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를 가다: 목수와 도공

김시영_이정섭 2인展   2018_0518 ▶︎ 2018_0720 / 백화점 휴관일 휴관

경계를 가다: 목수와 도공-김시영_이정섭 2인展_대구신세계갤러리_2018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주관 / 신세계갤러리

관람시간 / 10:30am~08:00pm / 금~일요일_10:30am~09:00pm / 백화점 휴관일 휴관

2018_0518 ▶︎ 2018_0617

대구신세계갤러리 DAEGU SHINSEGAE GALLERY 대구시 동구 동부로 149 동대구복합환승센터 대구신세계백화점 8층 Tel. +82.(0)53.661.1508 shinsegae.com

2018_0620 ▶︎ 2018_0720

신세계갤러리 센텀시티 SHINSEGAE GALLERY CENTUMCITY 부산시 해운대구 센텀남대로 35(우동 1495번지) 신세계 센텀시티 6층 Tel. +82.(0)51.745.1508 shinsegae.com

신세계갤러리에서는 각 장르가 갈 수 있는 경계선 끝에서 새로운 시도를 열어가고 있는 목수 이정섭과 도공 김시영의 전시를 개최한다. 두 작가의 작품에서는 성격은 다르지만 잠재되어있는 힘을 느낄 수 있다. 이정섭의 가구에서는 고요함과 벅찬 긴장감이 맴돈다. 정확한 비례와 군더더기 없이 섬세하게 빚어낸 형태에서 기인한 정적이 담고 있는 에너지이다. 김시영의 도자기는 뭉개지고 무너진 형태 안에 흔적으로 남은 작가의 의지와 불과 흙의 절정에서 빚어진 틀을 벗어난 자유로움과 다채로운 색상이 뒤섞여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 같은 고체화된 에너지를 뿜어낸다. 또한 옛 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것을 창조할 뿐 만 아니라 이제는 그것을 넘어서 '세상에 없던 아름다움'을 구현하고자 한다. 이정섭은 철저하게 이성적으로 연구하고 계산하여 가구의 본질을 극단적으로 추구하여 미니멀의 극치라는 호칭을 얻었다. 이제는 한걸음 더 나아가 재료의 경계를 넘나들며 또 다른 에너지를 시도하고 있다. 김시영은 도예의 가장 큰 존재근거인 실용성과 전통적 형태를 버림으로써 장르의 한계를 파괴하고 새로운 장르를 창조해내고 있다. 두 사람이 각자의 극단을 극복하고 경계를 넘나들어 만들어내는 작품들을 감상해보길 바란다. ■ 신세계갤러리

경계를 가다: 목수와 도공-김시영_이정섭 2인展_대구신세계갤러리_2018
경계를 가다: 목수와 도공-김시영_이정섭 2인展_대구신세계갤러리_2018

흑색 유약을 뜻하는 '흑유黑釉'란 단어 자체가 우리에게 낯설 정도로 이것은 우리의 도자 역사에서도 홀대를 받아왔다. 자랑스러운 한국의 도자기 역사에서 늘 칭송되는 것은 고려의 청자와 조선의 백자, 그리고 분청사기다. 흑유 자기는 철이 함유된 유약을 발라 청자나 백자보다 더 높은 온도로 구워내는 만큼 기술적으로도 고난이도에 속한다. 흑자는 그릇의 다양성을 추구하는 고려시대에 성행했다가 절제와 검박을 중시하는 조선시대에 쇠퇴했고 20세기에는 더욱 쇠잔해졌다.

김시영_달항아리

1988년, 강원도 홍천에 '가평요'라는 작업장을 만들어 그때부터 흙과 불, 유약과 씨름하기를 30년째 이어가고 있다. 단절된 흑자의 세계를 되살리려면 전통이 아직 살아 있는 청자나 백자를 굽는 것보다 몇 배의 노력을 해야 한다. 독학으로 수천 번의 가마 작업 끝에 그는 재료를 통제하는 경지에 이르렀다. 특히 그가 궁금해했던 것은 자기의 빛이다. 아름다운 빛을 만들어내고자 그는 전국을 돌며 직접 흙을 찾기도 한다. 그리하여 김시영의 흑자는 단순한 검정색이 아니다. 어떻게 이런 빛을 빚어낼 수 있을까? 김시영은 가마 온도의 변화, 가마 속 그릇의 위치, 바람의 방향 등에 따라 능수능란하게 흑자의 그 기묘한 빛과 무늬의 기운을 통제하고 만들어내는 것이다.

김시영_다완

최근 그의 관심은 형태로 옮아가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형태에서도 그는 비완벽성, 즉 적절하게 내버려두고 내맡기는 그 특유의 정신을 보여준다. 이번 전시에서 발표하는 김시영의 자기는 좌우대칭의 완벽한 형태가 아니다. 어떤 것은 심하게 찌그려 있다. 어떤 것은 거친 질감으로 인해 인공물처럼 보이지 않는 것도 있다. 미묘한 자기의 빛처럼 자기의 형태에서도 김시영은 저절로 형성되는 자연을 지향하는 듯하다. 무서운 것은 그것이 재료에 대한 작가의 완벽한 통달에서 온다는 점이다.

이정섭_Element1_애쉬 블랙우드_235×31×35cm, 175×31×35cm, 150×31×35cm_2017

이정섭의 가구는 처음 보았을 때 딱딱하고 엄격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특히 테이블은 상판이나 다리가 두껍다. 이런 두툼한 재료들이 수직과 수평의 선만으로 만나고 확장돼 견고하고 강직하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모더니즘이 만개하여 전세계 가구는 이른바 '세련미'를 향해 질주해왔다. 강철 파이프나 합판, 플라스틱과 같은 강하고 가볍고 조형이 쉬운 재료의 등장은 더 얇은 상판, 더 얇은 다리, 우아한 곡선을 가능하게 해주었고 공중에 부유할 것 같은, 미학적으로 세련된 가구 디자인을 낳아 사람들의 눈을 즐겁게 해주었다. 이정섭은 전혀 다르게 가구에 접근한다. 이는 그가 집을 짓는 대목수로부터 출발한 경력에서 기인한다.

이정섭_Element 3_애쉬 블랙우드_173×42×34cm_2017 이정섭_Drawer 2_애쉬 블랙우드_30×180×35cm_2017

대학에서 회화를 전공했지만, 그는 그 일을 계속해야 할지 그 분명한 이유를 알지 못했다. 많은 일들이 그렇듯이 우연히 그는 집 짓는 일에 빠져들었다. 그는 집을 짓는 일에서 안정된 구조와 정직한 쓸모에 대해서 깨달았다. 그가 초기에 만든 가구들은 한국 집짓기에서 흔히 보이는 사개맞춤을 적용한 것이다. 사개맞춤은 기둥과 보가 한치의 남김 없이 정확하게 결합되는 이음법으로 못과 같은 부수적인 재료를 쓰지 않고도 튼튼하게 집을 지을 수 있는 지혜로운 기술이다. 대목수로 일을 하면서 익힌 이런 구조를 가구에 적용한 것이다. 그 결과, 그의 가구는 마치 한옥의 뼈대만 남긴 것 같은 군더더기 하나 없는 간결한 모습이다. 그것은 대단히 튼튼하고 안정되어 상판을 길게 늘여 아름다운 비례를 가능케 한다.

이정섭_테이블_부분

하지만 이정섭에게는 비례의 아름다움보다 더욱 중요한 것이 있다. 이정섭은 가구가 그 자체의 생명력으로부터, 즉 내용으로부터 자연스럽게 형식을 갖추는 방법을 찾는다. 그가 말하는 가구의 '생명력'이란 바로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유행과 관계 없이 수십 년이 지나도 자기 구실을 하는 튼튼한 가구. 그 가구의 형식이 그가 구하고자 하는 내용의 필연적 결과인 그런 가구 말이다. 서구의 찰스 임스(Charles Eames)와 아르네 야콥센(Arne Jacobsen)같은 대가들이 개성이 충만한 자의식적인 가구를 디자인했다면, 이정섭은 개성보다는 보편으로 나아가고자 한다. 전문가가 가르쳐주어야 그 의미를 깨닫는 혁신적인 가구가 아니라 생활인이라면 누구라도 느낄 수 있는 어떤 보편적인 가구의 본질에 다가가려는 것이다. ■ 김신

Vol.20180518h | 경계를 가다: 목수와 도공-김시영_이정섭 2인展