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수일기

오수지展 / OHSUJI / painting   2018_0504 ▶ 2018_0629 / 일요일 휴관

오수지_오늘은 집에 가지마_한지에 혼합재료_70×210cm_2018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일요일 휴관

레이블갤러리 LABEL GALLERY 서울 성동구 성수이로26길 31 (성수동2가 278-40번지) labelgallery.co.kr

바닥의 시선 속에 건져 올려진 일상의 순간 ● 특정한 시간과 공간 속에서 우발적으로 전개되는 다양한, 예측할 수 없는 여러 사건들을 필연적인 운명으로 끌어안으며 살아가는 것이 우리네 삶이다. 그 일상의 드라마는 매일 같이 반복되지만 결코 동일화의 라인, 동질성의 틀 안에서 단일한 하나의 모습으로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오수지는 반복되는 일상의 풍경 안에서, 무수한 중첩의 주름 안에서 마주친 사물과 장면을 섬세하게 응시하고 건져 올린다.

오수지_입맞춤Ⅰ_한지에 혼합재료_90.9×72.7cm_2018
오수지_닥수의 하루_한지에 혼합재료_116.8×91cm_2018

조감의 시선에 의해 납작하게 떠내진 화면 속 장면은 보는 이를 은밀한 구경꾼 내지 관음적인 시선의 공모자로 몬다.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비교적 젊은 나이 대의 남녀가 모여 담소를 나누고 음식물을 먹고 술을 마시며 나름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장면인데 이를 위에서 내려다보고 구도 아래 걷잡혀 있다. 또는 지극히 사적인 개인 공간의 한 모서리로부터 파고 들어가 엿보는 시선을 안기면서 누군가의 일상, 실내 공간을 목도 하게 한다. 그 점을 더욱 강조하기 위해 작가는 화면 곳곳에 슬그머니 빨래대에 걸린 속옷을 그려 보이거나 베일에 가려진 장면, 혹은 화면 가장자리 어디쯤에 바짝 붙여 놓은 남녀가 밀착된 모습을 깔아 놓았다. 일상 속에 숨 쉬듯이 자리한 에로티시즘이거나 욕망의 자연스러운 발아다. 공간은 단일한 성격, 사물, 층위로 응고되어 있지 않고 예측할 수 없는 가변성의 욕망과 기호, 사물 등으로 어질하다. 지인들과의 식사나 술자리에 참여한 장소, 개나 고양이와 함께 집에서 보내는 시간 내지, 작업과 휴식과 빨래 등의 살림이 공존하는 가정 등이 오수지 작품이 그려내는, 비근하면서도 의미 있는 공간이다. 그 공간은 또한 다채로운 사물들로 채워져 있다. 그 사물은 인간의 신체와 분리되어 있지 않다. 유심히 보면 결국 이 그림은 특정 장소를 흥미롭게 보게 해주는, 그 공간을 채우고 있는 모든 것들에 주목하게 하고 그것들을 시선에 모아주는 흡사 깔때기 같은 구실을 한다. 과감하게 잘려나간 신체와 공간의 기물들 사이에 박혀 있는 것은 작은 사물들, 음식물과 속옷과 바닥에 붙어 있는 애완견이 주로 반복해서 등장하는 그림의 소재다. 내려다보는 시선으로 인해 바닥이 두드러지게 자리한 이 그림은 순간 직립한 인간의 눈에서 간과되었던. 소홀히 여겨 내몰렸던, 작지만 친밀하고 '팬시'하며 더없이 우리네 몸과 밀착된 소소한 물건의 존재와 그 물건의 라벨, 디자인, 로고 등에 주목하게도 한다. 수평의 시선, 바닥의 시선, 평면적인 화면 처리란 결국 일상이 전개되는 장소인 이 수평의 실세계를 주목하게 한다. 그리고 그 시선은 반복해서 등장하는 개와 고양이의 올려다보는 시선과 맞물려 인간 중심적인 주체의 시선, 직립의 시선을 허물고 또 다른 관점의 개입을 허용하면서 색다른 보기를 유인한다. 개와 고양이가 보는 시선이기도 한 것이다.

오수지_다들 제 짝이 있는데_한지에 혼합재료_116.8×91cm_2018

한편 은근하게 적셔지고 곰삭듯 착색되어 밀려 들어간 색채는 개별 사물들의 존재감을 그 자리에서 당당히 표식시키는 구실을 하는 한편 저마다 하나의 기호로서, 이미지로서 삶에 동참하는 의미 있는 사물들의 생애를 떠올려준다. 한다. 그러니 저 사물 없이는 인간의 삶 또한 없는 것이다. 오수지는 자기 삶의 동선에서 만난 모든 장면, 사건, 사물들에 친밀한 애정을 지니고 그것을 기꺼이 작품으로 전환 시키는 용기와 힘이 있다. 따라서 그림에 관한 모종의 관념이나 허상이 없다. 주어진 생을 살아내면서 그 우발성의 운명 안에서 자신이 목도 한 장면과 사물들을 애정 어린 시선과 그 존재에 힘껏 밀착된 감수성으로 흡착해내는 일이 결국 삶이고 그림 그리는 일인 것이다. ■ 박영택

오수지_4월 17일_한지에 혼합재료_193×132cm_2015

Everyday Moments Scooped Up from the Bottom Point of View -We go about our lives while experiencing a wide array of unpredictable events that take place by chance in a specific space and time. Such drama repeats daily but in no way appears as one sole aspect in the frame of identification and homogeneity. Oh Su Ji stares at and scoops up objects and scenes she comes across in her repetitive everyday life. Scenes scooped up flatly from a bird's-eye view tend to regard a viewer as either an onlooker or a conspirator for voyeuristic eyes. ● Portrayed in her paintings are scenes captured by eyes looking down from above in which relatively young men and women chat, eat, drink, and have a pleasant time. They also allow viewers to catch a glimpse of one's everyday life and interior space while penetrating an extremely private space. The artist places underwear hanging on a drying rack, veiled scenes, and a man bonding closely with a woman in every corner of her scenes in order to stress this facet. These are either a representation of eroticism that exists in our everyday life or a germination of desire. The spaces of her paintings are not fixed with sole characters, things, and layers but are in a mess with variable desires, signs, and objects. ● Spaces of great significance that Oh depicts include a place to dine or drink with acquaintances, a house where one spends time with his or her pet dog or cat, and a home where one takes a rest or keeps house. Such spaces are packed with multifarious things inseparable from the human body. Upon closer examination, her paintings cause viewers to pay heed to everything filling their spaces, working like a funnel that attracts gazes. Studded between boldly cut bodies and objects are tiny things, food, and pet dogs, all of which are frequently adopted subject matter in her paintings. ● These paintings have us pay attention to small and familiar yet "fancy" and trifling things that adhere to our bodies and their labels, designs, and logos. All such things are overlooked by the eyes of a standing man and are often considered insignificant and unsubstantial. The horizontal eyes, the bottom eyes, and the two-dimensional treatment of a scene in the end cause us to pay heed to a real world where our everyday lives take place. Such eyes shatter the human-centered view of the subject and the view of a standing man, allowing other perspectives to intervene and causing us to look at them differently. ● Implicitly soaked and maturely tinted colors work to make each object's presence look conspicuous, reminding viewers of meaningful things involved in our lives as either signs or images. Thus, we couldn't have our lives had it not been for such things. Oh has her own will and ability to turn every scene, event and thing she comes across in her life into her work with intimacy and affection. Therefore, she is in by no means influenced by any notion of or illusion about painting. Her life or her work of painting is after all to absorb the scenes and objects she has witnessed in her life with her affectionate eyes and emotions closely associated with them. ■ Park Young-taik

Vol.20180504d | 오수지展 / OHSUJI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