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l blanc_실타래

이민호展 / LEEMINHO / 李玟鎬 / photography   2018_0503 ▶ 2018_0526

이민호_Fil blanc n. 33_잉크젯 프린트_70×70cm_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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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호 홈페이지_www.minholee.com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1:00am~06:00pm

트렁크갤러리 TRUNK GALLERY 서울 종로구 북촌로5길 66(소격동 128-3번지) Tel. +82.(0)2.3210.1233 www.trunkgallery.com

이질적인 것이 충돌하다 ● 이민호 작가는 대상을 촬영한 뒤 포토샵 작업을 거치고 서야 작업이 완성되는 작가이다. 그녀는 그간의 작업들에서 판타지적 이미지를 계속해서 추구해 왔듯이, 이 작업에서도 같은 맥락의 판타지를 연출해내고 있다. 이미지의 속성에서 판타지 요소는 3차원의 질서를 해체 시켜야 판타지가 구성된다. 다시 말하면, 3차원의 질서인 크기, 거리, 깊이의 각 요소들이 2차원인 이미지에서 비례가 충격적으로 보여질 때, 곧 3차원의 질서가 해체된 이미지를 초현실적 이라 말한다. ● 거대한 실타래가 '바다가 있는 풍경'과 '드높은 하늘', 그리고 '바다 근처의 건축구조물들과 서로 걸맞지 못하고 충돌하고 있다. 그 충돌이 이민호가 즐기는 어떤 느낌인 것 같다. 아니, 누군가와 소통하려는 내용인가 보다. 거대하게 보이는 실타래와 실타래가 설치된 풍경과의 관계 요소, 그 덕에 '거대한'이라는 수식어를 얻게 된 것이다. 그 관계 요소는 실타래와 풍경이 실제의 시각적 비례와 달라서 형성된 요소들이다. 3차원 질서가 아니기에, 일상성이 깨어졌기에 느껴지는 느낌, 충돌, 구조적 구성 비례가 만드는 충격, 그 모든 것들이 이미지로의 판타지를 이끌어낸다. ● 이 충돌, 그 충격이 바로 어떤 에너지이다. 서로가 서로와의 관계 없음, 그 이질성에 의해 현상 질서와 다른 특이성, 그것이 바로 환상이 된다. 그렇게 보여진 이미지의 실타래가 높은 허공의 구름이고 바위가 되어 파도에 밀리거나 또는 끌려들어오는 착각을 일으키며, 그 특이한 세계에 홀로 서있는 그녀, 낯선 세계 속의 그녀, 씁쓸함, 서늘함, 홀로 이기에 갖는 '쾌', 그것들을 보게 한다. ■ 박영숙

이민호_Fil blanc n. 39_잉크젯 프린트_70×70cm_2012
이민호_Fil blanc n. 47_잉크젯 프린트_70×70cm_2012
이민호_Fil blanc n. 17_잉크젯 프린트_110×145cm_2012

굴뚝에서 나오는 연기는 하늘로 올라가 구름이 되고 다시 실타래의 형태로 내려와 공간에 머문다. 삶에서 나온 부산물이 자연의 순환에 연결되어 가장자리에 머물다 다시 삶의 공간 하지만 시작과 끝의 경계가 모호한 장소로 돌아오는 순환의 고리를 얘기한다. 이 작업 연작은 실타래가 의미하는 끝없이 이어지는 기억의 미로가 폐허가 되어버린 삶의 주변을 무심한 듯 부유하며 주위를 환기시키는 장면이다. 미로에 대한 얘기를 하기에 적합한 사물들 중의 하나이며 아직은 형태를 갖추지 못한 재료에 불과한 물체. 어떻게 또 어디로 연결 될지 모르며 시간과 공간에 의해 완전히 다르게 설명되는 물질인 실뭉치로 정신적 의미로의 미로를 얘기했다. ● 무한 반복적이지만 미묘하게 변형된 형태로 재현한 것이 이번 작업들의 주제이다. 미로는 가능성과 불가능성 자체가 불투명하고 불확실한 '모호함' 이 지배하는 장소이다. 익숙한 듯 현실에 널려 있는 사물들과 폐쇄된 공간으로부터 벗어나 출구를 향해 나아가며 외부와의 소통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몸짓으로 그 모호함 속을 헤매고 있는 모습을 실타래로 표현하였다.

이민호_Fil blanc n. 19_잉크젯 프린트_110×140cm_2013
이민호_Fil blanc n. 18_잉크젯 프린트_70×70cm_2013
이민호_Fil blanc n. 13_잉크젯 프린트_100×150cm_2012

부산시내 중심 전철이 지나가는 옆으로 엄청나게 큰 부지를 갖춘 공장지대가 있다. 그 곳은 한때 우리의 경제를 책임졌던 방직산업역군 중의 하나였지만 이젠 명패로만 남은 태광방직회사이다. 일제 강점기부터 시작된 방직산업은 이 나라에 전쟁 이후 도시재건과 경제를 살리기 위한 산업화 과정의 가장 중심적 역할을 하여왔다. 막대한 부지에 방직기계들로 꽉 들어찬 공장건물들과 수많은 근로자들의 숙식을 해결하는 기숙사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던 곳으로 1950년대에서 반세기가 흐르도록 이 땅의 경제부흥을 이끌어왔다. 한때 한국전쟁이 남긴 폐허더미와 가난에서 벗어나려 시골에서 올라온 수많은 근로자들 특히 젊은 여성들, 개중에는 아직 성년도 되지 못한 소녀들이 궁핍한 가족의 경제를 책임질 수 있게 만든 유일무이한 산업현장이었다. ● 그와 함께 수반되는 열악한 근로환경과 적은 노임으로 많은 노동운동을 낳게 한 산실이기도 하였지만 시대가 바뀌고 불황과 경제흐름의 변화에 따른 방직산업의 퇴조로 많은 공장들이 문을 닫게 되면서 빈 건물만 즐비하게 남아 있는 곳이 되어버렸다. 막연히 기사로만 접했던 그런 경제위기들과 결과물들을 우연한 기회에 들린 부산에서 눈으로 직접 보게 되었다. 회사 울타리 안으로 사람의 인기척을 전혀 느낄 수 없는 수많은 공장건물들이 유령처럼 늘어서 있었다. 전에는 5000여명이 넘는 근로자들이 일하는 곳이었다 한다. 공장기계들의 잔해와 섬유뭉치들 그리고 생활의 잔재들을 곳곳에서 보면서 이 장소가 가진 시대의 역사와 개개인의 기억들이 교차되는 환영을 보았다. 쓸모를 다해 더 이상 정체성을 갖지 못하게 되어버린 공간/장소에서 그 환영들이 이곳에서 생산되고 소비되던 실타래의 형태로 이곳 저곳을 떠도는 모습을 그려본 작업이다. ■ 이민호

이민호_Fil blanc n. 40_잉크젯 프린트_100×150cm_2012
이민호_Fil blanc n. 41_잉크젯 프린트_100×150cm_2013
이민호_Fil blanc n. 42_잉크젯 프린트_100×150cm_2013

Smoke rising from a chimney turns to cloud in the sky and again comes down in the form of a skein. A by-product of life stays at the edge of nature, linked to the cycles of nature, and returns to the space of life, a space with a blurred boundary between beginning and end. In this series, a labyrinth of infinitely connected memories symbolized by the skein floats, reminding us of our surroundings. A skein is suitable to symbolize a maze and is an object that is nothing but a material that has no concrete form. We don't know how and where it will be connected and it can be a material completely differently defined in accordance with space and time. ● I refer to this in a spiritual sense. The skein in my works is reproduced in infinitely repetitive, subtly modified shapes. A labyrinth is a place governed by obscurity: both possibility and impossibility appear unclear and uncertain. Such skeins are adopted to represent familiar things that are spread in reality and gestures to maintain communication with the external world, trying to escape a closed space and proceed to an exit. ● There is an extensive industrial area by the subway line in the center of Busan. The area includes the site of the Taekwang Textile Company. This was once one of Korea's major textile manufacturing firms responsible for the Korean economy, but only its name is currently left. Korea's spinning and weaving industry launched from the period of Japanese colonial rule assumed a key role in the course of industrialization after the Korean War. Factory buildings packed with spinning and weaving machines and dormitory buildings where a huge body of factory workers stayed were lined up in this extensive area. This area led the nation's economic revival for over half a century from the 1950s. This was also the sole industrial site that enabled thousands of workers, especially young women (including young girls who didn't yet come of age), who came from rural areas to overcome poverty and the ruins of the Korean War and earn a living for their families. ● This site was also the cradle of many labor movements triggered by poor working conditions and low wages. As many factories closed their doors due to the decline and depression of the textile industry, only empty, devastated buildings are left today. I witnessed the results of the economic crisis I encountered only through news articles in Busan. Numerous factory buildings where there was no sense of workers' presence were lined up like specters. It is said that over 5,000 workers worked here. I viewed an illusion in which the history of this site intersects with each individual's memories, seeing the ruins of factory machines, bundles of fiber, and remnants of living. My work is a portrayal of such illusions that are produced, consumed, and wandering here and there in the form of skeins in a place or space that is no longer useful and has no identity. ■ LEE Minho

Vol.20180504i | 이민호展 / LEEMINHO / 李玟鎬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