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성의 공간, 몸과 ∞의 관계 Maternal Space, Body & Infinity

김하린展 / KIMHARHIN / 金霞璘 / mixed media   2018_0509 ▶ 2018_0522

김하린_Maternal Space & Golden Milk Path_혼합재료_가변크기_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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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1:00am~06:00pm

갤러리 도스 Gallery DOS 서울 종로구 삼청로7길 37(팔판동 115-52번지) B1 Tel. +82.(0)2.737.4678 www.gallerydos.com

김하린: 모성의 공간과 여성성 ● 갤러리 도스에서 개최되는 김하린의 『모성의 공간, 몸과 ∞∞의 관계(Maternal Space, Body and Infinity)』는 작가 개인의 경험에서 축적되어 온 일종의 '글쓰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스스로 경험한 여성성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김하린의 개인전은 「모성의 공간」, 「내 피부같은 담요」, 「황금 젖길」, 「수 천년을 살아온 자아에 대한 이야기」와 같은 설치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러한 작품들은 작은 챕터를 구성하듯이, 자서전적이고 자기 고백적인 내러티브로 가득차 있다. ● 김하린의 작업에서 보여지는 이러한 여성주의적 경향은 여성이 경험할 수 있는 출산이나 육아에 대한 경험만이 아니라, 이러한 것이 사회적인 관계성으로 확장되어 가는 지점들도 만날 수 있다. 이것은 자연과 대지의 일부로서 인간성이 형성되는 유기적 과정이나, 자연과 인간의 치열하고 불가항력적인, 때로는 자기파괴적인 현재의 문명사와 연결되는 비평적 관점들을 아우른다.

김하린_Maternal Space_혼합재료_78×137×67cm_2018_부분

욕조형태로 구성된 설치 작품은 「모성의 공간(Maternal Space)」으로, 젖병 꼭지들로 욕조 외관을 뒤엎고 있는데, 작가는 라텍스 젖병 꼭지들을 고무액으로 주형을 해서 만들어 이를 금사로 연결해 반복성을 구성하고 있다. 이러한 금사는 마치 우리의 몸을 구성하는 모세혈관으로 보이거나 머리카락, 신경기관, 감각기관, 혹은 금색으로 된 핏줄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의 작업은 우리의 몸과 일상생활에서 유추할 수 있는 모티프로 모두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익숙하고 편안한 오브제를 환기시킨다. 그러나 반복적으로 배치된 동일한 오브제는 그의 작업에서 익숙하지 않은 새로움을 유발한다. 이것은 동시에 심리적으로 불편한 언캐니한 감정을 환기시킨다. 이러한 「모성의 공간」은 여성의 자궁처럼 특정 대상을 상징하기도 하지만, 어머니의 자궁이 어둡고 축축하면서도 새로운 생명의 공간이듯, 욕조는 새로운 몸이 생성되는 공간이기도 하다.

김하린_Blanket like my Skin-DOS2018_혼합재료_가변크기_2018
김하린_Blanket like My Skin-DOS2018_혼합재료_가변크기_2018_부분

여성으로서의 글쓰기, 혹은 '여성적 글쓰기(ecriture feminine)이라고 말할 수 있는 김하린의 또 다른 내러티브는 갤러리의 대형설치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내 피부같은 담요-Dos 2018(Blanket Like My Skin – DOS 2018)」에서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한다. 이 설치는 죽은 나무 6그루와 드로잉 설치로 구성되어 있다. 멀리서보면 상당히 아름다운 형상으로 보이지만, 죽은 나무를 서로 연결해주는 잎처럼 보이는 형상들은, 작가가 일상에서 주운 포장지나, 이면지 등 다양한 생활 쓰레기를 조합해서 만든 작품이다.

김하린_Blanket like My Skin-DOS2018_혼합재료_가변크기_2018_부분
김하린_Blanket like My Skin-DOS2018_혼합재료_가변크기_2018_부분

이것은 파운드 오브제를 사용해 새로운 패턴을 드로잉하고 이를 연결해서 대형 작업으로 구성해 나가는 방식을 취한다. 이러한 형상을 서로 연결하는 '바느질'의 행위는 조각을 연결해서 사람들이 덮을 수 있는 담요를 만들어 나가는 수행성(performativity)이 반영된 작업이다. 이러한 수행적 행위를 바탕으로, 작가는 과거에 여성들이 취했던 바느질이나, 퀼트 작업 등을 통해 여성들의 소서사, 익명의 여성들이 취했던 행위를 생명을 만드는 행위로 치환시킨다. ● 「내 피부같은 담요」는 인간에게 온기를 줄 수 있는 따뜻한 행위의 발현으로, 죽어 버린 나무에서 생명을 주려는 의도를 반영하고 있다. 이것은 인간과 여성을 대지의 일부로 보는 지점과 유사하기도 하지만, 작가는 그러한 단순한 관계성을 떠나 여성적 글쓰기로서 이러한 작품들은 부유하는듯한 생명체의 발현으로 드로잉은 이러한 생명성이 각인된 살아있는 은유성을 반영한다. 그것은 촉지적이며 감각적이라서 꿈틀꿈틀 살아 숨 쉬는 심장박동처럼 느껴진다.

김하린_수 천년을 살아온 자아에 대한 이야기_캔버스에 혼합재료_142×187cm_2010
김하린_∞ , Lumen Naturae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30×194cm_2018
김하린_∞ , Childen of Stars_패널에 혼합재료_2017

인간의 몸은 한 개인의 몸으로 구성된 결정체라고 말할 수 없다. 우리의 몸에는 여러 세대를 통해 이어온 유전자 등과 같은 생물학적인 속성 이외에도 세대를 통해 전승되는 정체성이 구축되어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수 천년을 살아온 자아에 대한 이야기( A Story about The Self that Has Been Living for Thousands of Years)」는 우리의 몸과 마음 속에 여러 세대 동안 이어진 속성들이 전승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 작품은 강한 생명력이 출현하거나 마치 강하게 진동하는 것 같은 움직임, 혹은 진동을 느낄 수 있다. 수 세대를 걸쳐 인간의 몸에 축적된 여성성은 여러 세대의 몸을 통해 매개되고 '전승'되는 상징체인 것이다. 이 작품은 배아모양을 하나씩 그려 잘라내는 반복적인 과정을 통해 지금과 과거, 그리고 그 사이에 존재하는 많은 세대의 시간성을 중첩시키고 있다. 무한성을 상징하는 「Children of Stars」도 이러한 작업의 연장선상에서 익명의 어머니들의 몸과 그들이 전하는 소소한 서사에 몰입하게 한다.

김하린_Rotte Tree_She Who Saw Everything(Abyss)_마일라에 혼합재료_214.5×106.5cm_2009

김하린의 작업은 그동안 수많은 미술가들이 우리의 몸과 자연에 대해 화답해 왔지만, 자신의 경험을 통해 구축하는 일종의 '여성적 글쓰기'로서 화자의 중심에는 자신이 있으며, 여러 세대에 걸쳐 여성성을 통해 구축해온 경계에 있었거나 주변부에 머물렀던 이야기가 작품의 중심으로 진입하고 있다. 김하린의 작업에서 글쓰기로서 그림을 그리는 행위는 세대를 대변하는 대서사가 아닌 작은 내러티브이며, 이러한 행위는 자서전적이고 자연, 환경과의 대척점이 아닌 하나의 생명체로 연결되는 유기성을 띤다. ■ 정연심

Vol.20180509g | 김하린展 / KIMHARHIN / 金霞璘 / mixed 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