐야만 하는 존재다. ● 용서 역시 오늘날 심각하게 망각된 주제들 가운데 하나다. 용서의 기원은 무엇이며 왜 잊혀 졌는가? 그 기원을 밝히기 위해 나섰던 길 끝에서 아렌트가 만난 이는 다름 아닌 나사렛 예수였다. 그가 보기에 "인간사의 영역 안에서 용서가 할 수 있는 것을 처음으로 보고 발견한 사람은 분명 나사렛 예수이다." 용서의 특성을 설명하기 위해 아렌트가 인용한 것은 루터에 의해 독일어로 번역된 신약의 누가복음이었다. "만일 하루에 일곱 번 네게 죄를 짓고도 하루에 일곱 번 네게 돌아와 '내가 회개하노라 하거든 너는 용서해야 한다." 이 구절의 그리스어 원본의 내용은 다음과 같은 것으로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만일 하루에 일곱 번 네게 잘못을 하고, 하루에 일곱 번 다시 와서 말하기를 내가 심경의 변화를 겪었노라고 하면 너는 그를 놓아주어야 한다."

김선혁_Futile monument 4_스테인리스 스틸에 채색, 시멘트, 나무_164×30×71cm_2017

용서는 오직 부당함을 당한 사람이 부당함을 행한 자에게 그의 '심경의 변화'를 조건으로 할 수 있는 어떤 것이며, 그 귀결은 마침내 그-부당함을 행한 자-를 '방면하는 것'이다. 즉, 다른 사람으로 새로 시작할 수 있도록 '자유'를 허락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용서는 복수를 계획하는 니체적 이성의 지배와 정반대다. ● 하지만, 김선혁의 세계를 밝히는 아렌트의 역할은 여기까지다. 왜냐하면 용서를 신의 영역에서 인간의 영역으로-특히 정치의 영역으로- 빼돌린 아렌트와는 달리, 김선혁에게 용서의 근원은 변함없이 기독교의 하나님의 의지에 있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의심하지 않는 그것을 김선혁은 '지혜의 정의(The Definition of Wisdom)'로 정의하는 것이다. 이 지혜는 '악이 존재한다면 인간이 아니라 하나님일 것'이라는 보들레르(Charles Pierre Baudelaire) 의 그것과 대척점에 놓여 있음이 분명하다. 이것이 그의 회화 연작 「지혜의 정의」가 전하는 메시지다. 지혜는 자신이 '부당함을 행한 자'라는 사실과 그렇게 해 왔던 것에 대한 심경의 변화에 의해, 다시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자유를 필요로 하는 존재임과 동시에 그렇게 할 수 있는 힘이 자신 안에는 존재하지 않음을 고백하는 것이다.

김선혁_A form of modesty_혼합재료_가변크기_2018

인간의 내면에는 부당함을 행한 사람을 용서해 그로 새로운 삶을 살도록 자유롭게 해줄 잠재력이 없다. 아렌트가 용서를 '가느다란 희망'이라 했던 것도 이런 맥락이 아니었을까. 자신도 자신의 부당함을 용서받아야 할 사람으로서 어떻게 다른 사람을 용서하는 것이 가능한가. 샤르트르가 말한 것처럼 자신의 의지(will)로 '자신을 자신답게 함(to authenticate oneself)'으로써 그렇게 하는 근거가 발생할 수 있는가? 야스퍼스의 '한계 체험(final experience)'을 통해 그런 존재로 나아가는가? 아니면 올더스 헉슬리가 제안했던 것처럼 약물의 도움을 받아 '제 일의 체험(a first-order experience)'을 한다면 가능할까? 하버드 대학의 교수이자 히피즘과 사이키델리아의 대부 격이기도 했던 티모시 리어리(Timothy Leary)도 '의식의 확장(expended awareness)'을 통해 스스로를 용서하는 것 이전에 용서가 전혀 필요 없는 존재로 도약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 의식의 확장을 위해 환각성이 강한 약물인 실로시빈이나 LSD의 도움이 필요하더라도 말이다. 리어리의 주장은 "Turn on, turn in, and drop out!"(LSD에 취하고, 함께 어울리고, 규범에서 이탈하자!)"라는 선동구에 잘 함축되어 있다. 약물의 도움으로 인습과 위계구조로 얽혀있는 하부구조를 넘어 히피나 사이키델렉으로 대변되는 인식의 확장을 통해 상부구조로 나아가자는 것이다. 예술가들은 더욱 다양한 방식으로 반란을 꾀하지만, 그것들 가운데 어느 것도 인간이 자신의 내부에 자신을 궁극적 해방으로, 즉 새롭게 시작할 수 있도록 하는 자유로 도약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김선혁_A form of desire and limit_혼합재료_54×123×24cm_2018

인간에 대한 이 시대의 이해는 오만에서 비롯된 착각에 기반하고 있다. 유신론적 진화론자인 피에르 테야르 드 샤르뎅(Pierre Teilhard De Chardin)은 이 착각을 인간이 진화의 과정에서 차지하는 최고의 위치를 착각하게 만들어 마치 '인간존재를 진화의 궁극적인 목적 자체'로 인식하는 것에서 기인한 것으로 설명하고 싶어할 것이다. 굳이 진화론 프레임을 빌지 않더라도 인간이 문제가 많은 존재라는 사실은 매일 충분히 증명되고 있다. 그 내면은 어둡고, 하이데거가 주목한 대로 '불안'으로 가득 차 있다. 인생은 '부조리한 실존(absurd existence)'의 거듭된 경험으로 구성되며, 그때마다 합리적 이성은 차라리 가련할 지경으로 표류한다. 김선혁의 표현을 빌자면 "인간은 바람 앞에 흔들리는 촛불과 같은 존재다." 그러므로 김선혁의 인간이 "진리가 승리할 때까지 상한 갈대를 꺾지 않고 꺼져가는 등불을 끄지 않으시는" 분의 용서를 구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 심상용

김선혁_Difficult resolvedness_스테인리스 스틸에 채색, 피뢰침_199×148×128cm_2018

A Forgotten Memory ● The great questions that were raised within classical philosophy during the era of anti-philosophy - such as existentialism, linguistic analysis and defining philosophy - are no longer mentioned today. What is Art like? Hannah Arendt, one of the optimistic thinkers of art, did not doubt the possibility for art to restore communication with the world that was cut off by totalitarianism. It was a hope that artists would awaken concepts, thoughts, and ideas that have lost their sense of reality in the world, and to keep them alive. In particular, when totalitarianism tried to remove human beings from history through the trick of 'restraints of inevitability', it was expected that art would break the conspiracy and restore communication between human beings and the world. However, in today's society where the themes of classical philosophy are transferred to Hollywood Marvel series comic heroes or K-pop idol stars at a giveaway price, art seems helpless or rather like a trend that leads such a flow. Herbert Read from The Philosophy of Modern Art said that Paul Gauguin, as a painter, had replaced human love for his Creator with a love for beauty. However, the value 'beauty', which according to Read had replaced the position of God, is easily lost in today's society as it continues to evolve under the name of the spirit of the times, and serves as a tool for the powers of the world. ● Kim Sun Hyuk begins by dealing with the big theme of classical philosophy over again. To begin with a first step, it would be most appropriate to cite Rainer Maria Rilke's quote, "There is no world outside of your inner self." At the heart of Kim's world, there exists a human story. Kim talks about human beings, not about the world. The world is a phenomenon that occurs among human beings and thus it is a theme outside of human beings. Kim's interest inclines towards the human mind. What kind of human mind? It is the inner side of the human being that has been unjust and it still is. Kim has been making notes about it as follows: "... I am constantly growing my strength, pursuing money and seeking to attain honor ... A wicked desire ... Death that I do not know when it will happen ... Nevertheless, I feel relief with my many possessions. However, in the end, I confront the repeated sense of anxiety, fear, and vanity. I am like a candle flickering in the wind." ● Another characteristic as fundamental as unjustness is the utter absence of the capability of solving it on its own. Human beings have no other way than to accept the perilous reality they are in. As seen in Kim's Naked Portrait and A Forgotten Memory, a human being is the lord of all creation yet is only a part of nature. It is a being who can neither transcend itself nor be transcendental. It is a human being expressed through the use of the metaphor of a pine tree that has been struck down by a telegraph pole and a hurricane. Future Monument, an installation work of objects using an un-powered fan, is also in the same context. There is nothing that the un-powered fan can do by itself before the wind blows. Definition of Wisdom ● Human beings, to Kim Sun Hyuk, are those who are not capable of fulfilling themselves alone, either to start everything all over again nor to be completely free. Thus, they always require external help. At the same time, human beings are those who need continuous forgiveness because of the ontological injustice that constantly causes the practice of injustice. However, forgiveness is never an easy topic to deal with, unlike revenge. In fact, it is revenge that fills the world. In Genealogy of Moral Studies, Nietzsche defines human beings as those who have to put on the 'social strait-jacket', which forces people to compel equality through the threat of punishment and to keep their promises. Forgiveness is also one of the severely forgotten topics. What is the origin of forgiveness and why is it forgotten? It was Jesus of Nazareth who Hannah Arendt met at the end of her journey to find the origin of forgiveness. In her point of view, "The first person to see and be able to forgive in the realm of human history is certainly Jesus of Nazareth." To explain the nature of forgiveness, what Arendt quoted was the The New Testament: The Gospel of Luke translated into German by Luther. "If they sin against you seven times in a day and seven times come back to you saying 'I repent', you must forgive them." The content of the Greek original text in this verse suggests that: If they sin against you seven times in a day and seven times come back to you saying 'I am undergoing changes in my mind', you must forgive him." Forgiveness is something that only a victim of the injust practice can provide to the sinner, and the consequence is finally to let go of the sinner. In other words it is about permitting oneself the 'freedom' to start as a new person. Therefore, forgiveness is the opposite of Nietzsche's domination of reason that plans revenge. ● However, Arendt's role in revealing the world of Kim Sun Hyuk is far from here. This is because unlike Arendt, who moved the idea of forgiveness from the realm of God into the realm of humanity - especially, the realm of politics - for Kim, the source of forgiveness remains unchanged in the will of the Christian God. And this is what Kim regards as the 'definition of wisdom'. It is clear that such wisdom lies opposite of that of Charles Pierre Baudelaire, "If the evil exists, it is God, not man." This is the message of Kim's painting series, Definition of Wisdom. Wisdom is something that requires freedom to start again by the fact that you are a sinner or as a result of the change of mind occurred from knowing that you have been wrong. At the same time, wisdom is the act of confessing the nonexistent power within yourself to experience such a change. ● Inside human beings, there is no potential to forgive someone who has done wrong and to free the sinner to live a new life. Perhaps it is the same context as to why Arendt called forgiveness 'a delicate hope.' How can a sinner who must also be forgiven of his own injustice forgive others? As in Jean-Paul Sartre, is it possible to form by one's own will a basis to 'authenticate oneself'? Like The Final Experience by Karl Jaspers, do people move on to such beings? Or is it possible, as Aldous Huxley suggested, to make a first-order experience with the help of drugs? Timothy Leary, a professor at Harvard University and a godfather of his hippie and psychedelic time, claimed that forgiveness can never be achieved before forgiving oneself through expanded awareness. You need the help of psilocybin or LSD, which are the hallucinogenic drugs for the expansion of consciousness. The claim of Timothy Leary - 'Take LSD, hang out together and get out of the norm!' - is well-conceived in the phrase, "Turn on, tune in, drop out!" Leary wished to grow into a superstructure through the expansion of perception, represented by the idea of the hippie or psychedelic, by going beyond the infrastructure that is intertwined with convention and the existing hierarchy. While artists try to revolt in more diverse ways, none of them provide evidence that humans have the possibility of leaping into their interior as the ultimate emancipation, the freedom to start new. ● The understanding of human beings in today's society is based on illusion arising from arrogance. Pierre Teilhard de Chardin, a theistic evolutionist, would wish to explain the base of such an illusion as the recognition of human existence as the ultimate purpose of evolution; deluding us about the supreme position occupied by human beings in the process of evolution. Even without the reference to an evolutionary framework, the fact that human beings are problematic is proven every day. Their inner sides are dark and filled with 'anxiety', as Martin Heidegger noted. Life consists of repeated experiences of 'absurd existence', in which the rational drifts to the point where it is rather miserable. In the words of Kim Sun Hyuk, "Man is like a candle flickering in the wind." In this sense, it is natural for people to seek the forgiveness of 'the person who does not break a bruised reed nor quench the smoking flax until he sends forth judgement unto victory.' ■ Shim Sang Yong

Vol.20180503a | 김선혁展 / KIMSUNHYUK / 金善奕 / sculpture.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