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러운 스펙터클 Smooth Spectacle

손경환展 / SOHNKYUNGHWAN / 孫卿桓 / painting   2018_0503 ▶︎ 2018_0523 / 월,공휴일 휴관

손경환_부드러운 스펙터클展_아트스페이스 그로브_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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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8_0503_목요일_05:00pm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월,공휴일 휴관

아트스페이스 그로브 ART SPACE GROVE 서울 강북구 도봉로82길 10-5 Tel. +82.(0)2.322.3216 artspacegrove.blog.me www.facebook.com/artspacegrove

내가 작업을 하기 위해 선택하는 소재는 대부분 우리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멀리 있는 우주적 대상(실재)과 우리 사이를 탈-거리화하며 원격현전하고 있는 우주의 초망막적 이미지(미디어를 통해 보는 관측된 실재)이다. 나는 이러한 소재를 탐색하고 작품을 제작하는 과정을 표현할 수 있는 것과 표현할 수 없는 것의 경계에 대한 지표 만들기라 생각한다. 예를 들어, 대상과 내가 너무나도 멀리 떨어져 있어 언제나 과거의 이미지만 볼 수 있다는 것(빛의 속도, 물리적 한계), 모든 정보를 인터넷을 통해 얻는다는 것과 그 정보가 내가 아는 모든 지식이라는 것(정보의 진위, 인식의 한계), 내가 작품으로 옮겨놓은 것은 정보라기보다는 대상에서 느낀 감정의 구체화라는 것(분절된 우주)이다.

손경환_기계, 미디어, 우주 : 1024×768pixel_iPad_가변설치_2018
손경환_부드러운 스펙터클展_아트스페이스 그로브_2018

물리적 한계 ● 지구에서 달까지 빛의 속도로 1.3초가 걸린다. 거리로 약 38만 km인데 이 반경은 전자기파(빛)를 이용하는 현대의 정보통신에 있어 쌍방향 통신을 주고받을 때 사용자가 실시간real-time이라고 느낄 수 있는 영역이기도 하다. 이 영역을 넘어선 시공간에 존재들은 어떤 방법으로 관찰한다고 하더라도 관측자와 같은 시간에 있지 않다. 예를 들어 우리가 보는 태양은 8분 전의 모습이다. 무엇도 빛보다 빠를 수 없기에 달 너머의 시공간에 있는 존재들은 모두 유령 같은 과거의 이미지이다. 나는 이러한 우주적 존재들이 실체를 확인할 수 없고, 모든 것이 정보로만 이루어져 있기에 보드리야르Jean Baudrillard가 얘기하는 시뮬라크르simulacre 같다고 생각한다.

손경환_Spectacle : 564×564pixels_종이에 목탄, 색연필_18.4×18cm_2018
손경환_Spectacle : 564×558pixels_종이에 목탄, 색연필_18.4×18cm_2018
손경환_Spectacle : 564×530pixels_종이에 목탄, 콘테_120×115cm_2018
손경환_Spectacle : 2099×700pixels_종이에 목탄, 콘테_240×115cm_2018

인식의 한계 ● 인류는 자신들의 육체적 한계를 넘어서는 관측 기계들(초거시경super telescope, 우주 탐사선space probe)을 개발하여 우리의 존재론적 가치를 정립하기 위해 외계를 탐색하고 인식의 영역을 확장해왔다. 인류가 인식하는 우주는 기술의 발전과 함께 나날이 넓어지고 세밀해지며, 이와 함께 대중에게 공개되는 정보 또한 점점 더 방대해지고 인터넷을 통해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은 실로 경탄할만한 일인데, 단적인 예로 1979년 보이저 1호Voyager 1가 촬영한 목성의 사진과 2016년 주노Juno spacecraft가 촬영한 사진을 비교해보면 그 차이를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은 대상을 더욱 하이퍼리얼hyper reality하게 만들 뿐 실체에 가까워지지는 않는다. 내가 작업의 소재로 우주의 이미지를 선택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어떠한 방법으로도 실체를 직접 확인할 수 없는 우주의 이미지야말로 시뮬라시옹simulation(시뮬라크르의 과정)을 넘어서 실재의 존재에 의문을 가질 수 있는 대상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결말은 허무하다. 실재의 존재에 대한 의문은 실체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망상을 키울 뿐 그 무엇도 해결해주지 않는다.

손경환_부드러운 스펙터클展_아트스페이스 그로브_2018
손경환_실재, 관측, 미디어에 대한 오러리 모델_혼합재료_가변설치_2018
손경환_실재, 관측, 미디어에 대한 오러리 모델_혼합재료_가변설치_2018_부분

분절된 우주 ● 나는 스마트폰 같은 작은 미디어 기기를 통해 우주적 대상에 대한 정보와 이미지를 수집한다. 이러한 수집 행위는 여전히 허무하지만, 나의 관념 속에 존재하는 우주적 대상을 스펙터클spectacle하게 만든다. 작은 화면을 통해 보는 우주는 나에게 칸트Immanuel Kant가 말하는 숭고sublime(자연의 규모와 그 힘이 인간의 측량한계를 넘어설 때 느끼는 고통과 쾌가 섞인 상호 모순된 정서)와 비슷하지만 그보다 부드러운(쾌와 불쾌의 양가적 감정이 덜한) 감정을 일으킨다. 나는 이 감정을 유사 숭고pseudo-sublime라 부르며, 이것을 표현하기 위해 회화와 다양한 매체를 이용한다. 나의 작업은 어쩌면 표현할 수 없는 것을 표현하려 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20세기 색면추상이 보여주는 완벽한 관념적 숭고를 추구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재현을 통해 계속해서 업데이트되는 이미지들과 확장되는 한계들에서 느껴지는 감정(유사 숭고)을 표현하고자 한다. 앞서 얘기한 한계들과 이러한 감정이 기반이 된 나의 작업들은 결국 우주적 대상(실체)과도 우주적 대상의 이미지(시뮬라크르)와도 완벽하게 동일시 될 수 없는 분절된 우주가 된다. ■ 손경환

Vol.20180507e | 손경환展 / SOHNKYUNGHWAN / 孫卿桓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