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몰가부를 내놓겠는가

한국의 문화, 한국인의 성   지은이_문영태

지은이_문영태 || 판형_4×6배판(19×24cm) || 쪽수_310쪽 발행일_2018년 5월 10일 || 가격_비매(500부 한정판) || 출판사_민예사랑

편집 / 문영태 추모위원회 (신학철_조문호_홍선웅_장경호 이인철_박불똥_박건_김진하_양정애)

민예사랑 경기도 김포시 월곶면 문수산로 434 Tel. +82.(0)10.5357.5256

책 머리에 ● 문영태 형은 늘 나에게 도인으로 다가왔다. 내가 노화랑, 동산방, 학고재 등에서 기획한 옛 그림 전시에 거의 빠지지 않고 발길을 주었다. 지팽이를 짚고, 우리네 회화가 이렇게 좋다고 동양 사상이든 서양 철학이든 연계해가며 열변을 쏟곤 했다. 명작에 지독한 애정표현을 서슴지 않았고, 수묵화 형식에서 현대적 조형미를 적절히 읽어내었다. ● 『한국의 문화, 한국인의 성』은 90년대 말 『사회평론 길』에 연재했던 문영태 형의 글이다. 늦었으나마 단행본으로 펴낸다니 감회가 새롭다. 반갑고, 축하드린다. ● 그는 성(聖)과 성(性), 몸 감추기와 드러내기, 심지어 젓가락과 숟가락에서 천지 음양과 남녀의 성을 빗대어 얘기한다. 단군신화 읽어내기, 유난히 성기가 컸다는 지증왕의 첫날밤 상상하기, 혜원 신윤복의 『월하정인月下情人』에 담긴 남녀 애정사 보기, 남근석이나 선돌의 민속신앙 거들기 등 다채롭게 한국인의 성을 만난다. 모계사회와 결혼제도부터 현대사회 성의 불평등 문제까지, 동양과 서양이나 과거와 현재를 넘나든다. 그의 논지는 때론 유쾌하고, 때론 무릎을 치게 하고, 때론 심각하게 한다. ● 이 책은 몸의 원초성과 성문화를 통해 한국인만이 아닌, 사람과 삶을 샅샅이 살펴놓은 명저로 꼽을 만하다. '인간의 자연'을 이리 깊게 사유하던 형을 새삼 떠올리게 한다. 그 도인의 풍모와 사근사근 자기 생각을 설득하던 부산 사투리가 그립다. ■ 이태호

편집후기 ● 이 책은 화가이자 80년대 문화운동가인 故문영태(1950-2015) 선생의 추모를 위해 엮었다. 문영태 선생은 1980년대 화가로 출발해서 전시_출판기획, 민중문화운동, 글쓰기까지 아우른 실천적 예술인이자 지식인이었다. '문영태 추모위원회'에서 화집을 엮기 위해 자료를 정리하던 중, 1996년 부터 1998년까지 「한국의 문화, 한국인의 성(性)」이 연재된 월간 『사회평론 길』24권을 발견했다. 글이 재미있고 내용의 심도 또한 깊은 까닭에, 또 양이 많은 관계로 이 연재물을 화집과는 별개의 단행본으로 묶기로 했다. 지금 다시 읽어도 그 내용이나 다채로운 문장이 주는 맛깔스러움이 단행본으로 엮어도 모자람이 없다는 판단이 들어서였다. ● 민속사_미술사_현대미술_사회사_여성사를 아우른 다양한 인문적 지식들로 이 글들은 채워졌고, 한국의 성(性)문화와 성 의식에 대한 접근방식은 한층 읽기의 흥미를 북돋는 것이었다. 또한 젠더적 감수성과 인식을 질펀한 판소리 같은 문체로 발효시킨 내용은, 지금 한국사회에서 진지하게 생각해보아야 할 성(性)문화의 수평적인 시각과 담론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었다. 그런 글쓴이의 문화론적 의도는 연재를 시작할 당시 『사회평론 길』의 편집진 글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 ● "90년대 한국 문화 사회에 초미의 관심사 중의 하나는 성(性)이다. 그러나 그에 관한 논란은 기묘한 지점에서 기형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모두가 서구적 논리와 언어로 휘황하지만 빈약하게 허공을 맴돌 뿐이다. 또 엉뚱하게 뻗어나간 관심은 이 사회가 온통 관음증 환자들의 병동인 것처럼 보이게도 한다. 문영태는 이러한 논의들의 뿌리를 더듬어간다. 그것은 우리 문화의 뿌리를 찾는 일이고, 또 삶의 뿌리를 찾는 작업이다. 우리 문화와 삶 속에서 성은 늘 자연스럽게 자리하고 있었기에. 연재될 그의 글들은 그래서 또한 뿌리 없는 성에 관한 담론들에 뿌리를 찾아주는 일이기도 하다." ● 22년 전의 이런 기획 의도가 지금의 현실에도 여전히 유효한지에 대해선 사람마다 그 입장이 다를 것이다. 그러나 이 글이 쓰인 20세기말 새로운 밀레니엄을 맞는 시공간에서의 사회 분위기와 2018년 지금의 문화 환경을 대비하는 바탕에서 읽으면, 지식과 흥미_감성과 논리_과거와 현재가 두루 교직되며 현재의 성 문화와 젠더에 대한 사유가 좀 더 깊어질 것이다. ● 그래서인지 이 책의 주제에 대한 접근방식도 마치 현대미술처럼 복합적인 줄기들로부터 몸체로 모여져 있다. 성에 대한 그의 사유의 작동방식이, 근대 이전의 원근법적 일점 투시를 넘어서서 다시점에 의한 입체주의적 방식처럼, 여러 학문과 생활과 예술을 통섭해서 아울렀다는 것이다. 인문학적 내용임에도 딱딱하거나 지루하지 않고, 일상적 이야기처럼 쉽게 읽히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 이 책을 유고집으로 엮으면서 아쉬운 부분도 물론 있다. 저자의 타계로 인해 글의 전체적 맥락을 보완하지 못하고 연재된 상태 그대로 묶었다는 점이 그렇다. 그러나 글쓴이의 날것 그대로의 원고를 윤색하지 않음으로, 저자의 사유 과정에 독자들이 직접적으로 접근_감지_이해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 여긴다. 그래서 이 편집의 미완성이, 역설적으로 독자들의 이 책 읽기에 능동적으로 작용하기를 바란다. ■ 문영태 추모위원회

Vol.20180510c | 누가 몰가부를 내놓겠는가-한국의 문화, 한국인의 성 / 지은이_문영태 / 민예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