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 선

이현호展 / LEEHYUNHO / 李賢浩 / painting   2018_0502 ▶ 2018_0520 / 월요일 휴관

이현호_숲_한지에 채색_150×147.5cm_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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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8_0502_수요일_05:00pm

오프닝 공연 / 2018_0502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일요일_11:00am~05:00pm / 월요일 휴관

도잉아트 DOHING ART 서울 서초구 남부순환로325길 9 DS HALL빌딩 B1 (서초동 1450-2번지) Tel. +82.(0)2.525.2223 dohingart.com

일상의 풍경, 그 사변적인 표정 ● 오늘의 한국화가 지니고 있는 외연은 실로 대단히 넓은 것이다. 그것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이루어진 다양한 조형적 경험들을 축적하며 이루어진 것이다. 이러한 결과에 대해 혹자는 한국화 정체성의 훼손이라 평가하기도 하고, 또 어떤 이는 시대적 변화에 따른 필연적인 과정이라 말하기도 한다. 분명한 것은 오늘의 한국화는 여전히 급변하는 사회 현상에 맞춰 파격적인 변혁이 여전히 진행 중이며, 이는 과거 경험해 보지 못 한 새로운 시각적 자극으로 우리들에게 제시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한국화의 외형은 일단 다양한 조형 실험의 결과와 분방한 개성의 발산을 통해 현대라는 시공을 부유하고 있지만, 그 내면은 심각한 자기 정체성의 상실과 현대회화로서의 자괴감이라는 숙명적인 그림자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질곡에 대해 혹자는 굳이 한국화라는 고루하고 경직된 가치를 주장할 것이 아니라 현대회화로서의 가능성을 직접 타진하고 모색하기도 한다. 또 경우에 따라서는 전통적 가치의 재인식을 통해 서구중심의 현대회화와의 차별성 확보하고자 하기도 한다. 어떠한 경우이든 한국화는 변화의 와중에 있으며, 이러한 변화를 효과적으로 개괄하여 설명할 수 있는 효과적인 결론을 아직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오늘의 솔직한 현실일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시간과 거리일 것이다. 이는 오늘이라는 역사를 판단하고 가늠하는 기본적인 조건인 동시에 가장 이성적인 평가를 담보할 수 있는 최소한의 요건일 것이다. ● 작가 이 현호의 작업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그의 작업은 외형상 자연을 다루는 서정적인 내용을 지지체로 삼고 있다. 안정적인 색채의 운용을 통한 빼어난 묘사력은 작가의 작업 수평을 담보하는 기본적인 요건이라 여겨진다. 울창한 여름의 신록들이 가득한 화면은 일견 실경산수를 연상시키지만, 이를 산수라는 장르로 규정하기에는 무엇인가 마뜩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이를 단순히 풍경으로 수렴해 버리는 것 역시 불만일 수밖에 없다. 그의 작업은 바로 산수와 풍경의 미묘한 경계에 위치하는 것으로 굳이 이를 구분하는 것 자체는 별반 특별한 의미를 갖기 어려울 것이다. 이는 바로 확장된 한국화 외연의 한 자락이기 때문이다.

이현호_산_한지에 채색_150×147.5cm_2016
이현호_물가_한지에 채색_130×162cm_2016

일단 작가는 굳이 빼어난 경관을 취하거나 명소를 택하지 않고 일상의 주변에서 마주할 수 있는 평범하고 익숙한 자연을 취하지만, 그가 포착한 자연은 인위적인 것에 의해 가공되거나 꾸며진 것이 아니라 자연 그대로의 것이다. 그는 이에 최소한의 인공적 사물을 더하여 그 평범함에 또 다른 표정을 부여함으로써 자신의 독특한 풍광으로 가공해 내고 있다. 그것은 카메라 포커스를 연상시키는 것으로, 엄격한 원근과 투시의 원칙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그러므로 그의 화면에서의 자연은 관념적으로 개괄되어진 부호로써 표현되는 것이 아니라 색채와 양감을 지닌 실체로 제시되고 있다. 일견 그의 작업에 있어서 최대 관심사는 자연의 재현에 있다고 여겨질지 모르지만, 그의 작업은 기계적으로 포착된 이미지를 수공에 의한 가공의 과정을 거쳐 인간적인 체온을 더하는 것이다. 이는 자연이라는 대상을 물질적 실체로 인식하는 풍경화나 이상화를 통해 자연을 재구성하는 산수와도 다른 것이다. 이는 작가가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대해 일상이라는 지극히 평범한 시각을 통해 낯선 것을 반영함으로써 앞서 거론한 바와 같이 풍경이나 산수의 정형화된 틀을 극복하고자 하는 것이라 해석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는 기계적이고 기능적인 시각을 고스란히 반영한 솔직한 표현으로 작위적인 의도를 배제하여 있는 그대로를 표현해 냄으로써 일상적인 자연의 표정을 돌연 낯선 것으로 변환시켜 보는 이들에게 제시하고 있다. 이는 형식상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형식을 띄고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자신의 시선을 그 속에 은닉시키는 것이다. ● 대상을 바라보는 시점에 대해 굳이 구분하자면 간(看)과 관(觀)의 차이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간은 대상에 대해 물질적이고 현시적인 접근, 즉 육안(肉眼)에 의한 관찰이라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반하여 관은 대상에 대한 일정한 사유와 사색을 동반한 심안(心眼)에 의한 시각이라 해설할 수 있을 것이다. 간이 형상을 통한 객관을 전제로 한다면, 관은 사유를 통한 주관화라 풀이할 수 있을 것이다. 영어의 look과 see는 바로 이 두 가지의 차이점과 유사한 것이다. 작가는 대상에 육박하여 객관이라는 조건을 확보하고, 이를 관조적 시각에 의한 가공의 과정을 거쳐 그 속에 내재된 언어와 운율, 표정 등을 포착하고 표출함으로써 자기화, 개별화하고 있다. 그가 작업일지에서 서술하고 있는 "숲, 산 등 자연 속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혀 있는 인공적 건축물들에서 어색함을 느끼지 않고 익숙하게 바라보는 모호한 시선이 나에게도 놀라움을 준다. 그저 하나의 구도로써 바라보면 빽빽이 들어선 숲속에 작은 변화들이라 재밌게 바라보게 되다가도 점차 반복되고 또 반복되어지는 순간 나의 시선의 흥미만으로써 바라볼 수 없게 되어 버린다. 작은 변화였지만 반복되어 지는 순간 일상이 되어버리고, 일상은 익숙해져 버려서 점차 변화에 무감각해져 버리기 때문이다."라고 말하고 있다."라는 말은 바로 이러한 단계에 이르는 과정에 대한 토로인 셈이다.

이현호_전신탑_한지에 채색_130×162cm_2015
이현호_옆인도_한지에 채색_120×120cm_2015

작가의 작업은 수용성 안료를 표현 매재로 사용하고 있다. 이는 화면의 객관적인 자연의 형태감과 어우러져 수채화와의 연계를 자연스럽게 연상시킬 수 있겠지만, 색채의 반복과 중첩을 통해 발현되는 그윽하고 깊이 있는 색채의 심미는 전형적인 채색화의 그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구축되는 특유의 운율은 서정적인 화면의 한계를 넘어 또 다른 공명으로 보는 이에게 전해진다. 이는 작가의 작업이 단순한 서정적 풍경이나 재현이나 묘사에 집중하는 객관적 사실주의에 함몰되지 않고 특유의 화면을 구축할 수 있는 효과적인 조형적 설정이라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 앞서 거론한 바와 같이 오늘의 한국화가 지니고 있는 외연은 실로 광대하고 다양하다. 이는 이미 전통적인 감상관이나 심미 체계로는 수용해 낼 수 없을 정도로 폭넓은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미 전혀 새로운 조형의 세계로 전이된 것도 존재할 뿐 아니라 여전히 온전한 평가가 유보된 채 미완의 상태로 현대라는 시공을 부유하는 것들도 있다. 작가가 일상을 통해 보여주고 있는 평범한 풍경의 개별화는 분명 서구적인 시각과 표현, 그리고 전통적인 조형 방식이 혼용된 것이다. 이를 단순히 절충과 융합이라는 시대적 경향으로 치부해 버리기에는 선뜻 내키지 않는다. 그것은 자연이라는 인간에게 제시된 삶의 조건을 일상이라는 시간성을 통해 개별적으로 해석함으로써 그 속에 내재된 자연의 또 다른 표정을 읽어 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객관이라는 조건을 통해 사유를 동반한 관조의 시각을 반영하는 것이며, 그 표현을 통해 자연을 주관화, 개별화함으로써 이전의 자연에 대한 표현과는 사뭇 다른 소통의 방법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의 이러한 현상을 이성적이고 냉철하게 판단하고 평가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시간과 거리가 필요로 함은 당연하다. 이를 확보할 때 까지 우리가 응당 취해야 할 자세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 대한 부단한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일일 것이다. 적어도 작가는 이를 충족시킬만한 건강한 작업의식을 온몸으로 실천하고 있기 때문이다. ■ 김상철

이현호_하얀연기_한지에 채색_131×97cm_2012
이현호_흰탱크_한지에 채색_131×97cm_2012
이현호_마주 선_한지에 채색_162×260cm_2012

5월 2일부터 서초동 예술의 전당 맞은편에 위치한 도잉아트에서는 이현호작가의 개인전 '마주 선'이 열린다. 오프닝에는 작가의 전시 공간에서 안무가 길서영의 무용 공연이 진행된다. 정적인 회화와 동적인 무용이 만나 관객들에게 작품과의 적극적인 교감을 가능하도록 하고 관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자 한다. 전시는 5월 20일까지 계속된다. ● 초록이 쏟아져 내리는 듯 우거진 수풀은 우리를 싱그러운 자연으로 이끈다. 우리는 싱싱하고 맑은 향기의 숲으로 들어가 광합성을 하고 신선한 비타민을 충전한다. 이현호는 숲을 잘 그리는 동양화가이다. 초록 수풀을 수성안료를 사용한 채색기법으로 빼어나게 묘사한다. 그러나 그의 시선은 전통적인 동양화의 시점에서 벗어나 카메라를 통해 바라보듯 움직이지 않고 주시하는 서양화의 시점에 기인하여 그의 풍경이 평범한 산수화가 아닌 흥미로운 풍경화가 되도록 한다. 또한 작가는 풍경 안에 가로등, 전신주, 볼록 반사경, 하얀 물탱크, 골프연습장 등의 인공적인 요소를 위트 있게 집어넣으며 본인의 주관을 담는다. 나아가 도시에서 마주하는 자연을 표현하던 작가는 현수막을 활용해 작업의 전환을 시도한다. 상가나 아파트 주변에 걸려있는 현수막을 가져와 숫자나 글씨가 그대로 투영된 채로 이미지를 중첩시킨다. 이는 작가가 주변의 시간과 공간을 작업에 담으며 일상을 주관화시키는 것이다. 그의 자연은 젊고 풍경은 독특하다. 울창하게 만들어진 깊은 숲, 사적인 일상이 담긴 다양한 형태의 작업이 전시장에 펼쳐진다. 조용하고 한적한 작가의 풍경 속으로 유유히 산책을 떠나보자.

2018년 3월, 서초동에 문을 연 도잉아트(dohing art)는 동시대 예술가들의 작품을 소개하고 전시와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대중과 소통하는 공간입니다. 도잉아트는 – 현대미술의 새로운 문맥을 제시하는 열정 있는 작가들을 지원합니다. – 작가와 함께 성장하는 전시, 교육, 문화공간을 지향합니다. – 예술의 즐거움을 일상으로 끌어들일 수 있도록 작품을 제안합니다. – 예술소비가 행복한 투자로 이어질 수 있도록 자문서비스를 제공합니다. – 대중과 작가와 하나의 프레이즈 안에서 함께 호흡하며 많은 사람들이 예술을 향유하도록 친숙한 공간을 만들어 나갑니다. ■

Vol.20180503g | 이현호展 / LEEHYUNHO / 李賢浩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