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필적 고의

정재원展 / JUNGJAEWON / 鄭在媛 / painting   2018_0510 ▶ 2018_0614 / 일요일 휴관

정재원_개포림(開浦林) Gae-po Forest_종이에 혼합재료_106×130.2cm_2017

초대일시 / 2018_0518_금요일_06:00pm

2018 SHINHAN YOUNG ARTIST FESTA

프리오픈 / 2018_0510_목요일 런치토크 / 2018_0525_금요일_12:0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일요일 휴관

신한갤러리 광화문 SHINHAN GALLERY GWANGHWAMUN 서울 중구 세종대로 135-5(태평로 1가 62-12번지) 4층 Tel. +82.(0)2.722.8493 www.shinhangallery.co.kr

정재원의 「위태로운 낙원」에 대하여 ● 정든 집을 떠난다는 것은 여간 섭섭한 일이 아니다. 집을 떠난다는 것은 단순히 잠자리를 옮긴다는 뜻이 아니다. 그곳에서의 이러저러한 경험들과 헤어진다는 것을 뜻한다. 정재원의 그림은 작별이라는 주제와 관련이 있다. 특히 아파트 단지의 재건축을 진행하면서 방치된 나무, 그 나무와의 헤어짐이 그가 주목하는 주제이다. ● 그의 그림은 나무와 숲으로 가득 차 있다. 나뭇가지들이 무수히 쌓여 있기도 하고 울창한 나무들이 들어차 있기도 하다. 그런데 어떤 것들은 밑동이 싹둑 잘려나간 것도 있고 추운 겨울에 흰 눈 사이로 간신히 고개를 내민 것도 있다. 그의 풍경에는 평범해 보이지만 평범하지 않은 애수의 멜로디가 잔잔히 흐른다. ● 정재원은 「위태로운 낙원」, 「불완전한 풍경」, 「개포림(林)」, 「정지된 시간」, 「가을의 마지막 소리」, 「같은 공간, 다른 시간」, 「가을과 겨울 사이」와 같은 타이틀에서도 알 수 있듯이 개발을 앞둔 아파트 단지를 철거하면서 벌목되고 쓰러져 있는 나무들을 보며 느낀 공허감을 표현한 것이다. ● 사람들은 떠났지만 여전히 다음 계절을 준비하고 있는 나무들은 묵묵히 그들만의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인적이 끊기고 오로지 자연스러움만이 남아 있는 이곳은 그 어느 때보다 계절감이 크게 느껴졌다. 아파트보다 훨씬 크게 자란 거목들이 사람들이 떠난 빈자리를 풍요롭게 채워주고 있었는데 공허함과 풍요로움, 아름다움과 쓸쓸함, 이별과 새로운 시작이 공존하고 있는 아이러니하면서도 미묘한 곳이었다.(작가노트 중에서) ● 작가는 주민들이 떠나면 이곳에서 함께 살던 나무들은 도대체 어디로 가는 걸까? 또 재건축과정에서 왜 사람만 떠나고 나무는 사라져야하는 걸까? 하는 물음을 던지게 되었다. 메타세쿼이아, 플라타너스, 향나무, 소나무, 은행나무 등 여러 나무들의 대부분은 얼마 안 있어 개발과 함께 사라져버릴 것이다. 실제로 단지 내 일부의 나무만 이식되고 나머지는 모두 벌목될 예정이라고 하니 여간 안타까운 사연이 아닐 수 없다.

정재원_가을과 겨울 사이Ⅰ Between Fall and WinterⅠ_ 종이에 혼합재료_97×130cm_2017
정재원_울림(鬱林) Deep Forest_종이에 혼합재료_97×130cm_2018

이런 풍광을 작가는 세 단계로 포착하고 있다. 그것은 아직도 옛 모습을 간직한 울창한 숲의 모습이고 다른 하나는 벌목되어 볼품없게 되어버린 모습, 그리고 죽음과 탄생이 혼재하는 모습을 담은 것이 그러하다. 첫 번째 단계에선 여느 숲과 마찬가지로 나무와 넝쿨이 무성한 풍경이 분홍빛이나 초록색, 또는 푸른 색조에 담겨 나타나고, 두 번째 단계에선 생명력을 잃은 나무와 주변 건물이 죽음을 암시하는 흑백의 이미지로, 세 번째 단계에선 건강한 생태와 벌목된 나무가 혼재된 모습으로 한 화면에 담긴다. 특히 세 번째 유형의 경우, 멀리서 보면 하나의 평범한 공간처럼 보이지만 근거리에서 보면 분할된 작품 프레임으로 되어 있다. 작가에 따르면 그것은 각각의 시간과 공간, 기억과 경험을 담고 있어 서로 다른 시공간이 변이되는 순간을 형용하고 있다. 이것은 그가 인적 없는 아파트를 갔을 때 느꼈던 공허함과 풍요로움, 아름다움과 쓸쓸함, 이별과 새로운 시작이라는 서로 상반된 감정과도 일치한다. 기록적인 의미가 담긴 풍경이지만 곧 죽음을 맞이하게 될 나무에 대한 레퀴엠과 같은 것이다. ● 그런 모습은 「정지된 시간」속에서도 찾아진다. 앙상한 나무 사이로 퇴락한 아파트의 이미지가 꼭 폐허처럼 황량하기 짝이 없다. 화면은 앙상한 가지와 어울려 쓸쓸한 아파트를 상징적으로 표상하고 있다. 게다가 시선까지 비틀어 보는 이에게 심적 불편함마저 느끼게 한다. ● 또 한가지 이번 작품전에서 작가는 공사용 비계(飛階)에 그림을 붙이는 설치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비계란 건물을 지을 때 재료를 운반하거나 안전을 위한 발판으로 그의 그림이 심미적인 목적으로 그려진 것이 아니라 재건축이라는 이름하에 자행되는 자연 약탈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데이비드 소로우(David Thoreau)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는 얼마나 신비로운가? 이곳만큼 화려한 보석가게가 또 어디 있겠는가?" 라고 감탄했는데 현실에서는 약탈과 파괴행위가 어떤 제재도 받지 않고 행해지고 있다. '세계의 보존은 야생 속에 있다'는 구호조차 효용성을 추구하는 현실에서는 유명무실하다. ● 작가는 '개발'과 '재건축'이라는 이름으로 가차없이 잘려나가는 나무들의 모습을 통해 관객들에게 인간의 무분별한 행동이 얼마나 이기적인 일인지 일깨워주고 있다. "아무 것도 모른 채 다음 계절을 준비하고 있는 찬란한 나무들을 작품 속에서 영원히 기억하고 애도한다"는 말에서 자기 본위의 인간성을 인식하게 된다.

정재원_같은 공간, 다른 시간 Different times in the Same Space_ 종이에 혼합재료_145.5×224.2cm_2018

정재원은 기로에 선 현실의 묘출에 만족하지 않고 한걸음 더 나간다. 환경에 대한 위기의식과 복원에도 적극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촉구하는 것 같다. 자연의 질서가 무너지면 결국 그 피해는 인간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게 된다. ● 우리 주위에서 환경의 위기 문제에 한껏 목소리를 높이는 작가들을 볼 수 있다. 숯과 뼈와 같은 강렬한 느낌을 주는 싱가포르의 작가 사이 포의 「블랙 포레스트」(Black Forest) 역시 환경 파괴의 심각성을 보여준 사례이다. 자독 벤 데이비드(Zadok Ben-David) 역시 스틸로 2만개의 불에 탄 소형 나무 모형을 설치하여 자연 파괴의 심각성을 공론화한 바 있다. 이제 환경 문제의 심각성은 예술가들도 위기의식을 느낄 만큼 긴급한 인류의 아젠더가 되었다. 환경 보호론자가 아니더라도 자연파괴는 우리가 직면한 문제가 되었다. 작자 미상의 옛 시인은 '낙화인들 꽃이 아니랴 쓸어 무삼하리오' 하며 떨어진 꽃 한 송이도 귀히 여겼건만 근래에는 오래 된 아름드리나무를 베어내도 눈 깜짝하지 않는다. 자연의 혜택을 누리면서도 실제로는 숨어있는 다람쥐처럼 사람들 눈에 띄지 않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자연의 아름다움이 실용성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는 것을 왜 모를까? ● 한 방울의 이슬에서, 풀잎에서 아름다움을 구하는 것은 쉬워도 위태롭고 불완전한 곳에서 아름다움을 구하는 것은 어렵다. 그러나 망가진 것 가운데서도 생명의 아름다움이 피어나는 것을 볼 때야말로 우리는 감탄을 금치 못하게 된다. 그것은 불길이 휩쓸고 간 숲에서 새 싹을 보는 것과 같다. 불완전한 것이야말로 우리의 우울한 실재가 아닐런지... 정재원은 나무와 숲, 넝쿨 등을 다독거리듯 조심스럽게 대한다. 비록 나무에 불과하지만 그것에 생명이 깃들어 있기에 호흡을 가다듬고 애정을 쏟는 것이다. 이것이 나무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그는 생각하는 듯하다. 그에게 나무는 단순한 피사체가 아니요 우리와 함께 하는 존재요 돌봐주어야 할 대상인 셈이다. 자연의 경이를 잃어버린 시대에 주어진 것에 대한 돌아봄과 보살핌을 촉구하는 정재원 작품에 담긴 의미를 곱씹어볼만하다. ■ 서성록

정재원_불완전한 풍경Ⅰ Incomplete LandscapeⅠ_종이에 혼합재료_50×72.7cm_2017

최근 주변에서 일어나는 재건축 현장을 보며 개발로 인하여 변화된 풍경에 주목하게 되었다. 학창시절 많은 시간을 보냈던 개포동 주공 아파트 단지를 다시 찾아갔을 때의 모습은 상당히 변화된 모습이었다. 재건축을 앞둔 사람들은 아파트를 떠났고 나무들은 벌목되어 있었다. 사람도 나무도 떠난 이곳에 알 수 없는 공허함이 가득했다. ● 작업은 '사람은 떠날 수 있다. 그러면 나무는 어떻게, 어디로 가는가?' 라는 물음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이 곳은 아파트 단지임에도 불구하고 메타세쿼이아, 플라타너스 나무, 향나무, 소나무, 은행나무 등 다양하고 수많은 나무들이 건강하게 자라날 수 있는 좋은 환경이다. 아직 한참의 시간이 남아있는 나무들이지만, 재개발 이후 그들의 시간은 거세된다. 단지 200여 그루만이 이식되고 나머지는 모두 벌목될 예정이라고 하니 곧 이전의 풍성했던 개포동 주공 아파트 단지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게 될 것이다. ● 그 아쉬움에 철거가 얼마 남지 않은 14단지를 시간이 날 때마다 찾아갔다. 사람들은 떠났지만 여전히 다음 계절을 준비하고 있는 나무들은 묵묵히 그들만의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인적이 끊기고 오로지 자연스러움만이 남아있는 이 곳은 그 어느 때보다 계절감이 크게 느껴졌다. 아파트보다 훨씬 크게 자란 거목들이 사람들이 떠난 빈자리를 풍요롭게 채워주고 있었는데, 공허함과 풍요로움, 아름다움과 쓸쓸함, 이별과 새로운 시작이 공존하고 있는 아이러니하면서도 미묘한 곳이었다. ● 그리고 돌아올 수 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는 나무들의 마지막 모습을 프레임 속에 담아내기로 하였다. 사람들과 오랜 시간을 함께해준 나무에 대한 기록이자 애도였다. 살아남은 나무들도 죽음은 면했지만, 자신의 오랜 터전을 빼앗긴 것은 사실이다. 작업은 멀리서 바라보면 하나의 시간과 공간을 가진 숲 속 풍경이다. 재건축을 앞둔 모습이라기 보다는 그저 밀림에 가까워 보인다. 그러나 작품 속을 가까이 들여다보면 여러 프레임들이 분할되어 있음을 알 수 있는데, 프레임 속 장면들은 재개발 과정에서 고사된 나무들의 쓸쓸한 모습과 아무것도 모른 채 제 자리를 지키고 서 있는 나무들로 혼재되어 있다. 프레임 속 현실은 죽음을 앞둔 나무들, 버려진 공간이다. 즉, 처음 작품을 볼 때는 단순히 아름다운 풍경처럼 보이나 그 내면에는 무분별한 개발로 미래를 거세당한 나무들의 처참함이 묻어 있다. ● 재건축 현장은 과거의 추억, 남아있는 식물들이 만들어내고 있는 현재의 풍경, 앞으로 재건축을 거쳐 발생하게 될 미래의 시공간이 변이되고 있는 그 찰나에 있다. 죽음을 앞둔 공간이지만, 동시에 곧 다시 탄생할 공간이기도 하다. 쓰러진 나무들과 죽음을 앞둔 나무들로 이루어진 울림(鬱林)은 삶과 죽음의 경계를 보여주는 동시에 같은 듯 다른 여러 개의 시공간을 이야기하고 있다. ● 재건축 과정에서 인간에게만 허락된 이주와 공간, 자연의 불가함이 단기간 안에는 이상적으로 보일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 봤을 때 옳은 일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할 일이다. 또한, 인간이 자연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가하는 자연적 조건이나 사회적 상황, 태도에 대해서도 성찰해보고자 한다. 강제적 죽음과 이동을 당하는 나무의 모습을 통해 관객들에게 인간의 무분별한 개발 뒤에 가려진 자연의 씁쓸한 입장을 다시 한 번 인식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 정재원

정재원_위태로운 낙원Ⅱ Paradise at StakeⅡ_종이에 혼합재료_27.3×34.8cm_2017 정재원_위태로운 낙원Ⅰ Paradise at StakeⅠ_종이에 혼합재료_27.3×34.8cm_2017

I've come to notice changing sceneries due to fast-paced reconstruction sites around myself. When I visited apartment area in Gaepo-dong, where I have spent most of my school life, it had become very different. People have left the apartments and trees were cut down. With people and trees gone, it was filled with somewhat unexplainable emptiness. ● My works began with the question "People can leave. What about trees, how and where do they go?" Although this is an apartment area, it is a perfect place for trees such as Metasequoia, Plane, Juniper, Pine, and Ginkgo to grow flourishingly. Although these trees have a lot of time left for now, their moments will be deducted after the reconstruction. Only 200 trees will be relocated and the rest are going to be cut down; soon it will be impossible to find Gaepo-dong apartments area full of trees. ● With a bit of sadness, I visited the place whenever I had some time. People had already left, but the trees – preparing for the next season – were there to make new sceneries. This place with no human presence but only the nature was filled with seasonal sense. There were trees bigger than the apartments, and they were filling in the emptiness that human had left behind. The place was ironic and delicate by letting emptiness and fullness, beauty and loneliness, and good-byes and new starts to co-exist. ● So I have decided to convey trees', which are spending their uncollectible time, moments within my frames. It was both the records and condolences to the trees that have spent a long time with human. Though they got away with death, it is true that the trees survived have lost their long-time home. My works seem like a forest with one time frame and one sense of space in a distance. They look more like a thick, dense forest than a place facing reconstruction. But if you look closer, you would realize that the frames are divided; they are a mix-up of lonely images among defoliated trees due to the reconstruction, and images of trees keeping their spaces not realizing what is going on. The reality within the frames is trees facing death, the abandoned space. Hence, when seeing the works first they come as beautiful sceneries, but within them lie trees' – with their future cut off due to reckless reconstruction – tragedy. ● The reconstruction site is at the brink of memories of the past, sceneries by plants in the present, and changing space of the future resulted by the reconstruction. It is both a space facing death and new birth. Forest with fallen trees and trees fronting death shows the boundary of life and death, and tells various time and space that are somewhat same but different. ● Through the reconstruction process, the act of moving and sense of space that are permitted only to human and not to the nature might seem idealistic at the moment, but it needs to be thought thoroughly on whether that is a right thing in the long term. Also, I want to bring a light to conditions of nature that can be affected both directly and second-handedly by human, social situations, and behaviors. With trees faced with forced death and displacement, I hope this would be an opportunity to bring awareness to nature's tragic state that is shadowed by human's thoughtless exploitation. ■ Jung Jaewon

Vol.20180510f | 정재원展 / JUNGJAEWON / 鄭在媛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