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요, 勞動謠

이찬주展 / ECHANZOO / 李贊柱 / installation   2018_0504 ▶︎ 2018_0603 / 월요일 휴관

이찬주_노동요展_성남큐브미술관_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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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8_0503_목요일_05:00pm

2018성남청년작가展

후원 / 성남문화재단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수요일_10:00am~08:00pm / 월요일 휴관

성남큐브미술관 SEONGNAM CUBE ART MUSEUM 경기도 성남 분당구 성남대로 808 Tel. +82.(0)31.783.8141~9 www.snart.or.kr

어느 나라든 예로부터 노동요가 있었다. 노동요는 노동자가 일을 하면서 부르는 노래를 일컫는다. '노동을 효과적으로 진행'하거나 '노동의 내용이나 노동하는 사람의 생각과 감정을 나타내는 표현'이기도 하다. 노동의 고단함을 잊고 능률을 높이기 위한 주술적 목적이기도하다. '노동을 한다'는 것은 육체적 노력과 정신적 노력을 모두 일컫는다. 몸을 움직여 활동을 하지만 그에 수반되는 과정과 결과물은 정신적인 부분까지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그야말로 육체와 정신이 빚어내는 생동(生動)인 것이다. 시대가 변화하면서 노동은 점점 세분화되고 그 종류와 직업은 각양각색이 되었다. 노동의 가치와 무게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들로 평가하기도 하지만 어떤 '노동'이든 그것은, 목적을 위한 수단이고, 그 과정의 행위는 노동자에게 축적되고 삼투되어 살아 움직인다.

이찬주_노동요展_성남큐브미술관_2018
이찬주_내가 본 달2_합성수지, 철사, 철근_48×57×45cm_2017

이찬주는 대학시절, 작업을 위한 벌이로 막노동을 했다. 힘들고 반복적인 육체노동이었지만, 그에게는 너무나도 절실하고 필요한 '노동을 위한 노동'이었다. 당시 작업을 위한 재료와 도구 등을 구입하는 데 있어 학생신분으로는 충분치 않은 형편이었다. 작업을 하면서 학교를 다니고 남은 시간동안 일을 해서 돈을 벌어야 했기에 조금 고되더라도 짧은 시간에도 수입이 적지 않은 일을 선택해야 했다. ● 그저 작업을 위한 벌이로 생각했던 현장의 일과 시간은 작가에게 많은 영향을 미쳤다. 어떤 건축물에나 가장 중요한 단계인 골조를 잡는 기초작업과 기술은 작가의 작업세계를 단단하게 받쳐주는 지지대가 되었고, 더운 날 비오듯 땀 흘리고, 추운 날 천을 꽁꽁 감고 일했던 환경은 작가에게 끈기와 인내를 점철시켰다. 당연스레 그의 작업 밑바탕에는 노동현장에서 가져온 재료와 배운 기술 그리고 경험한 세상이 존재한다. 그의 작업은 온전히 배어난 삶에 대한 표출의 '노동요'다. ● 이찬주는 직접 켜고 자르고 다듬고 붙이는 노동을 매 작업 반복한다.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보다는 거칠더라도 사람의 손이 닿았던 현장의 그것을 선호한다. 비록 모양이 반듯하지 않고, 길이도 균일하지 않으며, 표면이 매끄럽지 않더라도 마치 우리네 인생이 그러하듯, 그것은 축적된 시간과 경험을 내재하고, 작품으로 완성되었을 때 그 아우라가 온전히 표출되기 때문이다. 작가는 재료가 가지는 이러한 힘을 믿기에, 작업과정에 열의를 다한다. 그리고 완성된 작품은 지은 이의 공(功)을 보여주듯 어느 부분 하나 소홀한 흔적 없이 단단하게 자리하고 있다. 가히 당당하고 정직한 모습이다.

이찬주_우리집 시리즈 1호_합판, 각목, 철사, 노끈, 혼합재료_110×120×55cm_2017
이찬주_어제 위에 오늘, 오늘 아래 어제_합판, 각목, 철사, 노끈_73×190×85cm_2017

전시실에 들어서면 동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광경이 펼쳐진다. 공사 중인 작은 건물들과 그 위로 드러나 있는 골조, 그리고 크레인이 정갈하게 위치해 있다. 위를 올려다보면 각양각색의 열기구들이 공간을 부유하고 있고, 달을 닮은 듯한 이색적인 우주의 행성이 그 사이를 메우고 있다. 그 전경은 자연스레 감탄사가 나올 만큼 하나의 풍경으로도 손색없지만, 바로 눈앞에 있는 작품의 디테일에 곧 시선을 빼앗긴다. 가까이 다가가 살펴보다보면 재료와 형태에 대한 궁금증이 생긴다. 어느 지역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공사 중인 광경. 소음과 먼지가 날리는 시끄러운 상황에 으레 눈살을 찌푸리며 바삐 걸음을 재촉하는 광경을 생각하지만, 전시실 내로 옮겨진 그 풍경은 걸음을 멈추게 하고 오히려 더 가까이 보고 싶은 상황을 만든다. ● 이찬주는 같은 재료와 동일한 방식으로 완성되는 자신의 두 가지 작업의 유사점을 제기(提起)하며, 그것이 장소나 쓰임에 따라 노동의 가치가 달라지는 점에 대해 생각하며 '노동' 그 자체에 대한 선입견 없는 시선을 재고(再考)하고 있다. 어느 노동이 가치가 없을 수 있을까. 흔히 막노동이라 불리는 현장의 노동은 고되고 위험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값싼 노동으로 치부되고, 그저 그 재료를 작업실로 옮겨 작품으로 만드는 노동은 창조적인 예술의 활동이라 치켜세우는 허울에 대해 숙고하는 등 노동의 진정한 가치에 대한 반성적 접근을 하고 있다.

이찬주_옥탑 500에 30_시멘트, 각목, 합판, 철사_69×41×37cm_2013
이찬주_노동요展_성남큐브미술관_2018

최근 작업한 「우리집 시리즈 9호(KJ)」(2018)과 「우리집 시리즈 10호(SH)」(2018)은 보다 현실적인 재현을 위해 작가의 주변인을 대상으로 삼았다. 정처없이 떠다니는 열기에를 의존한 채 간신히 지어진 '우리집'은 완공되지 않은 구조물 위에 불안하게 서있다. 그럼에도 열기구 속의 빛은 온전히 '우리집'을 에워싸고 있고, 내려앉아 있는 따스한 온기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품으며 더 높은 곳으로 올려갈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있는 듯하다. ● 무분별하게 부서지고 세워지는 일년내내 공사 중인 척박한 도시의 풍경들. 작가는 그 안에서 살고 있는, 살아내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중첩시켜 재현했다. 그렇기에 전시를 보는 내내 땀내 나는 아버지의 고된 일상이 연상되고, 어머니가 차려주시는 따뜻한 밥상의 냄새가 그리워진다. 그리고 힘들지만 곧게 매일을 살고 있는 청년의 모습이 겹쳐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까닭에 다소 투박한 표정을 보이는 작품이 품어내는 기운은 더없이 따뜻하고 인간적이며 보는 이의 내밀한 감성을 자극한다. 이 모두는 곧 작가 본인의 품성이고, 그가 삶을 대할 때의 마음가짐에 다름 아닐 것이다. 이번 전시를 통해 '완공'을 향해 전진하는, 누구보다 '청년'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이찬주를 진심으로 응원하는 바이다. ■ 송의영

Vol.20180504k | 이찬주展 / ECHANZOO / 李贊柱 / 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